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X
넬슨 밴더린는 여전히 여행용 옷을 입고 그 소유의 식당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내부를 다 용서해주는 만족스러운 점검의 시선으로 살펴보았다.
그는 희끗희끗한 머리에 작은 익살맞은 눈에 크고 잘 속는 미소를 지니고 있는, 짧고 동그란 남자였다.
오찬 식탁에 그의 아내가 찰리 스트레포드와 닉 랜싱 사이에 앉아 있었다. 스트레포드 옆에 어린이용 의자에 높이 걸터앉아, 클라리사가 어린이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한편 수지 랜싱은 그녀를 위해 복숭아를 잘랐다. 넓은 오렌지색 가리개를 통해 태양이 흰색으로 차려입은 무리위로 비스듬히 비췄다.
“자, 자, 자! 여기서들 붙잡을 줄 알았어!”하고 행복한 아버지가 소리쳤다. 그의 아내와 친구들에게 그가 때에 맞지 않은 순간에 그들을 놀랜 듯이 말을 거는 것이 상습적인 버릇이었다. 뒤에서 살금살금 접근하여 그는 딸을 공중으로 높이 치켜들었고, 다들 합창으로 “오랜만이야. 넬슨” 그의 등장에 환호했다.
닉 랜싱이 밴더린을 본 게 두해인가 세 해 전이었다. 그는 지금 밴더린 합자회사 소속의 거대 뉴욕 은행의 런던 대표를 맡게 되어, 5번가에 있는 호화로운 저택을, 메이페어에 있는 한층 호화로운 다른 저택으로 바꾼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젊은이는 그의 주인을 궁금하게 정중하게 쳐다보았다. 밴더린 씨는 그 사이 더욱 늙고 툭툭해졌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다소 지친 듯한 낙관적인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와 포옹하고, 수지에게 애정을 다해 인사하고, 다른 두 남자와는 각각 화기애애하게 손을 쥐었다.
“이것 보게.” 그가 갑자기 클라리사의 목에 진주와 산호로 된 값싼 장신구를 알아보고 탄성을 질렀다. “누가 내 딸에게 보석장식을 주었을까. 알고 싶은데?”
“오, 스트레피 삼촌이 줬어요. 생각 좀 해 보세요, 아버지! 제가 책보다 그게 더 갖고 싶다고 했거든요.” 클라리사가 아버지의 목에 팔을 단단히 감싸고 스트레포드에게 눈을 돌리고 활짝 웃으며,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넬슨 밴더린 눈에 물질적인 가치들에 대한 문제가 일때마다 찾아들곤 하는 빈틈없는 민첩함이 엿보였다.
“뭐, 스트레피? 딱 잡았어, 어? 놀랄 노자군, 저 응석받이에 저렇게 버릇없이! 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 이 친구야, 사랑스러운 바로크 진주라니-” 그가 항의를 했다. 부자 남자가 무일푼의 친구에게 너무 값나가는 선물을 받아 곤란하여 반쯤은 사과의 어조였다.
“오, 그러지 말아요? 왜요? 클라리사에게 너무 좋아서, 나한테는 너무 비싸서? 물론 당연히 첫 번째 의미는 아니겠지요. 나로 치면 횡재수가 있어서. 그걸 숙녀들에게 쏴버렸어요.”
스트레포드, 랜싱이 알아차린 바로는, 그가 약간 말문이 막히면 항상 미국식 속어를 이용해서 주안점에서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버릇이 있었다. 하지만 왜 곤란해 하는지, 누구의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건지? 밴더린의 항의는 단순히 형식적인 일인 게 확연한데.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처럼 그는 돈이 가난한 사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주 흐릿한 개념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트페드포드가 누구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특히 비싼 것은 더욱더. 아마 그게 밴더린의 관심을 끌었던가 보았다.
“횡재수?” 그가 유쾌하게 되물었다.
“오, 얼마 안 돼요. 코모에 있는 제 작은 집에 막대한 임차료를 받았어요. 그래서 여기로 허겁지겁 달려와 내 수백만의 돈을 나머지 사람들과 낭비하고 있는 거지요.” 스트레드포드가 태연하게 말했다.
밴더린의 표정이 금방 흥미롭고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신혼 재미는 어때?” 그는 친근한 미소로 닉와 수지를 감쌌다.
“보다시피. 선에 대한 보답. 저기, 여송연 하나 주시겠어요, 어르신? 저는 엄청 좋은 녀석들을 코모에 남겨두었어요. 더 운 나쁜 건 이런 말은 그렇지만 엘리는 담배에 어떤 견식력이 전혀 없어요. 닉 역시 지나치게 행복에 겨워 그가 무얼 피우든 상관도 안 해요.” 스트레포드가 집주인의 여송연 곽으로 손을 뻗으며 투덜거렸다.
“저는 진짜 보석장식이 제일로 좋아요.” 클라리사가 아버지를 안으며 웅얼거렸다.
넬슨 밴더린이 아내에게 한 첫 마디는 그가 그녀의 모든 의류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었고 그녀는 적절한 열의로 꾸미고 그를 반가이 맞았었다. 사실, 방관자들 눈에도, 그를 보게 된 그녀의 기쁨은 그녀의 옷을 가지게 되었다는 만족감에 비하지면 다소 너무 명명백백 차이가 났다. 하지만 그런 의혹을 드러내어 밴더린의 존재하는 행복을, 이번만은 그리고 거의 이십사 시간 동안만은, 그의 아내와 아이와 함께 같은 지붕 아래 있는 행복을 망치지는 않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그 다음날 같이 하겠다고 한 약속을 드러내 놓고 후회했다. 그리고 엘리에게 애석해하는 눈길로 “당신이 날 기다려 줄 줄 알기만 했다면!”하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정에서나 사업적인 일에서나 의무에 매인 남자로서, 그는 그의 존재의 빚을 지고 있는 까다로운 노부인을 실망시킬 가능성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시피 해. 그래서 난 어머니가 더욱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려면 훨씬 자주 곁에 있어드려야 해.” 하고 그는 부모의 배타성에 어떤 자식의 자부심의 기미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말하곤 했다. 그리고 체념의 미소를 띠고 그는 클라리사가 다음날 저녁에 출발하도록 준비를 마치라고 명령들을 내렸다.
“그리고 그동안에, 우리는 아쉬우나마 좋은 시간을 최대한 가질 거야.”
무리의 숙녀들은 이런 다짐에 꽁꽁 마음이 뭉쳤는지 열렬히 진척을 시키고서 밴더린이 급하게 점심을 해치우자마자 그의 아내, 클라리사 수지는 그를 토르첼로에 차-소풍에 데려가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들은 스트레드포드 혹은 닉이 그 무리에 끼이라거나, 그 그룹의 다른 젊은 남자들 누구 불러야겠다거나 하는 언급조차 없었다. 수지의 말대로, 넬슨은 그의 하렘과 홀로 자리를 뜨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랜싱과 스트레포드는 남겨져 행복한 파샤가 시중드는 미인들 사이에 편안히 자리 잡고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럼, 저게 네가 결혼이라고 부르는 모습인 거지!” 스트레포드가 낡은 파나마 모자를 클라리사에게 흔들며 한마디 했다.
“오, 아니야. 그런 적 없어!” 랜싱이 웃었다.
“그라면 그러겠지. 하지만 자네도 알지않-” 스트레포드가 잠시 말을 멈추고 그의 친구 쪽으로 빙글 돌았다. “암담하고 낯부끄러운 자각이 닥치면, 나는 거기 있는 일 안 좋아할 거 자네도 알지. 무슨 접시들이 깨져 널브러질 테니.”
“여지없을 걸.” 랜싱이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스트레포드가 그의 파이프를 물고 철학적 사색에 잠기게 남기고 그는 자신의 방으로 천천히 벗어났다.
랜싱은 항상 불쌍한 늙은이 넬슨 일에 대해 알았다. 누군들 아니겠나, 불쌍한 늙은이 말고는? 그런 경우는 너무나도 전형적이어서 예전이라면 재밌었을 것이다. 지금은 밴더린이 완전히 멍청이 역을 하니 조금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는 그 다음날 떠날 예정이었다. 그리고 엘리도 그럴 테고 그러면 언젠지 모를 마법 같은 몇 주 동안 궁전은 다시 한 번 닉과 수지의 소유물이 될 것이었다. 그 궁전에 왔다가 가는 모든 사람 중에 그들이 제대로 평가하는, 아니 살림 들어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아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오직 타당함에서 보자면 그곳은 그들만의 것이었다. 이런 견지에서 보니 밴더린 가족도 잠시 머무는 단순한 틈입자로 너그러이 포용이 되었다.
그들을 이런 편리한 거리로 밀쳐 물리고 나서, 랜싱은 조용히 그의 책에 파고들었다. 그는 몇 주 휴일의 행락 후에 새로이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 일로 돌아왔으며, 그리고 재빨리 책을 마치리라 결심했다. 그는 책이 많은 돈을 벌어들일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면 이는 그에게 리뷰 자리나 잡지에 좋은 기회를 선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소설을 위해 고고학을 버릴 작정이었다. 그자신이나 수지가 먹고 사는데 기댈 수 있는 일이 픽션의 조달업자로서 역할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오후가 저물어가자, 그는 펜을 내려놓고 문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나갔다. 그는 점차 올라가는 베니스 여름의 열기가, 흠집이 난 낡은 집 정면의 복숭아빛 색조가, 거무틱틱한 녹색의 운하에 비치는 에나멜 광택의 햇빛이, 반쯤 문드러진 과일의 냄새가, 노곤한 공기에 짙어지는 꽃들이 좋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얼 바랄까! 수지와 옥빛의 물을 따라 위로, 무너질 듯 낡은 궁전의 다락에 몸을 숨기고 한 뙈기 버려진 정원 위로 내걸린 테라스에, 아주 편리한 간격으로 출판업자에게서 투하되는 수표를 가지게 된다고 상상만 해도 좋은데! 그가 이를 성사시키면 베니스에 정착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스칼지의 교회 앞에 어느덧 그는 서 있었다. 그리고 가죽으로 된 문을 밀어 열고 천천히 티에폴로(18세기 베니스 화가)의 거대한 아치천장에 그려진 장미와 레몬 천사들의 소용돌이 아래 신도석으로 걸어 올라갔다. 관광객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교회가 아니었는데 그는 바로 성가대석 근처에 혼자 서 있는 한 젊은 여성을 알아챘다. 그 여자는 부지런히 쌍안경을 천상의 소용돌이에 갖다 대었다가, 가끔씩 눈을 내려 열린 설명서로 쳐다보았다.
랜싱의 발자국 소리가 보도에 울리자 젊은 숙녀는 돌아섰고 모습이 드러났다. 미스 힉스였다.
“아, 당신도 여기를 좋아하는군! 하지만 여기는 당신 계보에서 수 세기는 벗어난 덴데, 안 그래?” 닉이 악수를 하며 물었다.
그녀는 진지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그들 계보에서 벗어난 일을 좋아하지 말란 법 있나요?” 그녀가 대답하자 그녀는 웃으며 동의했다. 종종 의욕의 자극책 같은 웃음이었다.
계속해서 진지한 눈빛을 그에게 고정하고 티에폴로 부자에 관한 한두 마디 언급하는가 싶더니, 그녀는 좀 더 개인적인 관심의 주제 쪽으로 어떻게 돌리나 더듬거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전 당신을 홀로 만나서 기뻐요.” 그녀는 한참 있다가, 완전히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면 진짜 어색할 수도 있었을 말을 아주 갑작스레 뱉었다. 그녀는 밀짚 의자 모아놓은 데로 몸을 돌리고 옆에 앉으라는 고갯짓을 했다.
“늘 그런 건 아녜요.” 그녀의 무거운 얼굴도 거의 보기 좋게 만드는 진지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반대할 시간도 안 주고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 말할 기회를 찾고 있었어요. 우리하고 페르시아와 투르케스탄으로 가자고 했던 아버지의 초대를 설명하기 위해.”
“설명한다고?”
“예, 당신은 막 결혼한 후에 여기에 도착하고서 편지를 보았겠지요. 기이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필 그런 때 청하다니.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결혼한 줄 몰랐어요.”
“오, 나도 그 비슷하게 추측했어. 아주 조용히 치렀으니까. 내가 태만해서 발표도 안 했지. 오래된 친구들에게조차.”
랜싱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생각은 베니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우편물 중에 힉스 부인의 편지를 발견했던 저녁으로 멀리 떠났다. 그날은 마음속에 어리석고 굴욕감 주는 그 여송연, 수지가 스트레포드 빌라 밖으로 가져가고 싶어 하던 비싼 여송연 에피소드와 연관이 있었다. 그 문제에 대한 시각을 잠깐 서로 교환한 일은 완벽한 행복의 표면에 첫 흐릿한 자국을 남겼고 그는 여전히 그 기억에 불편한 분기를 느꼈다. 몇 시간 동안 수지와의 삶의 전망이 견딜 수 없어 보였는데 그가 힉스 부인에게서 온, 거의 저항할 수 없는 초대의 편지를 발견한 게 딱 그 순간이었다. 부인의 딸이 그가 거의 받아들일 뻔한 걸 알기만 한다면!
“아주 지독한 유혹이었지.”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하고 가는 일이? 그런데 왜-?”
“오, 지금은 모든 게 달라. 나는 글 쓰는 일에 매달려야해.”
미스 힉스는 여전히 그 쪽으로 몸을 틀고 눈 깜박하지 않고 요모조모 살폈다. “당신의 진짜 일을 포기할 거란 의미인가요?”
“내 진짜 일이라니, 고고학?” 그는 다시 후회로 씰룩거리는 모습을 숨기며 웃었다. “아니, 유감이지만 그 일은 먹고살 돈 만들긴 글렀어. 나는 그 점도 고려해야해.” 그는 갑자기 붉게 얼굴이 물들였다. 미스 힉스가 그 발언을 얼마나 짐스러운 도움의 제공인지 그가 거의 알지도 못할 기회로 여기지 않을까 진짜로 은근히 기대라도 한 것 같아서였다. 힉스 가족 후함은 너무 계산적이지 않아서 가끔씩 압박이 되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그녀를 바라보자 그는 그녀의 눈이 눈물로 가득한 것을 알았다.
“전 그게 당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도 그랬어. 하지만 삶이 생기면 속상할 일도 따라 나타나.”
“오, 이해해요. 그런 일들이 있겠지요. 모든 다른 일을 포기할 가치가 있는 일들.”
“있고말고!” 환하게 강조를 하며 닉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미스 힉스의 눈이 이런 두루뭉술한 확언 말고 더욱 많은 해명을 요구함을 의식했다.
“하지만 당신 소설이 실패할 수도 있고.” 그녀에게 낯설지만 매정하게 말했다.
“그럴 지도, 아마 그럴 거야.” 그가 동의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가능성들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으면-”
“당신은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죠, 아내가 있다고?”
“오, 코럴, 너 몇 살이었지? 아직 스물이 안 지났지?” 그가 오빠 같은 손길로 그녀의 손위에 손을 놓으며 물었다.
그녀는 일순 그를 쳐다보고 어색하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전 결코 어리지 않았어요. 그게 당신이 말하는 의미라면. 제 부모님이 원대한 교육을 해준 게 행운이죠. 그렇잖아요? 아시겠지만 예술은 훌륭한 자원이에요.” (그녀는 자원을 자아원이라고 강조해서 발음했다.)
그는 온화하게 계속 바라보았다. “너는 그게 필요하지 않을 거야. 혹은 다른 거라도, 네가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면, 네가 언제가 되겠지만.”하고 도닥거렸다.
“내가 사랑에 빠질 때요? 그 뜻인가요? 하지만 전 사랑을 하고 있어요……아, 저기 엘도라다와 벡 씨에요!” 그녀는 홱 쌍안경으로 신도석 저 먼 쪽에 막 등장한 한 쌍을 가리키며 갑작스레 말을 중단했다. “저 사람들에게 여기서 저를 만나면 그들이 티에폴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어요. 왜냐면 아시겠지만 집에 앉아서는 진짜로 티에폴로를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벡씨와 엘도라다는 그걸 깨달은 유일한 사람들이에요. 버틀즈 씨는 그냥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녀가 랜싱에게 몸을 돌리고 손을 내밀었다. “저는 사랑을 하고 있어요.” 그녀는 진지하게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게 제가 예술에서 그런 자-원을 발견한 이유이고요.”
그녀는 다시 안경을 걸치고 설명서를 열었다. 그리고 교회를 성큼성큼 가로질러 장래성 있는 초심자들에게 갔다.
그녀를 눈으로 쫓으며 랜싱은 아주 잠깐 벡이 이런 짝사랑이 분명한 감정의 대상인가 궁금해 했다. 그런 뒤 기이한 자기성찰의 시작과 함께 갑자기 아니다, 그는 분명 아니라고 결정 내렸다. 하지만 그러면……하지만 그러면. 뭐, 그런 추측을 따라도 아무 소용없다……그는 소풍간 사람들이 팔라조 밴더린에 이미 도착했을까 궁금해 하며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들은 농짓거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차서 만찬 시간에 겨우 맞춰서 돌아왔다. 그리고 분명 여전히 서로 어울려 놀던 일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넬슨 밴더린은 그의 아내에게 환하게 웃고 아이를 키스와 함께 자러 보내고서, 과일과 꽃으로 잔뜩 놓인 탁자 앞의 그의 안락의자에 등을 기대고 그의 삶에 이처럼 즐거운 하루를 보낸 적이 없노라고 호쾌히 웃었다. 수지는 그런 회고에 충분히 동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랜싱은 엘리가 유난히 그녀의 친구에게 살갑게 군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트레포드는 집 여주인의 옆에서 가끔씩 젊은 랜싱 부인을 흘낏흘낏 건너다 보았고 그의 흘낏거림은 랜싱에게 밴더린가의 몰아지경에 확실한 논평 같았다. 하지만 저러고 나면 스트레포드는 항상 사람들을 두고 혹은 그들 관련 일로 은밀히 우스개를 늘어놓을 것이었다. 그리고 랜싱은 그의 가장 좋은 친구들을 그런 희미한 공모들을 제살 깎아가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는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이제 내가 스트레피를 질투하도 할 판이군!” 그는 자기 조롱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생각을 접었다.
분명 수지는 아주 진짜 비이성적인 격통도 수긍이 갈 정도로 충분히 사랑스러웠다. 소녀였을 때 그녀는, 일부 사람 취향으로는, 약간 까다롭고 신랄했었다. 지금은 예전의 날렵한 윤곽에 아련한 화색이 돌았고, 별까지도 반사하는 깊이가 더해졌다.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느려지고, 덜 각이 졌다. 그녀의 입술은 아늑하게 아래로 처졌고, 눈썹은 눈꺼풀의 무게로 내려앉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오래된 기백이 달콤한 과일의 중심의 시큼한 맛처럼 새로운 나른함을 통해 드러나곤 하였다. 남편으로서 그녀를 꽃과 조명을 가로질러 쳐다보며 그는 속으로 모든 다른 것에 비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가만히 웃었다.
밴더린과 클라리사는 그 다음날 아침 늦기 전에 떠났고 세인트 모리츠로 오후에 출발할 예정인 밴더린 부인은 마지막 몇 시간 동안 하녀와 수지를 붙들고 불안한 토론에 오롯이 매달렸다. 스트레포드는 프레드 길로우와 다른 치들과 함께 리도 섬으로 수영을 하러 벌써 나갔고 랜싱은 그의 책으로 돌아갈 기회를 그러잡았다.
사방이 쩌렁쩌렁 시끄럽게 울리던 장소가 고요해서 그에게 다가올 고독을 미리 맛보기 같았다. 8월 중순까지 모든 무리들은 흩어질 것이다. 힉스 가족은 유람선을 타고 크레타와 에게 해로 떠날 거고, 프레드 길로우는 그의 황야 지대로 가는 길에 오를 것이다. 스트레포드는 카프리 섬에 친구들과 머물렀다가 9월에 노섬버랜드 매년의 방문을 할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다른 사람들이 뒤로 따르고 랜싱과 수지는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홀로, 햇빛 들지 않는 거대한 궁전에 홀로, 여전히 그들의 것인 커다란 오렌지빛 달과 함께 홀로 남겨질 것이다! 축복같은 고요함 속에서 그의 소설은 그의 꿈결처럼 조화롭게 스르르 절로 펼쳐질 것이다.
그는 거의 지나는 시간도 잊고 계속해서 쓰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그의 뒤로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 순간 손 두 개가 그의 두 눈을 가렸고 공기는 밴더린 부인의 최신의 새로운 향수로 가득하였다.
“이 귀염둥이, 나는 이제 떠날 참이야.” 그녀가 말했다. “수지가 당신이 일하고 있다고 하더군. 나는 그녀에게 내려오라고 불러들이지 말라고 했어. 그녀와 스트레피는 역으로 데려다 주려고 기다리고 있어. 나는 잠깐 작별 인사하려고 뛰어왔지.”
“엘리!” 죄책감에 가득 차, 랜싱이 그의 글을 한 쪽으로 밀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다시 자리로 눌러 앉혔다. “아니, 아냐! 당신에게 방해된다면 내가 나 자신을 결코 용서 못 할 거야. 나는 올라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수지는 그러기를 원하지 않았지.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이야기 해야만 했어, 있잖아. 꼭 고맙다고 해야겠기에.”
그녀의 어두운 여행용 복장과 모자를 쓰고 그렇게 사려 깊게 튀고, 그렇게 등한하고 그렇게 세심하게 계획하여, 베일로 화장을 가리고, 장갑으로 반지들을 숨기자 그녀는 이제껏 보아오던 모습보다 더 젊고 더 단순하고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다. 가련한 엘리, 마음은 좋은 친구인데 어쨌거나!
“나한테 감사해? 무엇 때문에! 여기서 아주 행복한 걸로?” 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고 마주 웃고는 팔을 그의 목 주위로 와락 둘렀다.
“내가 다른 곳에서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일을 도와줘서, 당신하고 수지, 축복받을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그녀가 그의 뺨에 키스를 하며 북받쳐서 말했다.
그들의 눈이 잠시 만났다. 그런 뒤 그녀의 팔이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져 그녀의 옆구리로 떨어졌다. 랜싱은 그녀 앞에 돌처럼 굳어 앉아있었다.
“오.” 그녀가 헉 숨을 삼켰다. “왜 그렇게 뚫어지게 봐? 당신 몰랐던……거야?”
그들은 계단에서 들리는 스트레드포드의 새된 목소리를 들었다. “엘리, 대체 당신 어디 처박힌 거야? 수지는 곤돌라에 올랐어. 이러다 기차 놓치겠어!”
랜싱은 일어서서 밴더린 부인의 손목을 잡았다. “무슨 뜻이야? 당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오, 아무 것도 아냐……하지만 당신들 둘 다 편지에 관해 아주 든든한 친구였다고……그리고 넬슨이 여기 왔을 때도……닉, 세게 쥐지 마, 손목 아파! 나 가야 돼!”
그는 그녀의 손을 떨어뜨리고 꼼짝 없이 서서 그녀를 눈으로 쫓았다. 그리고 그녀가 방을 도망치듯 달려 메아리치는 복도를 따라 하이힐로 또각거리며 걷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탁자로 돌아오자 그는 작은 모로코 상자가 그의 종이들 사이에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떨어지면서 케이스는 뚜껑이 열러 그 앞에 연한 벨벳 안감 위로 완벽한 진주가 박힌 스카프 핀이 놓인 게 보였다. 그는 상자를 집어 들고, 가는 길마다 보석을 흘리고 다니다니 정말 그녀다운 일이로군, 밴더린 부인을 서둘러 쫓아가려는 찰나에 덮개에 그 자신의 이니셜을 알아차렸다.
그는 뜨거운 숯불이라도 되는 듯이 상자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한참동안 앉아 금색 N. L.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글자는 마치 자신의 살 속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한참만에 그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X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지는 모자의 핀을 뽑고 거실에 편하니 벌렁 누웠다.
그녀가 두려워하던 시련은 끝났다. 그리고 밴더린 씨와 밴더린 부인은 무사하게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불쌍한 엘리는 사리분별로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인데, 삶이 그녀에게 미소를 짓자 그녀는 너무 대놓고 그녀의 사의를 번번이 노출을 해대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수지의 경계로 (그리고 틀림없이 스트레포드의 암묵적인 협력도), 그 두렵던 이십사 시간은 행복하게 끝났다. 넬슨 밴더린은 그의 이마에 응달 하나 없이 출발했고 비록 엘리 측에서는, 닉에게 작별을 고하고 내려왔을 때 수지에게 평소보다 더 말수가 적어 보이긴 해도, 그녀는 그녀의 보석 상자가 든 붉은 모로코 가방이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하자마자 원래 정상자신으로 돌아왔다. 역에 이르고 또 한참 수선 끝에 곤돌라의 깊은 곳에서 발견을 하고나니, 막 그녀를 침대차에 떠밀 빠듯한 시간이 남았었다. 침대차에 그녀는 친구들에 흐트러지지 않는 작별의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어휴, 다 치렀네.” 스트레포드가 세인트 모리츠 고속열차가 굴러가자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오,” 수지가 무언의 공모로 한숨을 쉬었다. 그런 뒤 그녀의 무심했던 자기 현시를 감추기라도 하듯 “불쌍한 이 같으니, 그녀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과 그렇게 하고 싶어 해!” 덧붙였다.
“그래, 형편없는 망나니 녀석이래도.” 스트레포드가 동의했다.
“형편없는 망나니? 아니, 내 짐작에 그…….”
“여전히 젊은 대버넌트일 거라고? 맙소사, 아냐. 지난 여섯 달 동안은 아니야. 너에게 말 안 해주든?”
수지는 붉어지는 자신을 느꼈다. “나는 안 물어봤어요.”
“물어 봐? 너 말도 못 하게 했다는 뜻이구나.”
“말 못하게 했어요. 그리고 당신도 못하게 할 겁니다.” 곤돌라를 타는 일을 돕고 있던 그에게 수지가 날카롭게 덧붙였다.
“오, 알았어. 당신이 옳다고 해줄게. 그래야 일을 간단하게 되지.” 스트레드포드는 얌전히 묵인했다.
그녀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 속에 곤돌라는 집 쪽으로 미끄러졌다.
이제 고요한 자신의 방에서 수지는 누워 지난 해 동안 여행해 왔던 거리를 곰곰이 되짚었다. 스트레포드는 그의 평상시 통찰력으로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 엘리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일이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는 게 사실이었다. 젊은 대버넌트의 후계자 이름은 사실상 까놓고 말했어야 한다. 분명 엘리조차 희미하게 그런 변화를 눈치 챘었다. 그녀가 수지에게 비밀들을 억지로 뱉으려던 첫 번째 시도 뒤에 그녀는 어렴풋한 사의, 암시적인 미소와 한숨, 그리고 그들의 작별의 포옹의 행동 중에서 그녀 친구의 손목으로 스르르 숨어든 사파이어 뱅글 같은 예쁜 “뜻밖의 선물”의 표현들로 만족해하였기 때문이었다.
뱅글은 극도로 멋졌다. 가치의 어림에는 경매업자의 눈을 가지고 있는 수지는 작은 에머랄드와 브릴리언트 컷 보석들이 번갈아 박힌, 깊게 볼록한 그런 보석의 가치는 우수리까지 알았다. 그녀는 그 팔찌를 가지게 되어 기뻤다. 그리고 그녀의 얇은 팔목에서 생성하는 효과에 황홀해했다. 그래도 그 보석을 감탄하고, 그녀의 것이란 데 크게 기뻐하는 동안에 그녀는 벌써 그것을 정금(正金)으로 환산하고 이것으로 가사에 쓰일 돈에 어느 정도까지 도움이 될까 고심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지금 무엇이 오더라도 그녀는 오직 닉에게 무얼 더 줄 수 있을까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이 열리고 닉이 들어왔다. 땅거미가 이미 져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벌컥 열리는 문손잡이 소리에 항상 잠들지 않던 무언가 우려가 일었다. 그녀는 팔을 쭉 뻗고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이것 봐, 자기. 엘리치고도 너무 다정하지 않아?”
그녀는 의상실의 불이 들어오는 전등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녀 남편의 얼굴은 황혼빛에서 낯설게 흠칫 튀어나왔다. 그녀는 팔찌를 벗어 그에게 내밀었다.
“오, 내가 당신보다 더 잘할 수 있어.”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모로코 케이스를 꺼내 향수병 사이로 내팽개쳤다.
수지는 기계적으로 케이스를 열고, 그 진주를 뚫어지게 보았다. 다시 닉의 얼굴을 보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엘리가 당신에게 이걸 줬어?” 그녀가 한참 만에 물었다.
“그래, 그녀가 나에게 이걸 줬어.” 침묵이 따랐다.
“당신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겠어?” 랜싱이 똑같은 수평적인 낮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우리 둘이 정확하게 무슨 서비스로 그렇게 후하게 지불을 받는 건데?”
“진주가 아름답네.” 수지가 시간을 벌기 위해 딴 말을 웅얼거렸다. 한편으로 그녀의 머리는 상상할 수 없는 공포들로 빙글빙글 돌았다.
“당신 사파이어도 그렇지. 조금 더 가까이 조사하면, 내 서비스가 당신보다 더 높이 가치가 치인 것 같아 보일 걸. 어떤 것들이었는지 그냥 말해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수지는 고개를 홱 돌리고 그를 쳐다봤다. “당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닉? 엘리가 이런 선물을 우리한테 줘서는 안 될 이유라도 있어? 이건 그녀에게 펜 닦개나 단추걸이 같은 선물에 지나지 않은 거 잊었어? 당신 무얼 암시하려고 이러는 거야?”
그녀가 질문을 쏟아 붓는 동안에 그의 눈을 붙잡고 있는 일은 상당한 노력이 들었다. 무언가 그와 엘리 사이에 일어났다. 사람들의 온갖 기발하고 약은 계획들을 한방에 바스러뜨리는 그런 예측불허의 대실수의 하나가 분명했다. 그리고 다시 수지는 그녀의 지복의 허약함에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그녀의 오랜 훈련이 큰 도움에 닿아 바투 서서 버텼다. 그녀 과거에 모든 것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이 그녀가 냉정하게 머리와 훤한 번득임의 유지에 달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이 위험에 처한 지금에라도, 그녀가 근사한 방어책을 수립할 수 없다면 그게 도리어 놀랄 일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랜싱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자, 그녀가 다그치며 되물었다.
“나도 그 말 물으려고 여기 온 거야.” 그녀가 평정을 유지하는 만큼 그도 차분히 눈을 유지하며 말을 받았다. “당신 말마따나, 엘리가 그녀 좋을 대로 그런 비싼 선물을 우리에게 주지 않아야 하는 어떤 이유도 뭐고 없어. 그리고 진주는 아름다워. 내가 묻는 것은 무슨 특별한 서비스로 그들을 준 거냐고? 진정으로 문명화된 사람들의 교류를 표시하는 거리낌이 전무하다고 쳐도, 당신도 아마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동의하겠지. 적어도 지금까지 한계는 있었어…….”
“난 진짜 당신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나는 엘리가 클라리사를 돌본 일을 감사해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추측해.”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대한 대가로 이 모든 것을 주었어, 안 그래?” 그가 손으로 그늘이 드리운 아름다운 방을 스윽 훑으며 말했다. “우리 좋을 대로 여름 내도록.”
수지가 미소 지었다. “분명 그녀는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정말 애를 애지중지하는 어머니로군! 아이를 중시한다고 보여주려고.”
“그럼, 자기라면 클라리사를 중시하지 않겠어?”
“클라리사라면 절묘하지. 하지만 아이 어머니는 이런 배상을 건네며 아이 언급은 하지도 않던데.”
수지는 그녀의 머리를 다시 들었다. “그녀가 누굴 언급했는데?”
“밴더린.” 랜싱이 말했다.
밴더린? 넬슨?
“그리고 무슨 편지하고.……편지에 관해 무슨 일……뭐냐고, 자기. 당신하고 나하고 밴더린에게 무언가 숨기려고 고용이 되었던 거야? 나도 알아야 되겠어.” 닉이 잔인하게 내뱉었다. “우리가 적절하게 지불을 받았나 안 받았나.”
수지는 말이 없었다. 그녀의 힘을 끌어 모으고, 다음 수를 고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는 온통 그런 공포의 소용돌이를 쳐서 한참 만에 “엘리가 당신에게 한 말이 무언데?”나온 대꾸가 겨우였다.
랜싱이 다시 웃었다. “그게 당신이 밝혀내고 싶은 바로 그거야, 안 그래? 당신 해명을 꾸며내기 위해 무슨 말이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 비웃음은 그가 예상치 못한 효과를 가져왔다. 수지 자신도 예상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오, 그러지 말아. 서로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자고.” 그녀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화장대 옆에 맥없이 주저앉아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에게 지금, 서로에 대한 사랑, 서로에 대한 믿음이 무언가 치료할 수 없는 상처로부터 구해내야 한다는 점 말고는 아무 것도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도 모든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녀도 그녀가 그의 마음속에 대응하는 심금에 다다를 수 있다고 확신만 선다면 닉에게 뭐든지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여송연 때가 떠올라 그녀는 얼어붙었다. 그들이 계속해서 서로 사랑을 하는 한 어떤 해명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그에게 알려줄 수만 있다면!
그의 손길이 정답게 그녀의 어깨에 앉았다. “불쌍한 이 같으니, 그러지 말아.” 그가 말했다.
그들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녀의 눈물 사이로 뚫고 나오던 미소를 저지했다. “당신은 모르겠어?” 그가 말을 이었다. “이 일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그녀는 계속해서 눈물의 프리즘을 통해 그를 주시했다. “그럴 수 없어. 당신이 그렇게 떡 버티고 섰으면.” 그녀가 아이처럼 말을 더듬거렸다.
그녀는 라운지의 한 쪽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랜싱은 그녀 옆에 같이 앉지 않았다. 그는 마주보는 곳의 의자에, 격식 차린 우아한 차-쟁반 건너편에 앉는 방문객처럼 앉았다. “그만하지 못 할까?” 그가 딱딱한 미소를 띠고, 마치 그녀를 웃기려는 듯이 말했다.
“아무 것도 안 해. 당신이 당신이 아닌 한!”
“내가 아냐?”
그녀는 머리를 지쳐서 가로 저었다. “무슨 소용이야. 당신은 이론적으로 일을 받아들여. 그런 뒤 실제 발생을 하면……
“무슨 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갑작스런 성급함이 그녀를 굴복시켰다. 그나저나 그가 무슨 추측을 했더란 말인가? “하지만 당신은 엘리를 잘 알아. 우리는 그녀에게 관해 예전에 말을 많이 나누곤 했잖아.”
“엘리하고 젊은 데버넌트?”
“젊은 데버넌트. 혹은 다른 사람들……”
“혹은 다른 사람들. 하지만 우리하고 그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야?”
“아, 그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그녀가 안심의 폭발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랜싱 역시 일어섰지만 그의 얼굴에 어떤 화답의 빛은 없었다.
“우리는 그 모든 일 바깥에 있어.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렇지?” 그가 추궁했다.
“무슨 일이든 아무 것에도.”
“그러면 대체 엘리의 감사의 말이 무슨 뜻인 건데? 우리가 무슨 편지에 관해 일을 해서, 밴더린에 관련해서 감사를 받느냐고?”
“오, 당신은 아냐.” 수지가 부지불식간에 소리쳤다.
“내가 아냐? 그러면 당신은?” 그는 바싹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 “대답해봐. 당신 엘리와 관련된 더러운 일에 연루된 거야?”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는 뱅글이 있던 손목 자리를 타는 듯이 붙들리고 있자 말하기가 불가능했다. 마침내 그가 그녀를 풀어주고 물러났다. “대답해.” 그가 되풀이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상관할 바지 당신 일이 아니라고.”
그는 이를 침묵으로 받았다. 그런 뒤 그가 물어왔다. “당신이 그녀 대신에 편지를 보낸 거지. 그런 거지? 누구에게?”
“왜 당신이 나를 고문을 해? 넬슨은 그녀가 멀리가 있는 걸 알면 안 되었어. 그녀는 내게 그에게 일주일에 하나씩 부치라고 편지를 남겼어. 나는 그걸 우리가 도착한 날 발견 했어……그게 값이야, 이거에 대한. 오, 닉 그럴 가치가 있었다고 말해. 적어도 그럴 가치는 있었다고 말해!” 그녀가 그에게 애원했다.
그는 아무 반응 없이 꼼짝 않고 서있었다. 한 손으로 화장대 구석을 두드려, 보석이 박힌 뱅글이 춤을 추었다.
“얼마나 많은 편지?”
“나도 몰라……넷……다섯……. 그게 무슨 문제야!”
“그리고 일주일에 하나씩, 육주 동안?”
“그래.”
“그리고 당신은 모든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아니야. 망설였어. 하지만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
“당신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같이 있는 일이 그 일에 달려있을 때? 오, 닉. 어떻게 내가 당신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을 해?”
“나를 포기 해?” 그가 메아리처럼 반복했다.
“저기, 같이 있는 일이 그런, 우리가 사람들에게 얻어낼 수 있는 것에 달려있지 않아? 그리고 항상 무언가 주는 있으면 받는 게 있지 않았냐고? 당신은 살면서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무언가 얻은 적 없어?” 그녀는 갑작스레 격분하며 울부짖었다. “당신은 나만큼 오랫동안 이런 사람들 틈에서 살았어. 나는 이게 처음은 아닐 거라고…….”
“하느님께 맹세코, 하지만 이것은,” 그가 얼굴이 달아올라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게 차이야. 근본적인 차이.”
“차이라고!”
“당신하고 나 사이. 나는 내 삶에 사람들의 더러운 일을 위한답시고 해준 적 없어. 호의의 답례랍시고 더더욱이나. 당신도 그렇게 추측했을 거라고 생각 해. 아니면 당신은 이런 비열한 일은 내게 숨기지 않았을 테니까.”
피가 수지의 관자놀이에도 역시 치솟았다. 그래, 그녀는 그렇게 추측했다. 본능적으로 그녀가 처음으로 그의 헐벗은 하숙을 방문하던 그날부터, 그녀는 그의 더욱 엄격한 도덕규범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영향으로 그녀의 규범 역시 더욱 엄격해졌다고, 그리고 그의 분노를 피하고 싶은 만큼 자신의 치욕 역시 숨기고 싶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은 내가 알았더라면 하루라도 여기 더 머물지 않을 걸 알았어.” 그가 계속 했다.
“그래. 그러면 세상에 우리가 어디로 가야 했겠어?”
“당신 뜻은, 이렇게든 저렇게든, 당신이 소위 서로서로 주고받은 일이라고 하는 게 우리가 함께 남아있는 대가야?”
“글쎄 그렇지 않아?” 그녀가 머뭇거렸다.
“그러면 우리 헤어지는 게 낫겠군. 그렇지 않아?”
이것이 그들의 열정적인 토론으로 이끌어낸 어쩔 수 없는 결론이기라도 하듯이 의도적으로 그리고 생각 깊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지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그녀는 일어난 일의 원인을 의식하던 일도 중단했다. 벌어진 일 자체가 그들의 폐허 아래 그녀를 질식시키는 것 같았다.
닉은 화장대에서 떨어져 걸어 나와 불빛으로 얼룩덜룩 어두워지는 있는 창밖의 운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녀는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팔로 와락 그의 주위로 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의 접촉이 그 주술을 깬다고 해도, 그녀는 깨뜨리는 방식으로 그걸 택할지 확신이 없었다. 거기 잠자코 있는 그녀의 괴로움 아래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는 감각이 어렴풋이 의식 속으로 불타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묘한계약에 들어섰을 때, 그들이 함께 살아가야할 삶이 어떤 타협과 양보에 근거하게 될 것인지 닉도 그녀만큼 알고 있었다. 그가 그 점을 망각했다는 일은 아주 믿기지가 않은 일이라서 그녀는 새로운 공포의 도약으로, 그가 진절머리 나는 엘리의 지각없는 행동을 이미 싫증난 그들의 유대로부터 탈출할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갑자기 그녀는 그녀의 머리를 웃음과 함께 치켜들었다.
“결국에는, 당신은 나를 당신의 정부로 원했던 게 맞았어.”
그는 그녀에게 깜짝 놀란 눈길로 바라보며 돌아섰다.
“당신을, 내 정부로?”
모든 고통을 지나 그녀는 그런 가능성이 이후로 그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된지 오래라는 사실을 발견하자 긍지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우기며 주장했다. “풀머 가족 집에서 그날, 당신 잊었어? 우리가 결혼하는 일은 순전히 미친 짓이 될 거라고 당신이 말했을 때.”
랜싱은 창문의 총안에 기대고 앉았다. 그의 눈을 마루의 소용돌이모양 모자이크에 고정했다.
“내가 우리가 결혼하는 일은 순전히 미친 짓일 거라고 했던 말은 충분히 맞았어.” 그가 마침내 응수했다.
그녀는 몸을 떨며 벌떡 섰다. “그래, 쉽게 결론 났네. 우리 협정은…….”
“오, 그 협정.” 그가 성마른 웃음으로 끼어들었다.
“당신 이걸 지금 이행하라고 나에게 요구하고 있는 거 아냐?”
“내가 헤어지는 게 낫겠다고 말해서?” 그가 멈췄다. “하지만 내가 거의 잊고 있던 그 계약은우리가 우리 중 하나가 더 나은 기회를 가진다면 서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기로 한다라는 취지였어, 그렇지? 그 조항도 참 부조리해, 그저 농담거리, 내 관점에서는 적어도 그래. 나는 결코 더 나은 기회를 원하지 않을 거야……어떤 다른 기회도…….”
“오, 닉, 오, 닉……하지만 그럼…….” 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갔다, 그의 얼굴은 그녀의 눈물사이로 어렴풋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뒤로 물렸다.
“말처럼 쉽긴 쉬울 거야, 그렇지 않겠어?” 그가 응수했다. “우리가 저 모든 것처럼 떼었다붙였다 할 수 있었다면? 현 상황에서 끔찍하게 상처를 주게 되겠지. 하지만 이야기 나눈다고 도움이 되지는 않아. 방금 당신이 옳았어. 당신이 어떻게 달리 살아갈 거냐고 물었던 일. 우리는 기생충으로 태어났어, 둘 다, 아마도. 아니었다면 우리는 예전에 무언가 다른 방도를 발견했겠지.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위해, 꼭 해야 한다면 참고 견뎌야 할 수도 있는 일이 있다고는 알아. 그리고, 아마도 결국에 내가 당신도 내 일로……참고 넘기는 일이 내가 참을 수 없을 때가 꼭 올 거야. 코모에서 그 여송연. 내가 그게 나를 위해 한 일인 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것 역시? 그래, 이대로는 안 돼……이대로는 안 돼…….”
그가 말을 멈췄다. 용기가 쑥 다 빠져나간 듯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안타까운 신음을 뱉었다. “하지만 당신의 글, 당신 책이 성공한다면…….”
“불쌍한 수지. 그건 모두 이 협잡의 일부분이야. 우리 둘 다 소위 내 저작은 결코 돈을 받지 못하리란 걸 알아. 그리고 이보다 더한 비슷한 종류의 조악한 것 말고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어? 그러다 점점 더 그 일에 둔화되는 것? 적어도, 지금까지 나는 일정 일은 염두에 두고 조심을 했어. 나는 그것들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될 때까지 지속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소심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필요 없어……내게 맡기기만 하면 돼…….”
그는 날카롭게 뒷걸음질 쳤다. “그것참 당신에게 쉬워 보이는군? 근데, 남자들은 달라.” 그는 화장대를 향해 걸어가 그녀의 결혼 선물중 하나인 에나멜로 된 작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옷 차려 입을 시간이야, 안 그래? 당신 혼자 스트레피와 그리고 누군지 몰라도 올 사람하고 저녁 먹도록 둔다 해도 괜찮겠지? 조금 길게 거리 좀 걷고 싶군. 그리고 현재로는 더 이상 나 자신 말고는 대화는 하고 싶지 않고.”
그는 그녀 곁을 스쳐 급하게 걸음을 떼 방을 빠져 나갔다. 수지는 그대로 가만있었다. 가지 못하게 손을 들어 올릴 수도 호소할 마지막 단어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녀의 어지러운 화장대에서 밴더린의 선물은 장밋빛 등불 아래 반짝거렸다.
그래, 남자들은 달라. 그 사람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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