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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Bridgeshead Revisited

브라이즈헤드 되돌아보며 6

by 어정버정 2023. 5. 7.

2016 7-15 

4시가 넘어서 우리는 헤어졌다.

안토니 블랑셰가 제일 먼저 갔다. 그는 우리에게 돌아가며 공식적이며 칭찬의 작별 인사를 고했다. 세바스찬에게 그는 나는 피,,핀 쿠션처럼 미늘이 잔뜩 달린 화살처럼 너한테 딱 달라붙어 있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세바스찬이 당신을 발견하다니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디 숨어 있었어요? 당신 굴까지 파고 들어가서 늙은 담비처럼 당신을 모,몰아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금방 떠났다. 나는 그들과 함께 가기 위해 일어났지만 세바스찬이 말렸다. ‘코엥트로 좀 더 들지.’ 그래서 나는 머물렀고 조금 지나자 그가 식물원(1621년에 설립된 오래된 옥스퍼드대학 식물원)에 가야겠어.’라는 말을 꺼냈다.

?’

담쟁이덩굴을 보려고.’

일견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일 같아서 나는 그와 함께 갔다. 머톤(Merton, 1264년에 세워진 오래된 대학)의 벽 아래를 걸어갈 때 그는 내 팔짱을 끼었다.

나는 한 번도 옥스퍼드 식물원에 가본 적이 없어.’ 내가 말했다.

, 찰스, 너 정말 배워야할 게 많구나! 거긴 아름다운 아치가 있고 내가 존재를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각종 담쟁이가 있어. 식물원이 없다면 난 아마 갈 데가 없을 거야.’

한참 후에야 내가 방에 돌아왔을 때 방은 내가 아침에 떠날 때와 똑같은 상태였다. 나는 이전에는 나를 짜증나게 하지 않았던 따분한 공기를 감지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노란 수선화 말고는 진짜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가리개 때문인가? 나는 가리개를 벽 쪽을 향하도록 돌렸다. 그랬더니 좀 나았다.

그게 가리개의 마지막이었다. 런트는 가리개를 한 번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이 지나자 그는 이를 계단 아래 자루걸레와 양동이를 잔뜩 보관하는 잘 알려지지 않는 피난처로 치워버렸다.

그 날이 세바스찬과의 우정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그렇게 하여 유월의 아침, 높이 솟은 느릅나무 아래 그늘에 그의 옆에 누워 그의 입에서 나온 담배연기가 가지 사이로 둥둥 떠가는 모습을 쳐다보는 날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현재 다시 한 시간 더 차를 몰고 나자 우리는 배가 고팠다. 우리는 여관에 멈췄다. 그곳은 반은 농장이기도 하였는데 해가 안 들고, 오래된 시계가 그늘 속에서 째깍거리는 응접실에서 달걀과 베이컨, 피클로 담은 호두와 치즈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응접실의 빈 벽난로 옆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자고 있었다.

차를 몰아 이른 오후시간에 우리의 목적지에 닿았다. 연철대문과 쌍둥이. 마을 녹지 위의 고전적인 오두막들, 진입도로, 더 많은 문, 야외 대정원, 진입로의 모퉁이길.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새롭고 비밀스러운 풍광이 우리 앞에 활짝 펼쳐졌다. 우리는 계곡의 상부에 서 있었고 우리 아래로, 멀리 반 마일 가량 햇볕 드는 자 쪽으로, 수풀의 장막의 가운데 회색과 금빛으로 고택의 둥근 지붕과 기둥들이 빛났다.

어때?’ 차를 멈추고 세바스찬이 말했다. 둥근 지붕 너머로 점차 물러나는 물의 계단이 놓여 있었고 집을 휘감고 보호하며 숨기고 있는 부드러운 언덕이 서 있었다.

어떠냐구?’

정말 살기 좋은 곳이네.’ 내가 말했다.

앞쪽 정원하고 분수도 봐야 돼.’ 그가 몸을 앞으로 기대며 차의 기어를 넣었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이야.’ 그리고 그때까지도 광경에 혼이 빠져 있던 나는 아주 잠시, 그가 사용한 단어에 불길한 한기를 느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이야란다.

걱정 마.’ 그가 말을 이었다. ‘모두 멀리 있어. 넌 그 사람들 마주칠 필요 없을 거야.’

하지만 난 만나고 싶은데.’

어쩌나. 그럴 수 없어서. 가족들은 런던에 있어. (춤추러)

우리는 정면을 빙 돌아서 옆에 달린 정원에 들어섰다. ‘모든 문이 다 닫혔어. 이쪽 길로 가는 게 더 나아.’ 그리고 요새 같은, 돌로 포장이 된, 돌로 아치를 올린 하인들 숙소를 통과해 들어갔다. ‘네가 호킨스 유모를 만났으면 해. 그게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야.’ 그리고는 카페트가 깔리지 않고 북북 문지른 티가 나는 느릅나무 계단을 올라갔다. 그 뒤로 중앙에 드러깃(인도산 거친 융단) 얇고 긴 천으로 드리운 폭이 넓은 널로 된 복도가 따라 나왔고, 리놀륨을 깔아놓은 복도를 지나, 많은 작은 난간으로 된 벽들과 줄을 선 많은 진홍색과 금색의 소방용 양동이를 지나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 꼭대기 문에 마침내 본관의 중심에 있는 높은 둥근 지붕 속, 유아방에 도달하였다. (꼭대기 문에 다다랐다. 둥근 지붕은 샹보르 용선로벽돌처럼 보이도록 고안이 된 가짜였다. 북 모양 기둥은 단지 분할된 방으로 가득한 추가적인 층일 뿐이었다.)

세바스찬의 유모는 열린 창문가에 앉아 있었다. 분수가 그녀 앞에 놓여 있고, 호수, 사원, 그리고 저 멀리 마지막 돌출부로 반짝거리는 오벨리스크가 있었다. 유모의 손에 무릎 위에 펼쳐져 그 사이에 느슨하게 묵주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젊은 시절 긴 시간의 노동, 중년의 권위, 지금 나이의 휴식과 안도가 그녀의 주름지고 평화로운 얼굴에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것 참.’ 유모가 잠에서 깨었다. ‘놀라운 일이군.’

세바스찬이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이 사람은 누군가?’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모르는 사람 같은데.’

세바스찬이 우리를 서로 소개시켰다.

너 정말 시간 잘 맞춰 왔다. 줄리아가 하루만 여기 있을 거야. 그녀는 거의 오전 나절 내 나하고 있으면서 런던에 대해 말했어. 그 사람들이 모두가 갖는 그런 시간들 말이다. 그 사람들 없이 지루하지. 그냥 챈들러 부인하고 그 두 딸하고 늙은 버트만. 그런 뒤 휴가를 떠날 거고 보일러는 8월에 청소를 하고 너는 이탈리아에 나리를 만나러 가겠지. 나머지 사람들도 출타를 하고. 9월이 되어서야 우리는 다시 정착을 할 거야. 그래도 나는 줄리아가 다른 젊은 아가씨들처럼 똑같은 즐거움을 누릴 거라고 생각해. 허나 여름 가장 좋은 때에 항상 런던에 가고 싶어 하고 정원에 못 나가 안달인지는 난 절대 이해가 되진 않지만. 핍스 신부가 목요일에 여기 있었는데 똑같은 말을 그분에게 했었지.’ 그녀는 이와 같이 그녀의 의견에 대해 성직자의 재가를 얻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덧붙였다.

줄리아가 여기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 막 길이 엇갈렸을 거야. 보수당 여성 모임이 있어. 마님이 그들과 끝내려고 했지만 일만 꼬였지. 줄리아는 오래 있지 않을 거야. 연설을 마치가 바로 떠난다더군. 차 마시는 시간 전에.’

아쉽지만 우리는 또 길이 엇갈릴 것 같아요.’

그러지 말거라. 널 보면 아가씨가 아주 놀랄 텐데. 비록 차 시간까지 기다려야겠지만. 내가 아가씨에게 말했지. 그게 보수당 여성들이 오는 이유라니깐. 근데 새로운 소식은 있어? 열심히 책은 공부하고 있는 거지?’

아주 열심히는 아녜요. 유모.’

보아하니 종일 크리켓을 하는군. 도련님 형님처럼. 그래도 그 분은 공부할 시간도 따로 냈지. 그 분은 여기에 성탄절 이후에 안 오셨어. 하지만 아마 농산물 품평회 때문에 올 거야. 신문에 난 줄리아 아가씨에 관한 기사 봤니? 아가씨가 날 위해 가져왔더구나. 턱없이 형편없게 나오긴 해도 아주 근사하다고 기사가 적혀있더라. “레이디 마치메인이 이번 시즌에 데리고 나온 사랑스러운 따님은……재치 있고 빛을 더하는……가장 인기 있는 데뷔 아가씨이다.” 틀린 말 하나도 없기 하지만 머리를 그렇게 자르다니 창피한 일이야. 마님처럼 정말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데. 핍스 신부님께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말씀드렸지. 그 분이 수녀는 그렇게 자릅니다.” 그러시기에 내가 그래요, 그렇긴 해요, 신부님. 레이디 줄리아를 수녀로 만들 계획은 아니시죠. 설마!”라고 했어.’

세바스찬과 나이든 부인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매력적인 방이었다. 지붕의 둥근 곡선에 맞춰 기이하게 모양이 잡혀 있었다. 벽은 리본과 장미 문양의 벽지가 발려 있었고 구석에는 흔들 목마가 놓였고 벽난로 선반에서는 성심의 유화풍 석판화가 올려져 있었다. 빈 벽난로 쇠살대는 팜파스 풀과 부들 한 다발로 가려지고 깔끔하게 먼지를 턴 서랍장의 맨 위에는 그녀의 아이들이 이런저런 기회에 건넨 작은 선물들이 모여 놓여 있었다. 조각 조개껍질과 용암, 압인이 된 가죽, 채색 나무, 도자기, 매목 떡갈나무, 물결무늬 은제품, 자형석, 설화석고, 산호초, 수많은 휴일의 기념품들.

유모가 지금은 종을 울리렴, 우리 차라도 마시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보통 챈들러 부인에게 내려가지만 오늘은 여기서 먹자꾸나. 평소 시중들던 애는 다른 사람들하고 런던에 갔지. 새로운 여자아이는 마을에서 온지 얼마 안 되었어. 걔는 처음에 아무 것도 몰랐는데 하지만 멋지게 나이지고 있어. 종을 울리거라.’

하지만 세바스찬은 우리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줄리아 아가씨는? 그냥 갔단 말 들으면 속상하실 텐데. 아가씨에게 아주 깜짝 놀랄 일이었을 텐데.’

불쌍한 유모.’ 우리가 유아방을 떠나자 세바스찬이 말했다. ‘아주 따분하게 살고 계셔. 난 옥스퍼드에 모시고 가 같이 살 마음도 있어. 늘 교회에 보내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내 동생이 돌아오기 전에 얼른 가야해.’

네가 부끄러운 게 어느 쪽이야. 그녀야 아니면 나야?’

난 내 자신이 부끄러워.’ 세바스찬이 장중하게 말을 했다. ‘나는 너하고 우리 가족하고 섞이게 할 생각이 없어. 그 사람들 엄청나게 매력적인 사람들이야. 내 평생 동안 그 사람들은 다들 내게서 뺏어갔어. 일단 그 사람들이 너를 알게 되면 홀려서 나가 아니라 그들 친구로 만들어 버리겠지. 그렇게 둘 순 없어.’

알았어. 완전 만족스런 대답이군. 그러면 나는 집안 어느 누구도 만나도록 허락이 되지 않는 건가?’ 내가 말했다.

집은 다 닫혔어. 우리는 유모를 만나러 온 거야. 퀸 알렉산드라의 날에는 단 1실링에 모두 개방이 돼. 그때 네가 원한다면 와서 둘러 봐…….’

그는 베이즈(당구대에 쓰이는 녹색 천) 문을 통과해 어두운 복도를 인도했다. 나는 희미하게 위로 도금한 지붕 돌림띠와 아치를 이룬 회반죽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뒤 묵중하고 부드럽게 빙 도는 마호가니 문을 열고 캄캄한 홀로 데리고 갔다. 덧문 갈라진 틈새로 빛이 흘러들어왔다. 세바스찬은 빗장을 하나 벗기고 꺾어 접었다. 달콤한 오후의 햇살이 벌거벗은 바닥 위로, 조각 대리석으로 된 한 쌍의 거대한 난로, 고전적인 신과 영웅으로 프레스코화로 만든 굽이진 천장, 도금한 거울과 인조대리석의 벽기둥, 드문드문 떨어져 덮개를 씌운 가구들 위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 아주 잠깐 본 것일 뿐이었다. 마치 버스 2층 지붕에서 불 밝힌 무도회장을 스치듯 본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후 세바스찬은 재빨리 태양을 차단을 했다. ‘봤지. 이렇게 생겼어.’

우리가 느릅나무 아래서 와인을 마시던 때와, 우리가 진입로의 모퉁이를 돌아 그가 어때?’라고 하던 때와는 그의 기분이 바뀌었다.

알겠지. 볼 만한 게 하나도 없어. 몇 개 어여쁜 건 언젠가는 네게 보여줄게. 지금은 말고. 하지만 부속예배실이 있는데 그건 꼭 봐야 돼. 그건 아르누보 양식의 기념비적인 건물이야.’ 

 

2012-7-18 

Brideshead 건축물을 마지막으로 꾸미며 콜로네이드(기둥)을 더하고 측면에 별관을 딸렸다. 이런 건물 중 하나가 부속예배실이었다. 우리는 일반인용 현관으로 들어갔다. (다른 문은 바로 집으로 이어졌다.) 세바스찬은 손가락을 성수반에 담갔다가 무릎을 꿇었다. 나도 그대로 따라했다. ‘넌 왜 하는데?’ 그가 심술궂게 물었다.

그냥 예의를 차리느라.’

나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어. 네가 관광하고 싶어 했잖아. 여긴 어때?’

예배실은 내부를 모조리 들어내고 지난 19세기 마지막 몇 십 년의 예술과 공예 (arts-and-crafts) 스타일로 공들여서 다시 가구를 넣고 다시 장식을 놓았다. 면직 겉옷에 프린트된 천사들, 덩굴의 장미들, 동글동글 꽃이 수놓인 초원, 뛰노는 어린 양, 켈트족 서체의 글, 갑옷을 입은 성인들이 선명하고 밝은 빛깔로 복잡한 무늬를 이루며 벽을 덮고 있었다. 연한 오크나무의 세 폭 짜리 그림이 제단 위에 있었다. 거기엔 조잡한 속성을 주려 했는지 플라스티신(공작용 점토)로 빚은 것처럼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성체 램프와 모든 금속 가구들은 얽은 표면의 녹청을 손으로 일일이 닦은 청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단의 계단은 풀빛의 카페트로 깔려 있었고 그 위에 흰색과 황금색 데이지가 흩뿌려져 있었다.

우와.’ 내가 말했다.

이건 아빠가 엄마에게 한 결혼 선물이었어. , 충분히 봤으면 이제 가자.’

차를 몰고 가는데 자가용 운전수가 모는 폐쇄형 롤스로이스가 우리를 지나갔다. 뒷자리에는 창문을 통해 우리를 돌아다보는 희미하지만 소녀 같은 모습이 보였다.

줄리아야.’ 세바스찬이 말했다. ‘우리는 아주 아슬아슬하게 피해왔어.’

우리는 잠시 멈춰 자전거를 탄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배트 노인이었어.’ 세바스찬이 알려주었다. 그런 뒤 노인과 멀어지고, 연철대문을 지나, 오두막을 지나, 도로로 나와 다시 옥스퍼드로 향했다.

미안해.’ 잠시 후에 세바스찬이 말했다. ‘오늘 오후에 아주 사근하게 굴지 않은 거 같아Brideshead 에 있으면 종종 그런 영향을 받아. 하지만 네가 유모를 만나도록 꼭 데러가야 했어.’

? 나는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바스찬의 삶은 그런 명령법의 규율들로 지배를 받았다. ‘우체통 같은 선홍색 잠옷을 사야해.’ 나는 창문들 쪽으로 태양이 방향을 바꿀 때까지 침대에 머물러야 해. ‘나는 기필코 오늘 밤에는 샴페인을 마셔야만 해야겠어.’) 그래도 한 마디 그곳은 나한테는 상당히 반대의 효과를 미치는데.’라는 말만 덧붙였다.

한참 침묵이 지난 후에 그가 부아를 내며 말했다. ‘나는 너의 가족에 대해 자꾸 물어보지 않잖아.’

나도 안 그러는데.’

하지만 캐묻고 싶은 눈빛은 뭔데.’

글쎄 그 사람들에 대해 무척이나 신비롭게 구니까.’

난 내 모든 것이 신비로웠으면 바랐어.’

아마 나는 사람들의 가족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가 보지. 알다시피 내가 잘 아는 일이 아니니까. 가족이라곤 오직 아버지하고 나하고야. 한 아주머니뻘 친척이 잠시 보살펴줬는데 아버지가 해외로 쫓아버렸지. 어머니는 전쟁 중에 돌아가셨어.’

……아주 흔치않은 일이네.’

어머니는 적십자를 따라 세르비아에 갔어. 아버지는 그 이후에 머리가 조금 이상해지셨어. 그냥 런던에서 아무 친구도 없이 살고 계셔. 그저 이것저것 모으는 일로 소일거리하면서.’

세바스찬이 말했다. ‘넌 네가 무슨 일을 벗어났는지 몰라. 우리 같은 사람 많아. 디브렛(영국귀족연감)에서 한번 찾아봐.

그의 기분이 이제는 밝아졌다. 우리가 Brideshead에서 멀어질수록 그의 불편함은, 그를 사로잡고 있던 거의 은밀한 동요와 짜증은 더욱 벗어버리는 것 같았다.

다섯 시 반이야. 저녁 시간에 맞춰 갓스토우에 닿겠어. 트루트에서 한 잔하고. 하드캐슬 차를 남겨놓고 강을 따라 걸어서 돌아가자. 그게 최선이지 않을까?’

이게 Brideshead를 짧게 처음 방문한 설명의 다다. 내가 어떻게 그 당시 알 수 있었겠는가? 언젠가 중년의 보병들의 장교가 되어 눈물로 기억을 떠올리게 되리란 사실을.

 

[2]

 

그해 여름 학기가 끝날 때 즈음에 나는 사촌 재스퍼의 마지막 방문과 대간의서(Grand Remonstrance, 1641, 영국의 장기의회가 청교도혁명을 앞두고 찰스 1세에게 낸 실정간주의 청원서)를 받았다. 나는 그날 오후에 이전 역사에 관한 마지막 논문을 제출하여 막 학교에서 자유로워지던 참이었다. 재스퍼의 옥스퍼드 예복과 하얀색 넥타이는 그가 한창 바쁠 때란 걸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핀다로스(기원전 5세기 그리스 서정시인)의 오르피즘(리라를 켜고 노래를 부르는 오르페우스에게 영감을 얻은 그리스의 종교)이란 주제를 자신이 흡족히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두려워 진이 빠지고 회한 가득한 분위기도 띠고 있었다그는 오로지 의무감으로 그날 오후 내 방을 찾은 것이었다. 그로서는 엄청난 불편을 감수한 일이었다. 내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하필 방문했을 때, 그가 문간에 서있는 나를 만났을 때가 그날 저녁 내가 베풀 만찬의 마지막 준비를 하러 막 나가던 참이었다. 만찬은 하드캐슬을 위로하려고 마련한 여러 파티 중의 하나였다. 파티는 세바스찬과 나에게 떨어진 책무 중의 하나였고, 그게 다 그의 차를 우리가 밖에 남겨두는 바람에 그가 학생감과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까닭이었다.

재스퍼는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건 친밀한 수다는 글렀단 이야기였다. 그는 벽난로에 등의 기대고 섰다. 그리고 그의 말마따나 삼촌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난주하고 그 지난주에 몇 번이나 연락이 닿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만. 사실 난 네가 나를 피하고 있다는 인상이 드는구나. 사실이 그렇더라도, 찰스야, 어째 놀랍지가 않다.

어쩌면 내 알바 아니라고 네가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책임감을 느낀단다. 너도 나만큼 잘 알잖니. 너의……그러니까 전쟁 이후로, 너네 아버지는 잡다한 일에 접촉을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계시지 않니. 나는 팔짱끼고 물러앉아 네가 실수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딱 말 한 마디면 너를 구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네가 첫해에 실수를 저지를 거라고 예상했었다. 우리 모두 그러니까. 나는 완전히 불쾌한 O.S.C.U 사람들 몇몇하고 친해졌었다. 그치들은 기나긴 방학 동안 홉 따는 사람으로 미션을 보냈었어. 하지만 찰스야,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만 옥스퍼드 대학에서 가장 질이 나쁜 무리에 그대로 걸어들어가 고대로 완전 낚여버렸구나. 난 공부만 파는 사람이니 대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쑥맥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만 나도 듣는 소리가 있다. 사실 너무 많이 듣는다고 할 수 있지. 나는 네 행실 때문에 다이닝 클럽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단 걸 알았다. 네가 떨어지고는 못 살 것 같은 세바스찬 플라이트를 두고 말이 있더라.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일 수 있지. 나야 모르지. 그 사람 형 Brideshead 는 아주 건전한 친구였어. 하지만 여기 네 친구들은 내게는 이상해 보이는구나. 그 사람은 사람들 입방아를 벌고 다녀. 물론 그들 가족이 다 이상하지. 마치메인가 부부는 너도 알겠지만 전쟁 후에 따로 산다더라.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들은 서로에게 헌신적인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기이한 일이지. 그 이후로 남편은 프랑스로 그 사람 수하하고 건너가 그냥 안 돌아온대. 무슨 살해라도 당한 것처럼 말이다. 부인은 로마 가톨릭교도라서 이혼을 할 수 없어. 어쩌면 안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로마에서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사람들 엄청나게 부자란다. 플라이트는 괜찮을 지도 몰라. 하지만 안소니 블랑쉐는 말이다. 사람 중에 아무 변명도 용납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

저도 딱히 그 사람이 좋지는 않아요.’ 내가 말했다.

무튼, 그는 항상 여기서 얼쩡대고 있지. 따지기 좋아하는 본 대학 거주자들이라면 그런 거 좋아하지 않는다. 하우스(하우스 오브 크라이스트 처지)에서도 그 사람 못마땅해 한다. 그 사람 어젯밤에 다시 머큐리(크라이스트 처지의 쿼드에 있는 분수, 그리고 분수대 조각상)에 있었다더구나. 네가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 누구도 그들 대학에서 제 할 일을 못해내고 있어. 그게 진정한 시험이지. 그들은 허투루 뿌리고 다닐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삼촌이 너한테 오냐오냐하며 용돈을 주는지 모르겠다만 네가 그 두 배는 족히 쓸 거라고 내가 장담을 한다. 이게 다 뭐냐?’ 그 주위에 있던 내 방탕의 증거들을 손을 빙 휘저어 깡그리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이었다. 내 방은 소박한 겨울 의복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단계를 밟지 않고 바로 더 부유한 옷으로 가장을 하고 있었다. ‘저건 돈을 준 거냐?’ (사이드보드에 100개들이 파르타가스(쿠바산 고급 시가) 캐비넷(시가 대용량들이 삼나무 상자아니면 저것들은?’ (탁자 위의 열 몇 권의 경박한 새 책) ‘아니면 저건?’ (라리크(아주 정교한 유리 세공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겸 제조자) 디캔터와 유리잔들) ‘아니면 저 유별하게 역겨운 물건은?’ (의과대학에서 최근에 구입한 인간의 해골 하나, 이는 장미가 든 주발에 고요히 잠들어 그 당시에 내 탁자의 주요 장식품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마에는 ‘Et in Arcadia eo’라는 모토가 새겨져 있었다.)

그럼요.’ 한 가지 죄명은 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 외쳤다. ‘그 해골은 현금을 지불해야 했어요.’

너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겠구나. 그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만. 뭐 어디 다른 곳에서 메우고 있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랬더냐? 너 유니온에서 아니면 아무 클럽이나 발표를 해본 적 있니? 어디 잡지에 연줄 닿은 곳은 있느냐? 하다못해 O.U.D.S.(oxford university dramatic society)에 한 자리 잡기라도 했니? 것보다 네 옷 꼴이!’ 사촌은 지치지 않고 계속 했다. ‘네가 처음 올라왔을 때 내가 시골 저택에 있는 사람마냥 입으라고 충고한 거 기억한다. 네 현재 옷차림은 메이든헤드에 열리는 극장 파티에나 딱 좋을 옷과 전원주택지에서 열리는 글리 클럽 합창경연 복장 사이에 불행한 타협을 벌인 것 같구나.

그리고 술. 한 학기(영국은 학기가 세 번)에 한번이나 두 번 술 취하는 건 사람들이 그러려니 한다만. 사실 그렇더라도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나 그렇지. 하지만 네가 계속해서 오후 나절에 술에 취해있더란 말을 들었다.’

그가 말을 멈췄다. 그의 의무는 다 이행하였다. 이미 곤혹스러운 시험파가 그의 마음속에 스물스물 권위를 발휘하기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재스퍼 형.’ 내가 말했다. ‘형한테 몹시 부끄러운 일인 거 알아요. 하지만 나는 어쩌다보니 이런 나쁜 떼거리가 좋아졌어요. 전 오찬부터 술 취하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내 용돈 두 배까지는 아직 못 썼지만 분명 학기 끝나기 전에 그렇게 되겠죠. 전 보통 이 시간 즈음에 샴페인 한 잔 마시는데. 한잔 하실래요?’

그래서 내 사촌 재스퍼는 실망으로 체념을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도를 넘는 내 문제들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일러바쳤으며 다음엔 삼촌이 아버지에게 편지로 알려주었고, 아버지는 그 문제에 딱히 행동을 취하거나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분적으로는 거의 육십년 동안 삼촌을 싫어했기 때문이겠고 한편으로 재스퍼가 말한 대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이제는 자신만의 세상에 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개략적으로 보자면 재스퍼는 내 첫 번째 해에서 두드러졌던 면모를 잘 스케치해서 보여주었다. 일부 세부적인 면은 동일한 크기로 더해질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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