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외(뻘짓)

the Sheltering sky I II III 2013-05-21

by 어정버정 2023. 6. 3.

BOOK ONE

 

Tea in the Sahara

 

“Each man’s destiny is personal only insofar as it may

happen to resemble what is already in his memory.”

.EDUARDO MALLEA

 

I

그는 잠에서 깨 눈을 떴다. 방은 그에게 너무 솔았다. 그는 방금 빠져나온 비존재(非有) 속에 너무 깊이 잠겨 있었다. 그가 시간과 공간 속에 그의 위치를 알아낼 힘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그 욕망 역시 결핍되었다. 그는 어딘가에 있었다. 그는 아무 것도 아닌 광활한 지역을 거쳐 돌아왔다. 그의 의식의 핵심에는 무한한 슬픔의 확신이 있었지만 그 슬픔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슬픔 하나만이 오롯이 익숙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더 이상의 위안이 필요하지 않았다. 완전한 위로 속에, 완전한 이완 속에 그는 완벽하게 가만히 잠시 동안 누웠다가 다시 길고, 심오한 잠 뒤에 따르기 마련인 가벼운 선잠 속으로 가라앉았다. 갑자기 그는 눈을 다시 뜨고 손목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건 순전히 반사적 행동이었다. 짐짓 눈은 시계판을 향해도 머리는 어릿하기만 하였다. 그는 일어나 앉아 지저분한 방 언저리를 둘러보고 앞이마를 손으로 짚고서 깊게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다시 털썩 드러누웠다. 하지만 이제 잠이 깨었다. 다시 몇 초가 지나자 그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았다. 그는 시간이 늦은 오후이며, 그는 점심 후에 자고 있었음을 알았다. 옆방에는 그의 아내가 부드러운 타일 바닥에 슬리퍼를 신고 방 여기저기를 짚고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단순히 살아있다는 존재의 확신으로 충분하지 않는 의식의 단계에 도달하였기에 이 소리에 지금은 마음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기둥이 세워진 천장에 높고 좁은 방, 벽 주위로 그저 그런 색으로 스텐실 해 넣은 크기만 하고 넌즉한 꾸밈새, 붉은 색과 주황색 유리로 된 닫힌 창문은 얼마나 난감한지. 그는 하품을 했다. 방안에 공기가 전혀 없었다. 나중에 높은 침대에 올라가 창문을 활짝 열어야겠다. 그때 즘이면 그의 꿈이 기억이 날 것이다. 당장은 자세하게 기억을 할 수 없긴 하지만 그는 꿈을 꾸었다는 것은 알았다. 창문의 다른 쪽에는 공기, 지붕들, 마을, 바다가 있겠지. 저녁 바람은 그들을 바라보고 섰으면 시원스레 얼굴에 불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꿈이 거기 있을 것이다. 지금 그는 그저 본디대로 누워서 천천히 숨을 쉬며 거의 다시 잠에 떨어질 듯 꼼짝 않고, 공기 없는 방안에 마비되어, 황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노을이 와야만 하는 때까지 머무르고 있듯이 머무르고만 있었다.

 

II

카페 데크뮬-느와조의 테라스에는 몇몇 아랍인이 앉아서 광천수를 마시고 있었다. 다양한 빛깔의 붉은 페즈 모자만이 항구의 나머지 다른 주민들과 구별 지었다. 그들의 유럽식 옷은 낡고 우중충해서 어느 옷본을 두고 만들었을까 추측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거의 벗은 구두닦이 소년들이 그들 상자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 위로 기어 다니는 파리를 쫓을 기운도 없이 보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페 안으로 공기는 더 시원했지만 움직임은 없었고 오래된 포도주와 오줌 냄새가 났다.

아주 어두운 구석 탁자에 두 명의 젊은 남자와 한 명의 여자로 된 세 명의 미국인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조용조용 대화를 나눴다. 모든 일이 있는 세상에서 항상 살던 사람들의 태도였다. 남자 중의 한명, 약간은 짜증에, 심란한 얼굴을 한 야리야리한 이가 조금 전에 탁자 위에 펼쳤던 여러 색의 커다란 지도를 접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하고 있는 꼼꼼한 행동을 흥미롭게, 또한 격분으로 쳐다보았다. 지도는 지겨웠다. 남편은 항상 저들을 살피며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삶이 변하지 않던 잠깐 시기 동안에도, 그들의 결혼이 12년 전이니 많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시기에, 그는 지도를 펼쳤다하면 아주 넋을 놓고 몰두를 하고, 그런 뒤 대체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불가능한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곤 했으며, 때로는 그 계획인 결국 현실이 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관광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객이었다. 차이는 부분적으로 시간의 차이이다-하고 그는 설명을 했다. 관광객은 보통 몇 주나 몇 달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길을 서두르지만, 여행객은 어디 한 장소에 더 얽매이는 법 없이, 그 다음으로, 천천히 느긋하게, 수년의 세월을 두고, 지구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움직인다. 그가 지낸 많은 장소 중에 가장 집 같이 느껴진 곳이 어디노라고 콕 집기가 어려울 것이다. 전쟁 전에 유럽과 근동지역이었고, 전쟁 중에는 서인도제도와 남미였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 자주 혹은 너무 매섭게 불평을 반복해대지는 않은 채 그와 동행했었다.

현재 이 순간에는 그들은 1939년 이후 처음으로, 많은 양의 짐을 동반하고 전쟁이 스쳐간 지역은 가능한 한 멀리하려는 의도 하에 대서양을 건넜다. 그가 말한 대로 관광객과 여행객 사이의 다른 중요한 차이는 전자는 아무 의혹 없이 자신의 문명을 받아들인다는 점 때문이었다. 여행자는 그렇지 않아서, 이쪽을 다른 쪽들과 비교를 하고 그가 좋아하는 바와 맞지 않는 요소는 거부한다. 그리고 전쟁은 그가 잊기를 원하는 기계화된 시대의 한 단면이었다.

뉴욕에서 그들은 북아프리카가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뱃길의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일찍이, 그가 파리와 마드리드에서 보내던 학창 시절 방문시절부터 이는 일여 년을 보낼 만한 곳은 되었다. 어찌 되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가까우니, 일이 여의치 않으면 주저없이 건너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들의 작은 화물 수송기는 편안한 뱃속 구렁텅이에서 그 전날 뜨거운 선창에 그들을 내뱉듯이 부려놓았고, 그들에게 아무도 주의도 기울이지 않던 거기서 한참 동안 땀을 흘리고 눈살을 찌푸리고 불안으로 노려보았다. 그는 거기 불타오르는 태양 속에 서 있으면서, 다시 해외로 나갈까 하는 유혹에 이스탄불까지 계속 여행하는 배편을 찾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북 아프리카로 오자고 그들을 꼬드긴 장본인이 자신이기에, 그로서는 체면 구기지 않고는 하기는 어려울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무적으로 선창 위아래로 시선을 던지고서, 그 장소에 대해 꽤나 달갑지 않는 몇 마디 말을 뱉고 이만하면 됐다며, 하루 속히 내륙으로 출발하자고 조용히 다짐을 했다.

탁자에 앉은 다른 남자는 말을 하고 있지 않으면 나지막한 소리로 계속 하릴없는 가락으로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는 몇 년은 더 젊고 몸이 더 건장했으며 여자들이 자주 추기는 말마따나, 그 나름 최신의 파라마운트 배우처럼 훤칠하니 정도로 잘 생겼다. 보통 그의 매끈한 얼굴에는 어떤 자그마한 표정도 찾을 수 없지만 그 모습은 온화하게 일반적인 막연한 만족감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형성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오후의 먼지로 반짝거리는 거리를 내다보았다.

전쟁은 여기도 흔적을 확실히 남겼어요.” 자그마니, 금발 머리를 하고 구릿빛 피부를 하고 있었지만 시선의 강도가 귀여움을 배제했다. 일단 그녀 눈을 마주 치면 얼굴의 나머지는 점차 희미해지고, 차후에 그녀의 형상을 떠올려 보면, 찌를 듯이. 의문스레 바라보는 맹렬한 빛의 동그란 두 눈만 남았다.

당연하겠지. 부대가 일년 넘게 통과해 갔으니.”

그들이 건드리지 않고 남겨둔 곳이 세상에 어디 있을 것도 같은데.” 여자가 말했다. 이는 그녀의 남편을 기쁘게 하려고 일부러 한 말이었다. 그녀가 조금 전에 지도를 두고 그에게 짜증을 느낀 게 후회되어서였다. 그런 표시는 알겠으나 그녀가 왜 그렇게 하나 이해하지는 못 한 채, 그는 딱히 주의를 보이진 않았다.

다른 남자가 역성들 듯 웃었고, 남편이 합세를 했다.

당신의 특별히 편익을 위해서 말이지?”

우리를 위해서요. 당신도 나만큼이나 이 전체 일을 질색하잖아요.”

무슨 전체 일?” 그가 방어적인 자세로 되물었다. “당신이 나름 마을이랍시고 흐리멍덩 엉망진창인 여기를 말한다면, 그래. 하지만 그래도 나는 저기 미국보다는 여기가 훨씬 좋은데.”

그녀는 얼른 동의의 말을 했다. “, 물론이지요. 하지만 전 이곳이나 딱히 다른 곳을 지칭한 건 아녜요. 전 모든 전쟁 후에, 모든 곳에 일어나는 넌더리나는 일들을 말한 거예요.”

왜 그래요, 키트.” 다른 남자가 말했다. “당신 기억에 다른 전쟁은 없잖아요.”

그녀는 들은 체 만 체 했다. “각 나라의 사람들은 모든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슷해져요. 아무 개성도, 아무 아름다움도, 아무 이상도 없고, 아무 문화도 없어요. 아무 것도, 하나도.”

남편이 탁자 너머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두드렸다. “당신 말이 맞아, 그래, 맞아.” 하며 미소를 지었다. “모든 일이 우중충해지고 있어. 더욱 우중충해지겠지. 하지만 어떤 장소는 당신 생각보다 그런 병폐에 더 오래 버틸 거야. 한번 봐봐. 여기 사하라 어딘가에…….”

길 건너편 라디오가 어느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히스테릭한 비명을 내뿜고 있었다. 키트가 부르르 가볍게 떨었다. “어서 서둘러 거기에 가요. 그러면 저걸 벗어날 지도 모르니까.”

아리아가, 종결로 다가갈수록, 불가피한 마지막 고음을 위한 통상적인 준비를 벌이자, 그들은 매료된 듯 가만 들었다.

곧 키트가 말했다. “자 저렇게, 끝났네요. 전 울메(Oulmès 모로코 천연탄산수 브랜드) 한 병 더 해야겠어요.”

저런, 그 가스를 더요? 그러다 날아가겠어요.”

안다구요. 터너. 하지만 물에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요. 목이 마르면 그럼, 무얼 봐도 보이지가 않아요. 한동안만 자동차에 올라서 거기 머문다 느껴봤으면. 이런 열기 속에 마셔도 마신 것 같지가 않아요.”

페르노(Pernod, 아니스를 더한 프랑스 리큐르) 한 병 더?” 터너가 포트에게 말했다.

키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 페로노라면야-”

나쁘지 않아요.” 웨이터가 탁자에 탄산수 병을 부려놓고 있자, 터너가 말했다.

“Ce n’est pas du vrai Pernod?”(진짜 페르노 아니죠?)

“Si, si, c’est du Pernod,”(, . 페로노입니다.) 웨이터가 말했다.

새로 한 번 더 차려달라고 하지.”하고 말한 포트는 그의 유리잔을 심드렁하게 쳐다보았다. 웨이터가 물러나는 동안에 아무도 말이 없었다. 소프라노가 다른 아리아를 시작했다.

저 여자 꺼지라 그래!” 터너가 고함쳤다. 바깥 테라스를 비껴 지나는 시가전차의 시끄러운 소리와 종소리가 잠시 동안 음악을 삼켰다. 차양 아래 그들은 덜컹덜컹 흔들거리며 지나는 태양 속의 무개 차량을 흘낏 보았다. 차량 안은 누더기가 다 된 옷을 걸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포트가 말했다. “나는 어제 이상한 꿈을 꿨어. 이제껏 기억해 내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마침 금방 생각났어.”

하지 마요!” 키트가 강하게 반발했다. “꿈은 너무 따분해요! 제발, !”

당신 듣고 싶지 않은 게지!” 그가 웃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야기 할 거야.”

나중 말에는 약간의 흉포함을 겉보기로만 얼핏 허위로 꾸며낸 듯한 말로 들렸다. 하지만 키트가 그를 쳐다보자 그녀는 반대로 그는 실제로 자신도 느끼는 행포를 시치미 떼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사람 기죽이는 그 일을 입안에서 맴돌기는 했지만 말로 하지 않았다.

금방 끝낼 게.” 그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도 마음 풀고 귀 기울여 주리라 믿어. 그냥 생각만 하는 걸로는 나는 기억을 못하겠더라고. 낮 시간이었어. 나는 계속 속도를 올리고 있는 어느 기차에 타고 있었어. 나는 혼잣말을 했지. ‘산 전체가 이불로 된 커다란 침대 속을 마구 헤치고 나갈 거야.’”

터너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마담 라 히프의 집시 꿈 사전 참조해 봐요.”

입 다물어. 그리고 나는 내가 하려고만 한다면, 한 번 더 살 수 있어, 처음부터 시작해서 현재, 바로 지금까지 죽 오도록, 아주 사소한 점까지 정확하게 똑 같은 살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키트는 언짢게 두 눈을 감았다.

뭐가 문제야?” 포트가 따지듯 물었다.

저는 이게 얼마나 우리한테 지루한 일인지 당신도 잘 알면서 이런 식으로 고집하는 당신이 무지하게 생각 없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한테 아주 즐거운 일인데.” 그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터너는 듣고 싶어 한다고 내가 장담을 한다. 안 그래?”

터너가 미소를 보였다. “꿈은 딱 제 취향에요. 전 제 라 히프 사전 다 암기하고 있어요.”

키트는 한 쪽 눈을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마실 것이 도착했다.

그래서 나는 혼잣말을 했어. ‘아냐! 안 돼!’ 나는 그 모든 지독하고 고약한 공포와 고통의 생각을 어김없이 고스란히 마주할 수 없어. 그런 뒤 아무 이유 없이 창문을 바라보고 나무를 바라보고 내가 하는 말을 들었지. ‘까짓것! 그래!’ 그냥 내가 아이였을 때 맡고 하던 봄 냄새만이라도 다시 맡을 수 있다면 그 전체 일을 고스란히 겪는 일 쯤이야 기꺼이 할 거 알았으니까. 하지만 그러다 나는 너무 늦었다고 깨달았어. 내가 아냐, 안 돼하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앞니에 손을 뻗어 무슨 회반죽인 것처럼 자끈 부러뜨렸거든. 기차는 벌써 멈췄고 나는 손안에 내 이빨들을 쥐고 있었지. 그리고 나는 훌쩍거리기 시작했어. 당신도 알지? 그런 소름끼치는 꿈을 꾸면 사람을 지진처럼 흔들어 흐느끼지.”

엉거주춤 키트가 탁자에서 일어나 숙녀용이라고 표가 된 문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가게 놔 둬.” 포트가 걱정에 잠긴 얼굴의 터너에게 말했다. “고단해서 그래. 열기에 기분이 울적해진 거야.”

 

 

 

 

 

 

III

 

그는 오직 팬츠만 걸치고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었다. 그들 방 사이에 있는 문은 열려 있었고 창문 역시 열어 두었다. 마을과 항구 너머 등대가 넓게, 천천히 원을 그리고 등을 번쩍이고 있었고 종잡을 수 없는 교통 위로 끈질긴 전기종(철도나, 전화에 사용되던 따르릉 종)이 간단(間斷)없이 쩌렁거렸다.

건넛집이 영화관이에요?” 키트가 불렀다.

그런가 봐.” 그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무얼 상영하는지 궁금한데.”

?” 그가 책을 내려놓았다. “가고 싶은 마음 있다는 말은 마!”

아녜요.” 그녀의 말은 애매했다. “그냥 궁금해서.”

무언지 말해 줄게. 켄트를 위한 약혼녀라고 하는 아랍어로 된 영화야. 제목 밑에 그렇게 적혀있어.”

믿기지 않는데.”

맞아.”

그녀는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겨, 방안을 오락가락 하며, 한 일분 남짓 동그라미를 그리며 걸었다. 그가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그가 물었다.

아무 것도 아녜요.” 그녀가 멈췄다. “조금 기분이 언짢아요. 당신이 터너 앞에서 꿈 이야기를 해야 했나 싶어서요.” 

그는 운 이유가 그거야?”라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그 앞에서! 터너에게도 한 말이지만, 당신 들으라고도 한 말이잖아. 꿈이 뭐? 나 참.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그리고 터너가 왜 들으면 안 되는데? 터너가 듣는다고 대수야? 우리 그 사람 안 지도 오년이잖아.”

그 사람 남의 말하기 좋아하잖아요. 잘 알면서. 저는 그 사람 안 믿어요. 항상 이야기를 부풀리고.”

그런데 그가 누구하고 여기서 남의 말을 나눠?” 포트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키트가 짜증이 돋았다.

여기서 말고요!” 그녀가 되받아쳤다. “당신 언젠가 우리가 뉴욕으로 돌아갈 거 잊었나 봐요.”

알아, 안다고. 믿기지가 않네. 하지만 그렇다고 쳐. 그럼, 그가 세세한 일 다 기억을 하고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까발리는 게 뭐가 그렇게 끔찍해?”

아주 창피한 꿈이잖아요, 모르겠어요?”

무슨 헛소리야!”

침묵이 흘렀다.

누가 창피해? 당신 아니면 나?”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다그쳤다. “ 그건 그렇고 터너를 못 믿겠다니, 무슨 뜻이야? 어떤 식으로?”

믿기야 믿죠.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완전히 편안하게 느낀 적이 없어요. 가까운 친구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요.”

그거 잘 되었네. 이제 그하고 여기 우리가 같이 있으니!”

, 됐어요. 저 그 사람 아주 좋아요. 오해하지 좀 말아요.”

하지만 당신 무언가 다른 뜻이 있었어.”

물론 무언가 다른 뜻이 있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녀는 다시 그녀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천장을 보며 그대로 머물렀다.

그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멈췄다. 분명 켄트를 위한 약혼녀 안 보고 싶은 거지?”

그런 마음 없어요.”

그는 책을 덮었다. “한 반 시간가량 밖에 걷다가 올까 해.”

그는 스포츠 셔츠를 걸치고 시어서커(네모난 무늬가 진 여름옷 무명천) 바지를 입고 일어섰다. 그리고 머리를 빗었다. 자신의 방에서 그녀는 손톱을 줄로 다듬으며 열린 창문 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몸을 숙여 비단실 같은 금발이 물결치는 고랑 모양으로 위로 빗어 올린 그녀의 뒷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아주 근사한 녀석을 발랐네. 여기서 난 거야?” 그가 시끄럽게 킁킁 냄새를 맡고 음미를 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바꿔 말을 했다. “그런데 터너에 관한 말은 무슨 뜻이야?

포트, ! 부탁컨대 이제 그 이야기 좀 그만해요.”

알았어요, 자기.” 그가 순순하게 그녀의 어깨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 결백을 꾸민 가짜 억양으로 나는 그 생각도 하면 안 돼?” 덧붙였다.

그녀는 그가 문에 닿을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뒤 그녀는 머리를 들어올렸다. 목소리에 불쾌감이 서렸다. “어쨌거나, 그건 내 알바가 아니라 당신이나 훨씬 알아서 할 일이지요.”

조금 있다 봐.” 그가 말했다

'그외(뻘짓)'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heltering sky V 2013-5-26  (0) 2023.06.03
the Sheltering Sky IV 2013-5-22  (0) 2023.06.03
the years 1,2  (0) 2023.05.20
What Maisie knew II, III  (0) 2023.05.20
What Maisie knew 1  (0) 2023.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