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9-29
V.
그 일은 진짜 별거 아닌, 사소한 조짐이었지만, 수지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베니스에서 첫날 아침 닉은 먼저 그녀를 보러 오지 않은 채 나가버렸던 것이다. 그녀는 침대에 늦게까지 클라리사와 잡담을 하며 문이 열리고 남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머물렀었다. 그리고 아이가 떠나고 나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닉의 방안을 들여다보고서 그녀는 방이 빈 것을 확인하고 화장대에서 전보를 부치러 나간다고 그녀에게 알리는 한 줄 메모를 발견했다.
그가 그녀에게 그의 부재를 꼭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다니 꼭 부부가 아니라 연인 같았다. 흡사 어린 소년 같은 일이었다. 왜 그냥 열고 들어와 말을 하지 않은 걸까?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작은 사실을 전날 밤 저녁 그녀가 그의 방으로 들어가 그가 어느 편지 하나에 몰두하고 있던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의 얼굴에서 눈치 채었던 심취의 그늘과 연결을 했다. 그리고 옷을 입으며 그녀는 편지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계속 궁금해 했다. 그가 급하게 보내러 간 전보인지 뭔지는 그 편지에 대한 대답인 걸까?
그녀는 결코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아침처럼 당당하고 보기 좋게, 행복하게 다시 나타나서는 아무 설명도 내밀지 않았다. 초대받지 않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평생 방침의 일부였다. 자신의 자유의 존중에 애쓰는 만큼 다른 이들의 자유에 대한 동등한 존경으로 필적해야 한다는 이유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사회적인 암초와 여울 사이를 키를 잡고 조종해왔기에 마음의 평화를 이끄는 뱃길이 얼마나 좁은지 훤히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의 작은 쪽배를 그 수로 중간에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사건은, 그녀의 기억 속에 자체로 쿡 박혔다. 그녀 남편과의 관계에 어떤 전환점 마냥 일종의 상징적인 중요성을 취득하였던 것이다. 이런 일들로 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이제 그녀가 항상 예전에 그런 기쁨을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에 불안정한 작은 섬처럼 주시하듯이 그렇게 주시하였다. 그녀의 현재 지복은 언제나처럼 완벽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닉에게 숨기고 있다고 번연히 알고, 또 그가 그녀에게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는 그 모든 일들의 영원한 위협으로 둘러 처졌다…….
그녀는 베니스에 도착한 지 한 삼주가 지난 어느 오후 이런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거의 일몰이 가까웠고 그녀는 발코니에 홀로 앉아 오래된 대궐-최하부가 불그스레 반사된 물 위로 십자광의 무늬들이 엮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그 시간에는 혼자였다. 닉은 오후에 글 쓰는 버릇이 붙었다. 그는 뱉은 말만큼은 잘 지켜, 분명 그렇게 뮤즈와 지내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아내와 함께 하고 석호 위로 늦은 뱃놀이를 가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그녀는 클라리사를 평소처럼 지아르디노 푸블리코(대중 공원)으로 데려갔었고, 거기서 말 잘 듣는 아이는 예의바르게 하지만 무관심하게 “놀았다.” 즉 클라리사는 한물간 전통을 상투적으로 따르듯이 그녀 나이에 걸맞는 오락에 참여했다. 그리고 음악레슨을 위해 아이를 다시 데려왔고 이제 그 메아리가 먼 창문에서 떠내려가고 있었다.
수지는 엄청나게 클라리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작은 소녀 때문에 남편의 노작에 대한 그녀의 자부심은 가끔은 버려지고 잊혔다는 희미한 감각에 물들었을 지도 모른다. 닉의 노작은 그들이 거기 있는 데 대한 완벽하기 이를 데 없는 타당한 근거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해야 할 일을 하느라, 그녀를 덜 외롭도록 도와준다는 점에 대해 그녀는 클라리사에게 고마웠다. 클라리사는 실로 그녀의 타당성을 대변하는 나머지 반쪽이었다. 수지가 입을 다물고, 베니스에 남아, 엘리의 숫자 붙인 편지들을 일주일에 하나씩 부치러 몰래 빠져나가는 일은 닉을 위한만큼,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가 변명이 되어주었다. 하루 동안 팔라조 밴더린(밴더린 궁궐)있어보니, 수지는 클라리사를 혼자 남겨두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와 닿았다. 길게 지내보니, 가장 북적대는 가정이 종종 가장 외로운 육아방을 담고 있고, 부자 아이는 덜 방자한 유아기라면 모를 폐해에 노출된다는 점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들은 그녀에게 삶의 큰 뒤범벅의 무늬에서 단순히 더 추잡한 파편의 하나였었다. 지금 그녀는 이전에 오로지 판단만 하던 감정의 자리에 처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위태로운 지복은 새로운 무게의 연민으로 가득 차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이런 일들을 생각하고, 다가오는 엘리 밴더린의 복귀의 날짜, 숙녀들에게 비밀로 묻어두고 있는 진실들을 짚어보고 있는데 그녀가 앉은 발코니 아래 층계 쪽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는 곤돌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발코니 너머 내다보았다. 한 허름한 옷을 입은 키가 큰 남자가 곤돌라에서 펄쩍 뛰어 나오며 그녀를 올려다보고서, 케케묵은 파나마모자를 아주 반갑게 인사로 흔들었다.
“스트레피!” 그녀가 반갑게 소리쳤다. 그리고 계단의 반쯤 내려가자 짐을 잔뜩 진 뱃사공이 딸리고 계단을 뛰어올라오던 그와 만났다.
“괜찮지,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엘리 말이 내가 와도 된다고 해서.” 그는 활기 찬 목소리로 쩌렁쩌렁 설명했다. “그리고 나는 앵무새-널이 있는 늘 머무는 녹색 방에 머물 거야. 왜냐면 그 방 가구는 이미 내 두발세액으로 무지하게 얼룩이 져 있거든.”
수지는 깊은 만족감에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의 존재는 항상 친구들 사이에 항상 그런 깊은 만족감을 생성하였다. 사람들 모두 동의하듯이 세상에 스트레피 반만큼도 못생기고 단정하지 못 하고 또 그만큼 밝은 사람은 없었다. 그런 대놓고 거침없는 이기심과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멋진 익살을 결합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어떻게 정작 그에게 매혹된 것은 자신인데 그가 매혹된 것처럼 철썩 같이 믿게 하는 법에 그렇게 빤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 소유자보다 어느 누구도 더욱 정확하게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이런 유혹적인 매력에 더해, 스트레포드는 수지에게는 그가 아마 깨닫지 못하고 있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뿌리박힌 데가 있는 사람, 그녀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유동체와 바뀌는 인물들 사이에 안정적이고 꿈쩍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수지는 항상 누가 봐도 러시아 사람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미국인으로 밝혀진다거나, 아무래도 뉴욕에 속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로마나 부쿠레슈티 출신으로 밝혀진다거나 하는, 국적을 이탈한 사람들 사이에 살았다. 고국이 아닌 나라에서, 호텔만큼 큰 집에서 살고, 웨이터들만큼 국제적인 손님들이 있는 호텔에서 살고 있는 이런 세계시민적인 사람들은 유럽의 전 표면 위에서, 그리고 인간적인 결합을 통제하려고 시도하는 모든 규범에 따라 서로서로 국제-결혼하고, 국제-연애를 하고 국제-이혼을 하였다. 스트레포드, 역시 이런 세계에 그의 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많은 집중에 하나만 집이었다. 다른 집은, 가장 덜 자주, 그가 말하는 하나는, 그리고 아마도 생각하는 그 하나가 영국 북쪽 카운티에 있는 웅장하고 칙칙한 대저택, 그 자신의 삶이 얼기설기 파란만장하고 분산된 만큼 단조롭고 자조적인 삶을 세대에 세대를 거쳐 지속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따금씩 그의 발언 중에 나오거나 혹은 누군가 혹은 무엇엔가 대하는 태도 속에서, 그에게 춤을 추는 다른 꼭두각시들보다 더욱 확고한 개요와 더욱 흔들리지 않는 발판을 주는 존재가 그런 집에 대한 감각이었고, 부랑생활과 불손에 더욱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모두 그런 집의 감각이었다. 표면적으로 그렇게 모두를 닮았으면서, 무심함과 융통성에 있어서 그들을 능가하고 싶다고 염원하고, 그가 떨쳐버렸던 예단과 그가 속한 사람들과 조롱하지만, 그는 여전히 쉽게 순종적이며 나긋한 성품 아래 옛날 믿음과 구식의 뼈대를 지니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나머지 우리들만큼 못 하는 언어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그는 다른 언어보다 더 잘 말한다.” 수지가 한번은 그렇게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언급을 들은 스트레포드는 웃어넘기며 그녀를 바보라고 부르고 아주 만족해했었다.
그가 그녀와 팔짱을 끼고 휘청휘청 계단을 올라가자, 그녀는 이런 특성들을, 그 가치를 새삼 대견해하며 곱씹어 보았다. 그녀와 랜싱조차도, 어디 섞인 데 없는 그들의 미국적인 기질, 뉴욕과 필라델피아라는 사촌간인 구식의 견고한 그들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는 두루 편안한 만큼, 국제박람회의 암표 장수들만큼 정신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들이 보통은 미국인으로 인식된다면 그건 그저 그들이 프랑스어를 아주 잘하기 때문이었으며, 닉은 너무 무던해서 “외국인”답지 않았기 때문이고, 너무 용모가 날카로워 영국인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찰리 스트레포드는 모든 고질적인 습관에 힘입어 천생 영국인이었다. 그리고 수지 안의 무언가가 천천히 아름다운 습관의 감각에 눈을 뜨고 있었다.
스트레포드는 여행의 때를 벗기려고 잠시 쉴 틈도 없이 그저 그녀를 무작정 뒤쫓아 와, 발코니에 느긋하게 서서, 그녀 역사의 최근의 장에 어마어마하게 큰 관심을 드러내고, 그의 지붕 아래 그런 장이 펼쳐졌다고 엄청 기뻐하고, 닉이 하루 일과가 끝날 때까지 닉과 인사나누는 일은 막겠다는 그녀의 단호한 결심에 크게 그리고 까불까불 흥겨워했다.
“글을 써? 당치 않아! 무얼 쓰고 있는데? 그 사람 당신 길들이고 있는 거라고. 그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야.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는 거라니까. 단지 거기 앉아서 담배피고 ‘러 리르’을 읽고 있나 없나 내기 할래? 가서 한번 보자고.”
하지만 수지는 확고했다. “그는 나에게 첫 번째 장을 읽어줬는데 아주 훌륭해요. 철학적인 로맨스에요. 마리우스쪽에 가까운 로맨스, 알지요?”
“오, 아무렴, 알고말고!” 그녀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는 그런 웃음을 웃으며 스트레드포드가 말했다.
그녀는 아이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리석은 건 당신이에요. 스트레피. 당신은 닉과 내가 알리바이 따위는 필요없다는 걸 잊었군요. 둘 중 하나가 변화를 원하면 다른 쪽은 나서서 돕기로 동의하여 우리는 위선은 다 없애버렸다고요. 우리는 서로 염탐하고 거짓말하고 잔소리 늘어놓으려고 결혼한 게 아녜요. 우리는 상호의 이익을 위해 동반자관계를 형성한 거예요.”
“알겠어. 그거 훌륭하군. 하지만 당신은 닉이 변화를 원하면 그의 이익을 위해 그런 변화를 해보자 고려할 거라고 어떻게 확신을 해?”
항상 비밀스럽게 수지를 고문하던 문제가 그 점이었다. 그녀는 똑같이 닉도 이로 고뇌하고 있는지 자주 궁금하던 것이기도 했다.
“전 제가 충분한 상식을 지녔으리라 바랍니다-”하고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오, 당연하지. 상식은 당신들 둘이 논쟁에 기초를 두고 들러붙어 있는 데잖아. 어느 쪽으로 논쟁이든.”
이런 인식의 섬광에 그녀는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래서 약간 짜증스럽게 말을 던졌다. “그럼 당신이 결혼하면 무엇을 할 건데요? 쉿, 스트레피! 당신 소리 지르지 말라고 미리 경고해요. 모든 곤돌라가 서서 빤히 쳐다보잖아요.”
“난들 어쩌겠어?” 그는 앉은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뒤로 흔들었다. “‘당신이 결혼한다면’, 그녀가 말한다. ‘스트레피, 당신은 무슨 결심이 들어 갑자기 발광하는 미치광이가 되기로 했어요?’”
“저는 그런 말 안 했어요. 당신 숙부와 사촌들이 죽으면, 당신은 내일이라도 결혼할 걸요. 당신도 그럴 줄 알고 있죠.”
“오, 지금 당신은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군.” 그는 긴 팔로 팔짱을 끼고 발코니로 몸을 구부려 불빛으로 줄무늬가 진 황혼의 잔물결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경우라면 대답을 해줘야지. ‘수잔, 사랑하는 수잔, 이제 하늘의 섭리의 자비로운 개재에 따라 당신은 그레이트브리튼 귀족봉작에 따라 올트링엄 백작부인,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봉작으로 던스터빌과 담블레이 남작부인을 승계하게 되었소. 당신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의 하나의 일원이란 사실을 기억해주고ㅡ탄로도 나지 말았으면 고맙겠소.’”
수지가 웃었다. “우리는 그런 경고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 동일이름의 그 사람이 불쌍하군요.”
그는 몸을 홱 돌리고 그의 작고 못생긴 반짝거리는 눈 너머로 잠깐 그녀를 보았다. “세상에 수잔이란 이름을 가진 다른 여인이 있나?”
“저도 그러길 바라네요. 그 이름이 필수적인 거라면. 닉이 나를 내친대도, 그 계획을 수행할 거라고 저에게 기대하지 마세요. 그런 일을 실생활에서 너무 자주 봐왔어요.”
“오, 그래. 내가 아는 한, 올트링엄의 모든 사람들이 완벽하게 건강상태야.” 그는 주머니를 더듬고 만년필, 잉크가 새서 묻은 손수건, 찌그러진 담배 곽을 꺼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른 물건들을 주머니로 다시 돌려 넣으며 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어떻게 길로우 부부하고 순조롭게 일을 마무리했는지 말해줄래? 우르술라는 지난여름 내가 뉴포트에 있을 때 아무나 붙잡고 맹폭 중이던데. 사람들이 당신이 닉하고 결혼할 거라는 말이 막 돌기 시작하던 그 참이었지. 난 우르술라가 당신 일에 곁쐐기를 박을까 은근 걱정했는데. 그런데 그녀가 대신에 당신 손에 큰 액수의 수표를 쥐어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수지는 말이 없었다. 스트레포드가 등장하던 첫 순간부터 그녀는 언젠가는 그가 그 질문을 꺼내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원숭이처럼 호기심이 많아 꼬치꼬치 캐물을 사람이었다. 그가 무언가 알아내겠다, 마음을 먹는다면 그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일은 허사였다. 한순간망설이다가 그녀가 말했다. “제가 프레드 길로우에게 알랑거리고 조금 시시덕거렸어요. 재미는 없었지만 아주 품위 있으니까.”
“그 사람이면 그랬겠지, 가여운 프레드. 그리고 우르술라는 그것 보고 기겁을 했겠구만.”
“그럭저럭요. 그런 뒤 다행히 본에서 온 네로네 알티네리이란 청년이 나타났어요. 그는 엔지니어 일자리를 찾아 뉴욕으로 건너왔는데, 우르술라는 프레드에게 부탁해서 그들 철공장에 넣어줬어요.” 그녀는 다시 잠깐 멈췄다가, 갑작스레 다른 데로 말을 이었다. “스트레피! 내가 얼마나 그런 일을 싫어하는지 당신 안다면. 차라리 닉보고 지금 들어와서 솔직히 나에게 말하라고 하는 게 낫겠어요. 그도 그럴 거예요. 그가 눈이 맞아 떠나…….”
“코랄 힉스하고?” 스트레포드가 슬며시 물었다.
그녀가 웃었다. “불쌍한 코럴 힉스! 당신은 왜 뜬금없이 힉스네가 떠오른 건가요?”
“왜냐면 요전번에 카프리 섬에서 그들을 설핏 본 적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 여기저기 항해 중이야. 그 사람들 말이 여기 올 예정이라고 하던데.”
“얼마나 성가실까! 난 그 사람들이 우리 있는 데를 알아내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 닉이 그들하고 인도에 갔을 때 그렇게 끔찍하게 잘해줬대요. 그 사람들 마음이 아주 단순해서 그가 그들을 보면 아주 좋아하리라 기대할 걸요.”
스트레포드는 그의 담배꽁초를 퍼가리를 쓰고 안내책자를 보고 궁전을 올려다보고 있는 한 관광객을 겨냥했다. “아.” 그는 겨냥이 바라던 효과를 보자 만족스럽게 낮게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덧붙였다. “코럴 힉스는 자라면서 조금 예뻐졌어.”
“오! 스트렙, 잠이 덜 깨서 아직 꿈길인가! 두꺼운 발목하며 안경 낀 그 뚱보 소녀가! 힉스 부인도 닉에게. ‘힉스 씨하고 나하고 코럴을 교육할 때 우리는 문화는 실제 보기보다 유럽에 훨씬 잘 팔린다고 간주하고 교육했다.’라고 말하곤 했대요.”
“글쎄 알게 되겠지. 그 소녀의 교육은 방해는 되지 않을 거야. 일단 시작을 했으니. 그러니 닉이 들어오고 당신이 말해 봐. 그가 눈에 맞아 달아날 거냐고…….”
“코럴처럼 도깨비 같은 사람하고라면 저야 아주 고맙기 그지없죠! 하지만 당신도 알죠.” 그녀가 미소로 덧붙였다. “우리는 그런 일이 1년은 일어나지 않도록 동의했다는 거.”
VI
수지는 스트레포드가 첫 번째 허튼 이야기를 한바탕 하고나더니, 평소와 달리 친절하고 금방 공감함을 발견했다. 그가 그녀나 닉의 미래에 대해 보인 관심은 엄정한 궁금증이라는 그의 습관적인 정신에서 이뤄진 과정이라기보다 단순한 우정에서 우러난 것 같았다. 그는 닉의 소설 첫 장을 보는 영광을 누렸고, 읽고서 아주 호의적인 인상을 형성했는지 수지에게 준엄하게 그녀 남편의 작업시간을 존중하는 일의 중요성을 두고 충고했다. 그러고는 보편적인 박애정신이 아주 치달아서 클라리사 밴더린에게 아버지 같은 관심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항상 아이들을 잘 호리지만 단속적으로 신중하게 그의 독립성은 유의를 하고, 갑자기 그들에게 지루해 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마법을 걸었다. 수지는 그가 클라리사와 놀듯이 이전에 이런 조심들을 완전히 내려놓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불쌍한 말썽꾸러기 꼬맹아! 당신하고 닉이 다 같이 여길 떠나면 누가 그녀를 돌볼까? 당신 말인즉슨 엘리가 가정교사를 내쫓고 그 자리를 대체할 사람을 찾지도 않고 가버렸다는 거야?”
“내가 그 일을 하리라 기대했다고 생각해요.” 수지는 조금 꺼칠한 기미로 말했다. 클라리사에 대한 임무가 그녀에게 다소 버겁게 짓누르는 순간순간이 있었다. 그녀가 닉과 함께 따로 나갈 때마다 작은 아이가 발코니에서 아쉬운 듯 고별의 손을 흔들며 그들을 쫓았다.
“아. 딱 엘리답군. 너는 그녀가 이 모든 것을 빌려 줄 때 동일한 보상을 원할 거를 알았어야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양심적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가만히 생각에 잠기더니 “그녀가 그랬을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아마 나도 안 그랬겠지요. 1년 전이라면.”하고 말하고 잠시 망설이는 빛이 돌았다. “하지만, 닉은 정말 마음 고운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많은 일을 다른 식으로 보게 됐어요.”
“어이쿠나! 망할 행복이 일 하나 저질렀네. 너도 사람 비위나 맞추는 딱 그런 사람이 됐어.”
수지는 뒤로 몸을 기대고 속눈썹 사이로 그의 비뚤하니 빈정대는 얼굴을 차근히 살폈다.
“당신 비위에 맞는 일은 무언데요, 스트레피? 이렇게 인간적인 당신은 본 적이 없어요. 당신 빌라 사용료로 부당한 값을 얻어내려는 거로군요.”
스트레포드는 껄껄 웃고 가슴팍 주머니 위를 손으로 쳤다. “안 받으면 멍청이가 되겠네. 여기 그 사람들 가격이 어떻게 되어도 한 달 더 머물고 싶다는 전보를 받았어.”
“운이 좋군요! 잘 되었네요. 그나저나 그 사람들 누구에요?”
그는 널브러져 누워있던 기나긴 의자에서 몸을 세웠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당신하고 닉처럼 상사병에 달은 또 다른 바보 커플……저기, 내가 이 돈 다 쓰기 전에 나가서 클라리사를 위해 쌈박한 선물을 사지.”
날은 아주 빨리, 아주 눈부시게 지나가서, 클라리사에 대한 그녀의 근심이 아니라면, 수지는 집 여주인의 장기간의 부재를 거의 의식도 못할 뻔했다. 밴더린 부인은 “적어도 4주”라고 했다 그리고 4주가 끝났다. 그녀는 도착하지도 왜 나타나지 않는지 설명하는 편지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사실, 떠난 이후로 살아있다는 징후도 없었다. 랜싱 부부가 도착한 다음 날 클라리사에게 엽서 비슷한 연락만 온 적이 있어서, 거기서 밴더린 부인은 아이에게 착하게 말 잘 듣고, 몽구스 먹이 먹이는 일 까먹지 말라고 일러놓았다. 수지는 이런 서찰은 밀라노에서 부쳤구나 눈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수지는 자신의 우려를 스트레포드에게 털어놓았다. “전 그 녹색 눈 유모는 믿지 않아요. 그녀는 줄곧 젊은 곤돌라사공하고 붙어 있잖아요. 그리고 클라리사는 그런데 아주 날렵하고. 전 왜 엘리가 안 오는지 모르겠어요. 저번 월요일이 오는 날짜인데.”
그녀의 동무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 안에 그가 엘리의 행동에 더는 아니더라도, 그녀가 아는 만큼은 안다는 암시가 숨어 있었다. 이런 주제가 항상 그녀의 마음속에 일으키는 혐오감으로 그녀는 그의 관대한 미소에서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그 순간에, 그들이 도착한 날 밤에 알게 된 일을 닉에게 말할 수 있다면, 그런 뒤 그와 함께 그 장소가 어디라고 가버릴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리란 생각까지 들었지만, 하지만, 클라리사가 있었다!
유혹에 대항해 마음 든든히 다지기 위해 그녀는 결연하게 생각을 남편에게 고정했다. 닉이 팔복(八福)을 누리고 있는 건 영락없었다. 그는 그녀를 흠모하고, 베니스 생활을 흥청하게 즐기고, 그의 작업에 흐뭇해했다. 그리고 그 작업의 자질을 놓고 보면 그녀의 판단은 그녀의 심정만큼 확고했다. 그녀는 여전히 그가 쓰는 글로 생계를 꾸릴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가 무언가 대단한 글을 쓸 거라는 데는 의문이 없었다. 그가 철학적인 로맨스로 바쁘다는 단순한 사실, 그냥 단순한 장편이 아니란 점이 고유한 우월성의 증거처럼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공평무사함이 믿을 게 못 된다고 해도 스트레포드가 인정하면 안심이 될 것이었다. 친구들 사이에 스트레포드는 그런 문제들에 권위자로 통했다. 그래서 그의 예찬자들은 그에게 요약해서 알려주고는 항상 “그리고 그가 글을 쓰는 사실 알지요.” 덧붙였다. 사실 돈이 되는 대중은 그의 얼마 되지 않은 출간 저작에 도통 냉담했다. 하지만 그는 재능과 취향을 헷갈리는, 그리고 문학적인 표현에 가장 솜씨 없는 시도들에 감명을 받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 속에 살았다. 그가 사람들 판단이나 그리고 자신의 노력들을 업신여기는 척 꾸미지만 수지는 그를 두고 그런 말을 하더라 들어도 후회하지는 않으리란 걸 알았다. “오, 스트레피가 고르기만 한다면!”
철학적 소설에 대한 스트레포드의 인정은 닉의 편의를 위해 베니스에 머무는 동안 보람찼다는 확신을 심을 터였다. 그리고 엘리가 돌아오기만 하면 클라리사를 세인트 모리츠나 도빌로 데리고만 간다면, 그들의 행복이 기반을 둔 유쾌하지 못한 에피소드는 구름처럼 사라져버릴 것이고 그들에게 완벽한 향유만 남을 것이었다.
엘리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티머 힉스네는 왔다. 그리고 닉 랜싱은 그의 아내가 예견한 가책으로 공격을 받았다. 어느 저녁 리도에서 돌아온 스트레포드는 외항에 유람선사이에서 이비스의 거대한 선체를 알아보았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저녁, 팔라조 밴더린의 손님들이 카페 플로리안에서 아이스크림을 깔짝깔짝 먹고 있는데 힉스 가족이 피아자 건너 불쑥 나타났다.
수지는 남편에게 그의 사생활 방어를 핑계로 간청을 했지만 헛되었다. “당신은 여기 글을 쓰기 위해 온 거 기억해. 아무도 그런 일을 방해하지 두지 않는 게 당신의 의무야. 우리가 막 떠날 참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돼?”
“아무 소용없으니까. 우리는 분명 언젠가는 마주칠 테니까. 그건 그렇고 힉스 가족들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나는 교수형당할 거야. 꼬박 다섯 달을 나는 이비스호에서 지냈어. 그들이 가끔씩 나를 지루하게는 했어도, 인도는 아니었지.”
“우리 그 사람들에게 아퀼레이아에 아무튼 데려다달라고 꼬드길 수 있겠다.” 스트레드포드가 달관한 듯 말했다. 그다음 순간 힉스 가족이 아무 방어력 없는 트리오에게 돌진해 왔다.
그들은 가공스러운 전선의 대오를 이루고 있었다. 힉스 부부가 동등하게, 장대하게 삼차원을 이루고 있는 순수한 신체적 육중함뿐만 아니라, 그들은 두 명의 개인적인 비서들(그중 하나는 외국 언어들을 위한 사람), 힉스 씨의 주치의, 엘도라더 투커라고 알려진, 힉스 부인의 사촌이자 속기사인 미혼의 노여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딸 코랄 힉스의 호위 없이는 해외로 움직이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지가 마지막으로 파티에서 만났을 때, 코랄 힉스는 뚱뚱한 안경 낀 학생에, 항상 부모 뒤에 처져, 그녀 항적에 마지못한 푸들 한 마리를 데리고 따라다녔었다. 이제는 푸들은 어디 가버렸고, 개의 여주인이 이 행진을 이끌고 있었다. 뚱뚱한 학생은 아치 있는 생김새는 아니라 해도 다부진 몸의 젊은 아가씨로 변모하였다. 긴 자루의 외알 안경이 안경을 대체했고 이를 통해, 시무룩하니 노려보는 대신에, 미스 코럴 힉스는 세상에 재깍 확신에 차고 비파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녀는 아주 강하고 아주 확신해 차 보여서, 삽시간에 신체치수를 계량한 수지는 행렬의 선두에 선 그녀의 위치는 우연히 아니라고 이해하고서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고맙게도 역시 예쁘지는 않아!”
그녀가 예쁘지는 않았다 해도 옷은 잘 차려 입었다. 그녀가 과잉교육을 받았다 해도 그녀는 스트레포드가 암시한 것처럼, 더없는 영광의 약점조차 떨쳐버릴 능력이 있는 사람 같았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꾸며놓은 겉보기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 잡고 새로 아이스크림이 놓이던 5분 안 되어 (엘도라다와 비서들은 약간 뒤쪽에 있는 탁자에 앉았다.) 그녀는 닉과 메소포타미아에 관해 탐사의 질문을 하며 친하게 어울렸다.
“기묘한 아이야, 코럴은.” 그는 그날 밤 발코니에서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 수잔에게 말했다. “그녀는 오늘 오후 인도에서 내가 해준 많은 말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더군. 나는 그 당시에 그녀가 오직 카라멜과 그림 맞추기에만 관심을 둔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하는 모든 말을 귀담아 듣고 손에 닿는 모든 책은 다 읽은 모양이야. 그리고 동양 고고학에 아주 흥미가 동했는지 지난해 브린마우어(Bryn-Mawr)에서 강습을 받았대. 그녀는 내년 봄에 바그다드로 갈 셈이래. 그리고 페르시아 고원과 투르케스탄을 거쳐 돌아오고.”
수지는 호사스럽게 웃었다. 그녀는 닉의 손과 마주잡고 앉아 있었다. 밤늦은 달이, 다시 그들의 달로 둥실 차올라 산 조르지오의 종탑 위로 오렌지색의 장관을 그리고 있었다.
“불쌍한 코럴! 얼마나 따분할까-” 수지가 낮게 웅얼거렸다.
“따분해? 왜? 그 같은 여행은 내가 아는 한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일이야."
“오, 내 말뜻은, 당신이나 나 없이 그런 일을 하는 게 따분하다 그런 거지.” 그녀는 웃고는 나른하게 일어나 실내로 갔다. 널찍한 달빛 무리가 그녀의 방을 두 부분의 어둑어둑한 반으로 나누며, 되접어 놓은 이불보로 덮은 채색 베니스식 침대, 낡은 다마스크직 침대덮개, 레이스가두리의 베개에 앉았다. 감싸는 닉의 따뜻한 팔을 느끼고 그녀는 얼굴을 그쪽으로 들었다.
힉스 가족들은 이비스에 닉의 체류에 대한 아주 애정 어린 기억을 간직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난 그들의 꾸밈없는 기쁨에 감동을 받은 수지는 그가 그녀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그들을 교묘히 피해 다니지 않은 것이 기뻤다. 그녀는 항상 스트레포드의 가는 도상에 등장하는 인적 자원을 사용하고 버리는 가차 없는 재능을 존경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그런 대처를 힉스 가족에게 준용해야 한다는 그녀의 제안을 닉이 기억하지 않기를 희망하기 시작했다. 기나긴 황금빛 낮과 은색 불빛의 밤으로, 그들 문 앞에 커다란 요트가 대어 있는 일은 덜 유쾌한 일이겠으나 하지만 닉에 대한 힉스 가족의 존경에 수지도 감내하려는 기꺼운 마음까지 들 판이었고 그녀는 호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의식까지 들었다. 예전이라면 그녀의 반감을 자극했을 바로 그런 특징들로 고취된 호감이었다. 수지는 주머니가 큰 일반인들을 좋아하는 일에 많은 훈련을 쌓았었다. 그런 경우들에 대한 그녀의 용납과 정상참작의 비축분은 무진장이었다. 하지만 필부더라도 성공적인 일반인이어야 했는데, 곤란스러운 점은 힉스 가족은 그녀의 기준에서 판단해 보면 낙제였다. 그들이 우스꽝스러운 사람이란 이유만이 아니었다. 하늘에 맹세코 많은 그들의 경쟁자들도 그랬으니. 하지만 힉스 가족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성공적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처음 지평선 떠오를 듯 말듯 그들을 알아보고 그들의 향상시키러 도우러 노력하는 경험 많은 조언자의 노력에 항거했다. 그들은 항상 잘못된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잘못된 종류의 파티를 열고, 문제되는 사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들에 몇 백만의 돈을 썼다. 그들은 모두 열정적으로 “운동” “대의명분” “이상”을 믿었고 항상 그들의 가장 최신의 신념의 주창자들 시중을 받으며, 항상 사람들에게 페플럼을 입은 초췌한 여인들이 하는 강의를 들어보라고 재촉했고 결코 유행의 물결을 타보지 못하고, 발끈 잘하는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맡겼다.
이 모든 것들이 과거에는 수지의 경멸을 증가시켰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의아하게 힉스 가족들이 그들의 결함 때문에 좋았다. 그녀는 그들의 단순한 선의, 그들의 모든 기묘한 주창자들과 기생충들 한가운데 고립된 모습, 엘도라다 투커, 의사와 두 명의 비서가 변두리를 이루고, 그들끼리 치밀하게 따개비처럼 달라붙어 생경하고 무관심한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그들의 방식, 힉스 부인이 “르네상스의 궁전”으로 부르며 힉스 부인에게 상징되는, 무언가 대공 같은 과거 문화의 상태의 집합적인 환생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감동받았다. 엘도라다는 물론 그들의 최고위 예지자였다. 하지만 엄청나게 “명석하고” 현대적인 젊은 비서들인 벡과 버틀스 씨 조차 그녀의 관점을 공유하는 감동적인 성향을 보여서, 후원하는 메디치가를 아낌없이 찬양하던 파나돌피노의 정신에 견주어 힉스 씨를 “예술을 장려하는” 사람으로 칭했다.
“나는 진짜 힉스 가족들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들이 다니엘리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그들에게 잘 대해 줄 거 같아요.” 수지는 스트레포드에게 말했다.
“그리고 네가 그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 해도?”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이번만은 정감어린 농담이 빗맞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비스 호는 수도 없는 유월의 나날 동안, 마법에 걸린 해안을 따라 멀리 사방으로 그들을 데리고 갔다. 그들은 유가네이 언덕 사이로 배회했고 아퀼레이아와 폼포사와 라베냐를 보았다. 그들의 주인은 아주 흥겨이 그들을 더 멀리, 아드리아 해를 지나고 얼깃설깃 에게 해의 황금빛 회로 속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수지는 이런 닉의 규칙 위반이라며 격퇴했고 그 자신도 그의 업무에 고수하는 일을 택했다. 지금은 오직 그는 이른 아침에 글을 썼다. 그렇게 해야 대부분 날은 그들은 점심 전에 출발했다가, 늦게나마 석호 위로 낮은 빛의 변두리로 씩씩거리며 바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작업은 계속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페이지에 페이지가 더해질수록 수지는 막연히 하지만 확실히 각자는 숨의 에너지의 분출과 부합을 하고, 그 안에 결국 그들 둘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무언가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고 인지하였다. 무슨 의미일까, 그녀는 그저 그가 작업을 골랐다는 사실과 그것에 열중한다는 사실은 약간의 장밋빛 여름 몇 주 동안이면 좋으련만, 그에게 이미 “응” 그리고 “아니.”하고 새로운 방식의 말하는 법만 주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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