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노크 소리가 다시 한 번, 의사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울렸다. 손전등의 빛이 의사 앞에서 갈색으로 물들인 계단을 아래로 자르고 그리고 갈색으로 물들인 은촉이음 벽으로 된 아래쪽 홀로 속으로 새어 들어갔다. 집은 2층짜리이긴 해도 해변 작은 오두막이었고 기름등잔들로, 아니 그의 아내가 저녁 식사 후에 계단 위로 들고 오는 기름등잔 하나로도 충분히 밝았다. 그리고 의사는 파자마가 아니라 긴 셔츠형 잠옷을 입었는데, 이는 자신이 전혀 좋아하는 습성이 배지도 않고 앞으로도 습득하지 못할 것 같은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이유와 같았다. 가끔 고객이 그에게 준 여송연 사이사이로 일요일 간격으로 여송연 세 대를 즐기는데, 비록 해변 별장 오두막을 더불어 그 옆집, 그리고 4마일 떨어진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회벽칠한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가 제몫으로 스스로 사도 되겠다 생각이 드는 양이 그만큼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마흔여덟인 그가, 16세, 18세, 20세가 되던 당시에, 아버지가 그에게 궐련과 파자마 잠옷은 도회지 놈들하고 여자들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었고, 그는 그렇게 믿고 있어서다.
자정이 넘었지만 아주 이슥하진 않았다. 그는 바람이 없다하더라도, 여기, 닫히고 잠긴 문과 덧문 뒤에서도 바람의 맛과 냄새와 느낌으로,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 해안, 비록 이 집이 아니라 다른 집, 즉 마을 거주지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주립대학교 의과대학에서 4년과, 그래서 물릴 대로 물리던 뉴올리언스에서의 인턴으로 2년을 포함해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에도 느릿하고 몸집 두둑한 남자, 두텁고 보드라운 여자 손을 가진, 의사가 되기나 할까 싶은 인물, 대도시에서 6년이 지난 후에도 조야한 시골풍으로 돌돌 싸여 경탄을 하며 동급생과 동료들을, 드릴천 재킷을 입고 으스대고 다니는 마른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들은 꽃 트로피처럼, 장식품처럼 자신감 넘치는 무자비한 허풍으로 실습간호사들의 특색 없는 무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학급 선두보다 꼬랑지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그 둘 어디에도 아닌 성적으로 졸업하고 집에 돌아와 1년 안에 아버지가 골라준 아내와 결혼했고 4년 안에 그의 아버지가 지은 집을 소유하고 그의 아버지가 생성한 관행에서,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으며 떠맡았다. 그리고 10년 안에 그와 그의 아내가 아이 없는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해변 집뿐만 아니라 인접한 주택도 소유하게 되었고 옆집은 그는 피서객이나 파티-피크닉 나온 사람들 혹은 낚시꾼들에게 대여했다. 신혼여행은 가지 않았지만, 결혼식 날 저녁 그와 그의 아내는 뉴올리언스로 가서 호텔 방에서 이틀을 보냈고, 그리고 그들은 23년 동안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여전히 자녀가 없었다.
그러나 바람이 아니더라도 얄팍하고 조잡한 부엌 벽 너머 차가운 스토브 위의 큰 질그릇 속 이제는 식은 검보의 퀴퀴한 냄새로도 그는 여전히 대략적인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검보는 그날 아침 아내가 주위 이웃들과 옆집 임차인에게 일부 나눠주려고 커다란 솥에 끓인 음식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나흘 전에 옆 별장을 빌려 들어왔는데 검보 기증자들이 이웃만이 아니라 집주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리라. 검은 머리카락을 젊은 여자는 기묘하고 딱딱한 노란 눈에 얼굴의 피부가, 튀어나온 광대뼈와 묵중한 턱에 당겨놓은 듯 핼쓱하였고 (의사는 이 얼굴이 처음에는 무뚝뚝하다고 여겼지만 하다가 나중에는 두려워서 그렇다고 여겼다) 바다로 향해 놓은 값싼 새 해변용 의자에 낡은 스웨터와 빛바랜 청바지와 캔버스 신발을 신고, 종일 앉아 있었다. 책도 읽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완전히 부동 상태로 그저 앉아만 있었다. 의사(또는 <닥터>의 의사)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분명 아무것도 보지 않고 멍하니 반전된 불변고정된 눈과 핼쑥한 피부의 특성으로 보강의 확증이 없어도, 고통과 공포조차 없는, 완전한 부동의 추상抽象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귀기울이기 마련인 그 고통과 공포, 그리고 자신의 맥이 축 빠진 기관 중 하나, 말하자면 심장을, 돌이킬 수 없는 은밀한 피의 누출을 지켜보고 있는 듯이. 젊은 남자조차 평판 좋지 않은 카키색 바지와 민소매 저지 셔츠를 입고 젊은 사람들조차도 여름 태양이 치명적이라고 믿는 지역에서 모자도 쓰지 않고서, 보통 맨발로 밀썰물 가장자리로 해변을 따라 걷고, 벨트에 묶은 유목流木 한 단을 들고 돌아와, 해변용 의자에 앉아 아무런 기척도 없이, 머리도, 심지어 눈조차 움직이지 않는 여자를 지나갔다.
하지만 심장이 문제가 아니라고, 의사는 혼잣말을 했다. 그는 첫날 엿들을 생각도 없이, 두 구역을 구분하는 서양 협죽도 덤불 가리개를 통해 그 여자를 지켜보고서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러나 그게 무엇은 아니다, 라는 바로 그 가정이 비밀, 그 답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가 살아있는 저 여자와 협죽도 잎사귀로만 분리되어 있듯이, 마치 얇은 베일로 진실과 분리된 것처럼, 그는 이미 진실, 어둡고 불명확한 진실의 형상을 본 것 같았다. 그는 엿듣지도 않았고, 염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내가 그녀가 귀 기울이고 있는 기관(오르간)이 무엇인지 알아볼 시간이 충분할 것이다, 그들은 2주 동안 집세를 냈고 하니,’ 생각했을 것이고(아마도 그 당시 <닥터> 속 의사 또한 몇 주가 아니라 며칠이면 알아내리라고 알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집주인인 그가 또한 의사라서 참 다행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아마도 그가 집주인인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그가 의사라는 것도 모를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전화로 그 집이 임대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여자가 바지를 입고 있어요.” 업자가 말했다. “내 말은, 이 여성용 슬랙스가 아니라 남성용 바지라는 거죠. 내 말은, 그것은 어떤 남자라도 저거 너무 적구나 싶어 할 바로 그 자리들이 그녀에게는 너무 작다는 거고 다만 여자라면 직접 입고 있지 않으면 아무도 그러고 싶지 않을 적절한 자리들이란 거지요. 내 생각엔 마샤 양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 않을까 헌다는 뭐.”
“그들이 집세를 제때 지불하면 그런 점은 괜찮아요.” 의사가 말했다.
“걱정 접어두세요.” 업자가 말했다. “틀림없도록 잘 처리해두었어요. 공으로 이 사업에 이렇게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게 아녀요. ‘선불로 내셔야 합니다,’ 했더니, 남자가 ‘알았습니다, 알겠어요. 얼마죠?’ 밴더빌트나 뭐 그런 대단한 사람처럼 말하고서 더러운 낚시 바지에서 게다가코트 안에 내의만 입었는데 말이죠 뭉치로 돈을 꺼내나, 그래서 지폐 중 하나가 고작 10짜리라 나는 다른 것들에서 10달러 잔돈을 돌려주고 나니 처음부터 다른 하나는 2개 밖에 안되는지라 그래서 저는 ‘물론 집을 이대로 얻고 싶다면, 지금 딱 있는 가구 요대로 얻고 싶다면 꽤 싸게 얻을 수 있다’고 했더니 ’알겠어요, 알았어요. 얼마죠?‘ 나는 마음만 먹었으면 그것보다 더 많은 세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굳이 궁금하시다면 그가 다른 가구는 원하지 않는다, 다만 원하는 것은 안으로 들어갈 네 개의 벽과 그 후에 닫을 수 있는 문이라서. 그녀는 택시에서 내리지도 않았어요. 그녀는 단지 택시 안에 앉아서 있기만 하더라고요. 딱 적절한 자리들이 그녀에게 너무 작은 바지를 입고 기다리면서요.” 목소리가 멈췄다. 이제 의사의 머리는 잠시 유예된 전화선의 웅웅소리, 비웃음 사는 침묵의 상승 억양으로 가득했고, 그래서 그는 거의 신랄하게 힐문했다.
“그래서? 그들이 더 많은 가구를 원한다는 겁니까 아닙니까? 집에는 침대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 위의 매트리스는 아무—”
“아니요, 아니,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 젊은이에게 집에 침대 하나하고 스토브가 있다고 했죠. 그 사람들 의자도 하나 갖고 있다대요, 손잡이가 딸려서 택시 안에 접어 넣을 수 있는 캔버스 의자 중 하나요. 그렇게 다 해결을 보았습니다.” 이제 생략된 침묵의 웃음소리가 다시 의사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요? 무슨 일인데요? 무슨 문제 있어요?” 하지만 그는 저쪽이 말하기도 전에 이미 그 목소리가 무엇을 말할지 알만했다.
“제 예상으로는 마사 양이 그 바지보다 훨씬 속이 묵직하게 편치 않을 일이 있는데요. 저는 그들이 결혼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아, 그는 그렇다고 말하고 저는 그가 여자에 대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어쩌면 자신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싶어요. 문제는 그들이 서로 결혼하지도 않았고 그녀가 그와 결혼하지 않지 않았나. 남편은 남편 냄새가 나니까요. 제가 모빌이건 뉴올리언스 거리에서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를 딱 본다 말입니다, 그러면 인지 아닌지 냄새가-”
그날 오후 그들은 오두막집에 이사 들었다. 이 판잣집에는 스프링과 매트리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침대 하나, 여러 세대에 걸쳐 요리한 생선 때로 찌든 프라이팬이 딸린 스토브, 커피 포트와 짝이 맞지 않는 쇠 숟가락과 포크와 칼, 깨진 컵과 받침, 한때 구매한 잼과 젤리를 담은 보관통이었다 지금은 물 마시는 용기를 쓰는 빈약한 세간살이, 그리고 한편 남자가 부엌으로 유목을 옮기는 동안 여자가 하루 종일 누워 야자나무 잎이 반짝이는 바닷물 빛에 대고 매섭고 메마른 소리를 내는 것을 지켜보며 앉아있는 새 해변용 의자가 다였다, 이틀 전 아침 해변 경로를 돌던 우유배달 마차가 그곳에 멈췄고 의사의 아내는 한번은 그 남자가 포르투갈 출신 전직 어부 소유의 작은 식료품점에서 빵 한 덩어리와 물건이 잔뜩 든 종이 봉지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주방 계단에서 엉망진창으로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아니 손질하려고 용을 쓰는) 것을 지켜본 적 있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의사에게 하는 그 목소리가 매서운 격분의 확신이 스몄다. 아직 그리 뚱뚱하지 않은, 물론 의사 자신의 몸매에는 비견하진 못해도 통통한, 볼품은 그다지 없는 아내는 10년쯤 전부터 전체가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 머리카락과 안색은 물론이요 그녀 눈의 색조까지도, 마치 그녀가 일부러 색을 맞춰 실내복을 고르기라도 맞춘 듯 약간씩 동일한 색조로 변하였다. “그딴 식으로 어질더분거리고 있으니!” 그녀는 소리쳤다. “부엌간 밖이 엉망이면 스토브 위는 말해 뭐해, 똑같이 엉망이겠지!”
“여자가 아마 요리를 할 수도 있지.” 의사가 온건하게 말했다.
“어디서, 어떻게? 저기 마당에 앉아 턱하니 앉아서? 저 치가 스토브며 온갖 것들 들고 그녀에게 다 날라 와서?” 그러나 비록 그녀가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진짜 격분의 대상은 저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마음속에 담고 있기는 해도 그녀는 “그들은 결혼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벙긋도 하지 않았다. 일단 입 밖으로 내면, 남편이 세입자들을 내쫗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 둘 다 알았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가 그들을 내보냈을 때 그로서는 양심상 임대료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이상의 이유로, 적어도 어쨌든 남편 입장에서는 한참 그 이상의 이유로, 말을 피했다. 그 사람 이십 달러 밖에 없다던데, 생각을 하였고, 그리고 그것도 3일전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다, 이제 침례교인 가문 출신 지방 개신교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가(아마 여기 의사도) 그녀 안에 있는 지방 침례교인보다 시끄럽게 쏘아대는지 왜냐하면 오늘 아침 그녀가 흰머리를 종이 돌돌 말아 넣은 채 볼품없이 수의처럼 생긴 면 잠옷을 입고 서 있던 창에서 의사를 깨워서는, 해뜰녁에 띠로 묶은 유목 뭉치를 들고 해변으로 올라오는 남자를 보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사)가 정오에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검보를 한 솥, 아주 넉넉하게, 한 열두 명은 족히 먹을 만큼 만들어 두었는데, 마음씨 좋은 여인들의 음울한 사마리아식 살림 솜씨로 만들었으니, 마치 그녀가 이런 사마리아인식 행위로 음울하고 앙심 깊고 마조히즘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사실 고작 치른 대가가 날이 쌓이고 흘러가는 동안 스토브 위에 무적으로 고갈되지 않고 버티고 앉아있던 남은 음식이라, 이를 좋아하지도 않는 두 사람이 다 먹어치울 때까지 데우고, 다시 데우고 또 다시 데우던 잔식이었고, 바다를 바라보며 태어나고 자란 이 두 사람, 생선의 취향이 3000마일 떨어진 곳에서 기계기름으로 희생되어 상업적인 기름에 방부 처리하여 통조림에 담아 들여오는 참치, 연어, 정어리에 편중되었다.
'허튼짓, 헛짓 > 야생종려나무-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생종려나무 p46- (0) | 2024.04.21 |
---|---|
야생종려 p39 (0) | 2024.04.21 |
the wild palms p31- (0) | 2024.04.20 |
야생 종려나무 p17-22 (0) | 2024.04.14 |
야생 종려 p10- (0) | 2024.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