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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Bridgeshead Revisited

Brideshead Revisited 7

by 어정버정 2023. 5. 7.

2012-7-19 

 

 

나는 일찍부터 콜린스와 부활절 휴가를 지내기로 약조를 했었다. 세바스찬이 무슨 조짐이라도 보였으면 아무 죄책감도 없이 내 언약을 깨고 내 이전 친구를 친구 없이 버려두었겠지만, 아무 표식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콜린즈와 나는 라벤나(Ravenna, 이탈리아 북동부 도시)에서 경제적이며 유익한 몇 주를 같이 보냈다. 음산한 바람이 위대한 이들의 무덤 사이로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왔다. 더 따스한 계절을 겨냥해 꾸민 호텔방에서 나는 세바스찬에게 긴 편지를 보냈고 매일같이 그의 답장을 기다리며 우체국으로 들렀다. 각자 다른 곳에서 부친 편지가 두 통이 있었는데 거긴 그 자신에 대한 평범한 뉴스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동떨어진 판타지 같은 스타일로 편지를 썼기 때문에 (‘……엄마하고 수행하던 두 명 시인이 감기에 걸려서 세 명 다 머리가 지독하게 아파. 그래서 내가 여기 왔어. 티아테라의 성 니코테무스의 축일이야. 정수리에 염소가죽을 못으로 박혀 순교한 사람이지.(1세기경 순교한 니코테무스는 티아테라, 현재의 터키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염소가죽과 순교도 관련이 없고 축일은 부활절과 상관없는 구월이다.) 그래서 대머리의 수호성인이야. 콜린즈에게 말해 줘. 우리보다 앞서서 분명 머리가 벗겨질 거니까.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하지만 한 사람이 고맙기만 하여라! 나팔형 보청기를 가지고 있어. 그것 때문에 기분은 좋아. 그리고 지금은 물고기를 낚으러 가야해. 보내기에는 거리가 머니까 내가 등뼈는 보관해 두지,……) 괜한 건짜증만 남겼다. 콜린즈는 사진에 비하면 원본 모자이크가 더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자그마한 논문을 작성하였다. 여기서 콜린즈 생애의 수확물이 되는 씨가 심어졌다. 많은 세월이 지난 뒤 그가 아직도 끝내지 못한 비잔틴 예술에 대한 두꺼운 저작물의 첫 권이 나오게 되었을 때 나는 공손하지만 개인적인 예비 채무의 승인 같은 두 페이지짜리 감사의 글에서 나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다.……찰스 라이더에게, 갈라 플라시디아의 묘와 산 비탈레 성당(초기 기독교 유산들)을 내가 처음 보았을 때 전체를 두루 보는 시각으로 도움을 주었던…….

나는 때때로 세바스찬이 아니었다면 나도 콜린즈처럼 문화의 물레바퀴를 빙빙 돌며 똑같은 길을 밟아 나갔을까 의문이 들었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올 소울즈(옥스퍼드 대학 중 하나, 대학생없이 모두 펠로우로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수십 번의 펠로우쉽 시험을 치러 선발된다.)의 시험을 쳤고 첫 해 열띤 경쟁에 실패했다. 다른 성공과 영광은 나중에 찾아들긴 했어도, 하지만 이른 실패는 그 자체로 그에게 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그를 통해 나에게도 전달되어이성적인 삶에는 자연스럽고 제대로 된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진중하지 못한 감각이 늘 따라 다녔다. , 역시, 언감생심 실패를 했겠지만, 아니, 실패를 했기에, 덜 위엄 있는 학문적인 삶을 어디 다른데서 슬며시 아마 끼어들었을 것이다. 상상은 가는 일이지만, 내가 보기에, 난장판의 온천이 전혀 단단하지 않은 대지에서 솟아올라 햇볕 속으로, 식어가는 증기로 무지개를 그리며 바윗덩이로 억누를 수 없는 힘을 지닌 채 터져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막상 닥쳐보니 그해 부활절 휴가는 재스퍼가 내게 경고한 가파른 내리막길 중간에 형성된 짧게 뻗은 평탄한 길이었다. 내리막 아니면 오르막? 내가 매일같이 어른의 습관들을 얻어갈 때마다 나는 점차 하루씩 어려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전쟁으로 고생을 치르기도 하고 사별로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서 유아 시절이나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냈다. 독신신분의 힘든 영국 청소년에게 학교 체계의 시기상조의 위엄과 권위는 슬프고 암울한 내 자신의 부담을 더했었다. 이제 세바스찬과 함께 지낸 여름 학기는 내가 한 번도 알지 못했던, 행복한 어린 시절이라는 짧은 마법 같은 주술에 빠진 것만 같았다. 비록 그 시절의 장남감이 비단 셔츠, 술과 시가, 심각한 죄의 카탈로그에서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짓궂은 장난이었어도 순수한 기쁨에 한치도 모자라지 않은 유아의 신선함 같은 것이 우리에게 있었다. 학기의 말에 나는 내 처음 학부 과정을 밟았다. 내가 옥스퍼드에 남아 있으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일주일 간 세바스찬의 내 방 출입을 금지하고 늦은 시간까지 일어나 앉아, 얼음 넣은 블랙커피와 목탄 비스킷(버드나무 숯이나 활성탄을 섞어 만든 비스킷)과 내가 무시하던 교과서를 벼락치기로 쑤셔넣어서 나는 통과하였다. 이제는 그때 음절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것, 그 학기에 내가 획득하게 된 더 오래 된 구전은 이런 저런 모습으로 내 마지막 시간까지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나는 이 못된 떼거리들이 좋아요. 그리고 오찬부터 술 취하는 것도 좋아요.’ 그 당시에는 그거면 충분했다. 지금은 더 필요한가?

20년이 지나 옛일을 돌아보니 내가 하지 않고 둔 일이나 다른 식으로 했던 일은 거의 없다. 나는 내 사촌의 쌈닭 같은 원숙함을 더 튼튼한 가금과 싸움을 붙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에게 그 시대의 모든 사악함은 그들이 도우로(Douro 포트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마을, 포트 와인은 증류주, 즉 스피릿을 섞은 와인이다.)의 순수한 포도를 섞은 스피릿(증류주)과 같다고, 짙은 재료로 가득한 아주 자극적인 물건과 같다고 말대답을 했을 수도 있었다사악함은 당장에는 너무 진해 청년기의 전 과정을 지연시킨다. 허나 스피릿이 와인의 발효를 저지하고, 마시지도 못할 물건으로 만들지만 어둠 속에서 해가 가고 달이 가도록 재워 놓으면 마침내 잘 익어 탁자 위에 꺼내놓게 되는 일과 비슷하다고.

나는 그에게 또한 다른 인간을 알고 사랑하는 일은 모든 지혜의 뿌리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핀다로스와 결론 없는 분투와는 자유롭게 내가 사촌 앞에 앉아 있자 검은 회색 수트를 입고, 하얀 타이를 하고 학자의 가운을 걸치고 있는 그를 보고, 그의 심각한 어투를 들으며 그리고 그 내내, 창문 아래 활짝 핀 카네이션의 내음을 음미하면서 나는 이런 궤변의 필요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험의 순간을 감지하고 찾아서 단단히 그러잡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부적처럼 나는 비법도 있었고 분명한 방어책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진짜로는 진실이 아닌 말을, 나는 보통 그 시간 즈음에는 샴페인을 한 잔하는데 좋으면 같이 들겠느냐는 말을 하였다.

 

재스퍼의 대간의서를 받던 날 그 뒤에, 나는 다른 용어로 예상치 못 했던 소식통으로부터 하나 더 받았다.

사촌에게 보장했던 좋아하는 정도에 비한다면 학기 내내 자주 안토니 블랑쉬와 만나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의 친구들 가운데 살고 있었지만 우리의 잦은 만남은 나보다는 그의 선택인 경우가 더 많았다. 왜냐면 나는 그를 상당한 경외심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햇수로 따지면 그는 거의 내 선배뻘이 되지 않지만 그는 그 당시에 방랑하는 유대인 같은 경험을 등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진짜로 국적 없는 유목민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에 그를 영국인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한 번 있어서 그는 2년을 이튼에서 보냈다. 그런 후 전쟁 한창이던 때에 그는 잠수함을 잘도 피해서 아르헨티나에 있던 어머니에게 재합류하였다. 그리고 총명하고 대담한 학교소년은 시종, 하녀, 두 명의 운전수, 페키니즈 개, 두 번째 남편에 추가되었고 동서남북 세계 사방을 그들과 여행을 하며 호가스(18세기 풍자와 도덕적인 주제, 그 시대 풍속도(‘최신 유행의 결혼이 유명)를 그리던 화가이자 판화가)의 급사처럼 사악함으로 반질반질 밀랍 칠이 되었다. 평화가 오자 그들은 유럽으로, 호텔과 가구가 딸린 빌라 스파, 카지노, 해수욕장으로 돌아왔다. 이 때 나이가 열다섯, 노름꾼이 되었고 소녀로 가장을 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조키 클럽의 큰 테이블에 벌어지던 노름판에 따라다녔다. 그는 프루스트와 지드와 저녁을 먹었고 콕토와 디아길래프(러시아 발레단 단장이자 예술 비평가, 발레 뤼세 창단하였으며 동성연애자이다. 콕토 역시 동성연애자로 간주되는 인물이다.)와는 더욱 가까운 사이였으며 퍼뱅크(발 아래 꽃 등을 쓴 영국의 소설가, 에블린 워가 존경하며 스타일을 흉내 내기도 하던 작가)는 그에게 열렬한 헌정사를 적은 소설책을 보냈고, 카프리(20세기 초 많은 소설가, 시인 작가들이 모이던 휴양지, 동성연애에 너그러운 편인 곳이었다 한다.)에서 세 건의 화해할 수 없는 불화를 불러일었켰으며 그 자신의 설명을 빌면 그는 세팔루(시칠리아 수도)에서 마법을 연습하였고 캘리포니아에서 마약복용, 비엔나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치료했었다.

그 당시에 그의 옆에 있으면 우리 모두는 어린아이 같았다. 대부분 시간 그랬지만 그래도 항상은 아니었다. 왜냐면 나머지 우리들이 안소니에 비하면 좀 더 한가한 청소년기에 운동장이나 교실에 떨구어 놓았던 허세와 열의가 안소니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악덕들은 충격을 기원할 때보다 기쁨을 쫓을 때는 덜 번창하였으며 그리고 그가 한창 세련된 전시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내가 나폴리에서 보았던 한 부랑자가 생각이 났다. 그 부랑자는 영국인 관광객 무리들 앞에서 딱딱 떨어지는 제스처와 외설적인 말로 조롱을 하며 신나게 뛰어놀았었다. 그가 도박대에서 보낸 저녁 이야기를 할 때면 그가 눈을 굴리며 그의 양부 쪽 사람들의 칩 더미가 줄어드는 모습을 은밀히 훔쳐보던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였다. 우리가 축구를 하며 뻘밭을 구르고 크럼핏(작은 구멍이 난 납작한 팬케이크, 끝내주는 여자라는 속된 말로도 쓰인다.) 배터지도록 먹고 있는 동안에 안소니는 아열대의 모래밭에서 기름기가 바래가는 미인들을 도와주고 맵시 있는 작은 바에서 아페르띠프(반주)를 홀짝였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미 길을 들인 야만성은 여전히 그 안에 무성하였다. 그는 사립학교에서 네가 할 수 없다는 데 내기를 걸지 스타일로 경쟁심이 강했다. 여러분이 비아리츠에 있는 아르메니아 사람이 주물숭배자(페티시즘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물건을 공급하노라고 단골 구두직공의 이름을 대거나, 머물렀던 저택을 그가 빈번하게 드나들던 마드리드 궁전처럼 묘사를 하며 알려주기만 하여도 발끈할 것이다. 그는 잔인하기도 하였다. 완벽한 학교 사람들에게 감정이 북받쳐 고개를 숙이고, 작은 주먹을 휘젓는 아주 젊은 사람, 그리고 겁 없는 어린 소년 같이 곤충 다리를 부러뜨리고 제멋대로 굴듯이 잔혹하였다.

그는 나를 저녁에 초대하였다. 나는 우리 둘만 저녁을 먹는 걸 알고 약간 당혹하였다. ‘우리는 테임(Thame 옥스퍼드에서 7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에 갈 거야. 거기에 마음에 드는 호텔이 있어. 다행스럽게 불링돈(옥스퍼드의 사회 특권층의 배타적인 클럽 이름, 난폭하고 파괴적인 성향)치들의 매력은 끌지 못하는 곳이지. 우리는 라인산 와인을 마시고 우리 자신을 상상을 하겠지……어디더라? ,,, 자럭스(R. 서티스가 쓴 자럭스의 짧은 여행과 술잔치의 주인공)와 하는 짜,,짧은 여행 길은 아니야. 어쨌든. 하지만 먼저 우리 아페르티프부터 마시자.’

조지 바에서 그는 네 잔의 알렉산더 칵테일을 달라고 시키고 잔을 자신 앞에 나란히 놓으며 냠냠쩝쩝라고 큰 소리를 내었다.그 소리에 격분에 찬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떨어졌다. ‘넌 세리주를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친구 찰스야. 너는 세리 맛도 못 볼 것이다. 이거 정말 맛있는 혼합물 아니냐? 마음에 안 들어? 그렇다면 내가 널 대신해서 마셔주지. 하나, , , . 그들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갔다네. 저 학생들은 왜 쳐다보남?’ 그리고 그는 나를 밖으로 이끌고 기다리고 있던 차로 데려갔다.

거기에 재학생은 한 명도 안 보이기를 바란다. 당분간은 그 사람들한테 호의가 조금 떨어진 상태야. 너도 그 사람들이 목요일날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들었지? 무례하기 짝이 없었어. 다행히 난 가장 낡은 파자마를 입고 있었고 숨막힐 듯이 더운 저녁이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주 심각하게 짜증이 났을 거야.’ 앤서니는 말을 할 때 말상대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버릇이 있었다. 가까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칵테일 냄새가 그의 숨결에 훅 끼쳤다. 나는 그를 피해 빌린 차 구석으로 몸을 기울였다

 

2012-7-21

 

날 한번 그려봐, 외롭고 학구적인 나를. 나는 조금 가까이 하기 힘들어 보이는 앤틱 헤이(Antic Hay, 1923년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우스꽝스러운 춤이란 뜻의 16세기 연극의 제목)를 방금 샀었거든. 일요일날 가싱톤에 가기 전에 꼭 일어야만 했어. 왜냐면 그 이야기를 해댈 터인데 한창 각광을 받는 그 책을 아직 읽지 않으면 아주 따분한 대화가 되기 때문이야. 가만 생각하니 가싱톤에 가지 않은 것도 한 방법이었는데 지금까지 그 생각은 하지 못했군. 그러니, 나는 오믈렛과 복숭아, 비시 광천수 한 병을 먹고 잠옷을 걸치고 책을 읽으려고 편안히 자리를 잡았지. 생각이 가끔씩 딴 길로 새긴 했어도 나는 계속 페이지를 넘기고 희미해지는 빛을 쳐다보았지. 펙워터(Peckwater 크리스천 처치의 우아한 쿼드 중 하나)에 머무는 일은 상당히 이색적인 경험이야. 어둠이 석벽에 내려앉는 모습은 사람들 눈에 마치 쇠락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마르세이유 보 포르(옛 항구라는 뜻)에 있던 나병 걸린 얼굴 같던 건물벽이 생각이 떠오르는데 너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을 없을 그런 갑작스런 고함과 새된 소리로 밖이 시끄럽더군. 그리고 아래 작은 광장에 스무 명 쯤 되는 무시무시한 젊은 난봉꾼들이 보이데. 그들이 뭐라고 구호를 외쳤는지 알아? 연도(連禱)처럼 블랑쉬 나와라.’하면 블랑쉬 나와라.’따라하고 대놓고 그러다니. 무슨 선언도 아니고! 그날 저녁은 헉슬리와는 볼 장 다 봤구나 싶었지. 그리고 지루한 지점에 도달해서인지 나도 그런 방해도 오히려 반갑더라고. 우렁찬 고함에 마음이 움찔하긴 했지. 그런데 소리가 더 클수록 어째 더 주춤대는 것처럼 보이는 거 알아 그들은 계속 보이 어딨어?’ ‘그는 보이 멀캐스터의 친구야.’ ‘보이더러 그를 데려 오라 그래.’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군. 네가 보이 멀캐스터를 아는지 마는지 모르겠지만, 멀리서, 상당히 먼 거리에서 보았더라면 너는 그래도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말라서 흐느적거리는 구식의 젊은 남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하지만 좀 더 가까이 살피면 그의 얼굴은 모조리 조각이 나서 바보가 입을 쩍 벌린 것 같지. 사람들은 다소 퇴폐와 거리가 멀지. 때로 나한테조차 그런 말을 쓴다만. 진짜 퇴폐가 무언지 알고 싶으면 보이 멀캐스터를 봐.(1944) 너도 보이 만난 적 있지? 그는 항상 세바스찬의 방을 들락날락거려. 그는 영국 귀족들이 생각하는 속속들이 바로 그런 데이고(dago, 이탈리아 사람을 일컫는 속된 말)이야. 내가 봐도 대단한 신랑감이야. 런던에 있는 모든 젊은 여자들이 그를 쫓아다녀. 그는 그걸로 아주 거들먹거린다더군. 간은 콩알만 한데다 대단한 미련퉁이야. 그게 멀캐스터야. 더한 건 뭔지 알아. 비열한이지. (1966) 그는 부활절에 르 투케에 내려왔었어. 내가 무슨 정신이었는지 머물라고 했었나 봐. 어머니는 나한테 익숙하지만 불쌍한 양부는 멀캐스터를 도통 이해를 못하더군 너도 내 양부가 드,,데이고인 거 알지. 그래서 영국 귀족을 아주 좋게 봐.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영국 귀족의 인상과 맞는 데가 거의 없었어. 실제 나도 그에게 설명을 할 수 없었지. 그는 카드 놀음에 아주 극소량의 돈을 잃었는데 결과적으로 그가 낼 돈은 내가 다 내가 내길 바랐었지. 어쨌든 그 멀캐스터가 이 무리 속에 있었어. 그가 어색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아무 소용없어. 다시 돌아가서 술이나 한 잔 하자, ?’거리고 다니는 게 보이더군. 그래서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를 불렀지. ‘안녕하신가, 멀캐스터, 알랑거리고 빌붙어 먹고 사는 이 친구야. 약지 못한 녀석들 속에 숨어 있는 거냐? 너 카지노에서 건진 못 생긴 매춘부 때문에 나한테 빌린 돈 3백 프랑을 갚으려고 온 거냐? 그 여자 애먹은 거로 치면 보잘 것 없는 돈이긴 하지, 멀캐스터. 올라와서 돈 갚아. 한심한 난동꾼아!’

그게 말이지, 그 사람들 살짝 불을 질렀나 봐. 계단을 덜커덕덜커덕 시끄럽게 올라왔어. 한 여섯 명이 내 방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떠들고만 있었지. 그들 역시 이상해보였어. 그네들 우습지도 않은 클럽 만찬을 가졌었나 봐. 모두 색깔이 들어간 연미복을 있고 있더라고. 하인들 제복 같은 거 있지. “이 친구들아.” 내가 그들에 말했어. “대단히 아주 어수선한 하인들처럼 보인다.” 그러자 그들 중 한 명이, 좀 재밌는 작은 녀석이었는데 비정상적인 악덕을 두고 나를 비난하더군. “형씨. 도착증(동성애)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만족할 줄 모르진 않아. 너 혼자 있을 때 다시 와 줄래.”라고 말했지. 그러자 그들은 아주 충격적으로 신성모독적인 말을 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갑자기 나 역시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 “진짜, 이런 시끌벅적한 일이 내가 열일곱 살 때 있었지 하는 생각이 났지. 드 벵셍 공작(물론 늙은 아르망이지, 필립 말고)이 정사 사건으로 나한테 결투를 신청했었지. 공작부인보다 더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당연히 스테파니야, 늙은 양귀비가 아니고) 이제 이 여드름 덕지덕지한 술이 얼큰한 숫총각들의 무례함에 항복하자고…….”생각을 했어. 그래, 나는 목숨은 포기하고 장난스런 목소리로 정말 약간만 불쾌하게 굴었지.

그러자 그를 붙잡아. 머큐리에 집어넣자.” 이런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더군. 너도 알겠지만 나는 브랑쿠시(루마니아 태생 아방가르드, 추상 조각가) 조각상 2개하고 몇 가지 예쁜 물건들이 가지고 있잖아. 나는 그것들을 거칠게 다루는 게 싫어서 그래서 평화적으로 말을 했지. “이 투박한 놈들아, 너네들이 성심리학에 대해 조금치라도 안다면 근육 튼실한 사내들이 거칠게 다루는 것보다 더 짜릿한 쾌감을 주는 일은 없다는 걸 알 텐데. 아주 외설적인 황홀경이 될 거야. 너희들 중 누구라도 내 즐거움의 파트너가 되고 싶으면 와서 날 붙잡아 봐. 근데 반대로 너희들이 단순히 좀 불명확하고 덜 쉴게 분류되는 리비도를 만족시키기를 바라고 내가 멱을 감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라면 조용히 날 따라와. 젊은 주정꾼들아. 분수로 가자.”

그거 알아? 그들 모두 조금 벙 쪄서 서로들 쳐다봤어. 나는 그들과 함께 내려갔어. 한 자는 떨어져 내 근처에는 아무도 안 오더군. 그래서 나는 분수에 들어갔어. 정말 기분이 상쾌하데. 그래서 조금 놀기도 하고 연설도 좀 하고. 그랬더니 그들이 몸을 돌리고 뚱하게 집으로 걸어가 버리더라고. 보이 멀캐스터가 어쨌든 우리는 머큐리에 저 놈을 처넣었어.’라고 하던 말이 들리데. 알겠지. 찰스, 그 놈들은 이후로 30년 동안 딱 이 말을 되풀이 하겠지. 모두들 말라빠진 암탉 같은 여자들에게 장가를 가고 저 닮은 크레틴 병(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는, 돼지 같은 아들을 낳고서 똑같은 색 코트에 똑같은 클럽만찬에서 취해서는 내 이름이 오를 때마다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겠지. ‘우리는 어느 밤인가 머큐리에 그 놈을 처넣었어.’ 시골뜨기 같은 그 집 딸들이 낄낄거리며 우리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개차반이었구나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따분한 꼰대가 되었을고.‘ 생각하겠지. , 라 파티큐 뒤 노르(La fatigue du Nord 북방의 피곤이여!)

나도 안다. 안소니가 물에 빠뜨려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인상이 깊었던지 그는 저녁식사 시간에 한 번 더 고대로 들려주었다.

그런 불쾌한 일이 세바스찬에게 일어나는 일은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렇지 않아?”

그래, 상상할 수도 없지.” 내가 말했다.

그렇지, 세바스찬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 그는 촛불을 향해 혹(hock, 독일산 백포도주) 잔을 들고 그런 매력이라고 되풀이 말했다. “그 다음날 세바스찬을 만나러 갔었던 거 알아? 전날 저녁의 내 모험 이야기를 들으면 재밌어 할 거란 생각을 했거든. 거기서 누굴 봤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 세바스찬의 재밌는 곰 인형 말고. 멀캐스터하고 그 전날 밤에 같이 있던 친구 두 명이야. 그 사람들 아주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더군. 그리고 세바스찬은 퍼,, 펀치에 나오는 프,,폰손비--톰킨처럼 차분하게 너 로드 멀캐스터 알지.’라고 말하자 그 미련퉁이들이 우린 그냥 얼로이어스가 어떤지 보러 오던 참이야.’라고 하데. 왜냐면 그들도 장난감 곰이 우리만큼 재밌다는 걸 알거든. 아니면 내가 아주 쬐끔 눈치를 줬나 보지? 그랬더니 자리를 뜨데. 그래서 내가 말했지. ‘,,세바스찬, 저 아,알랑방구 과,괄태충들이 지난밤에 날 모욕했던 일 알고는 있는 거야? 날씨가 따뜻해서 망정이지 아,,아주 심한 감기에 들 뻔 했어.’ 그가 불쌍하기도 해라. 그 사람들 술이 취했던 거겠지.’ 그는 너도 보다시피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한 말을 해. 그는 그런 매력을 지녔지.

그가 찰스, 너한테 완전히 사로잡힌 거 알아. 여튼 놀랍지는 않아. 물론 나만큼 그를 알고 지내진 않았지. 나는 그하고 같이 학교에 있었어. 아마 넌 못 믿겠지만 그 시절에 애들이 그를 계집년이라고 부르곤 했어. 그를 잘 아는 몇몇 인정 없는 소년들만 그랬었지만. (pop-이튼의 사교클럽)에 있는 모든 애들은 물론 그를 좋아했지. 그리고 모든 선생들도나는 그들이 진짜로는 그를 부러워서 그런다고 여겼어. 한 번도 곤란한 일에 말려들지 않아 보였거든. 나머지 우리는 끊임없이 온갖 흉포한 방법으로 시시콜콜 하찮은 구실로 두드려맞았지만 세바스찬은 절대 없었어. 그는 우리 기숙사에서 한 번도 맞지 않은 유일한 소년이었어. 열다섯 살 적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그는 피부에 뾰루지 하나 없었어. 다른 애들은 다 여드름투성이였는데. 보이 멀캐스터는 연주창 수준이었지. 하지만 세바스찬은 아니야. 혹 그도 있었을까? 목 뒤에 아주 고질적인 녀석으로 하나 말이야. 이제 생각하니 있었네. 고름집 하나 지닌 나르키소스, 그하고 나는 둘 다 가톨릭교도였어. 그래서 같이 미사에 가곤 했지. 그는 그런 시간을 고해실에서 지냈어. 나는 그가 무얼 고해해야 하나 궁금했지. 그는 잘못 된 일을 한 적이 없거든. 없고말고. 적어도 벌 받은 적은 없어. 어쩌면 그냥 격자 살대 너머로 매력발산 중이었는지도 모르지. 나는 소위 눈 감고 모르는 척 했어. 그런데 왜 그렇게들 말하는 걸까. 내게는 반갑지 않은 빛이 눈에 시린 것 같았어. 과정에는 개인지도교사의 써레질 같은 면담 과정이 있었어. 온순한 노인이 얼마나 관찰력 깊은지 알게 되는 일은 참으로 당황스럽지. 나에 대해서, 어쩌면 세바스찬은 제외하고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알고 있었어. 그 노인네가. 온순한 노인들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받았지. 아니면 매력적인 남학생? 어느 쪽일까?

이 포도주로 한 병 더 마실래? 아니면 좀 더 다른 걸로? 무언가 다른, 무언가 피비린내 나는, 오래된 버건디(부르고뉴산포도주) ? 너도 알지, 찰스. 나는 네 모든 입맛을 꿰고 있어. 나하고 꼭 프랑스에 가서 포도주를 마시자. 포도수확기에 갈 수도 있어. 너를 데리고 벵센 가에 가서 머물 거야. 그 사람들과는 이제 모두 화해를 했어.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질 좋은 와인을 소유하고 있어. 그하고 프린스 드 포르타용이 그렇지. 거기도 데려가 줄게. 그 사람들이 잘 맞아줄 거야. 물론 널 좋아도 하겠지. 나는 많은 내 친구들에게 너를 소개해 주고 싶어. 콕토에게 너에 대해 이미 말했어. 아주 궁금해 하더라. 너도 알지, 넌 아주 드문 그런 아티스트야. , 이런, 수줍어하지 마. 차갑고, 영국적인, 침착한 외면 뒤로 너는 아티스트야. 난 네 방에 깊이 숨겨둔 작은 드로잉을 본 적이 있어. 정말 정교하고 아름다웠어. 그리고 찰스, , 내 말을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아름답지 않아. 하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냐. 아티스트는 아름답지 않아. 나는 그래. 세바스찬은 어떤 면으로 아름다워. 하지만 예술가는 영원한 유형, 견고하고 목적의식이 있고, 관찰력 깊지. 그 모든 것 아래에 저,,정열이 도사려있어, , 찰스?

하지만 누가 너를 알아볼까? 저번 날에 나는 세바스찬에게 너에 대해 말했어. ‘근데 너도 아다시피 찰스는 예술가야. 그는 젊은 잉그르(19세기 프랑스 신고전파 화가, 인물 초상화로 유명하다)처럼 그림을 그려.‘라고 말했더니 세바스찬이 뭐랬는지 알아? ’그래, 알로이어스도 아주 예쁘게 그려. 하지만 물론 그가 더 현대적이지.‘ 정말 매력적이야, 참으로 재밌어.

물론 매력을 지닌 사람들은 머리가 진짜로 필요가 없어. 스테파니 드 벵센은 4년 전에 내 흥미를 돋웠어(도취를 시켰지). 나는 그녀에게 정신을 못 차리고. 이처럼 사랑을 구걸하며 기어 다녔어. 어땠게. 나는 심지어 같은 색 패티큐어를 사용했어. 그녀의 단어들을 사용하고 같은 방식으로 담뱃불을 붙이고 전화에는 그녀 어조로 대화를 했어. 그래서 그 공작은 그녀인줄 알고 나하고 아주 길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곤 했지. 그 사람 마음에 아주 구식으로 피스톨과 칼을 떠올리게 되는 계기도 크게는 그거였어. 양부는 나에게는 좋은 교훈의 기회라고 생각했어. 그가 나의 영국식 버릇이라고 하던 습관을 벗어나 성장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어. 불쌍한 분, 그는 전형적인 남아메리카 사람이야. 하여튼, 나는 내 영국식 버릇을 지니고 있어. 하지만 무언가 다른 것은 잃어버린 것 같아. 열일곱 살 때 나는 무엇이나 될 수 있었어. 아티스트도 가능했지. 가망 없는 일이 아니야. 피 속에 흐르고 있으니까. 스물하나에 너도 보다시피 이게 나야. 모든 것을 허비해버리다니., 그것도 아주 어린 나이에, 내가 좀 더 내세울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곧바로 발치료사를 그녀 애인으로 삼으려고 했을 여자에게. (1944) 나는 스테파니에 대해 안 좋은 말 하는 사람을 못 봤어. 그 공작 빼고. 모든 사람들이 그 여자를 무슨 짓을 했든지 간에 좋아했어. 1944 (그리고 친애하는 그녀는 진짜로 크레틴 병자일 거야.1966)

2012-7-26 

안소니는 과거 로맨스의 깊은 물속에 잠기느라 평소 말더듬을 잃었다. 과거는 그에게 잠깐씩, 커피와 알코올과 함께 다시 떠밀려왔다. ‘진짜 노,,녹색 샤르트르, 수도승들이 추방되기 전에 만들어진 거. 혀를 똑똑 타고 흐르는 다섯 가지 독특한 맛이 나지. 마치 스,스펙트럼을 삼키는 것과 비슷해. 넌 세바스찬이 우리하고 같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니? 물론 그렇겠지. 나는? 모르겠다. 우리 생각은 지치지도 않고 그의 사소한 매력 뭉치들로 계속 흘러가는 건지. 너는 내 넋을 완전히 빼놓고 있다고 생각해, 찰스. 나는 너를 여기, 상당한 비용을 써가며 데려왔어. 나 자신에 대해서 말하려는 단순한 이유로. 그런데 이제 보니 세바스찬 말고는 아무도 화제에 올리고 있지 않고 있네. 그에 관해서는 미스터리가 하나도 없다는 게 기이해. 그가 그런 아주 사악한 가족 중에 태어났다는 점을 빼면.

네가 그 가족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까먹었다. 지금 거기엔 시인에 관한 문제가 있어. 미래의 시인. 분명 정신분석학자이가 될 시인, 아마 악마주의자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가족들을 만나게 두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 그는 아주 영특해. 그 사람들은 아주 매력적이지만 그리고 상당히, 상당히 섬뜩해. 너 세바스찬한테서 아주 조금이라도 섬뜩한 무언가를 느낀 적 있니? 없어? 그럼 내가 상상했던 모양이네. 그냥 그가 때로는 나머지 가족들을 그렇게 여기기 때문에 그랬나.

브라이즈헤드는 무언가 태곳적 같은, 수 세기 동안 가려져 있다 동굴을 나온 것 같은 곳이야. 마치 아즈텍 조각가가 세바스찬의 초상화를 시도하는 듯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브라이즈헤드는 학식 있는 편협한 사람, 격식을 차리는 미개인, 눈에 갇힌 라마야.……하여튼, 네 좋을 대로 갖다 붙여봐. 하지만 줄리아는 아니야. 그래, 레이디 줄리아는 아냐. 그녀는 남다른 존재, 르네상스 비극이야.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너도 알지. 누가 모르겠어. 사진이 삽화 잡지에 비첨 알약(담즙소질. 신경성 병으로 먹던 하제) 광고로 아주 정기적으로 나오는데. 흠집 없는 피렌체파 쿠아트로센토(Quattrocento 15세기 문예부흥 초기, 문화적, 예술적 변화의 통칭) 미인의 얼굴이야. 그런 얼굴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라면 예술적이 되도록 유혹을 받았을 거야. 하지만 레이디 줄리아는 아냐. 그녀는 똑똑해, ... 스테파니만큼 똑똑해. 그녀에게 녹색-황색(greenery-yallery, 아르 누보 풍이란 말, 젠체하는 뜻까지 포함)은 없어. 아주 흥겹고, 아주 올바르고, 아주 꾸밈이 없어. 개하고 아이들이 그녀를 사랑해. 다른 여자애들이 그녀를 사랑해. 그녀는 마귀야. 냉정하고, 소유욕 많고, 무자비하고 사람을 은근히 자극하는 존재야. 그녀가 근친상관일까 궁금해. 그런 의심도 드네. 그녀가 원하는 건 힘이 아닐까. 특별히 종교재판을 열거 그녀를 화형 시키야 한다고 생각해. 다른 여동생도 있어. 아직 학교에 다닐 거야. 그녀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게 없어. 그 아이 여자 가정교사가 미쳐서 얼마 전에 물에 투신했다는 거 빼고. 그녀 역시 가증스러운 존재가 틀림없을 거야. 그러니 불쌍한 세바스찬이 다정하고 매력적인 거 말고 달리 남아 있을 만한 게 정말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겠지.

사람들이 부모가 되고 나면 바닥없는 나락이 열려. 그것도 쌍으로. 레이디 마치메인은 어떻게 그걸 버텼을까? 평생이 걸릴 의문이야. 그분 뵌 적 있던가? 아주, 아주 아름다우셔. 농간을 부리지 않은 머리카락은 막 은발로 변해 우아한 은색 개울 같아. 볼연지는 없이 아주 창백해. 커다란 눈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눈이 커 보이던지, 그리고 눈꺼풀에 푸릇하게 결이 나있는 정맥들하며, 남들은 눈꺼풀에 일부러 색조화장을 하는데. 진주 장신구, 몇 개 별 모양 보석들, 아주 오래 전 세팅을 하고 있는 가보를 하고, 목소리는 기도하는 사람처럼 조용하지만 또한 힘이 넘쳐. 그리고 마치메인 경은, 조금 살집이 있는 편이긴 해도 아주 잘 생겼어. 과장 심하고, 호색한에, 낭만적이며, 지루해하고, 전염성이 강하게 나태해.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야. 그리고 그 라인하르트 수녀(카를 폴묄러와 막스 라인하르트 연극 기적의 등장 수녀, 기사와 도망을 간 동안 수녀원에 성모상이 사라져 그녀를 대신한다.)가 그를 파괴해버렸어. 아주 완전히. 그는 붉그락푸르락거리는 그의 대단한 얼굴을 어디에도 감히 내밀 수가 없지. 그는 사회에서 추방이라는 역사적인 일이, 진본으로 남은 마지막 사람이야. 브라이즈헤드는 그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여자애들도 안 보려고 할 걸. 세바스찬은 그런데 해. 왜냐면 그게 그의 매력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 가까이 가지 않아. 왜 그때, 지난해 9월에 레이디 마치메인은 베니스의 팔라조 포례래(Palazzo Fogliere)에 머물렀던 적 있잖아. 터놓고 말해서 베니스에서 그녀는 아주 약간 터무니없었어. 그녀는 한 번도 리도(LIdo 이탈리아 모래섬, 해변 휴양지) 근처에 가지 않았어. 하지만 아드리안 퍼슨 경과 함께 운하를 곤돌라를 타고 여기저기 다녔지. 마담 레까미에 (18세기 전반, 유명 예술가들이 북적이는 유명한 살롱의 여주인)같은 태도로 말이야. 한 번은 그들을 비켜 지나는데 포례레 곤돌라 사공과 눈이 마주쳤지. 그 사람과 물론 알던 사이였는데 그가 윙크를 보내더라고. 그런 뜻 있잖아. 그녀는 거미줄로 된 고치 같은 옷을 입고, 마치 무슨 켈트식 연극의 일부나 마테를링크(벨기에의 상징주의 시인, 극작가) 연극의 주인공처럼 하고서 모든 종류의 파티에 갔어. 그리고 교회에 가곤 했지. 너도 알겠지만 베니스는 아무도 교회에 다니지 않은 이탈리아 마을 중에 하나잖아. 어쨌든 그녀는 조금 그해의 놀림감의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누가 나타났느냐 하면 말통의 요트에 떡하니 불쌍한 마치메인 경이 등장했어. 거기에 작은 성을 얻었거든. 하지만 그의 승선이 허락되었을까? 말톤 경은 그와 수행 하인을 소형보트에 밀어 넣고 거기서 다시 배를 갈아 태우고 트리에스테(이탈리아 동북부 항구도시)를 향하는 증기선에 실어 보냈지. 그는 그의 정부조차 대동하고 있지 않았어. 일 년마다 돌아오는 그녀의 휴가 기간이었는데. 어떻게 그들이 레이디 마치메인이 거기 있다는 걸 들었는지 아무도 몰라. 그리고 일주일 동안 말톤 경은 명예를 실추한 사람마냥 슬금슬금 피해 다닌 거 알아? 진짜 면목을 잃기도 했지. 프린시페사 포례레에서 무도회가 열렸는데 말톤 경은 초대를 못 받았고 그의 요트에 탄 사람 아무도 초대 안 되었지. 드 파노스 가문조차도. 레이디 마치메인은 어떻게 그렇게 할까? 그녀는 마치메인 경이 잔악무도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세상 사람들에게 단단하게 박았어.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 그들은 거의 십오 년간 결혼생활을 하고 마치메인 경이 전쟁에 나갔지. 그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아주 재능이 많은 댄서와 관계를 맺었지. 그런 경우는 수천도 넘어. 그녀는 아주 독실한 사람이어서 이혼을 거절했어. 그래 그런 경우는 이전에 많아. 보통 간통을 범한 남자한테 동정이 일어나는데 마치메인 경의 경우에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 그 늙은 타락한이 부인을 지독하게 괴롭히고, 그녀의 세습재산을 빼앗고, 그녀를 문밖으로 쫓아내고 아이들은 속을 채워 굽고, 먹어치워 버린 뒤 소돔과 고모라의 모든 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쓰고서 얼싸절싸 뛰놀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대신 어쨌게? 4 명의 눈부신 아이들을 부인에게 양육권을 남기고, 브라이즈헤드와 세인트 제임스에 있는 마치메인 하우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모든 돈을 넘겨주었지. 한편 그는 눈 같은 셔츠 앞부분만 걸친 채로 단정한, 중년의 극장 무용가와 라뤼에서 지극히 평범한 에드워드식 스타일의 집에 앉아 있어. 그리고 그녀는 한편으로 작은 포로 무리를 거두고 수척하게 노예로 부리며 어디에도 나누지 않고 그녀만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 그녀는 그들의 피를 빨아. 목욕할 때 보면 아드리안 포손의 어깨에 온통 이빨자국이 난 걸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오직 하나뿐인 시인이었는데 그 사람 피를 바싹 말려버려서 그에게 남은 게 하나도 없어. 다섯 명인가 여섯 명 모든 나이대의 남녀들이 유령처럼 그녀 주위로 따라다니고 있어. 그녀가 한 번 그들에게 이빨을 박으면 그들은 결코 달아나지 못해. 이건 사술이야, 달리 설명이 안 돼.

그러니 가끔 세바스찬이 조금 재미없어 보인다고 해서 그를 비난해서는 안 돼, 알겠지? 하지만 너는 그를 비난하지 않지, 안 그래, 찰스? 그렇게 아주 어두컴컴한 배경을 가지고 그가 단순하고 매력적인 존재인 체 하는 거 말고 어쩌겠어? 특히 그가 꼭대기 층에 속했는데 그다지 천부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그에게 그런 것들을 요구할 수 없어. 이만큼이나 그를 사랑하는데 그럴 수 있겠어?

솔직하게 이야기 해봐. 세바스찬이 네가 오 분 이상 기억을 할 만한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 너도 알지. 내가 그가 말하는 걸 들을 때 나는 어떤 점에서 속이 메슥거리는 거품 방울(라파엘 전파의 존 에버렛 밀레이의 아이의 세상의 다른 이름. 비누회사 광고로 유명하였다고 함.) 그림이 생각이 나. 내가 아는 한 대화란 저글링과 비슷해. 위로 공과 풍선, 접시가 올라가지. 던지고 받고, 들어갔다 나갔다, 돌리고 뛰고. 좋은 착실하고 훌륭한 대상은 각광 속에서 반짝이지만 놓쳐버리면 덜컹 떨어져버리지. 하지만 세바스찬이 말을 하면 비누거품의 작은 방울이 토관 끝에서 사방으로 방울져 떨어져 나오는 것 같아. 언뜻 무지개 빛으로 가득 찼다가 일순  사라져버리지.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아, 아무 것도.

스테파니가 그와 같았어. 한 번도 따분한 적이 없었어. 적어도 진짜로 따분한 적은 없어. 적어도 첫 1년 동안에는 안 그랬지. 그런 뒤 버릇처럼 되어버리자 지루함이 가슴에 있는 종양처럼 점점 더 크게 자랐어. 그녀의 입을 바라보며 괴로움에 가득 찬 긴장감에 제발 순전히 진부한 언어로 틀이 잡힌다면, 그저 사형선고를 갈망을 하지. 나는 내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다 펌프질로 빠져나가는 걸 느꼈어. 나는 유리 덮개를 통해 사랑하던 사형집행인을 보면서 진공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느꼈어. 그리고 그녀가 지금 무슨 해를 끼치고 있는지 거의 거의 깨닫지 못하면서 부드럽고, 한가하게 살인을 계속 해나갔어. 이건, 매력에 목이 졸리는 일은, 성장의 가장 다치기 쉬운 단계에 있는 화가에게 추천할 만한 경험은 아니야.’(1944)

그런 뒤 안소니는 화가의 적절한 경험들, 그의 친구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찬사와 비평에 대해, 그리고 이런 저런 일들을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졸음을 느껴 마음이 조금 다른 곳으로 샜다. 그래서 우리는 집으로 차를 몰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맥덜런 브릿지(처웰 강 위에 놓인 다리)로 방향을 바꿀 때 그가 말한 단어들이 저녁 식사의 중심 주제를 되살렸다. “저기, 찰스. 틀림없이 내일 제일 처음 세바스찬에게 종종걸음 쳐 바로 가 그에 관한 한 말 모두를 해줄 테지. 그리고 두 가지를 이야기 해주마. 하나, 일러준다고 나에 대한 세바스찬의 감정이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을 거란 것, 두 번째로 그리고 솔직히 너를 의식불명 지경까지 지루하게 하긴 했지만 이건 기억하길 부탁할 게. 그는 바로 그의 재밌는 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거야. 아이처럼 천진스럽게 잘 자렴.‘

 

하지만 나는 잘 자지 못했다. 졸려서 더듬거리며 침대로 간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나는 다시 잠이 깨었다. 목이 마르고 조급증이 나고 번갈아서 더웠다 추웠고 비정상적으로 흥분이 되었다. 너무 많이 마셨다. 와인을 섞어 마셨다거나 샤르뜨뤼즈, 혹은 마브로다프네(그리스 포도주 진한 적갈색 와인) 트리플 때문이라거나 평소에 하듯이 강아지처럼 뛰놀고 뒹굴며 애매모호한 일을 명백하게 설명해 그날 가위눌린 밤에 대한 고통을 해명하는 대신에 가만히 앉아 내 쪽에서는 저녁 내내 거의 침묵을 했었다는 점 때문도 아니었다. 어떤 꿈도 그날 저녁의 이미지를 끔찍한 형태로 일그러뜨리지 않았다. 새벽까지 세인트 메리에서 울리는 15분 종소리란 종소리는 다 들었던 거 같다. 악몽 속 인물들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 경주를 벌였다. 깨어있는 시간 내내 안소니의 단어들, 그의 악센트까지, 소리 나지 않게, 그의 이야기 중의 강조와 마침표까지 잡아내고 스스로 되풀이해 하고 있었다. 한편 눈을 감고 있으면 나는 디너 테이블 너머 내 앞에 앉아 있던 촛불 빛이 비껴든 그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보였다. 한번은 아직 어두운 시간에 거실에 드로잉을 꺼내 놓았고 열린 창문에 앉아 그들을 뒤집어 보았다. 사각안뜰의 모든 것이 까맸고 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15분 알림 종이 깨어서 박공지붕들 너머로 울렸다. 나는 소다수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애태우며 보내다 보니 새벽 어스름이 트기 시작하였고 바스락거리며 솟아나는 산들바람에 나는 다시 침대로 갔다.

 

잠에서 깨자 런트가 열린 문가에 서있었다. ‘일부러 깨우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공동 성찬식에 가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대로 맞췄네요.’

대부분 신입생들은 갔어요. 2학년생도 상당수 가고 그리고 삼학년들도. 이게 모두 새 목사 때문이에요. 이전에는 공동 성찬식이 없었어요. 그냥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찬식하고 예배하고 저녁예배뿐이었지요.’

학기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1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내가 욕조에 들어가자 사각 뜰은 부속 예배실에서 복도로 표류해 나오던 가운을 입고 중백의를 입은 학부생들로 가득 찼다. 내가 다시 나오자 그들은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재스퍼는 하숙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와서 그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