2018-11-29
14 장
그는 콕 박혀있던 구석에서 나와, 그의 발을 어느 위치에 둘지 정확한 지점을 골라내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인 것처럼 바닥을 철저하게 조사한 뒤 마룻바닥 한 곳에 한 발을 놓았다. 그런 뒤 그는 또 다른 지점을 똑같이 조심을 하며 추려내었고 로날드와 뱁즈로부터 육 피트 떨어져 그는 쪼글쪼글 아래로 시들어들더니 바닥에 흠잡을 데 없이 자리 잡았다.
‘비가 와,’ 웡이 채광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을 흔들어 담배연기를 흩고, 올리비에라는 친근한 만족감으로 웡을 바라보았다.
‘해수면 정도에 있는 게 제일 좋아. 죄 보이는 게 온통 주위로 신발과 무릎인 데. 네 잔은 어디 있어?’
‘저기 저쪽에,’ 웡이 말했다.
알고 보니 잔은 가득하였고 뻗으면 손닿을 데였다. 그들은 감탄스러운 마음으로 마셨다. 로날드는 존 콜트레인 레코드를 올려놓자, 이에 페리코가 콧방귀를 꼈다. 그런 뒤 파리 메렝게 시절 녹음한 시드니 베세(Sindey Bechet, 미국 재즈 소프라노 색소폰, 클라리넷 주자), 조금 스페인식 편견을 조금은 비웃는 듯한 곡이었다.
‘네가 고문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니?’
‘꼭 그렇지는 않아,’ 웡이 말했다.
‘그럼 무슨 내용인데?’
‘중국에서 다른 예술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나도 알아, 우리 모두 미르보 중국인(옥타브 미르보, 프랑스 소설가 극작가. 드레퓌스 사건 때 중국을 배경으로 한 ‘고문의 정원’이라는 책을 썼다.)을 읽었어. 네가 20년대나 그 언저리에 베이징에서 찍은 고문 사진들을 갖고 있다는 게 사실이니?’
‘오, 아니,’ 웡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모두 바래 버렸어. 들여다볼 가치가 없어.’
‘너 정말 아주 끔찍한 고문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니?’
‘오, 아니,’ 웡이 말했다.
‘그리고 그걸 카페에서 여자들에게 보여줬지?’
‘하도 고집을 피워서.’ 웡이 말했다. ‘진짜 나쁜 일은 그들이 전혀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나도 보여 줘,’ 올리베이라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웡이 그 손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미소를 지었다. 올리베이라는 고집 피우기에는 너무 취했다. 그는 보드카를 조금 더 마셨고 그의 자세를 바꿨다. 넷으로 접힌 종이쪽이 그의 손에 얹혔다. 웡 대신에 그는 미소 짓는 일종의 체서 고양이가, 온통 자욱한 연기 속에서 절 비스무리 인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기둥은 아마 여섯 자쯤 되었고, 하지만 여덟 개의 기둥이, 다만 같은 기둥이 여덟 번 두 사진의 네 시리즈에 되풀이 되었으며, 이는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가는 순서로, 기둥은 조금 초점이 다르긴 해도 같았으며, 다른 점은 모두 그 기둥에 묶인 죄수 그 주위의 사람들의 얼굴(왼쪽에는 여자도 한 명 있었다) 그리고 집행자의 위치만 달랐다. 집행자는 사진사의 편의를 위해 왼쪽으로 공경하게 물러나 서 있고, 무슨 미국인인지 덴마크인 민족학자인 사진사는 손은 굳건해도 카메라가 나빠 고리짝 코닥이 나쁜 사진들을 찍어서, 선택한 칼 하나가 오른쪽 귀에 작업 중임을 가리키고 남은 나신은 분명하게 볼 수 있는 두 번째 사진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진들은, 몸을 덮기 시작하는 피 때문에 필름 혹은 인상의 형편없는 질 때문에, 조금 실망스러웠고, 특히나 네 번째는 죄수가 거무죽죽한 덩어리로 보이고 벌린 입과 아주 하얀 팔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고, 마지막 세 사진들은 실제로 집행자의 위치만 달라질 뿐 같았으며 여섯 번째 사진에서 그의 칼이 든 주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마구잡이로 하나 꺼내고 있었고 (하지만 그는 속임수를 쓰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만약 그가 가장 깊이 베인 상처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면……) 그리고 더욱 가까이 들여다보면 희생자는 살아있음을 알 수 있는데 한쪽 발이 그를 묶은 굴레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뻗어 있고 그의 머리를 뒤로 홱 젖히고 머리를 여전히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며, 땅 위에는 중국식 고상한 방편으로 톱밥을 엄청 풍족하게 펼쳐 깔아둔 편이리라, 고인 데가 더 크지도 않고, 기둥 주위로 거의 완벽하게 타원을 이루고 있었다. ‘일곱 번째는 결정적인 사진이야,’ 웡의 목소리가 보드카와 담배 연기 뒤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를 보려면 아주 가까이 봐야 했다. 왜냐면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진 사이에) 깊이 도려낸 젖꼭지 주위로 피가 솟구쳐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일곱 번째 사진에서 왜냐면 바깥쪽으로 틀어져 있던 허벅지의 모양들이 약간 변했기 때문에, 결정적인 자상을 가해졌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사진을 아주 가까이 눈에 갖다 붙이면 그 변화가 허벅지만이 아니라 사타구니에서도 첫 번째 사진에서 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언가처럼 보이는 희미한 큰 얼룩점 대신에, 겁-을 당한 작은 소녀, 그 아이의 허벅지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피처럼, 무언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웡이 여덟 번째 사진을 높이 쳐주지 않더라도, 그 의견이 분명 합당한 것이리라. 왜냐면 희생자는 더 이상 살아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머리를 그런 식으로 옆으로 떨구도록 해 놓을 수는 없을 테니. ‘내가 들은 말에 따르면, 전체 작업은 한 시간 반이 걸렸다는군.’ 웡이 경건하게 식을 거행했다. 종이쪽은 넷으로 접었고, 검정 가죽 지갑은 악어처럼 입을 열고 연기 사이에서 이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물론, 북경은 지금은 예전 같은 곳이 아니야. 너에게 이렇게 원시적인 사진을 보여줘서 미안하다. 하지만 지갑에 특정 다른 서류들을 가지고 다닐 수 없어, 거기 설명이 있어야 하고, 입회며……’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멀리서 나와서 이미지의 연장 같아 보였고, 식을 치르는 학자의 해설 같았다. 위로 혹은 아래로, 빅 빌 브룬지(Big Bill Broonzy)가, see, see rider를 읊기 시작하였고, 늘 그렇듯이 모든 것이 화해할 수 없는 형태들로부터 다같이, 보드카와 칸트식 범주들, 현실의 너무 또렷한 응고에 대항하는 그런 진정제들로 조정을 한 기괴한 콜라주들로 합쳐졌다. 아니 거의 항상 벌어지듯이, 펼쳐 놓은 한 벌 카드 중에 조심스럽게 골라놓은 어떤 다른 밤의 목화솜 같은 세상으로, 눈을 감고 돌아가거나. ‘see, see, rider,’ 다른 시체가 ‘네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라’고 빅 빌이 노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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