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그는 거리를 따라 무심코 더 어두운 쪽을 찾으며 걸었다. 혼자 있어서 기뻤고 밤공기가 얼굴에 와 닿는 느낌이 기뻤다. 거리는 붐볐다. 사람들은 지나면서 그를 밀치고, 문간이며 창가에서 쏘아보았고 연민인지 아닌지는 그들 얼굴만으로는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서로들 그에 대해 대놓고 한마디씩 주고받았으며, 때로 그냥 그를 쳐다보느라 가끔씩 가던 길도 멈췄다.
“얼마나 사근사근한가? 그들 얼굴은 모두 가면이다. 모두들 천살은 먹은 것 같군. 그들이 가진 얼마 안 되는 원동력은 오직 맹목적인, 살고자하는 대중적인 욕망뿐이야. 아무도 그 자신의 개인적인 힘을 얻을 만큼 충분히 먹지 못 하니까. 그런데 저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아무 생각 없겠지. 내가 사고를 당하게 되면 저들 중 한 명이라도 나를 도울까? 아니면 경찰이 나를 발견하도록 거리에 누워있게 될까? 저들 중에 누가 나를 도울 만한 무슨 동기가 있겠는가? 그들은 남은 종교가 없어. 무슬림 혹은 기독교인인가? 그들은 몰라. 그들은 돈은 알아. 그리고 그걸 얻으면 원하는 전부는 먹는 거야. 하지만 그게 무슨 잘못인감? 왜 나는 이런 식으로 그들을 느끼지? 저들에 비하면 잘 먹고 건강하다는 죄책감? 하지만 괴로움은 모든 사람들로 고루 나눠 가진 거야. 각자는 치러야 할 동일한 양의 괴로움을 지고 있어…….” 이런 마지막 생각은 정서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느꼈지만 그 순간에 꼭 필요한 믿음이었다. 배고픈 사람들의 눈초리를 지탱하는 일은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며 그는 거리를 걸어 나갈 수 있었다. 그나 그들이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양쪽 추정 다 가능한 일이었다. 호텔에 있던 스페인 하녀가 그날 정오에 그에게 말했었다. “La vida es pena.(삶은 형벌(고생)이에요.)” “지당한 말씀.”하고 그는 대답했었다. 말을 하면서도 틀렸다는 느낌을 가졌다. 아무 미국인이 라도 괴로움과 동의어로 보는 삶의 정의를 충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자문을 해보았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 하녀가 늙고, 시들고, 사람들이 분명 그래 보여서 그녀에게 맞장구를 쳤었다. 현실과 진실한 인식은 노동계층과의 대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미신처럼 몇 년 동안 믿었다. 지금 그는 그들의 생각과 화법의 공식들은 정확하기도 하고 정형화되어 있다고, 그래서 그 외 다른 계급의 표현들만큼 진실의 심오한 표현에서는 아주 동떨어져 있다고 달관하긴 해도, 종종 그는 여전히 지혜의 보석들이 그들의 입에서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까닭 없는 믿음으로 기다림의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문득문득 느꼈다. 그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빠르게 반복해서 8자를 그리고 있음을 불현 듯 깨달았다. 자신의 신경과민을 이렇게 표현되고 있구나. 그는 한숨을 쉬고 일부러 못하게 눌렀다.
상대적으로 밝게 불이 들어온 어느 광장으로 들어서자 마음이 조금은 고조되었다. 작은 플라자의 사면에 있는 카페는 탁자와 의자를 인도뿐만이 아니라. 길 안까지 버젓이 늘어놓아서 지나가려는 차들은 짜증을 아니 내고는 못 지날 지경이었다. 광장의 중앙은 버즘 나무 네 그루를 펼친 파라솔처럼 다듬어 장식한 아담한 공원이었다. 나무 아래는 적어도 여남은 마리 다양한 크기의 개들이 바싹 모여들어 빙빙 돌고, 모두 미친 듯이 짖고 있었다. 그는 그 개들을 피하려고 하면서, 천천히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무 아래를 움직이면서 각 발자국마다 그의 발아래 무언가 으깨지는 걸 알아차렸다. 바닥은 커다란 벌레들로 덮여 있었다. 그들의 딱딱한 껍질은 작은 폭발처럼 바스라져 개가 짖어대던 소음 한 가운데서도 솔찬히 들렸다. 그가 평소대로라면 그런 현상의 접촉에 혐오감으로 넌더리를 쳤겠지만 웬일인지 오늘밤은 대신 아이 같은 승리감이 터무니없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몹시 부아가 났어. 그러니 어쩌라고?” 몇몇 흩어져 탁자에 앉은 사람들은 거지반 조용하였지만, 그들이 이야기를 할 때면 그는 마을의 세 가지 언어, 아랍어, 스페인어 불어를 다 들었다.
서서히 거리는 내려가기 시작해서 그는 놀랐다. 그는 전체 마을이 항구를 향한 비탈에 세워져 있다고 상상했고, 그는 의식적으로 부둣가가 아니라 내륙 쪽으로 발걸음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공기에 떠도는 냄새는 더욱 강해졌다. 냄새는 다양했지만 모두 이런 저런 종류의 오물에 해당하는 악취들이었다. 마치 무슨 금지된 듯한 요소와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정신이 고무되는 듯도 하였다. 피곤이 여실히 자각이 되긴 했지만 그는 정처 없이 한발 다른 한발 내밀며 계속 찾아내고 있는 삐뚤어진 즐거움에 완전히 탐닉했다. “갑작스럽게 나도 모르게 몸을 돌아서면 그때는 돌아가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까지야, 그는 그렇게 할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니 모를 일이었다.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간다는 충동은 차츰차츰 뒤로 물러났다. 마침내 그는 놀라는 일을 멈췄다. 희미한 환상이 그의 마음을 쫓기 시작했다. 열린 창문에 앉아 줄로 손톱을 다듬고 마을 내려다보는 키트의 환상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무의식적으로, 그 장면에 더욱 자주 그의 공상이 돌아가자, 자신은 주인공으로, 키트가 구경꾼으로 느껴졌다. 그 순간 자기 존재의 유효성은 그녀가 움직이지 않고서, 여전히 거기 앉아 있다는 가정을 함축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가 율동적으로 오르막을 올랐다 내렸다 걸어가며, 빛과 그림자 사이로 그가 가는 대로 자그맣고 저 멀리, 여전히 그를 창문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오직 그녀만이 그가 언제 돌아서서 다른 길을 걸을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거리 불빛은 지금은 아주 듬성듬성 멀리 떨어졌고 거리들은 포장이 중단이 되었다. 여전히 시궁창에 쓰레기를 가지고 놀며 악악거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작은 돌이 갑자기 그의 등을 때렸다. 그는 뱅 돌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어디에서 온 건지 보이지 않았다. 몇 초 뒤에 또 다른 돌이 앞에서 날아와 그의 무릎에 맞고 떨어졌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그는 그 앞에서 황급히 흩어지는 한 무리의 작은 아이들을 보았다. 더 많은 돌이 다른 방향에서 날아왔다. 이번에는 그를 치지 않았다. 불빛이 있는 어느 지점 너머까지 가자, 그는 멈춰 서서 싸움을 하고 있는 두 무리를 쳐다보려고 했지만 그들은 모두 어둠 속으로 달아나버렸다. 그래서 그의 발걸음을 예전처럼 기계적이며 율동적으로 떼며 다시 위로 출발을 했다. 그 앞의 까맣게 어두운 거리에서 불어오는 메마르고 뜨뜻한 한 줄기 바람이 정면으로 그와 마주쳤다. 그는 그 속에서 미스터리의 조각들을 킁킁거렸다. 그리고 다시 그는 익숙하지 않은 행복감을 느꼈다.
거리는 계속해서 덜 도회지다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해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내키지 않았다. 오두막이 양쪽 가로 줄을 서있었다. 어느 정도를 넘자 더 이상 빛은 없었고 거주지들도 어둠 속에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남쪽에서 바로 불어온 바람은 안 보이지만 그 앞에 선 척박한 산들을 가로질러 불었고, 마을의 가장자리까지 닿은 광활하고 평평한 사브카(sabkha) 위로, 먼지의 장막을 일으키며 언덕의 마루를 따라 오르고 항구 위 공기 속으로 길을 잃었다. 그는 가만히 섰다. 마지막 교외라고 할 만한 데는 길거리란 실로 주룩 꿰어 있었던가 보았다. 최종 오두막을 너머 서자, 쓰레기와 길의 돌무더기 바닥은 갑자기 세 방향으로 아래로 경사가 졌다. 어둑한 빛의 아래는 야트막하니, 구불구불한 협곡 같은 형태를 이루었다. 포트는 눈을 들어 하늘로 향했다. 가루 같은 은하수 줄기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균열 사이로 희미한 흰빛을 내 비치는 것 같았다. 멀리서 그는 오토바이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마침내 사라지자, 가끔씩 여명의 장닭 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들이지 않았다. 닭 울음은 다른 음들은 들리지 않은 가장 높은 파트의 반복적인 선율 같았다.
그는 오른쪽으로 난 강둑으로 생선뼈와 먼지 사이를 미끄럼질 치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래에 이르자, 그는 깨끗해 보이는 바위 하나를 어루만져 살피고 위에 앉았다. 압도적인 악취가 흘렀다. 그는 성냥에 불을 붙이고 닭 깃털과 문드러진 멜론 껍질로 두툼한 바닥을 보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그 위쪽으로, 거리 끝에서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제방 꼭대기에 섰다. 그 인물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포트는 그도 자신을 보았으며, 그를 따라왔고, 그가 거기 앉는 것을 알았다고 지레 짐작했다. 그 쪽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고 잠시 동안 포트는 머리에 셰샤(chechia 머리에 딱 맞는 원통형 술 달린 모자)을 쓴 아랍인을 보았다. 대기 중에 던진 성냥은 포물선을 그리며 사그라지고, 얼굴은 사라지고 오직 담배의 붉은 점만 남았다. 닭이 몇 번 홰를 쳤다. 한참 만에 그 남자가 고함을 쳤다.
“Qu’est-ce ti cherches la?” (거기서 무얼 찾시오?)
“여기가 문제가 시작되는 곳이로군.” 포트는 생각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랍인은 약간을 기다렸다. 그는 경사면의 아주 가장자리까지 다가갔다. 자리를 벗어난 양철통이 시끄럽게 포트가 앉은 바위께로 굴러내려왔다.
“He! M’sieu! Qu’est-ce ti vo?” (보슈! 느리! 당신 뭐냐고?)
그는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불어에 능했다.
“누구? 나? 아무 것도.” (영어임^^)
아랍인은 껑충껑충 아래로 튀어 내려와 그 앞에 섰다. 특유의 안달로, 거의 분개에 찬 몸짓으로 그는 심문을 연달아 퍼부었다. 혼자서 여기서 무엇하고 있느냐? 어디서 왔느냐? 여기서 무얼 원하느냐? 무언가 찾고 있는 거냐? 이런 심문에 포트는 아무것도, 저쪽에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차례로 기신기신 대답했다.
잠시 동안 아랍인은 입을 다물고 어느 쪽으로 대화를 틀어야 되나 머리를 굴렸다. 그는 아주 밝게 담배를 몇 차례 뻐끔뻐끔 세차게 빨아들이고선 멀리 틱 던지고 연기를 내뿜었다.
“산보가고 싶으세요?” 그가 말했다. “뭐? 산보? 어디로?”
“저기 멀리 밖으로.” 팔을 산 쪽으로 흔들었다.
“저기 밖에 무엇이 있는데?”
“아무 것도.”
그들 사이 다시 침묵이 돌았다.
“제가 한 잔 대접하지요.” 말하고서 즉시 다음 말을 뱉었다. “이름이 뭡니까?”
“진.” 포트가 대답했다.
가치를 가늠이라도 하듯 아랍인은 그 이름을 두 번 되뇌었다. “나.” 자신의 가슴을 톡톡 치고는 “스메일, 그러니, 우리 가서 마실까요?”
“싫소.”
“왜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안 드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어. 무엇을 하고 싶은 마음인가요?”
“아무 것도.”
돌연 대화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오직 지금은 진짜로 성난 감정이 아랍인의 목소리에 아로새겨진 게 다른 점이었다. “Qu’est-ce ti fi la? Qu’est-ce ti cherches?” (쳇, 당신 거기서 뭐야, 당신 무엇 찾아?)
포트는 일어서서 비탈을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올라가기가 어려워서 자꾸 뒤로 미끄러졌다. 즉시 아랍인이 그 옆에 따라붙고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어디로 가고 있어요, 진?” 포트는 대답을 않은 채 꼭대기에 닿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Au revoir,” 길 중간까지 잽싸게 걸어가 그가 소리쳤다. 그는 뒤통수에서 바둥바둥 발악하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후에 그 남자는 그의 옆에 있었다.
“당신 나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목소리에 억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래요. 전 잘 가라고 말했어요.”
“당신하고 같이 갈 겁니다.”
포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상당한 거리를 침묵 속에 걸었다. 그들은 처음 거리 불빛으로 나오자, 아랍인은 그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닳은 지갑을 꺼냈다. 포트는 그를 슬쩍 건너다보고 계속 걸었다.
“이것 봐요!” 아랍인이 그의 얼굴에 흔들어대며 부르짖었다. 포트는 보지 않았다. “그게 무어요?” 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전 명사수 제 5부대에 있었어요. 신문을 봐요! 봐! 보이니까 잘 봐요!”
포트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곧 거리에 사람이 비치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아랍 사람의 존재가 그를 안 보이게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긴가민가 이 길이었나 싶었다. 그렇더라도 그래 보이도록 두지는 결코 않을 테다. 그는 마음에 한 치 의혹도 없다는 듯이 앞으로 곧장 걸어갔다. “언덕 마루 너머 아래로. 그래 찾을 수 있어.” 그는 혼자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낯설어보였다. 집이며, 거리, 카페, 언덕에 견준 마을의 생김새까지 낯설었다.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할 만한 산꼭대기를 발견하는 대신에 그가 어디 길로 접어든다고 해도 여기서는 모든 길이 위로 향하고 있었다. 내려가려고 한다면 돌아가야만 할 판이었다. 아랍인은 옆에 섰다가 둘이 나란히 걷기에 공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뒤로 비껴 물렀다가 뜸직하게 그와 함께 걸었다. 그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시도는 하지 않았다. 미쁘게도 포트는 그가 약간 숨이 달린다는 낌새를 알아챘다.
“해야 한다면 밤새도록 이러고 다니겠어. 하지만 ㅇ발 어떻게 호텔에 가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돌연 더 이상 그들은 어떤 통로도 없는 거리에 들어섰다. 그들 머리 위로는 반대편 벽이 서로 몇 인치를 두고 돌출되어 있었다. 잠시 동안 포트는 망설였다. 이는 그가 걸어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은 그런 종류의 길이었다. 그건 그렇더라도 어딜 봐도 호텔로 이어질 성 싶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을 아랍인이 주도권의 기회를 채잡았다. “이 거리는 모르세요? 뤼 드 라 메르루쥬(홍해 도로)라는 데에요. 아시지요? 자요. 이 길로 죽 올라가면 카페 아라브들 있어요. 조금만 올라가면. 자, 가요.”
포트는 고민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마을에 익숙한 척하던 일을 지속하고 싶었다.
“Je ne sais pas si je veuv y aller ce soir,”(오늘 밤에 그녀에게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군)
그는 큰 소리로 곱새겼다.
아랍인은 혼자 신이 나서 포트의 소매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Si, si! Viens!(좋아요) 제가 한잔 사드릴 게요.”
“술은 마시지 않아. 너무 늦었소.”
곁의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에게 날카롭게 가르릉대었다. 아랍인은 슛슛 소리를 내며 발을 굴렸고 고양이는 반대편 방향으로 달아났다.
“우리 그럼 차를 마십시다.” 고집스럽게 졸랐다.
포트는 한숨을 쉬었다. “Bien,”(좋아요.)
카페의 입구는 복잡했다. 그들은 낮은 홍예의 문을 통과하고 희미한 복도를 따라 내려가 작은 정원으로 들어섰다. 공기 중에 백합 향기가 강했다. 역시나 수채의 시큼한 냄새로 얼룩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은 정원을 가로지르고 돌로 된 기다란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위에서 딱딱 끊어지며, 목소리의 바다 위로 나태한 패턴으로 두드리는 손으로 치는 북소리가 흘러나왔다.
“밖에 앉을까요, 안에 앉을까요?” 아랍인이 물었다.
“밖에.” 포트는 기운 돋우는 하쉬쉬 연기의 냄새를 킁킁거리고 계단의 끝에 도착하자 무의식적으로 머리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아랍은 그 작은 몸짓조차 알아보았다.
“여기는 여자들 없어요.”
“오, 알아요.”
문을 통과하며 그는 밝게 불이 켜진 작은 방들이 길게 이어진 모습을 흘끗 보았다. 그리고 남자들이 그 모든 곳에 바닥을 덮고 있는 갈대 깔개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머리에 하얀 터번이나 붉은 세샤를 쓰고 있었다. 그 장면의 세세한 면은 너무도 판에 박은 듯 똑같았기에 문을 지나면서, 포트는 저도 모르게 “아!” 탄성을 뱉었다. 별빛 아래 테라스에 우드(oud, 아랍의 류트 비슷한 현악기) 켜는 사람이 한가로이 가까운 어둠 속에서 현을 뜯고 있는 있게 되자, 포트는 동반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 여기 같은 데가 남겨진 줄은 몰랐소.” 아랍인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여기 같은 데요? 어떻게?”
“아랍인들 말고는 아무도 없이. 여기 안처럼. 나는 모든 카페는 거리에 있는 카페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소. 유태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아랍인 모두들 섞여서.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꿨다고 생각했소이다.”
아랍인이 웃었다. “전쟁은 나빴어요.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먹을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게 전부에요. 그게 어떻게 카페를 바꿔요? 아녜요. 항상 늘 같아요.” 뜸을 들이다 그가 말했다. “그럼 당신은 전쟁 이후 여기 온 적이 없군요! 하지만 전쟁 전에는 왔었군요?”
“그러하오.” 포트가 말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그가 탄 배가 짧게 정박할 때 마을에 하루 오후를 보낸 적이 있었다.
차가 도착하고 그들은 한담을 나누고 차를 마셨다. 천천히 창가에 앉은 키트의 이미지가 포트의 마음에 다시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가 이를 의식하자 그는 저릿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 뒤 그의 공상의 나래가 뻗어, 그는 옷 조각들을 벗어 가구 쪽으로 던지며 분노로 단단히 닫은 입술 얇은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쯤이면 그녀는 분명 기다리는 일을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점차 수심에 잠겨, 남은 찻잔으로 잔의 바닥을 빙글빙글 씻어 내리며 시선은 그가 만들고 있는 동그란 운동을 따라갔다.
“당신은 슬프군요.” 스메일이 말했다.
“아니, 아니.” 그는 올려다보고 한숨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런 뒤 다시 유리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아주 짧은 시간만 살아요. Il faut rigoler.”(재밌게 살아야 해요.)
마음이 성가셨다. 카페 철학으로 노닥거리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요. 나도 알아요.” 그는 짧게 말하고 한숨을 쉬었다. 스메일이 포트의 팔을 꼬집었다. 눈이 반짝거렸다.
“우리 여기를 떠나면, 제가 제 친구 한 명을 만나러 당신을 데려가지요.”
“나는 그 사람 만나고 싶지 않으오.” 포트가 말했다. 그리고 “어쨌든 고맙소이다.” 덧붙였다.
“아, 당신은 진짜 슬프군요.” 스메일이 웃었다. “여자에요. 달처럼 아름다워요.”
포트의 심장이 멈칫했다. “여자.” 그가 그릇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그는 자신 내부의 흥분을 목격하고 적잖이 심란했다. 그는 스메일을 보았다.
“여자? 창녀 말이오?”
스메일이 조금 성난 표정이었다. “창녀? 아, 이 사람아. 당신은 날 몰라요. 저는 그런 델 소개 시켜주지 않을 겁니다. C’est de la saloperie, ça! (추잡한 일이에요, 그런 것!) 이쪽은 내 친구입니다. 아주 우아하고 아주 멋져요. 당신이 그녀를 만나면, 알아보겠지요.”
음악가는 우드 연주를 멈추었다. 카페 안에서 사람들이 로토 게임용 숫자를 외치고 있었다. “Ouahad aou tletine! Arbaine!”
포트가 말했다. “그녀는 몇 살이오?”
스메일이 주저거렸다. “한 열여섯. 열여섯 아니면 열일곱.”
“아니면 스물 아니면 스물다섯.” 포트가 음흉하게 넌지시 떠보았다.
다시 스메일이 성을 냈다. “스물다섯이라니 무슨 뜻입니까? 내가 그 아이는 열여섯 아니면 열일곱이라면 입니다. 저를 못 믿나요? 이것 보세요. 당신은 그녀를 만납니다.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찻값만 그냥 내고 우리는 다시 밖으로 갑니다. 괜찮지요?”
“그런데 내가 그녀가 마음에 들면?”
“그럼, 당신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하지만 그녀에게 돈을 지불하고?”
“하지만 물론, 그녀에게 지불합니다.”
포트가 웃었다. “그런데도 당신 말은 그녀는 창녀가 아니란 거요.”
스메일이 탁자 위로 그에게 몸을 숙이고서 엄청난 인내를 보이며 말했다. “잘 들어요. 진. 그녀는 춤꾼입니다. 그녀는 오직 몇 주 전에 사막에서 출혈에서 도착했습니다. 그녀가 등록하지 않고 카르티에(관할 지역)에 살지 않으면 어떻게 그녀가 창녀가 될 수 있습니까? 에? 말씀해 보세요! 당신은 그녀와 시간을 빼앗아서 돈을 지불합니다. 그녀는 카르티에에서 춤을 춥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방도, 침대도 없어요. 그녀는 창녀가 아닙니다. 그러니 가시겠습니까?”
포트는 한참 생각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정원을 내려다보고 테라스 전체를 고루 둘러보더니 대답했다. “그래요. 갑시다. 지금.”
'그외(뻘짓)'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heltering sky V 2013-5-26 (0) | 2023.06.03 |
---|---|
the Sheltering sky I II III 2013-05-21 (0) | 2023.06.03 |
the years 1,2 (0) | 2023.05.20 |
What Maisie knew II, III (0) | 2023.05.20 |
What Maisie knew 1 (0) | 2023.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