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4
그리고 그는 그의 공책을 참조해 가며 읽었다.
‘명령.’
‘정보. 부대는 이제 장소 A와 장소 B 사이 수송 중에 있다. 이는 C의 메이저 L이며 적으로부터 폭격과 가스공격이 받기 쉬운 상태이다.’
‘목적. 나는 장소 B에 도달하려 한다.’
‘방법. 기차는 목적지에 약 2315시에 도달할 예정이며……’ 등등등.
가시는 ‘업무’라는 제호 아래 마지막에 도사리고 있었다. ‘C’ 중대, 소대급 이하 인원은 측선 도달시 기차에서 짐을 내려 삼삼 톤급 운반차에 모든 비축품을 새로운 막사 내 부대 임시저장소로 이송가능 하도록 조처한다. 일은 완수 때까지 지속한다. 남은 소대는 임시저장소와 막사 지역의 주변 보초 일을 맡도록 한다.
‘질문 있나?’
‘특별임무반에 코코아 배급을 받을 수 있습니까?’
‘아니, 다른 질문?’
내가 선임하사관에게 이런 명령들을 전달하자 그는 ‘오 불쌍한 “C” 중대 또 오지게 재수가 없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지휘관에 반감을 산 데 대한 책망임을 알았다.
나는 소대장들에게 말했다.
‘아이고.’ 후퍼가 푸념을 했다. ‘녀석들 엄청 힘들게 되었습니다. 정말 풀이 죽을 겁니다. 그분은 더러운 작업에 꼭 우리를 뽑는 것 같습니다.’
‘자네는 보초를 선다.’
‘오키도키, 하지만 아이고, 그런데 어둠 속에서 어떻게 주변인지 알아봅니까?’
정전이 되고 곧바로 잡역병이 기차를 따라 어렵사리 나아가며 애처롭게 빙빙 돌리는 가스 딸깍이(gas rattle) 소리에 전달은 중단이 되었다. 좀 교양 있는 병장 중의 한 명이 ‘듀시엠므 서비스(성찬식)’이라고 외쳤다.
‘액체 머스터드 가스가 살포되고 있다.’ 내가 말했다. ‘창문이 닫혔는지 봐.’ 그런 후 나는 사상자는 없으며 아무 것도 오염되지 않았다, 부대원들에게 하차하기 전 객차 외부의 오염 제거의 특별임무를 전달하였다-는 상황보고서를 깔끔하고 짤막하게 적었다. 이 일에 지휘관이 만족을 한 것인지 그에게서 더 이상 말은 없었다. 밤이 되어 우리 모두 잠을 잤다.
드디어, 아주 늦게, 우리는 우리의 측선에 도달했다. 우리가 역과 플랫품을 반드시 피해야하는 것도 보안과 현역복무조건에 들어있는 훈련의 일부였다. 기차발판에서 석탄재를 깐 선로로의 하강은 어둠 속의 무질서와 파손으로 이어졌다.
‘경사면 아래 도로 위에 정렬해. C 중대는 평소처럼 시간이 걸리는 거 같군. 라이더 대위.’
‘그렇습니다. 대령님. 우리는 표백제로 약간 곤경을 겪고 있습니다.’
‘표백제?’
‘객차의 외부를 제염하기 위해섭니다. 대령님.’
‘오 아주 성실하군, 그렇구먼. 그건 건너뛰고 서둘러.’
지금은 반은 깨고 샐쭉한 수하 부대원들이 달가닥거리며 길 위에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곧 후퍼의 소대는 어둠속으로 진군해 멀어졌다. 나는 대형트럭을 발견하였고, 비축품을 가파른 경사면 아래로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람들을 긴 줄로 배치하였다. 그리고 이제 대원들은 명백한 목적을 갖고 일을 하게 된 것을 알자, 좀 더 활기를 띠었다. 나는 비축품을 처음 30분 간 같이 날랐다. 그러다가 되돌아오는 첫 번째 트럭을 타고 온 중대 부지회관을 마중하기 위해 중도에 관두었다.
그는 나쁘지 않은 막사라고 알려주었다. ‘커다란 민가에 두갠가 세 개 호수가 있어. 재수가 좋으면 오리 몇 마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을은 선술집 하나에 우체국이 하나 있고. 몇 마일 내에 마을은 없어. 둘 사이 비밀인데 막사를 따로 배정받도록 해놨어.’
새벽 4시가 되자 일이 끝났다. 나는 마지막 화물차를 타고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앞 유리창을 때리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났다. 어디선가 우리는 길을 벗어나 주택 진입로에 들어섰다. 어디쯤인가 두 진입로가 모이고 방풍 램프의 둥근 빛이 군대용품 더미의 표시를 하고 있는 너른 공간에 도달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트럭을 하역하고 마침내, 안내에 따라 막사 우리 구역으로 갔다. 별 없는 하늘아래 이제 부슬부슬한 빗방울까지 듣기 시작하였다.
나는 당번병이 나를 부를 때까지 잠을 자다가 녹초가 되어 일어나, 침묵 속에서 옷을 입고 면도를 하였다. 문가에 이르러서야 나는 부지휘관에게 ‘여기 이름이 뭡니까?’라고 물었다.
그가 내게 말해주었다. 곧바로, 누군가 라디오를 껐는데 그 목소리가 내 귀에서, 끊임없이, 얼빠지게, 셀 수도 없는 많은 날 동안 울어대다가 갑자기 끝이 나버리는 것 같았다. 엄청난 침묵이 뒤따라 처음에 텅 비었다가 하지만 차츰, 능욕을 당한 내 감각이 권위를 되찾아감에 따라 듣기 좋고 자연스러운, 오랫동안 잊혔던 무수한 소리로 가득 찼다. 왜냐면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소리만으로도 근년에 들린 귀신들의 혼불은 다 달아나버릴 것 같은 고대의 힘을 가진 그런 어느 주술사 같은 이름이었다.
막사 밖에 나는 넋이 나간 채 섰다. 비는 멈춰있었지만 구름이 낮고 무겁게 머리 위에 깔려 있었다. 아직 새벽이었고 취사장에서 솟은 연기는 납빛의 하늘로 곧장 솟아올랐다. 한때 쇄석이 깔렸던 우마차도로는 풀이 무성하였고, 패이고 뒤틀려 진창이 되어 산비탈의 능선에 따라 지나다가 둔덕 아래 시야 밖으로 굽어들었다. 길 양쪽으로는 주름 철판들이 되는 대로 어질러져 있어 덜거덕덜거덕, 꺅꺅, 쉬익, 삐이익, 하루를 시작하는 부대의 온갖 동물원-소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 건너편 그리고 우리의 뒤쪽에는 좀 더 친숙한 정적, 사람 손으로 이룩한 매우 아름다운 풍경화가 놓여 있었다. 이곳은 하나로 빙 두르는 계곡에 둘러싸이고 안긴, 외딴 장소였다. 우리 진영은 완만한 비탈을 따라 놓여있었고 우리 반대쪽은 공터가 아직 강탈을 당하지 않은 채 이웃한 지평선으로 이어졌고 우리 사이에는 개울이 흘렸다. 개울의 이름은 브라이드로 여기서 2마일도 안 되는 브라이즈스프링이라고 부르는 농장에서 발원을 하였으며 우리가 때로 차를 마시러 가곤 하던 곳이었다. 강의 모습을 상당히 갖추며 아래로 흘러 에이번에 합류를 하고 이즈음에서 댐으로 막아 세 개의 호수를 형성하였다. 하나는 갈대 사이의 축축한 점판암 이상이 아니었지만 다른 둘은 좀 더 널찍하여 그 속에 구름도 되비치고 장대한 너도밤나무도 물가로 서있었다. 나무들은 모두 오크나무 아니면 너도밤나무였고, 오크나무는 회색으로 벌거벗었지만, 너도밤나무는 움터 나오는 새싹으로 초록색 가루가 흩뿌려져 있었다. 나무들은 초록색 빈터와 너른 초록색 공터로 수놓아 단순하지만 신중하게 설계된 무늬를 이루었다. 다마 사슴들은 여전히 여기서 풀을 뜯고 있을까? 그리고 눈이 목표 없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물가에는 도리아식 예배당이 서있고 덩쿨손이 자란 아치가 어살의 가장 아래쪽과 이어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요즈음에 이들의 원숙함을 볼 수 있도록 한 세기 반전에 계획을 세우고 가꾸고 심어졌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집은 뾰족뾰족한 녹색 작은 가지 뒤에 숨어있지만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누워있는지, 고사리 숲의 암토끼처럼 피나무사이에 웅크리고 있듯이 누워있는 그 모습을 잘 알았다.
후퍼가 옆걸음을 치며 다가와 많이들 흉내를 내지만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경례로 내게 인사를 했다. 그의 얼굴은 불침번으로 우중충하였고 수염은 아직 깎지 않은 채였다.
‘B 중대가 우리와 교대했습니다. 대원 애들은 씻으라고 보냈습니다.’
‘잘 했어.’
‘저기 저 위에, 모퉁이를 돌면 집이 있습니다.’
‘그래.’ 내가 말했다.
‘여단 본부가 저기 다음 주에 온답니다. 대단한 병영 장소에요. 금방 기웃거려봤거든요. 말 그대로 정말 화려해요. 그리고 한 가지 괴상한 게 로마 가톨릭 교회 같은 게 붙어 있어요. 들여다봤는데 예배 비슷한 게 열리더라고요. 그냥 신부님 한분하고 늙은 사람 한 사람뿐이었지만. 저한테는 아주 불편했어요. 저보다는 대위님 성미에 맞을 거 같은데.’ 내가 아마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가 나의 흥미를 돋울 마지막 노력인양 ‘현관 계단 앞에 무시무시하게 엄청 큰 분수도 있어요. 온통 바위하고 무슨 동물들로 새겨져 있던데. 대위님은 그런 분수는 한 번도 못 보셨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아냐, 후퍼. 본 적 있어. 전에 여기 와봤어.’
방금 뱉은 단어들이 내 지하 감옥의 둥근 천장에 증대되어 다시 내게 울리는 듯하였다.
‘오 그래요. 대위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죠. 전 가서 씻으렵니다.’
‘나 여기 와본 적 있어. 내가 여기 모르는 것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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