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
하지만 필수적인 타협과 조정이 있었다. 항상 있어 왔다. 과거 시절의 닉은 솔선수범해서 그런 일에 복종할 그런 사람이었다. 그들은 품행방정한 꼿꼿한 인간들,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에 대해 (자신이 무언지도 모를 더미에 몸을 구부리거나 꼬치꼬치 파고 참견하지 않고서는 사람들은 선한 사마리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얼마나 웃었던가! 그리고 지금 닉은 갑자기 꼿꼿하게 변해버렸다……
수지는 그날 저녁, 저녁 식탁의 윗자리에 앉아, 휙휙 지나가는 생각들 틈으로 휴식이 찾아오면, 그녀가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구역질나게 친숙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스트레포드, 프레드 길로우, 킬킬 웃고 있는 브레켄리지, 그날 도착했다던 뉴욕 그룹 중의 한 젊은이가 있고, 네로네 올티네리 왕자, 성가신 치료 받느라 우르술라가 없는 동안에, 상당히 단순하고도 자연스럽게 베니스에 있는 그녀의 남편에 합류하는 게 낫겠다고 택한 우르술라의 왕자가 있었다. 수지는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새롭게 눈을 뜬 듯이 그들을 보며 저들 같은 얼굴만 비치되고 다른 이의 얼굴은 하나도 없는 삶은 어떨까 궁금해 했다…….
아, 닉은 꼿꼿하게 변해버렸다!……결국, 모든 사람들은 미리 배운 춤의 스텝처럼 정해진 세트의 몸짓을 만들어내며 삶을 겪어 나간다. 춤교본이 정해진 시간에 꼿꼿해지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자동적으로. 닉이 그랬다!
“하지만 수지, 도대체” 길로우의 얼떨떨한 목소리가 잴 수 없이 먼 곳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 끔찍하게 숨 막히는 구덩이에서 남은 여름을 무엇을 할 작정인데?”
“닉에게 물어. 이 친구야.” 스트레포드가 그녀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 “그건 그렇고, 닉은 어딨어요? 물어봐도 된다면요.” 뒤늦게서야 주인의 부재를 알아차리고 주위를 흘깃거리며 젊은 브레켄리지가 끼어들었다.
“나가서 저녁 먹어. 사람들이 나타났거든.” 수지가 유창하게 늘어놓았다. “당신들에게 타격을 줄까 나라면 두려울 병충해 같이 엉망진창 지겨운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오랜, 친숙한 작은 거짓말들이 그녀에게 찾아오는가!
“네가 그런 종류의 사람들에게, ‘이제 날 올려다보는 거 명심하세요.’ 그럼 나머지 당신의 삶 동안 잽싸게 비켜나는 일로 보내세요, 라고 명하는 거로군, 우리의 선한 힉스씨들처럼.” 스트레포드가 상세히 진술했다.
힉스 가족, 그래 맞아, 닉은 그 힉스 가족들과 있구나! 그 사실이 칼처럼 수지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가볍게 거짓말로 꾸몄던 저녁식사는 지긋지긋한 진실이 되었다. 그녀는 몹시 흥분하여 혼자 생각을 했다. “나는 저녁을 먹은 뒤에 거기에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 거야. 그러면 그는 얼간이 같다고 느끼겠지.” 하지만 중세식 배경에 둘러싸인 힉스 가족이 물론 고집스레 전화를 사절하고 있다는 것만 떠올렸다.
닉이 일시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그녀가 이제 그가 진짜로 힉스 가족과 있다고 확신까지 들자, 그녀의 고통이 비웃는 듯한 짜증으로 바뀌었다. 아, 거기가 그가 그의 원칙들, 그의 기준들, 그가 뭐라고 부르든 그가 갑자기 오래된 게임에 새로이 적용하기 시작한 규칙 세트들을 가지고 간 장소로구나! 즉시 추측하지 못 해내다니 어리석기도 해라.
“오, 힉스 가족들. 닉은 그들을 아주 흠모하지, 알지? 그는 다음에는 코럴과 결혼할 걸.” 그녀가 깔깔 웃었다. 한껏 숙련된 그녀의 경박한 말에 식탁 주위로 농담이 번쩍거렸다.
“저런!” 길로우가 어눌하니 숨을 삼켰다. 한편 왕자는 수지가 매일 아침마다 뮐러 연습을 하고 있는 거냐고 추궁하던 놀라지 않은 미소를 머금고만 있었다.
갑자기 수지는 스트레포드의 눈이 그녀에게 향하는 것을 느꼈다.
“나한테 무슨 문제 있어? 루주가 너무 많아?” 그들은 식탁을 떠나며 그녀의 팔을 그의 팔에 걸치며 물었다.
“아냐. 너무 적어. 직접 거울을 봐 봐.” 그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 이런 사체 같이 낡은 거울들은 모든 사람들이 운하에서 낚아 올린 생선처럼 보여!”
홱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 그녀는 손은 엉덩이에 올리고 래그타임 곡조를 휘파람을 불며 살라(접객실)의 긴 바닥을 선회하며 내려갔다. 왕자와 젊은 브레켄리지는 그녀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브레켄리지와 다시 빙글빙글 돌았고, 한편 길로우는 그의 단하나의 기량이라고 여겨지는, 본즈(bones)를 흉내내어 그의 손가락을 탁탁 치고 그리고 발을 쾅쾅거리며 커플 뒤로 이러 저리 움직였다.
수지는 창가 가까운 소파에 맥없이 주저앉고 펄럭이는 스카프로 부채질을 하였고 남자들은 담배를 뒤적뒤적 찾았다. 그리고 곤돌라 사공을 부르라고 벨을 울렸는데 하인이 몸을 식힐 음료의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저기, 다음에 뭐야, 이게 끝은 아니겠지, 응?” 곧 길로우가 다이븐 의자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 이마로 반쯤 잠들어 나른히 누웠다가 물어왔다. 프레드 길로우는 ‘자연’처럼 공허감을 질색하였다. 그리고 매시간 이성적인 사람 존재라면 일어나서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는 동기들을 댈 수 없는 일은 그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시각을 지니고 있는 젊은 브레켄리지와 진정으로 동류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왕자는 그들이 아는 누군가가 리도에서 그날 댄스 파티를 열고 있다고 생각해 내었다.
스트레포드가 그가 막 거기서 왔다는 이유로 리도를 거부했다. 그리고 기분전환 삼아 발로 밖을 걸어 다니는 변화를 줘보자고 제안했다.
“그거 좋아. 재밌겠다!” 수지가 발딱 일어섰다. “우리 기습 방문을 하자, 누군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스트레피, 왕자, 우리가 도착하면 특히나 짜증낼 만한 사람 누구 생각나는 사람 없어?”
“오, 명단이 너무 긴데. 우선 출발하고 가는 길에 우리의 희생자를 고르지 뭐.”
수지는 가벼운 외투를 가지러 방으로 달려갔고 하이힐의 공단 슬리퍼를 갈아 신지도 않고 네 남자와 나갔다. 달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말 고맙게도 달이 없었다! 하지만 별들은 과일처럼 가까이 머리 위에 걸려있었고, 정원의 벽 너머로 비밀스런 향기들이 그들에게 떨어졌다. 수지의 마음은 코모의 기억들로 팽팽해졌다.
그들은 웃으며 뭉기적거리며, 목적 없이 거니는 사람들의 떠도는 기분에 몸을 맡겼다. 곧 누군가 산 조르지오 마조레 교회의 정면을 좀 더 가까이 상세히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들은 곤돌라를 하나 부르고 일렁이는 랜턴과 튀링거리는 기타 선율 사이로 저어나갔다. 그들이 다시 상륙하자, 경치라면 항상 통절하게 금방 지루해지는 길로우가 한밤중의 탐미 여행에 특히나 분개를 하며 바로 코앞의 나이트클럽이 아주 유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리 가자고 제안했다. 왕자는 열을 내며 이 제안을 지지했다. 하지만 수지의 퉁명스러운 거절로 그들은 어슬렁거리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어슴푸레 어두운 골목길을 빙 둘러 타박거리며 피아자와 플로리언 아이스크림 카페로 향했다. 갑자기 수지가 친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알고 있던 골목 어귀에서 멈춰서더니, 웃어젖히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저기 힉스네 집이, 저기 저 궁전이 분명하지? 그리고 창문에 불이 다 들어와 있네! 분명 파티를 여나 봐! 오, 위로 올라가서 놀래 주자!” 이제껏 창안해 내었던 아이디어 중에 가장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가 그녀에게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이 아주 신통찮아 할까 궁금했다.
“나는 힉스 네를 불시 방문하는 일이 아주 스릴 넘치는 일은 아닌 것 같아.” 길로우가 있을 법한 흥분까지 깡그리 앗으며 반대했다. 그리고 스트레포드가 덧붙였다. “내가 간다면 저 사람들보다 내가 더 놀랄 일이지.”
하지만 수지는 열정적으로 고집했다. “당신들은 몰라요. 아주 신날지도 모르지요! 코랄이 약혼을 발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닉하고의 약혼! 손 좀 빌려줘요, 스트레피, 그리고 당신은 이쪽에, 프레드.” 그녀는 돈 지오바니의 도나 안나의 등장하는 첫 번째 마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쉬워라. 검은 망토와 가면을 가져오지 않았어…….”
“당신 얼굴이 대신 하겠지.” 스트레포드가 그녀 앞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녀는 진홍색으로 달아올라 뒷걸음질 쳤다. 브레켄리지와 왕자는 앞으로 훌쩍 뛰어오르고, 그 뒤로 길로우가 느릿느릿 쿵쿵거리며 벌써 계단 반 즈음을 올랐다.
“내 얼굴! 내 얼굴? 내 얼굴이 무슨 문젠데요? 내가 힉스 네로 오늘밤 가지 말아야할 무슨 아는 이유라도 있어요?” 수지가 갑작스런 분노가 잔뜩 돋았다.
“어떤 이유도 없어. 네가 그렇게 하면 내가 죽도록 지겨우리라는 것 빼고.” 스트레포드가 침착하게 맞받아 대답했다.
“오, 그런 경우라면……!”
“아냐. 이리와. 저 바보들이 벌써 문 탕탕 때리는 소리 들린다.” 그는 그녀를 손으로 잡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 올리던 첫 번째 계단에서 그녀가 멈추고 잡힌 손을 비틀어 빼고서, 한 마디 말없이, 그러는지 자각도 못한 채, 기다란 층계를 급히 내려가 소리가 쩌렁 울리는 현관을 지나 칼레(골목)의 어둠 속으로 나갔다.
스트레포드는 가까스로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밤의 고요 속에 잠시 서있었다.
“수지, 대관절 무슨 일이야?”
“무슨 일요? 안 보이세요? 지쳤어요. 머리가 끊어질 듯 아팠는데, 당신들이 너무 지겨워서, 하나가 같이 다들!” 그녀는 몸을 돌리고 애원조로 그의 팔에 손을 놓았다. “스트레피, 저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부디 곤돌라 좀 찾아서 저를 집으로 보내주세요.”
“혼자?”
“혼자.”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일을 하기 원하더라도 스트레포드 쪽에서는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충실한 그런 성정에 의지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들은 그 다음 운하까지 침묵 속에 걸었고 그는 지나가던 곤돌라를 잡아 그녀를 태웠다.
“자 이제 가서 즐겨요.” 배가 가장 가까운 다리를 획 지나가자 그녀가 그의 등 뒤에 외쳤다. 어떤 것, 어떤 것이든, 혼자 있기 위해, 닉이 그녀의 삶에서 떨어져 나가면 그녀에게 남겨진 모든 것이 되어버릴 어리석은 행동과 무용에서 벗어나……
“하지만 어쩌면 그는 벌써 떨어져 나갔는도 모르지, 영원히 벗어났는지.” 밴더린 궁전의 문턱에 발을 올려놓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짧은 여름밤은 벌써 차츰 투명해지고 있었다. 새로 태어난 산들바람이 때 묻은 물의 표면을 흔들고 찰랑찰랑 신선하게 낡은 궁전의 출입구로 물결을 떠밀었다. 거의 2 시다! 닉은 틀림없이 아주 예전에 돌아왔을 것이다. 그녀는 서둘러 계단을 오르고 그가 가까이 있다는 단순한 생각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그들의 눈과 그들의 입술이 만나면 어떤 것이라고 그들을 멀리 떼어놓기는 불가능하리란 걸 알았다.
착륙장에 졸고 있던 곤돌라 사공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맞아들였다. 그리고 봉투 2개를 내밀었다. 위의 하나는 스트레포드에게 온 전보였다. 그 편지는 뒤로 돌리고 그녀는 치장 아치 천장 아래 달린 전등 아래 손에 다른 봉투를 들고 멈췄다. 적힌 주소의 글씨가 닉의 글씨였다. “시뇨르가 언제 이걸 나에게 남겼나요? 그가 다시 나갔나요?”
다시 나가요? 하지만 시뇨르는 저녁 시간 이후로 오지 않으셨습니다. 그 곤돌라 사공의 말은 그가 저녁 내내 당번이라며 그렇게 단정을 했다. 한 소년이 그 편지를 가져왔다. 모르는 소년이. 그는 기다리지 않고 이 편지를 남겼다. 분명 시뇨라가 직접 손님들과 나가고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서였다.
거의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던 수지는 달아나듯 자신의 방으로 뛰어 거기서 두 달 전 치명적인 엘리 밴더린의 편지를 비추고 있던 바로 그 램프 아래, 닉의 편지를 열었다.
“당신에게 내가 심하게 대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줘. 하지만 나는 이 일을 혼자서 생각해 봐야겠어. 빠를수록 더 좋지. 당신도 동의하지? 그래서 나는 곧장 밀라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탈 거야. 당신에게 하루나 이틀 뒤에 제대로 된 편지를 쓸 게. 내가 지금, 나도 내가 잔인하지 않다고 보여줄 수 있는 무슨 말이 떠오르길 바라지만 그럴 수가 없어. N. L.”
잠을 이룰 밤 시간이, 아니 잠을 자는 척이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편지가 수지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발코니로 살금살금 나가 거기에 몸을 숙이고 난간에 앞이마를 기댔다. 새벽바람이 그녀의 얇은 레이스를 흔들었다. 감은 눈썹과 눈에 댄 단단히 꽉 쥔 손가락사이로 그녀는 점차 커지는 빛이 투과되는 것을 느꼈다. 가차 없는 또 다른 하루, 목적 없고 의미 없는 하루, 닉이 없는 하루가 진군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손을 떨어뜨리고 마른 눈꺼풀로 깜박거리며 대운하 건너 지붕 위로 불의 가장자리를 쏘아보았다. 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그녀의 방으로 뛰어 돌아가 무거운 커튼을 가로질러 창문을 닫고, 어둠 속에서 라운지 긴 의자에 더듬거리며 올라가, 얼굴을 아래로 그 베개 속으로 고꾸라져 더 깊은 밤을 찾아 더듬거리고 뒤적거렸다…….
그녀는 뻣뻣하고 욱씬한 채 깜짝 놀라 일어서서 그녀 발치의 바닥에 황금색 쐐기골의 태양을 보았다. 그녀는 잠을 잤다. 그게 가능한가? 그럼 벌써 여덟시나 아홉시일 것이다! 그녀는 잠을 잤다. 그녀 팔꿈치 맡 탁자에 그 편지를 두고 주정뱅이처럼 잠을 잤다! 아, 다시금 기억이 살아났다. 그 편지는 꿈이라는 꿈을 꾸었는데! 하지만 거기, 사정없이 편지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녀는 이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집어 들고 다시 읽었다. 그런 뒤 그녀는 갈기갈기 찢고 성냥을 샅샅이 뒤져 빈 난로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가 무슨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그 모든 조각들을 재로 하나씩 태웠다. 닉은 그 일에 관해 언젠가 그녀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목욕과 서둘러 몸단장을 하고나자 그녀는 더 젊고 더 희망찬 느낌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쨌든 닉은 단순히 “하루나 이틀” 동안 멀리 가 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편지는 잔인하지 않았다. 퉁명스러운 단어들 틈새로 그 속에 부드러움 면모들이 엿보였다. 그녀는 약간 딱딱하게 거울을 보고 빙긋 웃고, 그녀의 핏기 없는 입술에 소량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하녀를 종으로 불렀다.
“커피 좀 줘요, 죠반나. 그리고 스트레포드씨에게 곧 그를 만나고 싶다고 전해주시겠어요.”
닉이 진짜로 며칠 동안 떨어져 있겠다는 그의 의도대로 따른다면, 그녀는 그의 부재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조작해내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작동하기를 거부했고 그녀가 유일하게 생각해낼 수 있던 게 스트레포드를 그녀의 비밀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그녀는 진짜 어려움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장난꾸러기의 악의는 그 자체가 그의 친구들이 이를 필요로 할 때 지략 있는 기발한 재간으로 변신했다.
하녀는 그녀를 어리둥절한 눈길로 쳐다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수지는 다소 날카롭게 그녀의 명령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일부러 그를 깨우지는 마세요.” 하고 덧붙였다. 일부러 깨우다가 스트레포드의 성질을 혹여 돋울까 미리 짐작해 덧붙인 말이었다.
“하지만, 시뇨라. 그 신사는 벌써 나갔습니다.”
“벌써 나가요?” 스트레포드가, 거의 런천 시간 이전에는 침대에서 거의 몰아낼 수가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늦었나?” 수지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놀라 소리쳤다.
“아홉시 지났습니다. 그리고 신사 분은 영국으로 가는 여덟시 기차를 탔습니다. 제르바소가 말이 그 분이 전보를 받으셨답니다. 시뇨라에게 편지를 쓰겠다는 말을 남겼대요.”
하녀가 문을 닫고 나가고 수지는 하릴없이 거울 속에 화장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끈덕진 이방인을 노려보고 쩔쩔 매게 하기라도 할 태세였다. 그녀가 상의할 만한 사람은 그러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불쌍한 프레드 길로우 빼고는 아무도! 그녀는 그 생각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대체 왜 스트레포드는 영국으로 불려가야만 했을까?
XII
밀라노 급행열차를 탄 닉 랜싱은 그의 무릎에 가로 놓인 똑같은 햇살의 막대기로 잠이 깼다. 그는 하품을 하고 무신경하게 자고 있는 이웃 승객을 넌더리를 내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왜 그가 밀라노를 갈 결심을 했는지, 거기 가면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자신도 궁금했다. 통렬한 결정들에 관한 어려움은 그 다음날 그들이 일반적으로 공허감을 마주하는 사람들만 남긴다는 점이었다.
기차가 밀라노 역에 들어가자 그는 앞 다투어 빠져나와 커피를 사서 마시며 그의 여행을 제노바까지 지속하기로 결심하였다. 수동적으로 앞으로 움직이는 상태의 존재가 되니, 그 상태가 행동을 지연시키고 생각을 굼뜨게 만들었다. 그리고 열두 시간의 맹렬한 정신적 활동 후여서 그보다 달리 바랄 것도 없었다.
그는 다시 꾸벅 잠에 떨어졌다. 이따금씩 깨는 사이사이로 더욱 많은 광포한 생각들이 찾아들다가도 기차의 철커덕, 덜거덩 소리에 깜빡 잠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의 깨어있는 간격 중에는 기차바퀴와 똑같은 철커덕 소리와 삐걱거리는 바퀴소리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되었다……그는 바로 전날 팔라조 밴더린을 떠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든 생각은 명료하게 끝났다. 그 이후로는, 그의 뇌는 꾸준히 같은 오랜 문제를 단순히 자꾸 회전만 하고 있었다. 그가 마신 커피는 그의 생각을 맑게 하는 대신에, 그저 그런 속도를 가속화하기만 했다.
제노바에서 그는 뜨거운 거리 속에서 여기저기 거닐며 값싼 여행 가방을 사고 몇 가지 속옷을 샀다. 그런 뒤 항구 쪽으로 내려가, 거기 어딘가 있었다고 기억하는 작은 호텔을 찾아 나섰다. 한 시간 뒤에 그는 다방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무료하게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는 작은 둥근 얼굴의 안경 낀 신사가 겁 많게 하지만 여념 없이 그와 붙어 있는 탁자에 혼자 앉아서 자신을 살펴보는 게 느껴졌다.
“안녕하신가요, 버틀스!” 랜싱이 반갑게 깜짝 놀라, 티에폴로로 전향시키려는 미스 힉스의 노력에 저항하던 다루기 힘든 비서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버틀스 씨는 드문드문한 머리꼭지까지 빨개져서, 반쯤 일어서서 예식에 따라 절을 했다.
닉 랜싱의 첫 번째 느낌은 혼자 곰곰이 하던 그의 사색이 방해받았다는 짜증이었다. 다음 감정은 버틀스 씨와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를 더욱 미룰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었다.
“당신들 여기 있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요트가 항구에 있나요?” 이비스 호가 막 날개를 펼칠 참인가 하고 떠올리며 그가 물었다.
그의 의자 뒤에서 경례를 한 버틀스 씨는 부정하는 무언의 사인을 보냈다. 잠시 동안 그는 너무 쑥스러워 말을 못하는 것 같았다.
“아, 당신은 여기 선발대로 있는 거로군요? 이제 기억이 나요. 나는 베니스에서 그 전날 미스 힉스를 보았어요.” 랜싱은 코럴을 스칼지 교회에서 조우한지 마흔여덟 시간도 거의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해졌다.
대답 대신에 버틀스 씨는 망설이며 그의 탁자에 다가왔다. “제가 이 자리에 잠깐 앉아도 되겠습니까, 랜싱씨? 감사합니다. 저는 선발대로 여기 온 게 아닙니다. 비록 이비스 호는 내일 어느 때는 출항 예정이지만.” 그는 목을 가다듬고 비단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고 코 위에 다시 걸치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어떤 미진한 오해도 해소하기 위해, 저는 더 이상 힉스 씨에 고용되어 있지 않다고 말씀드려야겠네요.”
랜싱은 동정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척 이 정보를 꺼내 보이는 데 고통을 겪는 게 분명했다. 그의 다부진 얼굴은 어떤 극적인 감정의 전시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진짜,” 닉이 미소를 짓고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티에폴로에 대한 양심적인 반대 때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버틀스 씨의 붉은 얼굴이 활활 타오르는 사투로 변하였다. “아, 미스 힉스가 당신에게 언급했군요……말 하던가요?…… 그렇습니다. 랜싱 씨. 솔직히 고백컨대 저는 무기력한 티에폴로의 예술이나, 그 동시대 예술에 반대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힉스 양은 이탈리아 퇴폐미의 불건전한 주문에 순간적으로 굴복하는 길을 택했다면 내가 항의를 하거나 비판을 할 일은 아니지요. 그녀의 지적인 미적인 경지는 이 시점까지 나의 초라한 능력을 한참이나 넘습니다. 내 능력이란 말도 안 되고, 어울리지 않고…….”
그는 말을 탁 끊고 다시 안경의 희미한 물기를 닦았다. 말은 털어놓고 싶은데 그 소통이 곤경스럽게 두려워 시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닉은 자신이 사로잡힌 집착의 심연과 다리를 놓으려는 더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버틀스는 으레 중단 후에, 말을 이었다. “당신이 여기서 저를 본다면 그건 오로지 다소 돌연한 출발 후에 나는 마지막으로 이비스 호를 보지 않고서는, 우리 친구들을 작별을 고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만으로도 몇 시간이고 고무적인 시간을 갖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간청드릴 게 있습니다.” 그가 허심탄회하게 덧붙였다. “미스 힉스나 그 무리의 다른 사람을 보시게 되면, 내가 제노바에 있다는 어떤 암시도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저는,” 버틀스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아주 철저히 익명으로 숨어있기를 바랍니다.”
랜싱은 그를 다정하게 쳐다보았다. “오, 하지만 그건 조금 쌀쌀맞지 않은가요?”
“다른 가능한 대안은 없습니다. 랜싱씨.” 전직 비서가 말했다. “그리고 당신의 재량에 맡깁니다. 사실은 내가 여기 온 건, 이비스 호를 한 번 더 보자는 게 아닙니다. 미스 힉스를 보고자 하는 겁니다. 딱 한 번만 더. 당신은 저를 이해하시겠지요. 그리고 제가 무엇으로 괴로워하고 있는지 알아보시겠지요.”
그는 다시 인사를 하고 그의 작고 빡빡한 부츠 신은 발로 총총거리며 갔다. 그리고 문지방에서 멈춰 서서 “처음부터 희망은 없었어요.”하고 말하고는 유리문을 통해 사라졌다.
한 가닥 위로의 말이 닉의 마음에 불현 듯 스쳤다. 사무적이고 유능한 버틀스가 짝사랑의 열정에 축 처진 이미지로 졸아든 모습을 보는 일은 무언가 예스럽게 가슴 아리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외국 언어들”을 보유하고 있던 비서를 갑작스럽게 빼앗긴 힉스 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럽게 놀랐을까! 벡 씨는 계산서를 정리라고 호텔 경영자와 해결을 보았다. 하지만 힉스가 주위로 모여든 알려지지 않은 천재들과 그들 자신들 언어로 접대하는 일이 한층 고결한 버틀스의 직무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닉은 힉스 부인이 분명 오디세이(장기간의 방랑)라고 불렀을 그들의 그리스 유람의 전날 밤에 그의 이탈이 일어나 얼마나 당황했을지 상상이 갔다.
그 다음 순간 코럴의 희망 없는 구혼자의 영상이 희미해지고 닉은 다시 한 번 그 자신의 비통의 바퀴를 빙글빙글 둘리고 있었다. 그 전날, 그가 그들이 자주 단골로 들르던 팔라조 밴더린 가까운 작은 식당에서 수지에게 쪽지를 보냈을 때는 그의 기지를 그러모으고 상황을 곱새기기 위해 하루 이틀 멀리 가겠는 확고한 의도를 다지며 그렇게 했었다. 그래도 편지를 수지와 각별히 친했던 식당주인의 어린 아들에게 맡긴 후에 닉은 소년의 귀환까지는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메신저에게 대답을 받아오라는 분부는 딱히 내리진 않았다. 하지만 닉은 친절하고 꼬치꼬치 캐묻는 이탈리아인들 마음을 알기에, 그 소년이 수지의 눈에 뜨일 거라는 희망 하에, 편지가 위로 전달되는 동안에 어물쩡거리며 기웃거릴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그리고 그는 하녀가 아내의 어두운 방을 두드리고 수지가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 급하게 분을 찍어 바르고 전등불을 올리는 모습을 그렸다. 불쌍한 어리석은 어린애 같으니!
소년은 닉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들고 온 어떤 대답도 없이, 그저 시뇨라가 나갔다는 진술뿐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갔단다.
“모든 사람들이?”
“시뇨라하고 궁전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4명의 신사들하고요. 그들 모두 저녁을 먹자마자 도보로 같이 나갔대요. 거기에는 쪽지를 전해줄 사람이 잔교에 곤돌라 사공 말고는 없었어요. 그 사람이 시뇨라가 아주 늦을 것이라고 말하고 하녀를 자라고 보냈고 하녀는 물론 즉시 인나모라토(애인)와 나갔대요.”
“아” 한숨 쉰 닉은 소년의 손에 심부름 값을 슬쩍 쥐어주고 식당 밖으로 걸어 나왔다.
수지는 나가버렸다. 평상시 작군들과 나갔다. 후텁지근한 몇 주의 여름 동안 매일 밤과 다를 바 없이, 닉과 말을 나눈 후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의 전 세계와 그녀의 세계가 그들 발아래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는 듯이 나가버렸다. 아, 불쌍한 수지! 결국, 그녀는 단순히 자기 보존의 본능을 따랐다. 떨어지지 않고, 앞으로 밀고 나가며, 그녀의 어려움들을 숨기는 떨치기 힘든 오랜 습관에 복종했다. 실로 그 습관이 이미 무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러면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드라마에서 댄싱으로 옮겨가고, 비애에서 영화관으로 옮겨가듯이 그녀에게도 쉬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영혼에 무엇이 남은 건가, 그는 궁금했다.
그의 기차는 자정까지 출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식당을 떠난 후에 닉은 무더운 샛길을 터벅거리며 걷다가 다리가 지쳐서 피아제타에 가까운 잔교에 있는 곤돌라 사공의 포도주 가게의 넝쿨로 뒤덮인 페르골라 아래 잠깐 쉬었다가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그는 역으로 갈 시간까지 열을 식히는 음료를 들이키리라.
열한 시가 지나자 그가 배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한 검은 이물이 계단으로 밀어 올라가고, 떠들썩한 희롱과 웃음소리의 젊은 사람들 무리가 이브닝드레스 차림으로 뛰어오르는 게 보였다. 넝쿨의 어둠아래 있던 닉은 그들 사이에 유일하게 한 명의 숙녀가 있음을 보았고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는데 잔교 위의 전등도 필요하지 않았다. 수지였다. 수지는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웃으며 벗은 어깨로 가벼운 스카프가 미끄러지며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스트레포드의 팔을 잡고 길로우, 왕자, 젊은 브레켄리지를 그녀 항적에 딸리고 플로리언 카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닉은 기차를 타고 있는 시간이나 제노바 거리를 정한데 없이 터벅터벅 걸으며 수백 번도 더 순식간의 이 장면을 되돌려보고 또 되살렸다. 그와 수지가 속한 세계의 다람쥐 쳇바퀴 속에서 계속해서 가거나, 아니면 낙오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지는 분명하다, 계속 가기로 고른 게 틀림없다. 잔교의 남포등 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 본 걸로도 충분했다. 화장과 분의 가면을 아주 조심스럽게 바로잡아 그들 사이의 장면이 남겼을 수도 있는 참혹한 자취를 숨겼다. 그는 그녀가 눈에 약간 아트로핀까지 떨어뜨리지 않았을까하는 상상까지 했다.
그가 자정의 기차를 잡을 작정이면 남은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당장 눈앞에 그의 아내가 방금 내린 곤돌라 말고는 없었다. 그는 풀쩍 뛰어들어 곤돌라 사공에게 역으로 데려다 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뒤로 기댄 쿠션은 그녀의 향기의 숨결을 뿜었다. 그리고 휘황한 철도역의 전기불빛에 그의 발치에 그녀가 드레스에서 떨어뜨린 장미 하나가 보였다. 그는 곤돌라를 벗어나면서 발뒤꿈치로 그 장미를 짓뭉갰다.
거기 있었다, 그렇게. 그것은 그가 수지의 모습으로 지니게 될 마지막 그림이었다. 그는 이제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그들의 삶은 같이 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를 한번은 정도는 보게 되겠지, 그리고는 일을 마무리 지을 말을 나누고,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가 그녀에게 악감정은 지니고 있지 않다고 한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오직 그런 진구렁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뿐이었다. 만약 그가 그러기라도 하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양보에서 양보로 아래로 끌려가고,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갈 것을 알았다…….
제노바 항구의 뜨거운 여름밤의 소음들은 가장 속편한 사람들도 뒤척이게 시끄러웠다. 하지만 닉은 비록 깨어있다고 해도 그런 소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란한 그의 뇌로 더욱 귀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새벽은 부정적인 안도를 날라 왔고, 순전한 피로에서 우러러 그는 깊은 수면으로 빠져들었다. 잠을 깨니 거의 한낮이었다. 그리고 그의 창문에서 그는 반짝거리는 항구를 배경으로 검게 서있는 익히 아는 이비스 호의 윤곽을 알아보았다. 그는 배의 주인을 만나는 일에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틀림없이 그들은 오래 전 상륙하여 그들끼리 더 시원하고 더욱 부유층이 애용하는 지역으로 갔을 것이다. 정말 기이하게 그 사실이 그의 외로움, 이 세상 누구에게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느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옷을 차려입고 하느작이 나가 절망적으로 조금 응달진 구석에서 커피 잔을 집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의 생각은 점차 맑아졌다. 그가 미친 사람이나 심통 사나운 아이처럼 굴었던 게 명백하게 보였다. 미친 사람 같았다는 생각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그와 수지가 헤어질 거라면 그런 거래가 그런 종류의 사람들 사이에 습관적으로 다루어지듯이 우아하게 조용하게 끝이 나야할 이유는 없었다. 냉정을 잃지 않는 시바리스 사람들로 된 그들의 작은 세계로 멜로드라마를 도입하는 일은 우스꽝스러워보였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가 취한 동작 부조화에 쓴웃음까지 나는 심정이었다.……그런데 갑자기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수지가 없는 미래는 참을 수 없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왜 그들이 갈라서야 하는가? 그 질문에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윗입술을 살며시 들어 올리고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는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일을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식으로, 동의에 이르고, 사업 관계 같은 그들의 이음매를 뒤처리하는 게 아니다. 그가 돌아간다면 그는 어떤 조건도 걸지 않을 것이다, 영구히, 영원히…….
다만,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당장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때에, 결혼 축의금이 동나고, 할머니 진주를 팔고, 숨기지 않고, 조건 없는 부자친구들의 의존할 길, 남들도 다 아는 기식자 역할 외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그때는 어찌 될까? 다른 가능한 해결법은 없을까, 그들의 삶의 정리할 다른 새로운 방법은 없는 걸까? 달리 방법이 없다. 그는 수지가 유유자적 화려한 배경에서 벗어난 모습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들 누구라도 이를테면 내트 풀머 가족들처럼 사는 모습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는 뉴햄프셔의 어질러진 꾀죄죄한 단층집, 칠칠치 못한 일꾼들, 손댈 수 없는 음식과 도처에 넘치는 아이들을 떠올렸다. 그가 어떻게 수지더러 그런 삶을 그와 나누자고 요청한단 말인가? 그런대도, 그녀는 거절할 제정신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동맹은 일순간의 한여름의 광기에 기초를 하고 있는데. 지금 그 외상을 상환해야 한다.
그는 편지를 쓰기로 작심했다. 그들이 헤어질 거면 그는 그녀를 직접 볼 자신이 없었다. 그는 웨이터를 불러 종이와 펜을 부탁하고 커피를 내어 준 탁자의 한쪽에 있던 읽지 않은 신문들 뭉치를 치웠다. 주섬주섬 치우다가 그의 눈길이 우연히 이틀 전의 데일리 메일에 갔다. 그의 편지를 미룰 핑계로 그는 신문을 집고 첫 번째 페이지를 흘깃 훑였다. “솔렌트 해협에서 난 비극적인 요트경주 사고. 올트링엄의 백작과 그의 아들 자작 댐블레이가 한밤중의 충돌로 익사하였다. 둘의 시체는 발견되었다.” 라는 내용을 보았다.
그는 계속 읽어 내려갔다. 그는 그가 베니스를 떠나기 전날 밤 재앙이 일어났고 솔렌트 해협의 안개 때문에 그들의 오랜 친구 스트레포드가 이제 올트링엄 백작에 영국에서 가장 큰 개인 재산의 하나의 소유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들의 오랜 지기, 무일푼의 스트레프가 그런 진기한 사건의 주인공이란 생각을 하자 어찔어찔했다. 그리고 운명의 수레가 하루에 자신, 닉 랜싱은 아래로, 아래로 가장 비참하게 던져버리고, 한편 다른 사람은 저 먼 별까지 던져 올리다니 몇 곱은 얄궂구나!
더욱 세세하고 강렬하게, 그는 다시 수지가 곤돌라에서 골목 계단으로 하선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녀의 웃음소리 스트레포드의 농짓거리, 그녀가 그의 팔을 잡고 매달려서, 그녀 일행의 다른 남자들을 휩쓸고 가던 일이 선했다. 스트레포드-수지 그리고 스트레포드!……그의 친구의 목소리 억양이 수지에게 말할 때 더욱 사근해지는 것을, 그의 느긋한 눈빛이 그녀에게 머물 때 시무룩하니 깊어지는 눈길을 알아차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혼했다는 지복의 보안 속에서 닉은 그런 징후들을 가볍게 여겼다. 그가 느꼈던 유일한 진짜 질투는 프레드 길로우를 향한 것이었다. 여자의 변덕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의 무제한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래도 닉은 그런 물질적인 장점은 수지에게 결코 다시 충분하지 않을 거라고 알았다. 스트레포드라면 말이 달랐다. 그가 악명 높게 부적격하더라도 그녀는 그와 어울리는 일을 즐거워했다. 그녀가 그를 이제 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잊고 있었던 그들 결혼식 협정의 용어들이 닉에게 다시 떠올랐다. 그와 수지가 진중하게 그들의 신의를 두고 맹세하던 부조리한 동의였는데.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부조리한 거였나? 그건 수지의 제안이었다. (고맙게도 그가 아니라!) 아마 그걸 만드는데 그녀는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불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스트레포드의 갑작스런 작위는 그녀의 자유를 요구하는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다.
돈, 화려함, 유행, 도락. 그런 것은 그녀 존재의 4개의 주춧돌이다. 그는 항상 그점을 알았다. 그녀 자신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의 마지막 끔찍한 둘의 대화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한때 그녀의 노골적인 솔직함을 자랑으로 여겼었다. 어떻게 그녀의 그런 토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그녀가 이미 낮춘 데 보다 때가 되면 더 낮추지는 않을 거라고 넘겨짚을 수 있겠는가? 아마 스트레포드에게 그녀를 포기하는 일이 그녀를 구하는 일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과거의 입맛은 이제 그에게 너무 썼다. 그래서 그는 무슨 신의 섭리인지, 거기 그의 눈 아래 영안실 같은 단락을 들이밀어 주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수지, 여보 (하고 썼다.) 운명이 우리 미래를 손에 잡아 쥐고 그리고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매듭의 골칫거리만 남기고 가버린 것 같다. 내가 때로 당신이 나와 결혼에 동의하도록 한 조건들을 잊어버릴 만큼 내가 이기적이었겠지만, 그 조건들은 홀로 지내는 이틀 동안 내게 속속들이 다 되돌아왔어. 당신은 내게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주었어. 그리고 어떤 다른 것도 내게 그렇게 큰 가치는 없을 것이야. 하지만 우리는 당신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길을 막고 설 어떤 권리도 없음을 깨달았어. 우리는 부정직한 봉사로 베니스 궁전들을 소유해서는 안 돼. 나는 신문을 통해 스트레프가 당신에게 당신이 원하는 만큼 많은 궁궐을 줄 수 있다는 기사를 봤어. 기회를 그에게 줍시다. 그라면 달게 뛰어들 거라고 생각이 드네. 눈에 보이는 곳 중에서는 그는 최상의 남자야. 나도 그 사람 처지면 좋겠어.
“하루나 이틀 뒤에 내가 지혜가 조금 더 나면 다시 쓰리다. 그때 당신에게 주소를 알려주지. 닉.”
그는 그들의 변변찮은 그들 자금의 문제에 대해 한줄 덧붙이고 봉투에 편지를 넣고서 이 편지를 니콜라스 랜싱 부인 앞으로 부쳤다. 그렇게 하면서 그는 그가 그의 아내의 결혼한 이름으로 편지를 쓴 적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하느님께 맹세코 다른 여자가 그녀 뒤에 이 이름을 갖는 법은 없을 거야.” 그는 주머니 속에서 우표 책을 더듬거리며 맹세처럼 단언했다.
그는 피곤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 열기가 숨이 막혔다. 그리고 편지를 그의 주머니에 넣었다.
“직접 내가 부치지. 그게 더 안전하겠어.” 그가 생각했다. “그런 뒤 도대체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 할는지?” 그는 머리에 모자를 밀어 넣고 해가 활활 타는 거리로 걸어 나갔다.
중앙우체국 옆 광장에서 돌아서서 빠져나오는데 지나던 택시에서 하얀 파라솔이 손을 흔들었고 코럴 힉스가 손을 뻗어 몸을 앞으로 숙였다. “제가 당신 찾을 줄 알았어요.” 승리감에 의기양양한 목소리였다. “저는 벌겋게 단 태양 아래 수 시간 동안 꼭대기에서 아주 골목까지 샅샅이 차를 몰고 다녔어요. 쇼핑도 하고 혹시 동시에 당신이 있을까 둘러보면서.”
그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너무 당황스러워 어떻게 그녀가 여기 제네바에 있는지 알았을까 궁금할 정신도 없었다. 그리고 항상 그가 그녀의 존재에 능수능란한 지휘봉 아래 있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란 느낌을 받는, 주춤거리지만 고압적인 투로 말을 계속 했다. “자, 제발 당장 이 차에 타요. 1분이라도 더 지글지글 굽도록 두지 마세요.” 택시 기사에게 그녀는 또랑또랑 명했다. “알 포르토.”
닉 랜싱은 그녀 옆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앉으면서 그는 그의 발치에 쌓인 꾸러미들을 알아차렸고 그도 단순히 거기에 숫자 하나를 더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녀의 전리품을 이비스 호로 가져가고 있다고, 그리고 그는 갑판실에 운반되어 다른 것들과 함께 전시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 이 일이 낮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그가 무언가 그의 미래에 대해 결정 같은 것에 도달할 때까지 밤 시간 보내는 데도.
닉이 떠난 뒤 세 번 째 되던 날, 우체부가 팔라조 밴더린에 랜싱 부인 앞으로 편지 세 개를 가져왔다.
도착한 처음 편지는 스트레포드가 기차에서 휘갈려서 토리노에서 부친 소식이었다. 그 속에 그가 수지가 데일리 포스트에서 아마 읽었을 끔찍한 사고로 집으로 불러간다고 짧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영국에서 다시 편지를 쓰겠다고 덧붙이고 얼룩진 추신에서 “굉장히 몹시, 만나서 작별의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닉에게 안부 전해. 올트링엄으로 간단하나마 소식 전해 줘.”
다른 편지 둘은 오후에 왔는데, 둘 다 제노바에서 온 것이었다. 수지는 주소를 흘낏 보고 남편 글씨의 편지에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은 너무 떨려서 한참을 봉투를 열지 못했다. 봉투를 열고나자, 그녀는 걸신들린 듯 순식간에 편지를 읽고 앉아서 편지를 무릎에 올려놓은 채 펼쳐진 편지 위로 곰곰이 생각했다. 그것은 수많은 일들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녀는 무심함과 절망의, 아이러니와 다정함의 그렇게 많은 참혹한 대안들로 읽을 수도 있었다. 그가 이 편지를 쓸 때 고뇌로 괴로워했을까. 아니면 그런 고문을 그녀에게 가할 길만 찾고 있던 걸까? 아니면 그 단어들은 그의 실제 감정을 대변하는 걸까,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그 감정. 그리고 그는 그가 말도 안 되는 계약의 편지에 깃드는 일이 그의 의무라고 여기는 일을 진짜 그녀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작정하고 있는 걸까? 그는 분노와 분개에 차 그녀를 떠났다. 하지만, 더 정밀하고 꼼꼼하게 파고드니 그의 짧은 글 속에는 비난의 단어 하나 없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마지막 쟁점의 말이, 그 단어들이 그녀에게 그렇게 차갑게 보이는 이유였다……그녀는 몸을 떨고 다른 봉투로 눈을 돌렸다.
커다란 지나치게 격식적인 글자들로, 어딘가 본 듯은 하지만 딱히 누군가 떠오르지 않은 글씨체였다. 그녀는 봉투를 열고 방파갑판을 펼치고, 물결치는 바다로 향하고 있는 이비스 호의 엽서를 발견했다 그 뒷면에 짧은 내용이 있었다.
“정말 감사하기 이를 데 없어요. 당신 랜싱 씨를 작은 항해에 빌려주시다니. 그 분을 최선으로 돌보리라 우리를 믿으셔도 되어요.”
“코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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