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뱅 돌려 열린 창문 밖을 보았다. 따뜻하고 습한 저녁, 바람 한 점 없이, 마치 비처럼 가뜩 덥덥한 듯하여도, 하늘에 한여름 밤의 희미한 빛의 기미가 있었다. 그래, 잘 넘겼구나, 기념일 축하한다. 가죽 죔쇄, 전기줄, 두건이 느껴졌다. 기념일이든 아니든, 전기처형 받는다는 생각에 진땀이 났다. 그러니 어떻게 이를 기념을 할까? 그들을 마지막 밤에 같이 자도록 허락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 밤이라면-나는 진저리를 쳤고, 팬텀이 저 밖에 도사리고 있다, 되새겼다. 밤이 그런 묵직한 느낌을 주는 이유였다. “팬텀도 흥겨워하고 있을 거야, 아무렴”…? 엉클 샘은 무슨 의미로 이 말을 했을까, 아직 일광이 남아 있을 때 집으로 차를 몰고 가야 할까 생각했다. 적어도 오늘 차를 가지고 온 게 행운이었다. 운전수 괴롭히기에 이제 너무 늦어서. 한밤이 지났다. 나는 한숨을 쉬고 머리 뒤를 문질렀다. 아마도, 내가 전기처형을 당하면, 내 흉터가 절연체로 드러나 목숨을 건지리라 생각했다.
.남편과 아내가 같은 날 처형된 일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아마 프랑스 혁명 때. 프랑스식 유머 감각으로 보자면, 아마 사형수들이 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다만 바를 사이에 두고. 물론, 그때는 어떤 항소도 없었다, 로젠버그 부부에게 뭐든 아직 일어날 수 있었다-추가적인 유예들, 그리고 임신, 정말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마지막 식사처럼 이를 생각하며, 마지막…어, 그래, 그저 발상의 하나였다, 임신의 위험 역시 없는. 항상 호기심에 시도해 보고자했던 일. 하지만 패트와는 아니고. 내가 말을 꺼내기만 해도 내게 닥칠 잘근잘근 호된 꾸지람이 상상이 갔다. 로젠버그 부부는 틀림없이 모든 것을 해보았을 것이다. 게토에서 아마 아주 꼬맹이 시절 이후로, 게다가 유대인이기도 하고. 에설은 나보다 2살이 어려, 돈의 나이뻘이었고, 줄리어스는 더 젊었다. 우리 모두 분명 같은 영화를 보러 가고, 같은 노래를 부르고 일부 같은 책을 읽었으리라. 우리는 대공황의 세대였다. 이제 나는 미합중국의 부통령이었다. 그들은 반역자로 화형에 처해졌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왜 이런 일이 필요한가? 물론, 그들은 팬텀과 친교를 맺었고, 그들은 악령을 영접하였고 그래서 먹혀 들어 갔다고, 나는 진정으로 이를 믿었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팬텀의 일부를 죽일 것임을 알았다. 팬텀에 귀신 들리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누군가는 차가운 바람을 삼키는 것 같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정맥을 통해 불이 흐르는 그런 느낌이라고 했다. 어떤 이는 그가 눈을 통해 강한 빛처럼 타고 들어와 침범을 한다고 믿었고, 그는 생식기를 이용한다고 했다. 남자처럼 씹을 할 수 있지만, 정맥은 없이, 선택된 이는 가득 차 오르는 느낌을 남긴다고, 도저히 방출할 수 없는 거대한 트림이나 방구를 가득한 느낌이라고 했다. 나는 볼기짝 한쪽을 들어 올렸다. 나는 여전히 괜찮다, 어려움이 전혀 없다. 방구 뀌는 퀘이커, 어쩔 건데, 악당 놈아! 부웅! 이것도 맛봐라!
나는 거기 앉아 팬텀을 향해 몇 방 날리고 마음 한 켠으로 사무실을 정연하게 치우고 그래서 집을 갈 수 있게 계획을 짜고 다른 한 켠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과거 핑크 레이디와 헐리우드 텐 너머, 그린 아일랜드의 스낵색(스낵판자집)과 OPA의 딕슨, 온갖 불법과 장난질과 작전들과 토론대회들을 지나, 캘리포니아에서 어린 시절까지, 한밤 외로운 기적소리를 떠올리고, 아침식사에 기도와 성경 구절, 짐타운 근처 리오혼도 강, 낚시질, 낡은 포드 차 크랭크 돌리는 삐걱거리는 소리, 농작물과 쟁기질한 땅과 뜨거운 콜타르의 냄새, 아빠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옥수수수염 피우던 긴장된 흥분, 얼음장수 짐 마차 바닥에서 떨어져나온 얼음조각의 녹슨 맛, 오랜 시간 멀리 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막내가 엉거주춤 키스하던 기이한 인상, “바스락거리는 봄” 연기하던 팔학년 첫 리사이틀. 하지만 어떻게 이들 기억들은, 다른 이미지들과 뒤섞였고 그 나름 생생했지만 생경했다. 나는 전혀 내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 내가 모르는 언어로 이야기하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친구들과 친척들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나는 트럭들로 가득한 좁은 길들이 대충 만든 좌판들이 줄지어 있고, 바지와 셔츠와 속옷들 더미들이 쌓이고 배수구에 닭깃털들이 있는 길이 떠올랐다. 나는 일종의 압정으로 고정된 나무 십자가에 작업용 장갑들이 걸려있는 모습도 또렷하게 기억했다. 넥타이들을 이 위로 늘어뜨렸고, 스웨터와 슬립들이 수북이 쌓여 그 아래 굴러다니고, 안경을 끼고 납작한 챙을 가진 모자를 쓴 땅딸하고 뚱뚱한 남자들이 길고 반짝이는 검정 드레스를 입고 종처럼 생긴 보넷을 귀까지 내려쓴 여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한 남자의 하반부 드높이 “어울리는 바지”라는 단어를 손으로 적어넣은 간판이 있었다. 하얀 말이 나무 바퀴를 단 트럭에 묶여 있고, 팔 피트 높이 대형 저울들, 생선 든 큰 통들, 작업복을 입은 남자들이 나무 상자에서 쪼갠 얼음들을 삽질하였다. 창문에 가리개만 있고, 커튼도 없는 우중충한 창, 일종의 요강, 늙은 한 여자가 외국 언어로 빠르게 지껄이고, 밖에는 노호한 화물차와 기차들 소리.
어라— 이런 기억들은 어디서 났나? 나는 캘리포니아 요다 린더에서 태어난 농장소년, 거기서 태어난 첫아이였다-그 다음날 일식이 있었던 일이 아주 유별났다. 나는 엄마와 아빠 세 형제들과 레몬 숲에서 외따로 살았고, 산타페에서 철도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내가 학령이 되자, 우리는 할머니가 살고 계셨던 휘티어로 옮겼다. “그대들 친근한 마을,” 사람들이 “검소한 생활과 높은 사고”를 믿는 데, 집이 흩어져 있는 그냥 목초지, 퀘이커교도들이 어둠 드리운 도회지 동부에서 외진 곳이라는 이유로 정착할 장소로 고른 곳이었다. 저임금공장들 현장과 생선 시장들과 5층 찬물만 있는 셋집의 악취를 알긴 어떻게 알았을까? 그래도, 거기 회전의자에 앉아, 나 자신의 땀에 젖어 창문 너머 밤을 멍하게 바라보는데도, 나는 그들 냄새를 맡고, 그들을 볼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유별났다. 그리고 또한 조금 즐겁기도 했다. 조금은 더 풍요롭게 느껴졌다. 짧은 단발과 무지천 코트의 여자들이 납작한 가슴에 부드러운 핸드백을 움켜쥐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구두축이 뜨거운 도시 인도에 또각거렸고, 조끼와 더러운 바지를 입는 남자들이 추파를 던졌다. 꽃무늬 블라우스의 뚱뚱한 집시 여자가 한조각 직물을 움켜쥐고 이를 잡아 늘였고, 한 늙은 남자가 작은 무더기의 상품들을 보호하려고 비실비실 일어났다. 나는 윌리엄버그 다리 아래 딜랜시 거리에서 살아있는 코셔 닭장수들이 닭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꼬꼬댁 울어대는 닭들은 머리는 바싹 들어올리고 날개를 미친 듯이 펄럭였다. 나무 상자에 걸터앉은 인형 유모차들을 보았고 나무널을 댄 픽업트럭 옆면을 몸을 구부려 살펴보는 남자들을 보았고, 캐널 거리 고가 기차 그늘 속 보도 위에 쌓여있는 신문인쇄용지의 엄청난 롤들을 보았고, 아이들은 서로 뒤쫓고, 창문 하나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몸을 숙였다, 아니, 여전히 온전하였다. 그들이 나를 발견했나 생각했다. 싱싱에서 불원천리로! 심장이 사납게 뛰고 있었다. 텅 빈 방에. 공허한 밤, 어두운 침묵, 쿵쿵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리에서 붙박인 듯 꼼짝없이 앉아, 내 마음을 다시 휘티어로, 요더 린다로, 억지로 돌리려 노력하였다…피크닉들, 일요일 코믹스들, 야자수들과 빈터 야구 게임들, 가게에서 햄버거를 갈고, 학교에서 연필깎기로 연필 깎고-
그러다 갑자기 나는 이런 뜻밖의 환영이, 약 여섯 살 먹은 에설 그린글래스의 아연실색할 모습이 보였다. 부엌 석탄 난로 옆에 발--고 서서, 하얀 면직 팬티를 당겨 입고 있고, 남자형제들이 슬쩍 구경을 하고, 어머니는 뭔지 아침을 차리고 있던 부엌식탁에서 셋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빵 같은 게 보였고, 식탁은 유포가 깔려 있었다. 그녀의 부풀어오른 배는 입술에 눌렸-
나는 이를 머리에서 떨쳐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난로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바닥에 리놀륨 같은 장판이 있었다. 나는 아침 식사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학교에 갈 준비하는 이른 아침 조바심이 느껴졌다. 그러다 내 형제들과 나는 항상 요바 린더에서 저것과 같은 부엌 난로에 옹송거리며 모여 옷을 입곤 했다는 기억이 났고 이런 창밖 한겨울 회색 빛과 똑 같은 모습을 간파했지만, 오직 거기 바깥에 레몬숲이 아니라 낡은 벽돌 건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기묘한 감각, 엄마-내 말은 그린글래스 여사-가 임신했다는 느낌이, 딱 내 눈높이에 그녀의 부른 복부의 둥근 형태를 볼 수 있었다. 내 어머니가 언제 그랬더라-? 그리고 에설의 놀라운 궁둥이, 우리는 여동생은 없었다. 오직 고용된 여자아이들만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서서 재킷을 움켜잡고, 불을 달칵 끄고, “하나님, 무사히 집에 가게 해주세요!” 열렬하게 빌며, 사무실에서 달아났다. 자리를 깨끗이 정돈하겠다는 생각은 고사하고 어깨 뒤로 돌아보는 일도 두려웠다. 오래된 의원사무실 건물 회랑을 승강기로 달려갈 때, 내 발자국이 어두운 탑의 텅빈 대리석 복도들을 통해 메아리치고 울려 퍼지자, 사방에서 쥐와 해충들이 보이는 것 같았고, 혼잡한 차량의 끝도 없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내 주위로 가득 밀려드는 셋집들의 폭력과 퇴락을 느꼈다. 그래도 동시에 나는 학교 풋볼 게임, 피아노 리사이틀, 댄스 데이트처럼 명치에 뭉클거리는 흥분을 느꼈다. 내 콧망울이 염소처리한 수영장, 합창단 가운, 여자아이들 머리카락, 파이 껍데기와 분장용 화장분의 거칠고 탁한 향수로 벌름거렸다. 나는 이런 식으로 공황을 못 이기고 무너진 나 자신에 화가 났다. 중요한 풋볼게임에서 요동하는 오프사이드 같았고, 나는 자신을 멈추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나는 바로 내 뒤 발자국소리를 들었다. 혹은 나 자신 옆에서 누군가 숨을 쉬는 소리가, 계단통은 몰려드는 어둠에 푹 가라앉았고 문들은 하품하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승강기에서 나는 멈춰, 숨을 고르려고 하였다. 심장은 사납게 벌렁거렸고, 나는-뭐지? 승강기 뒤 어두운 공간에서 뭔가 부스럭거렸다! 나는 고함을 지르고 다른 길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냉정을 잃지 말자, 팬텀에 직면하여 공포를 내보이지 말자, 내가 이제껏 보였던 모습은 더는 내보여선 안된다, 각오를 다졌다. 나는 뭔가 예기치 못한 일을 해야 함을 알았다. 나는 몸을 돌려 승강기 뒤 그늘을 향해 똑바로 걸었다. “겁쟁이!” 나는 숨을 헉 들이쉬고 이빨을 앙다물었다. 그 뒤에 벽이 있었고 벽에 얼굴로 힘껏 박았다.
나는 타격에 뒤로 비틀거렸다. 눈이 반쯤 멀었고, 상처를 입고 외로웠다. 나는 승강기 버튼을 찾고서 이에 기대고서, 마차에서 나를 떨어뜨려 마차 밑에 깔리게 했던 고용된 여자아이를, 그녀의 커다란 무릎 내게는 컸지만 아주 크지는 않았던 무릎을 기억했다. 나는 우리 이불 여미러 올 때 갓 세수를 하고 나와 산뜻했던 그녀의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기도를 듣기 위해. 제임스 위콤 라일리이 쓴 글들을 우리에게 읽어주려, “들어봐, 얘들아…”—승강기 문이 쩍 벌어졌다. 커다란 입-나는 겁을 집어먹고 계단으로 몸을 돌려, 한꺼번에 세 계단씩 뛰어내렸다-“…내 말 잘 들어봐…”
“마귀가 말여 네가 조심허지 않으면 너를 잡아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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