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9-29
VII
그가 매달린 작업에서 무언가 새로이 부걱부걱 끓어오르는 뜸을 닉 랜싱 자신도 동일하게 깨달았다. 그는 수지나 스트레포드보다 그 자신이 쓰려고 노력하는 책의 더 나은 재판관이었다. 그는 글의 약점들, 글의 기만들, 그가 아주 단단히 그러잡았다 생각하는 그 순간 그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동향들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또한 끝장 났구나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돌아와 그의 면전에서 요란하게 날갯짓을 해대곤 하는 것 역시 잘 알았다.
그는 그것의 상업적인 가치에 대해 어떤 망상도 없었다. 그리고 수지가 그 책을 마리우스로 인유하자 의기양양하기보단 움찔 움츠러들기도 하였다. 책 제목은 “알렉산더의 행차”라고 부를 작정이었다. 그의 창작열은 전설적인 아시아의 풍광을 가로지르는 젊은 정복자의 전진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매혹 당했다. 그는 서술 쓰는 일을 좋아했다. 그리고 모호하게 픽션의 가장 아래라면, 아이디어를 하나의 소론에 넣으려고 했던 것보다 배우는 바가 덜하다는 희생은 치르겠지만 서양 예술의 동양적인 영향이라는 그의 이론을 전개시킬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 그는 그의 알아야 되는 만큼 그의 주제에 대해 충분히 알았지만 그것에 대해 쓸 정도로 충분히 알지 못한 것도 알았다. 하지만 빌헬름 마이스터가 많은 미학의 묵직한 책 중에서도 살아남았음을 기억하며 자신을 달랬다. 그리고 그의 자기 불신의 순간들 사이에 그는 자신을 수지의 평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작업에서 순수한 환희를 발견했다.
결코, 아니, 결코! 그는 그렇게 무한정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 그의 하청작업은 그에게 전심전력의 습관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 습관은 영감의 불꽃을 입었다. 그의 이전 문학적 모험은 소심하고 머뭇거렸다. 이번 것이 그의 손에 자라고 힘을 얻어가고 있다면 이는 조건들이 아주 다르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는 편안했고, 안도감이 들고,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또한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그의 이른 어린 시절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 돌봐야 하는 사람,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자신의 보살핌 하에 있는 사람, 그리고 그가 스스로와 그의 행동에 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그 자신이 삶을 영위하기로 골랐던, 어수선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져야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든 적이 없었는데.
수지는 이런 사람들과 똑같은 기준을 가졌다. 비록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긴 했지만 그녀는 그들의 언어를 이야기했다. 그녀가 그들의 신을 숭배하지 않았다 해도 그 사람들의 즐거움은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딸린 사람이 된 그 순간부터 본질적으로 깊게 자리한 무언가 숭앙의 욕구에 부응하는 그녀의 개념을 자신 속에서 점점 키워나갔다. 그녀는 그의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골랐다. 그녀는 사랑받고 존대 받고, 고인이 된 랜싱 남자들에게 아마도 속기도 한 랜싱가문 여성의 기다란 줄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이런 일의 논리를 이해한 척 가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아내라는 사실은 그의 산발적인 충동에 목적과 연속성을 부여하고 그의 작업은 신성화라는 신비로운 흥분으로 고조시켰다.
한번인가 두 번, 그의 결혼의 첫 며칠에, 그는 수지가 그를 지겨워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약간 몸서리를 치며 자문해본 적이 있었다. 처음 감정을 뒤흔들던 다른 여성들로 그에게 일어났던 일은 그녀가 불어넣은 감정의 강도 면에서 다르지 않았다. 그의 이전 연애사건에서 그가 했던 역할은 실로 인상적인 한 구절, “나는 사냥꾼이며 먹잇감이다.”으로 요약이 되었다. 왜냐면 그는 변함없이 첫 번째가 되기를 중단하고 늘 그 자신을 두 번째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은 멈추는 법 없이 아주 선명한 고통만 야기하였으니, 그의 추종자에 대한 동정이 자신에 대한 그의 연민보다 바특하게 덜 날카로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약간씩 자신이 더 풀이 죽어버리기에, 항상 추종자를 멀리하여 끝을 냈었다.
이런 모든 출생-전의 경험들은 이제 그가 새롭게 변한 남자에게 완전히 그대로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수지에게 따분해진다거나, 아니 혹여 따분해진다고 벗어날 수 있으리란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고 혹은 공범은 잠재적인 적이기에 공범으로 더더욱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듣도 보도 못한 기적처럼, 우정의 환희를 넘는 환희를 같이 나누는 사람, 하지만, 이런 순식간의 황홀경을 거치고 난대도, 단순하고도 단단하게 그의 친구로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새로운 감정들은 그의 삶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에 영향은 없었다. 이런 감정은 그저 그의 궁극적인 ‘흥겨움’을 믿는 그의 믿음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다. 결코, 그는 항상 즐겨왔던 일들을 이보다 더욱 철저하게 즐긴 적은 없었다. 좋은 저녁은 그에게 그처럼 좋은 적이 없었다. 아름다운 일몰은 그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그가 동일한 명료함으로 둘을 감탄하고 있다는 사실을 흐뭇해했다. 그는 변함없이 수지의 총명함이나 선입견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자랑스러웠다. 그녀는 그의 것이므로 그에 비하면 너무 “현대적(최신식)”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는 최대한도로 그녀의 열정적인 현재의 쾌락을 공유했고, 그런 쾌락을 지속시키려는 그녀의 모든 열띤 바람도 공유했다. 그는 그녀가 언제 그들의 황금의 기회를 늘일 방법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러면 그는 내밀히 그들이 어떤 새로운 수단을 착안해 낼 수 있을까, 그녀와 함께 머리를 굴렸다. 그는 여전히 부재중인 엘리 밴더린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들이 남은 여름 내내 그들 혼자 차지할 수 있기를 희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런다면 그는 책을 끝낼 시간을 가지고, 수지는 그들의 결혼 수표에 작으나마 이자를 비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마법 같은 1년은 생각 같아서는 2년으로 연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즌이 점점 후반으로 가자, 베니스에 있는 그들의 존재와 스트레포드의 존재는 벌써 그쪽으로 몇몇 함께 어울리던 방랑 무리들을 끌어들였다. 무언가 거북한데 희미한 느낌이 들어 서로에게서 결코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수 없는, 무관심하지만 상호 교착적인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랜싱은 그런 느낌과 친숙했다. 그는 그것의 약간의 찌릿한 통증들을 익히 알고 있었고 종종 다른 사람의 꺼림칙함에 일조하기도 했다. 점심을 잘 먹고 분명 저녁은 아주 풍족하게 먹게 될 사람에게 차시간의 상기하면 드는 희미하게 갈작갈작 더부룩한 느낌보다 더할 것도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는 목적 없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목적이었고 도빌과 세인트 모리츠, 비아리츠와 카프리를 두고 년년마다 어려움을 겪는 많은 머뭇거리는 영혼들을 안내해 주었다.
닉은 그해 여름에 베니스에 불쑥 들러 랜싱 부부를 보러 오는 일이 유행이 되어가고 있어도 놀랍지가 않았다. 스트레피가 이미 그 예를 구축했다. 그리고 스트레피가 예를 세우면 항상 사람들이 따랐다. 그 외에도 수지의 결혼은 여전히 동정적인 공론과 추측의 주제였다. 사람들은 결혼축하 수표의 이야기를 알았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들이 지속하도록 하게 할 수 있나 보는 일도 흥미로워했다. 저돌적인 커플에게 집을 자꾸 권하며 신혼기를 늘이는 데 도와주는 일이 그해의 사건이 될 터였다, 6월이 끝나기도 전에 한 떼거리의 친구들이 리도 섬에서 랜싱부부와 햇볕을 쬐고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닉은 그들의 도착으로 방해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잡다한 논평과 어줍잖은 농담을 피하기 위해 그는 하던 책을 한쪽으로 치우고 수지에게 중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책에 대해 말하는 일을 금했다. 그의 아내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과도하게 이런 소견을 채용을 했고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닦아세우는 것 마냥, 이번에는 아주 빈틈없이 일을 하겠다는 유혹으로부터 그를 지켰다. 그리고 그는 그의 이런 습관의 변화가 책에서 어려운 부분에 도달하였던 때와 우연히 겹친다는 점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하지만 그가 글쓰기를 중단한 일을 애석해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예상치 못하게 여가의 무게에도 어쩐지 압박감이 느껴졌다. 생전 처음, 빈둥빈둥 몰려다니는 일이 매력을 잃었다. 함께 빈둥대는 그의 동료가 옛날보다 덜 마음이 맞아서가 아니라 떨어져 있던 그 사이에,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더 나은 무언가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항상 그 자신을 그의 습관적인 동속보다 빼어나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장점이 너무 강대했다. 진짜 어느 면에서는 그들에게 그럴싸한 점은 거의 없었다.
그는 수지가 이런 감정을 공유할 거라고 자만했었다. 하지만 그들 친구들의 도착이 그녀의 활기를 돋우자 짜증으로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새로운 아름다움을 주던 내부로 향한 광휘가 이제 피하기 위해서 베니스로 온 바로 그 사람들이 등장하자 그녀에게서 굴절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
랜싱은 은근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리고 그가 수지에게 다시 예전 동패들과 지내는 일이 좋으냐고 묻자 그녀가 웃으며 그녀는 오직 저 불쌍한 치들이 얼마나 그녀를 지루하게 하는지 너무 명백하게 알아차리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대답을 하지 그 심란함은 더욱 증가했다. 무성의하고 뻔한 대답은 랜싱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수지는 진짜로 지루하지 않은 걸 알았고 그는 그저 수지가 그의 감정을 추측을 하고 본능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건 이후로 그녀가 항상 그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공포를 확인하기 위해 그는 태평하게 말했다. “오, 그래도, 그들하고 잠깐은 다시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일은 조금 재미있어.” 그리고 그녀는 즉시, 동일한 납득의 어조로 대답했다. “그래, 그렇지 않아? 오랜 동무들이 그래도지!”
한 줄기 미래의 공포가 랜싱에게 차가운 손길로 어루만졌다. 수지의 독립성과 자부심은 그녀의 주요 매력에 속했다. 그녀가 메아리로 바뀐다면, 그들의 상쾌한 듀엣은 가장 지루한 모노로그가 될 위험에 달렸다. 그는 바로 5분 전을 잊고 그녀가 친구들을 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괘씸했다. 그리고 잠깐 그는 삶의 풀리지 않는 감상적인 수수께끼에, 의견이 맞지 않은 일은 울화가 치밀고 뭐든지 맞으면 단조롭다는 난제에 아찔하게 몸을 구부리고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시 한 번 그가 근본적으로 결혼 상태에 부적합한 사람이 아닌지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의 기분에 수지가 고분고분 복종을 계속할 거 같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고서야 간신히 절망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러고도 그들의 결합은 공공연히 한시적인 결합이기에 그의 우려가 무용이라는 심회(深懷)는 결코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 결혼의 기초가 된 특별한 이해관계는 그녀에 대한 그의 생각에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 그녀나 상호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단념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허깨비 같은 오랜 농담으로 축소된 지가 오래였다.
한두 주 중단 없는 사교성을 발휘하고 나자, 그에 그의 오랜 친구들 중에 가장 덜 지루한 사람들이 모티머 힉스 가족이란 자각이 떠올랐다. 힉스 가족은 이비스 호를 떠나 카나레지오 근처 광대한 파손된 궁전에 있는 한 아파트에 들어갔다. 그들은 그 아파트를 그들의 가장 최신의 발견 중의 한 명인 한 화가에게서 빌렸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분위기”의 장점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적 편의시설의 부재를 철학적 달관으로 참았다. 이런 특혜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들 주위로 평소처럼 조용한 학구적인 사람들과 시끄러운 새로운 이론의 주창자들이 섞인 일단을 모으고서는, 그들 자신은 다른 손님들 간의 격차를 완전히 의식도 못한 채, 마침내 그들이 지혜의 근원에 자리 잡고 있다고 확신하고 명랑하게 웃고 있었다.
예전 시절에 랜싱은 한 반시간 정도 유쾌한 시간을 갖다가, 보석을 치렁치렁 단 방대한 힉스 부인이 과묵해 보이는 고고학 교수와 이마가 넓은 작곡가, 혹은 새로운 댄스스텝의 대사제 사이에 앉은 모습이 들어오고, 한편 광대한 흰색 조끼위로 환하게 웃는 힉스 씨가 대화보다 더욱 풍족하게 샴페인이 흐르도록 확실히 조처를 하고, 전도 밝은 젊은 비서들이 근면하게 어지러운 예언과 박식의 역류에 “발맞추려고” 하는 눈길이 가는 시점부터 기나긴 지겨움의 밤이 뒤따랐다. 하지만 한 가지 변화가 랜싱에게 갑자기 찾아들었다. 지금까지 힉스 가족들이 가장 참을 수 없던 게 그들의 친구와 대조를 이룬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그들에게 동정이 들고 흥미롭기까지 변해 이들 똑같은 친구들에게서 벗어나는 탈출구 역할을 했다. 어쨌든 베니스를 단순히 예외적인 해수욕이나 간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로 여기지 않고 독특하고 형언할 수 없는 무언의 존재 속에 있다고 미혹된 착각이래도 경건하게 여기고, 최대한도로 그들의 특권을 활용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과 지내는 일은 자못 쏠쏠한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하루 저녁은 그는 어느 회복기 환자의 단순한 기쁨 같은 기운을 띠고 그의 눈을 신뢰를 주고받은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다가 혼잣말을 했다. “어쨌든, 그들은 종교 같은 걸 가지고 있어…….” 그 단어를 사용하자 그 단어가 그의 마음의 상태에 대한 새로운 요소를 가리키기라도 하는 듯이, 사실 힉스 가족에 대한 새로운 느낌에 대한 열쇠처럼, 크게 그의 마음에 와 닿았다. 훌륭한 일에 대한 그들의 뒤죽박죽인 열정은 그 자신의 새로운 우주관과 관련이 있어서, 이후로 죽 아무리 희미하게라도 삶의 경이와 무게를 느끼는 사람들은 은행의 잔고로만 평가받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그에게 가까운 것 같았다. 그는 돌이켜 생각컨대 그것은 그가 힉스 가족의 생각을 “종교” 가졌다고 한 생각은 그런 의미였다고 추정했다…….
며칠 안 되어 그의 안녕은 예상치 못하게 프레드 길로우의 도착으로 방해받았다. 랜싱은 항상 길로우에게 어지간한 호감은 가지고 있었다. 발씬 웃는 조용한 젊은 사람으로 그의 재산과 평판 어느 하나를 써서 달성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강하고 진지한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대체 무슨 소용에 닿으려고 그런 경험들을 벌이는지, 그 자신의 철저하다기 보다 오히려 얌전히 모험들을 파고들던 랜싱은 추측이 가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항상 낭비적인 프레드가 단지 잘 변장한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심이 들었다. 지금 처음으로 그는 그를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길로우 부부는 사실 닉의 양심에 껄끄러운 가시였다. 그와 수지는 처음부터 그들을 그들 그룹의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암묵적으로 수잔이 랜싱의 하숙에 우르술라 길로우가 그를 포기하라고 요청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러 온 그날부터 그 이름은 피했다. 그러다가 그들이 결혼하기 직전, 어느 날 그녀가 미친 듯이 열광하며 “여기 우리 첫 번째 결혼 선물이야! 엄청 막대한 숫자의 수표가 프레드와 우르술라 이름으로 왔어!” 만나러 오던 날까지 그랬다.
측은히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랜싱이 알기에 기꺼이 그에게 그 두 날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소상히 그에게 말해줄 자세였지만 그는 묻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는 친구들이 깨우쳐주겠노라 부싯깃을 만지작거릴라치면 그들 누구보다 분명하게 알고 있다며 말려서 그 불씨까지 완전 꺼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점차 마음을 다져 그들의 관점에서 빙 둘러 다녔고 그가 진짜 그러는 일을 당연하다고 여겼었다.
지금에야 그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수지가 길로우의 도착을 맞아 “잘 지냈어, 오랜 지기 프레드!”라는 환호가 그들 모두 “지기”이고 모두의 별명으로 붙이는 그들만의 사적인 은어이기에, 종족의 통상 환영인사인지, 불가해한 깊이의 결탁을 숨긴 인사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수지는 딱 봐도 길로우를 만나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당시에 모든 것에 기뻐했다. 그녀의 기쁨을 보여주는 일도 아주 기꺼워했다! 그런 점은 사실 그녀의 남편을 무장해제시키고 그의 껄끄러움을 부끄럽게 하였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조만간 빨리 해결을 해야지, 아니면 당신은 그런 일 생각하는 일을 자체를 다 내던져야 한다고.”는 길로우가 도착한 그 다음날 자신이 자신에게 권하던 사리분별 있는 충고지만 크게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즉시 전체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프레드 길로우는 누구의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의식하고 있는 표는 없었다. 매일같이 그는 몇 시간이고 리도의 모래사장에서 편안히 누워, 머리아래 팔을 베고 스트레피의 헛소리에 귀 기울이고 졸리는 눈썹 사이로 수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를 따로 만나거나, 다른 사람들 틈에서 끌어내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하는 갈망으로 넘어가는 법은 없었다. 더욱더 그의 사적인 접대를 위해 조직된 비용이 많이 드는 쇼의 흐뭇한 관중 역할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자코 있다가 어느 날 아침 그는 더해가는 열기와 위협적인 모기에 대해 약간 투덜거리는 그녀의 말을 듣자, 그는 진짜 아주 예전에 이야기를 그들끼리 다 말이 끝내지 않았느냐 묻는 것처럼, “황야 지대의 집은 8월 첫 주가 지나면 언제든지 쓸 수 있을 거야.”하며 못 박듯이 확정을 했다.
닉은 수지가 약간 얼굴을 붉히는가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평소보다 더욱 도전적으로 몸을 똑바로 세우고, 조약돌을 들어 그들 발치에 잠잠해지고 있던 잔물결로 물수제비뜨듯 던졌다.
“스코틀랜드에서 당신들은 훨씬 시원하게 지낼 거야.” 프레드가 말을 덧붙였다. 이것 보게, 그로서는 평소답지 않은 솔직한 노력이었다.
“오, 그럴까요?” 그녀가 명랑하게 쏘아붙였다. 그리고 신비와 거드름의 기운을 띠고 하이힐 위로 빙빙 돌며 덧붙였다. “닉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아마 여름 내내 묶여있을 거예요.”
“일? 무슨? 당신들 악취로 죽으려고.” 길로우가 곤혹스러이 그의 비스듬한 모자챙아래 하늘 방향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뒤 깊은 불만이 맺혀 말을 꺼냈다. “모두 이해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왜,” 닉은 그날 밤에 리도에서 늦은 저녁을 먹은 뒤에 엘리의 차가운 응접실에 다시 들어서며 아내에게 물었다. “길로우는 8월에 그의 황야 지대 집으로 우리가 갈 거라고 이해된 줄 알고 있는 건데?” 그는 그들의 친구를 기이하게 성으로 호칭했다는 점을 깨닫고 그의 실책에 얼굴이 붉어졌다.
수지는 그녀의 레이스 외투를 발치로 미끄러뜨리고 희미하게 불 밝힌 방안에서 그 앞에 섰다. 날씬한 일렁이는 흰색 살결이 투명한 검정 옷 안으로 비쳤다.
그녀는 무심결에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아주 전에 그가 우리에게 8월에 거기로 초청했다고 말했잖아.”
“당신이 수락했다는 말은 안 했지.”
그녀는 그가 프레드처럼 모자라는 말을 한 둣이 웃음 지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받아들였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그들 합의가 치받친 대상이 바로 그 원칙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아, 하지만 이건 달라. 나는 길로우가 질투 나니까.”라고 말을 한다면, 그런 대답은 그의 과거에 어떤 해명의 빛을 드리우겠는가? 방어랍시고 내세울 수 있는 토대가 그렇게 구식이라면 질투를 하는 시간은 그의 결혼 이전에,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던 너그러운 포상금의 수용 전에 가졌어야 했다. 그 시절에는 그런 양심의 가책의 그를 괴롭히지 않았던 게 지금 보니 약간 의아했다. 그의 모순이 그는 짜증이 났고 길로우에 대한 그의 짜증만 더 돋았다. “그가 우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는 속으로 으르렁거렸다.
그는 안락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수지는 번쩍이는 아라베스크 바닥을 가로질러 다가와 그의 발치로 미끄러지듯 내려앉아 그녀의 가느다란 몸을 그에게 기댔다. 그리고 얼굴을 들고 그에게 입술을 가까이 당기고 속삭였다. “당신이 가고 싶지 않은 곳은 우리는 어디도 갈 필요 없어.” 이번에는 그녀의 굴복이 달콤했다. 그리고 그녀를 바싹 감싸고, 키스로 화답하며 속삭였다. “거긴 가지 말자, 그럼.”
그의 포옹에 대한 그녀의 반응 속에서 그가 어떤 미래를 결정하든지 간에, 만약 이처럼 그런 순간들을 충분히 부여하기만 한다면, 그녀 자신은 전적으로 행복하다는 묵인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침묵 속에 서로를 굳게 유지하고 있자, 그의 의심과 불신은 어리석은 불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엘리가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여기에서 머물자.” 어슴푸레한 벽과 반짝거리는 바닥이 그의 행복 주위로 선을 그은 마법의 경계인 것처럼 그가 말했다.
그녀는 찬성의 말을 웅얼거리고 일어서서 어깨 위로 졸린 듯 팔을 뻗었다. “정말 시간이 늦었다……옷 갈고리 좀 풀어줄래?……어, 저기 전보가 있네.”
그녀는 탁자에서 전보를 집어 들고 종이를 찢어 열고 잠시 동안 그 내용을 바라보았다. “엘리가 보낸 거야. 내일 온다는군.”
그녀는 창으로 몸을 돌리고 바깥 발코니로 벗어났다. 닉은 그녀를 따라가 단단히 그녀를 얽어매었다. 그들 아래 운하는 드문드문 떠도는 불빛에 빗장을 잠그고 달빛 없는 응달에 누워있었다. 저 멀리 들려오던 마지막 곤돌라 음악이 한바탕 후텁지근한 돌풍에 위쪽으로 실려 왔다.
“다정한 오랜 지기 엘리. 역시나 그래도……나는 이 모든 게 당신하고 나한테 속했으면 좋겠어.” 수지가 한숨을 쉬었다.
VIII
밴더린 부인이 도착하고, 그녀의 궁전이 랜싱 부부 손밖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 건 밴더린 부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반적인 박애의 기분으로 도착해서 그들이 마침내 그들끼리만 따로 남게 되자, 오로지 가장 박애에 비추어 되짚는 일 말고는 그녀 자신의 최근의 행위조차 의견을 표명하는 일은 수지로서는 불가능했다.
“당신이 이 모든 일에 더할 나위없는 천사이리라고 알았어. 왜냐면 당신이 지금이라면 특히나 더 이해할 거라고 알았거든.” 그녀는 수지의 손에 가는 손을 올리고, 클라리사와 똑 닮은 그녀의 큰 두 눈을 지나간 쾌락과 미래의 계획들로 눈부시게 빛내며 단언했다.
그런 따뜻한 고백을 그렇게 차갑게 들어준 적이 한번 도 없었는데 수지 랜싱에게 뜻밖에도 부인의 신뢰 가득한 표현은 혐오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 자신이 행복하다면 밴더린 부인 딱 그렇게 추정되듯이, 다른 이들의 행복에도 아무리 의심스러운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해도 더욱 아량이 생길 거라고 상상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가 쏟아내는 말에 그렇게 께느른하게 대꾸하는 게 거의 못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그녀의 지복을 엘리에게 털어놓을 바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왜 엘리는 그 비슷한 과묵을 지키지 못하는 걸까?
“정말이지 너를 보니 좋기 그지없어. 다 행복하려고 그러나 봐.” 그 숙녀는 계속 말을 했다. 그렇게 유별한 특징의 소유하면 그녀를 특별한 특전으로 도드라지기라도 하는 듯이.
다소 신랄하게 수지는 항상 우리 모두 그러려는 거 아니냐고 대꾸했다.
“오, 아니야. 얘. 가정교사와 시어머니 그리고 그분 말동무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아냐.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어떤지 모를 거야, 하지만 너하고 나하고는, 있잖아.”
“오, 나는 어느 쪽으로든 예외적이라고 여기지 않아.” 수지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너의 방식으로는 아냐, 어쨌든.”하고 덧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불과 몇 분 전 밴더린 부인은 이 궁전은 남은 여름 동안 그녀의 재량에 맡긴다며, 그리고 그녀 자신은 오직 거기 그들이 하라고 허락하면! 물건 챙기고 세인트 모리츠로 출발할 기간 동안 걸터앉아 가겠노라고 이야기를 했던 터였다. 이런 발표의 기억이 비꼬고 싶은 수지의 마음에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세인트 모리츠에서 한 시즌을 나려면 주간 드레스와 야간드레스가 몇 벌이 요할까 같은 거의 몰입할 일 없는 주제로, 좀 더 안전한 대화로 전환하였다.
이런 주제로는 꼭 다른 사람 못지않게 할 말 많은 밴더린 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수지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 깊은 격차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선두에 서던 삶이다. 이것들은 내가 낙으로 삼던 것들이다.” 그녀는 활짝 펼쳐진 밴더린 부인 옷장의 찬란한 장관 앞에 서서 생각을 했다. 관심이 여전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녀는 엘리의 레이스 옷과 비단옷 털옷가지를 쳐다보자 바로 자신이 입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갔다. 그리고 어떤 새로운 기적 같은 조처를 하면, 자기 자신도 그런 능숙한 예술가들이 옷을 입힌 분위기를 낼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이런 일은 사소한 흥밋거리가 되었다. 지난 몇 달로 그녀에게 새로운 시각이 싹텄다. 그리고 엘리를 보고 가장 어리둥절하고 당혹한 일은 엘리에게 사랑과 화려한 옷과 보석과 브리지와 외식은 비슷하게 모두 같은 수준이라는 사실이었다.
드레스 살펴보는 일은 한참이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밴더린 부인 쪽에서 많은 기분의 요동으로 표시가 나더니, 그녀는 비교적 희망적인 상태에서 그녀 옷장에 입을 옷이 완전히 없다는 절망으로 옮겨갔다. 너절한 차림으로 세인트 모리츠에 갈 수도 없는데, 그렇지만 파리에서 보낸 물건을 받을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는 집에서 재정리를 한 볼품없는 옷들로 차려 입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번개같이 생각이 스치고 그녀는 좋아서 손바닥으로 마주 잡았다. “아니, 넬슨이 옷가지를 가져오면 되지. 넬슨을 완전히 잊고 있었네! 지금 바로 그이한테 전보를 치면 딱 시간이 맞을 거야.”
“넬슨이 세인트 모리츠에서 너하고 합류할 거야?” 수지가 놀라서 물었다.
“얘는 무슨, 아니야! 그는 여기 클라리사를 데리러 여기 와서 아이를 데리고 무슨 고루한 치료를 받으러 그이 어머니하고 오스트리아로 갈 거야. 진짜 행운이다. 그에게 내 물건 가지고 오라고 전보 칠 시간이 딱 있다니. 나는 그 사람 기다릴 뜻은 없었는데 하지만 하루나 이틀 이상은 안 늦어지겠지.”
수지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엘리 혼자는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와 넬슨 함께는 겉대중할 수 없는 위협을 형성했다. 그들의 충돌로 어떤 진실의 불똥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수지는 두 위험인물을 따로, 잇따라서는 다를 수 있지만 같이, 동시에는 그럴 수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엘리, 굳이 왜 넬슨을 기다려야 해? 내가 기필코 여기서 세인트 모리츠로 갈 사람을 찾아내어 그 옷가지들을 그 사람 편에 보낼 게. 네 방을 잃을 위험을 감수할 게 안 되어 보인다.”
이런 논점은 잠시 밴더린 부인의 흥미를 끌었다. “그 말이 맞네. 모든 호텔이 아주 붐빈다고 했어. 자기야, 자기는 정말 항상 현실적이야.” 그녀는 수지를 향이 강한 가슴팍에 와락 안았다.
“그리고 있잖아. 너도 나를 없애버려서 기뻐하는 거지. 맞지. 너하고 닉하고! 오, 위선적으로도 굴지 말고 ‘말도 안 되네’ 뭐네 말 하지 마! 나도 다 이해한다고……나는 너를 자주, 너희 둘 다 자주 생각하곤 했는데……그런 축복받은 몇 주 동안, 우리 둘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갑작스런 눈물이 엘리의 사랑스러운 눈가로 넘쳐흘렀다. 그리고 아래 눈자위로 푸른 자국을 만들 듯 말 듯하다 암적색으로 방울져 타고 내리자, 수지는 죄책감이 찼다.
“불쌍한 사람이야, 불쌍한 사람!” 그녀가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적인 석호에서 해넘이 구경을 위해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닉이 직접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상상 가능한 환락 중 가장 높은 환락은 결코 맛보지 못할 착각 속의 인물에 대해 측은한 물결이 일었다. “하지만 그래도 늘 그렇지.” 남편에게 바삐 내려가며 수지는 되뇌었다. “넬슨을 기다리고 있지 말라고 설득하게 되어 잘 됐어.”
수지와 닉이 그들끼리만 해거름 시간을 가진 지도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지는 그들을 하나로 뭉치는 고귀한 교감의 특질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남은 삶 모두가 단지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수천의 측은한 이들이 아쉬워할 흥겨운 쇼, 하지만 그럴 필요성이 떠오르면, 미몽에서 깨어 그들은 어느 순간에나 떠날 수 있다. 그들이 같이 떠날 수만 있다면.
황혼 속에서 뱃머리가 뒤집힌 궁전 사이를 미끄러져 가는 동안, 숨은 정원들의 향기를 가로지르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몸을 기대고 그녀의 마음이 엘리와의 금방의 일에 돌아가, 낮게 중얼거렸다. “닉, 당신은 내가 옷이 하나도 없으면 끔찍하게 증오할 거야?”
남편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성냥불에 대답에 덧댄 그의 활짝 웃음이 훤히 드러났다. “하지만, 자기. 내가 언제 조금이라도 그런 조짐을 보인 적 있던가-?”
“이런, 짐승, 말을 말걸! 여자가 ‘옷이 없다’는 말은 ‘맞는 옷이 없다’는 뜻이야.”
그는 고심에 잠겨 연기를 뿜었다. “아, 당신은 엘리하고 치레옷들을 조사하고 왔지.”
“그래. 그 트렁크, 트렁크마다 가득 했어. 그리고 그녀는 세인트 모리츠에 입을 만한 게 안 보인다고 없다더라고!”
“물론 그랬겠지.” 그가 대화 내용에 나른하게 웅얼거렸다. 밴더린 부인의 옷장에 대한 주제에 관심은 보이지만 께느른한 대답이었다.
“한 번 상상해 봐. 그녀는 다음 주에 넬슨이 도착할 때까지 머물 결심을 거의 할 판이었어. 넬슨이 파리에서 두서넛 트렁크 가득 짐을 가져오라고.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잘 구슬려 조처해서 기다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설득했지.”
그녀는 느긋하게 누워 있던 남편의 몸이 거의 감지 못할 정도지만 옮겨 앉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온통 경계 가득한 촉수로 그의 반쯤 감겼던 눈썹이 번쩍 뜨이는 것을 감지했다.
“당신이 ‘조처해서-’?” 그녀는 반어적으로 그 단어에서 멈췄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왜?”
“왜라니, 뭐가?”
“대체 당신이 왜 엘리가 넬슨 기다리는 일을 막으려고 하는데. 일생에 단 한번, 예전에 없이, 그녀가 그러고 싶다는데?”
갑자기 얼굴이 붉어짐을 느낀 수지는 고자질쟁이 심장이 벌떡 뛰어 그녀가 기대고 있던 파란색 플란넬 셔츠 어깨를 뚫고 지나기라도 하듯 몸을 뺐다.
“진짜, 무슨!” 그녀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데없이 집요하게 그가 다시금 “왜?”를 재개하였다.
“그녀는 세인트 모리츠에 가고 싶어 안달 같은 나서. 그래서 호텔이 다른 이에게 방을 내줄까봐 하도 겁을 집어먹어서.” 그녀는 거의 숨도 안 쉬고 꾸며대었다.
“아, 알겠어.” 닉이 다시 멈췄다. “당신 참 헌신적인 친구야, 안 그래!”
“무슨 말이 그렇게 꼬였어! 엘리보다 더 헌신해줘야 할 친구도 거의 생각하기도 힘들건만.” 그의 아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려는 그의 깊이 뉘우치며 그녀의 꽉 쥐는 손길을 느꼈다.
“여보! 아니야. 나도 아니야-. 이런 천국에 우리만 두고 떠나는 게 더 고맙지.”
어둑함이 수면 위에 이미 내려앉았고 들어 올린 그녀의 입술은 숙인 그의 입술과 만났다.
그날 저녁 식사 늦게까지 토론은 질질 끌다가, 엘리는 결국에 넬슨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안전한 일이라고 결정 내렸노라 확단을 내렸다.
“내 물건 잘 받지 않으면 걱정하느라 내가 도리어 병에 걸릴 거야.” 그녀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면 언제나 짓던 그 부드러운 고독의 어조로 그녀가 말했다. “아무튼 모든 것을 자제하는 사람들은 정말 속 뒤틀리고 억울한 법이야, 안 그래?”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은 모여든 그녀 친구들 하나, 하나를 방랑을 하며 그녀는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스트레포드는 치명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갉아먹을 불평이라고 진중하게 논평하자, 모여든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들이 따랐고, 궁륭을 이룬 커다란 식당에 그 웃음소리들이 울려퍼졌다.
“날 놀려도 상관 안 해요, 스트레피.” 여주인이 팔로 그의 팔로 밀치며 응수했다. 그리고 잽싼 그들의 시선 교환이 충격으로 다가온 수지는 날카로운 우려의 아릿한 아픔을 느끼며 혼자 생각을 했다. “물론, 스트페리는 모든 것을 알아. 그가 도착하고 엘리가 멀리 간 줄 알아도 전혀 놀라지 않았지. 그리고 그가 안다면, 넬슨이 알아내는 일은 무슨 수로 막아낸단 말인가?” 스트레포드가 혹여 장난기가 가득해지면, 심술궂은 아이보다 더 믿을 게 못 되는 사람이었다.
수지는 즉시 과감히 그와 말을 나눠보겠다고 결심했다. 여차하면 편지의 비밀도 털어놓을 작정이었다. 그녀 자신의 깊은 위험의 내막을 드러내어야만 그를 침묵으로 묶어놓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발코니에서, 그날 저녁 늦게 다른 이들은 브라우닝의 “토카타”에 자신의 상상으로 윤색했던 젊은 작곡가가 낮은 변조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서, 수지는 기회를 잡았다. 불려가지 않은 스트레포드는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와서 곁에 서서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
“있잖아요, 스트레프. 당신하고 나하고 서로에게 비밀로 할 건 없겠지요?” 그녀가 불쑥 시작을 했다.
“없긴 하지, 진짜. 헌데 그렇던가?”
수지는 피아노 주위에 몰린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니까 엘리에 관해서요, 그리고 넬슨도.”
“뭐야! 엘리하고 넬슨? 당신 그게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거야? 나는 당신의 천성적인 간선도로를 꾸미는 백만 촉광 광고 하나에 기꺼이 그 용어를 갖다 붙여도 되겠어.”
“그건 그래요. 하지만” 그녀는 다시 말을 멈췄다. 그녀는 은연중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고 하지 않았던가?
“친애하는 수잔, 뭐가 문젠데?” 스트레포드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럼, 나는 알겠네. 당신 엘리하고 넬슨이 여기 만나면, 무언가 부정한 일을 무심코 뱉을 거라고 두려워하는 거지.”
“오, 안 그럴 거예요!” 수지는 확신감으로 외쳤다.
“그럼, 누가 그럴까? 나는 저 초인적인 아이는 안 그럴 거라고 믿어. 그리고 당신하고 나하고 닉하고.”
“오.” 그녀가 끼어들며, 숨을 들이쉬었다. “바로 그게 문제예요. 닉은 몰라요……의심조차 안 해요. 그리고 만약 그가…….”
스트레포드는 담배를 멀리 던지고 몸을 돌려 그녀는 차근히 보았다. “나는 모르겠다. 내가 발설하면 목을 쳐버려. 그나저나 이게 다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건 물론 예의를 차리며 방조로 은폐하던 예전 그대로의 태도이었다. 하지만 수지에게 더 이상 확신을 주지는 못해서 그녀는 망설였다.
“만약 닉이 혹시라도 내가 아는 걸 발견하면…….”
“맙소사, 당신 아는 거 그는 몰라? 어쨌거나 이번이 처음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이 결혼한 친구들이 비밀을 전해들은 게 처음은 아닐 거 아냐. 설마 닉이 쓰라린 시절조차도 그런……것 없이 살았으리라고 여기는 거야? 나 참, 무슨 생각이 갑자기 든 거야?”
그녀가 명확하게 해야 할 게 무엇 있나, 진짜? 하지만 그래도 한층 더 그녀는 그를 단단히 그녀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가 느껴졌다. 그에게 일단 맹세를 받아내면, 그는 안심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고의적으로 해 끼치는 능력에는 한도 끝도 없었다.
“이것 봐요. 스트레프. 당신하고 나는 엘리가 치료 받으러 집을 떠난 게 아닌 거 알아요. 그리고 불쌍한 클라리사가 비밀 엄수에 서약했다 해도, 그건 어머니 건강을 돌봐야 된다는 생각으로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에서에요.” 그녀는 말을 멈췄다. 그녀가 뱉으려고 하는 말이 비꼬는 듯이 들리자 자신이 미워졌다.
“그런데?” 그가 주저앉은 의자 깊숙이에서 물어왔다.
“그런데, 닉은 몰라요……꿈에도 몰라요. 그가 만약 우리가 여기서 여름 나는 일이 빚지고 있는 게……내가 하는 바대로…안다면…….”
스트레포드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놀라서 쳐다보는 눈길이 어둠을 뚫고 느껴졌다. “애고머니나!” 그가 낮게 휘파람을 불며 마침내 말했다. 수지는 난간 위로 몸을 구부렸다. 심장이 돌로 된 가로대에 펄떡거렸다.
“영혼에는 무엇이 남을까, 나는 궁금 하노라.” 젊은 작곡가의 목소리가 열린 창문을 통해 쩌렁쩌렁 새어나왔다.
스트레포드는 또 다른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는 수지가 몸을 돌려 불이 비치는 문턱으로 향할 때야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우리끼리만 알고 있기로 하지. 당신하고 나하고 클라리사하고.” 그는 귀를 긁는 웃음소리로, 뒤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거실로 들어가면서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굳세게 잠깐 쥐었다. 거기 거실에서 엘리는 프레드 길로우에게 “나는 이 노래 들으면 꼭 아기처럼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꾸밈없이 말하고 있었다.
'허튼짓, 헛짓 > The glimpse of the mo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glimpse of the moon XI-XII (0) | 2023.05.15 |
---|---|
the glimpse of the moon IX-X (0) | 2023.05.15 |
the glimpse of the moon V-VII (0) | 2023.05.15 |
the glimpse of the moon III-IV (0) | 2023.05.15 |
the glimpse of the moon (0) | 2023.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