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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Bridgeshead Revisited

Brideshead revisited 5

by 어정버정 2023. 5. 7.

2016-6-12 

 

 

그래, 나로서도 관대한 일이다. 하지만 너도 알겠지만 이건 다 자본에서 나오는 것이야. 이번 기회에 너에게 충고를 좀 해야겠구나. 나는 네 사촌 알프레드 말고는 한 번도 조언을 들은 적이 없었다. 내가 올라가기 전 여름에 네 사촌 알프레드가 내게 특별히 충고를 해주려고 버톤까지 직접 온 적이 있다는 이야기 했었니?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혹 아느냐? 그가 그러더라. 네드, 네게 꼭 간청할 일이 있다. 학기 중에는 일요일에 항상 실크해트를 쓰거라. 다른 어떤 것보다 바로 그걸로 사람을 판단을 한단. 이렇게. 그리고 이것도 아느냐?’ 아버지는 크게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난 항상 그렇게 했단다. 그런 사람들도 있었지만 안 쓰는 사람도 있었지. 나는 그 사람들 사이에 차이점을 모르겠고, 그걸 두고 운운하는 사람도 없었지. 그래도 항상 나는 모자를 썼다. 신중한 충고가 적합한 순간에 적절하게 전달된다면 어떤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만을 보여줄 뿐인 경험이긴 해도. 나도 너에게 해줄 충고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없다.’

내 사촌 재스퍼가 그 손실을 벌충을 하였다. 재스퍼는 숙부의 아들로 한두 번도 아닌 수차례, 반쯤 장난삼아 집안의 기둥이라는 말을 듣던 사람이었다. 그는 4학년이었는데 그 학기 전에 발군의 실력으로 학교 조정선수로 참가를 하였으며 캐닝(보수적인 성향의 옥스퍼드 학생 클럽의 하나)의 총무이자 J.C.R(junior common room, 재학생 자치회)의 회장이었고 대학에서는 저명인사였다. 그는 학업 첫 주에 정식으로 방문을 하고 티(tea: 샌드위치나 비스킷, 케이크와 함께 홍차를 마시는 오후나 이른 저녁 시간을 이르는 말)시간 까지 머물렀다. 그는 벌꿀 번빵, 안초비 토스트, 풀러 제과회사의 호두 케이크까지 상당히 많은 양을 먹고는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버들가지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내가 따라야만 하는 행동 규율을 나열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거의 대부분 분야를 다루었는데 오늘날까지 그가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암송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역사를 전공하지? 더할 나위 없이 존경스러운 학부야. 가장 나쁜 학부는 영문학부고 그 다음이 모던 그레이츠(modern greats, PPE(철학, 정치학, 경제학) 전공 학부)가 나빠. 우등 아니면 4등을 목표로 삼아. 그 사이에는 아무 가치가 없어. 아슬아슬한 2등이 되려고 쏟은 시간은 다 시간 버리는 짓이지. 가장 좋은 강의는 다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아크라이트가 데모스테네스(수사법으로 유명한 그리스 정치가이자 웅변가)로 강의할 때나. 네 학부에서 하든안하든 상관없어. 옷은 보자. 그냥 시골에서 입던 대로 입어. 트위드 코트하고 플란넬 바지는 절대로 입지 말고 항상 슈트차림이어야 해. 그리고 런던 재단사에게 가거라. 외양도 더 단정해지지만 외상도 더 틀 수 있으니까……클럽은, 지금은 칼톤에 가입하고 2학년 시작되면 그리드에 들어가라. 유니언(옥스포드 유니온, 토론 클럽, 유명 정치인들의 입문 통로)에 입후보하고 싶다면, 하기에 그리 나쁜 일은 아니야, 우선 외부에서, 캐닝이나 체이텀 같은데서 명성을 쌓아야 해. 그리고 지면에서 의견을 말하기 시작해…… 보어 힐(옥스퍼드에서 3마일 가량 떨어진 풍광이 훌륭한 교외지역)은 피하도록 해.’ 맞은 편 지붕 위로 하늘이 발갛게 타오르다가 어두워졌다. 나는 벽난로에 석탄을 더 집어넣고 불을 켰다. 사촌의 찬탄스러운 런던제 플러스 포스(plus fours, 니커보커의 별칭)와 린더 넥타이(린더 조정 클럽의 분홍색 타이)가 다시 제 모습을 내었다. ‘옥스퍼드 교수를 고등학교 선생 보듯이 하지 말고 집에 온 목사처럼 대해야 한다. 나중이면 알겠지만 2학년 때는 첫 해에 사귄 달갑지 않은 친구 떨어내는 데 시간 반을 쓸 거다. 영국가톨릭교도들은 조심해라. 그 놈들은 온통 남색가에 억양도 기분 나쁘지. 사실 모든 종교적인 그룹들은 가까지 하지 않고 비켜 다녀. 해만 될 뿐이야……

마침내, 방을 막 떠나면서 그가 최후의 조언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방을 바꿔.’ 내 방은 널찍하였으며, 아주 깊게 벽감 처리한 창문에 18세기에 벽판을 댄 곳에 페인트를 칠한 방이었으며 신입생이 그런 방을 얻는 것은 행운이었다. ‘나는 정면 4각 뜰에 면한 1층 방을 얻었다가 망가진 사람을 많이 봤다.’ 사촌은 진지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조언을 했다. ‘사람들이 잠깐씩 들르기 시작하지. 그들 가운을 여기에 놔두었다가는 홀에 가기 전에 와서 챙겨가지. 네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어느새 넌 대학의 모든 불청객들을 위한 무료 바를 열고 있을 게다.’

나는 내가 의식적으로 그의 조언을 쫓으려고 했던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나는 여름 저녁이면 창 아래 자라던 비단향꽃무가 향을 채우던 내 방은 결코 바꾸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자신의 젊은 시절을 거짓된 조숙이나 혹은 거짓된 천진함으로 바라보는 일은. 문가에 표시한 자신의 키를 잰 날짜를 조작하듯이 쉬운 일이다. 나는 내 방이 모리스 벽지 종류(19세기 유명한 옷감 디자이너)와 애런델 출판물(동시대 작가 위주 문학작품과 예술들을 모은 애런델 기념 출판물)로 장식을 하고 책장들은 17세기 2절판 책과 러시아제 가죽과 물결무늬 비단으로 장정한 제 2제정시대의 프랑스 소설들로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온 첫날 오후에 나는 자랑스럽게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벽난로 위에 걸었고 오메가 워크샵을 팔아치울 때 내가 싼 값에 사들였던 로저 프라이(후기 인상파 화가, 후기 인상파의 활성화를 위해 오메가 워크샵을 열었으나 1919년 문 닫음)가 프로방스풍으로 그린 풍경화 가리개를 세웠다. 나는 맥나이트 카우퍼(그래픽 디자이너의 포스터와 포이트리 서점(서점 겸 소규모 출판사, 어린이용 손으로 채색 작업한 운문 낱장이 유명하다함)에서 산 낱장의 운문들을 진열하였고 가장 기억하기 괴로운 일은 벽난로 위 선반 검정 불붙이개 사이에 서있던 폴리 비첨(발라드 오페라, ‘거지의 오페라등장인물)의 자기 인형이었다. 내 책은 빈약하고 흔해빠진 책들로 로저 프라이의 시각과 디자인(프라이의 에세이 모음집), 메디치 프레스 판의 어느 셔롭셔 사내(하우스먼의 시집), 저명한 빅토리아인 (리턴 스트레이치 저술의 빅토리아 시대 4명의 사람에 관한 전기), 조지 시대 시집 몇 권(20세기 초 연속 간행 시집모음), 사악한 거리(sinister street, 콤톤 맥켄지의 소설), 남풍(south wind 노만 더글라스의 소설)들이었다. 가장 먼저 사귄 친구들은 이런 배경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로 콜린즈, 윈체스터 대학생, 어느 햇병아리 교수, 경문학 전공에 어린아이 같은 유머를 지닌 남자, 그리고 규모 적은 대학 지식인모임이었으며 화려한 탐미주의자들과 이플리 로드와 윌링톤 스퀘어의 하숙집에서 사실을 두고 맹렬하게 밀고 당기며 설전을 벌이는 프롤레타리아 학자들 문화 사이에서 중간입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첫 학기는 이런 사람들에 어느새 맞추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학교 sixth form(2년의 대학 입시 준비과정)동안 내가 준비한 탓이었는지, 어울려 놀던 그런 종류의 동무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아주 초기시절에도 옥스퍼드에서 전체 삶의 경과를 놓고 보면 나만의 방을 갖고 나 자신의 수표책을 지닌 일이 내 흥분의 원천이었다. 나는 내심 이는 옥스퍼드가 꼭 그렇게 제공해야만 하는 것은 그다지 아니라고 느끼긴 하였다.

 

세바스찬의 접근으로 이런 잿빛의 인물들은 배경 속으로 조용히 지워져 뭉개지고 부연 헤더(낮은 산, 황야의 꽃) 속으로 산악지대 양들이 숨어들 듯 사라져버렸다. 콜린즈가 한 ……의미 있는 형식(significant form, 예술 평론가 벨이 주장한 예술 작품의 유의미한 면은 오직 작품의 물리적 특징(형식)이라는 이론)에서 나온 모든 쟁점은 용량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 세잔을 그의 2차원적인 캔버스에 3차원으로 보여주었다고 인정한다면 랜드시어 그림 속 스파니엘의 눈에서 그의 충성의 번득임도 인정해야 한다.’라는 말로 유미학(탐미주의)의 오류를 접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정작 세바스찬이 한가롭게 클라이브 벨의 아트(significant form이론이 들어 있는 책)을 넘기며 누가 나비 혹은 꽃을 보며 대성당 혹은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가?’라고 읽고는 그래, 나는 그런데.’라고 해서야 내 눈이 틔었다.

나는 세바스찬의 얼굴은 그를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모를 래야 모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입학 첫 주부터 그는 동급생들 중에서 가장 눈에 뜨였다. 그게 다 시선을 사로잡는 그의 아름다움이나 끝 간 데 없어 보이는 그의 기벽 때문이었다. 처음 그를 만났던 게 거머 가게의 문에서 스쳐지나가던 때였는데 그 당시에 나는 그의 외모보다는 그가 커다란 테디베어를 가지고 다니고 다닌다는 데에 더 충격을 받았었다.

저 분은 세바스찬 플라이트 경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젊은 신사분이시지요.’ 내가 자리에 앉는 사이에 이발사가 말했다.

척 봐도 그러네요.’ 나는 냉담하게 대답을 했다.

마치메인의 후작어르신 둘째 아드님입니다. 형은 Brideshead의 백작이신데 마지막 학기를 마치셨죠. 이제 그 분은 아주 달라져서, 아주 조용한 신사로, 마치 노인처럼 변하셨습니다. 그건 그렇고 세바스찬 경이 뭘 원한 지 짐작이 가십니까? 테디 베어한테 쓸 머리 솔입니다. 솔 가닥이 아주 뻣뻣한 해야 한답니다. 그 양반이 그러대요. 곰인형을 빗길 게 아니라 부루퉁해 하면 엉덩이를 때리겠다 위협할 거라네요. 경은 상아로 만든 솔등에 곰 이름 얼로이어스라고 새겨 넣었어요.’ 그 이발사는 살아가면서 지겹도록 대학생들의 판타지를 숱하게 겪어봤을 텐데도 그에게 넋이 나간 게 분명했다. 나는 하지만 계속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였고 이후 2륜 마차를 몰고 가 가짜 수염을 달고 조지에서 저녁을 먹는 모습을 보아도 그런 비판의 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물론 프로이트를 전공하고 있던 콜린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몇 가지 용어들을 나열하긴 하였다.

 

2012-6-17 

 

마침내 우리가 만났던 그 상황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3월 초순 자정 거의 직전이었다. 그날 저녁에 나는 데운 클라레(mulled claret, 향신료와 설탕을 넣고 데운 보르도산 적포도주)로 대학 지성들을 접대를 했었다. 벽난로 불길은 화르르 타오르고 방의 공기는 담배와 향신료 냄새가 자욱하였고 내 정신은 형이상학으로 지친 상태였다. 나는 방 창문을 벌컥 열었는데 사각 뜰 바깥쪽에서 흔히 있는 술고래들이 웃는 소리와 불안정한 발자국소리가 다가왔다. ‘잘 잡아.’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정신 차려.’ 다른 목소리. ‘수많은 시간……하우스에……(처치 크라이스트의 톰 타워의 시계 이름, great Tom. 통금시간을 울린다.)이 울리기를 멈출 때까지.’ 다른 목소리, 그리고는 나머지 사람들보다 더 선명한 목소리 나 엄청 무지무지하게 속이 안 좋은 거 같다. 잠깐만 자리를 비울 게.’ 그런 뒤 내 창문에 얼굴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게 세바스찬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보아왔던 활기 넘치고 흥에 겨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잠시 초점 안 맞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방안으로 깊숙이 몸을 숙이고 토하는 것이었다.

저녁 파티가 이런 식으로 끝나는 일은 특별하진 않았다. 사실 그런 경우에 학생 시종(스카우트)들을 달래기 위한 공인된 벌금이 있었다. 학생들 전부 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들의 포도주를 들여오는 방도를 배워가고 있었고 또한 세바스찬이 자신이 처한 난국의 해결에 열린 창문을 선택하였다는 점에서는 정신은 나갔지만 마음에 다가서는 질서정연함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놓고 본다면 여전히 상서롭지만은 않은 만남이었다.

그의 친구들이 그를 문까지 데리고 갔다. 몇 분 뒤에 파티의 주인이자 같은 학년의 이튼 졸업생이 돌아와 싹싹하게 사과를 하였다. 그 역시 얼근하게 취한지라 해명을 하고 또 하고 반복을 하더니 말미에 가서는 울먹이기까지 하였다. ‘와인들이 너무 다양했어요. 이렇게 잘못된 데는 질도 아니고 양도 문제가 아녜요. 섞어 마신 게 화근이에요. 그렇게 파악하고 나면 문제의 진상을 아시겠지요. 모든 일을 이해하는 일이 모두를 용서하는 길입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그래요.’라고 대답은 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 런트의 책망을 정작 내가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을 내비치는 대답이었다.

손님 다섯이서 데운 클라레 두서너 단지였으니.’ 런트가 말했다. ‘이런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죠. 창문 근처에 가지도 못했네. 이기지를 못하면 애초에 먹지를 말았어야죠.’

내 파티 손님 중에 그런 게 아니에요. 대학 바깥에서 온 사람이었어요.’

그나저나 누구였든지 간에 추잡한 거 치우기는 마찬가지죠.’

사이드보드 탁자에 5 실링 올려놨어요.’

저도 봤습니다. 고맙긴 하지만 아무 아침이라도 차라리 돈을 안 만지더라도 구지렁물도 손 안대는 게 훨씬 낫습니다요.’

나는 가운을 집어 들고 그가 일을 하도록 둔 채 떠났다. 나는 그 시절에는 여전히 강의실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내가 대학(college)으로 돌아온 때는 벌써 열한 시가 넘어서였다. 내 방에 들어서니 꽃으로 가득하였다. 마치 무엇 같았느냐하면, 아니 실제로 시장가판대에 하루치 팔 물건들이 방안 온갖 구석구석에 구할 수 있는 모든 그릇이란 그릇엔 다 서있는 거 같았다. 런트는 그리 해도 남는 꽃들을 집에 가져가려고 몰래 갈색 포장지에 싸두고 있었다.

런트, 이게 대체 뭡니까?’

지난밤 신사분요. 그 분이 메모도 남기셨습니다.’

메모란 글은 아주 질 좋은 내 왓맨(Whatman) H. P 도화지 한 장 전체에다가 콩테 막대로 쓰여 있었다. 저는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얼로이시어스는 제가 용서받는 걸 보기 전에는 저한테 말도 안 붙일 겁니다. 그러니 부디 오늘 오찬에 와주십시오. 세바스찬 플라이트. 전형적으로 그다운 일이로군. 그가 어디 사는지 내가 안다고 여기다니.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정말 유쾌하기 짝이 없는 신삽니다. 그 분 따라 다니며 치다꺼리하는 일도 상당한 재미겠어요. 나가서 점심 드실 거라고 알고 있겠습니다. 콜린스씨하고 패트리지에게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분들은 여기서 도련님과 평범한 점심을 자실 생각이셨어요.’

그래요, 런트, 나가서 먹을 거예요.’

그 오찬 파티는 (나중에 알았지만 파티였다)는 내 삶의 신기원을 이루는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세부사항은 나에게 희미하고 다른 많은 모임과 혼동이 된다. 거의 다를 바 없는 파티들이 르네상스 프리즈(방에 띠모양의 그림 혹은 조각 장식)속에 뛰어다니는 큐피드들처럼 그 학기와 그 다음 학기동안에 하나씩 계속 연달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가는 길이 자신이 없었다. 거긴 내게 이국의 땅이었으며 못마땅해 하는 경고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내 귀에 콜린즈가 말하는 투를 흉내 내 뒤로 잡아끄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사랑을 찾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궁금함과 희미한 의식하지 못한 우려에 가득차서 갔다. 그리고 여기 마침내 벽에 낮게 달린 문을, 다른 사람들은 내 이전에 아마 발견하였을 문을, 세상에 담을 쌓고 마법에 에워싸인 정원 속으로. 어딘가 존재하지만 어떤 창문에서도 내려다보이지 않고 회색 도시의 심장부에 존재하는 곳으로 열리는 문을 발견하였다.

세바스찬은 크리스트 쳐치 대학, 메도우 빌딩(Meadow Building, 크리스트 처지 목초지가 내려다보이는 크리스트 처지 일부) 높은 곳에 살고 있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그는 혼자였다. 그는 탁자 중앙에 이끼를 깐 커다란 둥지로 된 그릇에서 꺼낸 물떼새의 작은 알을 까고 있었다.

방금 다 세 봤어.’ 그가 말했다. ‘한 사람당 다섯 개가 돌아가고 두 개가 남아. 그래서 두 개를 먹고 있는 중이야. 나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무지무지 오늘은 배가 고프네. 돌베어와 구덜(옥스퍼드의 약국이름, 약제상)에 전적으로 나 자신의 처분을 맡겼더니. 약기운이 오르는 것이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이 완전히 꿈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그러니 제발 깨우지 말아.’

그는 양성적인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도취시키는 면이 있었다. 한창 젊은 때에 사랑을 드높이 노래 부르다가 차가운 첫 바람이 들자마자 시들어버리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그의 방은 기이한 물건들이 잔뜩 뒤섞여있었다. 고딕 덮개에 든 하모늄(키보드처럼 생긴 악기), 코끼리 발모양 폐지 바구니, 반원형의 밀랍 과일, 균형이 맞지 않게 큰 두 개의 세브르 도자기 꽃병, 틀에 넣은 도미에의 드로잉들, 모두 커다란 오찬 테이블이나 소박한 대학의 가구와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었다. 그의 벽난로 난간에는 런던에서 보내온 안주인들의 초대 카드로 뒤덮여 있었다.

저 덩치만 큰 홉슨이 얼로이어스를 화단에 심을 화초 사이에 놓아두었었지.’ 그가 말했다. ‘아마 마찬가지로 얼로이어스 물떼새 알도 준비 안했을 거야. 그거 알아? 홉슨은 얼로이어스를 미워해. 나도 너희들 같은 스카우트가 있었으면 좋겠어. 어디 다른 사람들이 상당히 엄격하게 대했는지 오늘 아침은 내게 다정하게 굴더군.’

파티 구성원들이 모였다. 세 명의 이튼 졸업생인 신입생이 있었는데 온화하고, 우아하며 무관심한 젊은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전날 밤에 런던의 댄스홀에서 지내다왔지만 그 일을 마치 가깝지만 사랑받지 못한 친척의 장례식에라도 다녀온 것처럼 언급을 했다. 다들 한 명씩 들어올 때마다 제일 먼저 물떼새 알에 눈길을 주고 그 다음에 세바스찬을 보고 그런 후 내게는 당신이 우리를 전에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암시를 함으로써 모욕적으로 구는 일은 우리는 꿈도 꾸지 않아요.’라고 말이라도 하듯이 예의바르게 호기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번 해 첫물이군.’ 그들이 말했다. ‘어디서 난 거야?’

엄마가 Brideshead에서 보냈어. 거기 물떼새들은 엄마를 위해 알을 일찍 낳아.’

알이 다 사라지고 나서 우리가 랍스터 뉴버그(뉴버그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를 먹고 있을 때 마지막 손님이 도착했다.

어쩌누. 미리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 , , 터무니없이 개인지도교수하고 점심을 먹었거든. 그는 내가 중간에 떠난다니까 아마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교수에게 고,,꼬리말을 바꿔야만 한다고 했어.’

(1960년 개정판 : 그는 키가 크고, 날씬하며, 다소 거무스레하고 짓궂은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우리는 거친 트위드에 브로그 신(투박한 생가죽 신)을 신고 있었는데 그는 커다란 흰색 스트라이프가 그려진 부드러운 갈색 초콜릿 빛깔의 수트에 큰 보타이를 매고 있었고 노란색, 부드러운 가죽 장갑을 방에 들어오며 벗었다. 일부는 갈리아(프랑스사람), 일부는 양키, 아마도 유태인의 피까지 전반적으로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1944 first edition) 그가 도착한 순간부터 그 신입자가 주도권을 잡고 호화로운 말솜씨로, 혼자 터득한 말더듬에, 짓궂은 농담에, 이전 오찬 손님들을 희화화하며, 파리와 베를린에서 음란한 일화들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냥 하는 손님 접대를 넘어 파티를 아름답게 변모를 시키고 모든 이들에게 기벽이란 생생하고 화려한 가짜 빛을 드리워 세 명의 평범한 이튼 졸업생들이 갑자기 그의 환상 속의 창조물로 바뀌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이,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탁월한 탐미주의자, 처웰 에지(Cherwell Edge, 옥스퍼드 대학교 가톨릭 여대생 주거를 위한 호스텔)에서 소머빌(Somerville 대학, 1879에 설립된 여학생 전용 대학)까지 사악함의 전형인 안소니 블랑세였다. (1944년판: 내게는 그 당시에 칼리지 에세이 소사이어티의 침울한 단원으로써는 신선하고, 도마뱀처럼 늙지 않고 화성의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그가 공작 같은 걸음걸이로 거리를 겅중겅중 다니는 (-> 1944 : 비록 코트나 바지는 완전히 익숙하지 않았고 무겁고 수가 잔뜩 놓인 예복이 훨씬 더 편해 보이긴 했지만 특이한 장중함을 띠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종종 내 눈에 잡히기도 했고 조지(16세기 지어진 객주)에서 관습에 도전하는 목소리도 들은 적 있었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 세바스찬의 마법 아래, 그를 만나, 나는 어느 결에 (1944: 그가 차려진 맛난 잔치음식인양) 게걸스럽게 즐기고 있었다.

오찬 후에 그는 발코니에 확성기를 들고 섰다. 확성기는 세바스찬 방 안의 브리커브랙(Bric-a-brac: 과거에는 신기한 물건을 모아 놓은 소장 콜렉션, 지금은 가판대의 싸구려 장식품의 의미) 속에서 갑자기 등장하였다. 그리고 축 처져 흐느끼는 어조로 황무지(1922년 발표된 T. S 엘리엇의 시)에 나오는 시구를 스웨터를 입고 따뜻하게 감싼 채 강으로 향하고 있던 군중들을 향해 읊었다.

, 티레시아스(테베의 장님 예언자)는 모두 미리 시달렸노라.’ 그는 베니스 식 아치 아래에서 그들에게 흐느끼며 말했다.

 

여기 다, , 다이븐, 나의 침상에서 죽 벌어졌다.

나는, 테베의 성벽 밑에도 앉아 봤고

가장 비,, 비천한 주검 사이를 걸어도 보았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방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저 사람들을 얼마나 놀래켰을까! 모든 배,뱃사공들은 내게 그레이스 달링(Grace Darling 1838, 아버지와 등대에서 일하다 파선된 사람들을 구한 유명 인물)이야.’

우리는 모두 앉아 코엥트로(Cointreau: 무색의 리큐르 트리플 섹의 쿠라사오 버전, 상표명)를 마셨는데 가장 온순하고 가장 무심하던 이튼 졸업생이 집으로 전사의 주검을 그녀에게 데리고 왔다네.’(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공주, 하나의 메들리의 일부)를 하모니움으로 직접 반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