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9
13장
담배 연기에 휩싸여 로날드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굳이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레코드를 차례차례 끄집어내고 있었다. 가끔 가다 뱁즈가 바닥에서 일어나 쌓인 올드 78의 무더기를 죽 파헤치고, 너댓 개 골라내고서 이를 로날드가 닿는 위치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그러면 로날드는 앞으로 숙이고서 뱁즈를 토닥였고 이에 뱁즈는 웃으며 몸을 비틀어 빼고 그의 무릎에 앉지만 로날드가 그가 돈 플레이 미 칩을 듣는 동안 조용히 하고 있기를 원하기에 이도 아주 잠깐이었다.
새치모(큰 입이라는 뜻 루이 암스트롱의 별명)가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그러니 무슨 소용인가
당신이 내 쥬스(전기)를 잘라버린다면
그리고 뱁즈는 로날드의 무릎에서 새치모의 노래 부르는 스타일에 흥분하여 꼼지락거렸다. 주제가 상당히 음탕해 새치모가 yellow dog blues를 부를 때는 로날드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태도로 대놓고 는실난실 굴었다. 로날드가 그녀 목 뒤에 내뱉고 있는 숨에 뱁즈를 환상적으로 일깨우는 보드카와 사우어크라우트가 섞였다. 그녀의 높은 관점으로부터, 담배연기와 음악과 보드카와 사우어크라우트와 로날드의 손이라는 일종의 섬세한 피라미드가 위아래로 행군을 하였고, 뱁즈는 반쯤 감긴 눈을 통해 거들먹거리며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어서, 그녀는 바닥에 있는 올리비에라를 볼 수 있었다. 등을 벽의 에스키모 생가죽에 대고 담배를 피우고 지금은 곤드레만드레 취해, 후회와 씁쓸함이 가득한 남미인의 얼굴로 입이 때때로 담배를 빨아들이는 사이사이 미소를 지었다. 한때 욕망이 일었던 (지금은 아니다) 올리비에라의 엉덩이는 조금 굴곡이 졌고 한편 나머지 그의 얼굴은 기운이 없이 멍해보였다. 사실 재즈를 좋아하긴 해도, 올리비에라는 로날드처럼 이에 흠뻑 빠져들 수가 없었다. 좋든 나쁘든, 핫이든 쿨이든 검든 하얗든, 오래 되었건 요즘 것이건, 시카고든 뉴올리언즈이든 재즈는 절대, 지금 새치모이든 아니는 절대 동참하기가 어려웠다. 로날드와 뱁즈, ‘네가 내 전기를 끊어버리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런 뒤 트럼펫이 활활 타오르고, 노란색 남근은 공기를 끊으며 재미를 보며, 앞으로 나섰다 뒤로 빼고 끝으로 올라가는 세 음을 향해 갔다. 최면적인 순수한 금, 세상의 모든 흔들림이 참을 수 없는 순간 속에 박동을 치는 곳에 완벽한 중단, 그런 뒤 극도-예리한 발산이 성적인 밤 로켓처럼 미끄러지고 떨어졌고, 로날드의 손은 뱁즈의 목을 애무했고 레코드는 계속 돌아 바늘 긁히는 소리와 천천히 저절로 벽에서 떨어져 나온, 소파 아래 참에서 스르르 기어 나온 모든 진정한 음악이 안에 있는 침묵이 입술처럼 혹은 고치처럼 벌어졌다.
‘사 알로르,(아이코, 놀래라)’ 에티엔이 말했다.
‘맞아, 그 시기 암스트롱의 대단했지,’ 로날드가 뱁즈가 골라놓은 레코드 더미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뭐랄까, 거인시기의 피카소처럼. 요즘은 둘 다 한 쌍의 돼지지만. 의사들이 회춘의 할 방법을 발명했다고 생각해보라고…그들은 다시 20년은 더 우리를 엿먹이려고 들 거야, 내 말 틀렸나 보라고.’
‘우리는 아냐,’ 에티엔이 말했다. ‘우리는 이미 그들을 쏴버렸어. 딱 적당한 순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다만 원하는 건 내 시간이 다 되면 내게도 그렇게 해달라는 거야.’
‘딱 적당한 순간에? 대단한 요구는 아니구나, 꼬맹이.’ 올리비에라가 하품을 했다. ‘하지만 네 말이 맞아. 우리는 이미 그들의 coup de grace(최후의 일격, 안락사)를 시켰지. 탄알 대신에 장미로,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남은 것들은 다 습관이고 먹지야. 암스트롱이 처음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갔다고 생각 해 봐. 뭔가 대단한 걸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천의 얼뜨기들이 상상이 가지, 한편 새치모는 지쳐서 탕감을 하고 무얼 하고 있는지 신경일랑 쓰지 않고서 엄격하게 틀에 박혀서, 늙은 싸움꾼보다 더 많은 잔재간으로 재빠르게 오르락내리락 이리저리 엮어가, 한편 내가 존경하는 내 친구들 20년 후에 누가 마호가니 홀 스톰프를 올려놓으면 귀를 틀어막을 사람들이 지금은 재탕된 것들을 듣겠다고 1층 관객석을 대체 얼마일지 모를 돈을 들여. 물론 우리나라 역시 재탕이긴 하지. 내 모든 애국심을 걸고라도 그건 아니 인정하진 못하겠군.’
‘네가 말을 먼저 꺼냈으니,’ 페리코가 사전 뒤에서 말했다. ‘너는 너희들 나라의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은 거푸집에서 여기로 왔어, “감정 교육”을 받겠다고 파리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 적어도 스페인에서 우리는 사창가에서나 투우에서 그런 것들을 모두 배우지. 코뇨.’
‘그리고 파르도 바산 백작부인으로부터도,’ 다시 하품을 하고 올리비에라가 말했다. ‘네가 말하는 말 빼고 모두 사실이지, 친구. 내가 진짜로 여기서 해야 하는 일은 트래블러와 트루코(농간 잔꾀)부리는 일이야. 너는 그를 몰랐지, 안 그래. 너는 그런 일에 관해 아무 것도 몰라. 그러니 그런 말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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