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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the recognitions, 인식

인식 p29-32

by 어정버정 2024. 6. 15.

카밀라조차 가장무도회를 즐겼다. 그 자체가 현실로 간주 되는 그 중요한 순간에 가면을 벗고/정체를 드러내는 그런 안전한 종류로는 즐거워했건만. 그러나 사이프러스 나무로 둘러싸인 외국 언덕을 올라가는 이 행렬, 신부의 단조로운 성가로 재촉받고, 열넷 십자가의 길(fourteen stations of the Cross/주석)에서 머뭇거리느라 (그녀가 타고 있던 장례식 마차, 바로크 양식의 사탕과자 가판대를 닮은 백마가 끄는 마차도 한몫 거들어) 지연되는데, 그녀 영혼은 부끄럼 잘 타는 낯색을 일그러뜨렸을 지도 모른다. 식별이 되어야 그렇겠지만.

스페인 사건Spanish affair’이라고 나중에 그위언 목사가 칭했다. 어쩌다 뱉은 말이 아니라, 삼가며 신중하게 지칭한 명칭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경계를 확장하겠다는 충동이 그 기회를 주고 실천에 필수적인 장을 (이 경우에는 스페인으로 향하는 배) 깔았고, 또한 그가 6년 전에 결혼한 여성의 목숨으로 대가를 단단히 치렀다.

저기서 수많은 죽은 카톨릭신도들과 함께 묻히다니, 메이 고모의 개탄이었다. 메이 고모는 불임인, 확고하고 옹골찬 여성이었으며, 그보다 이전에 그위온 목사였던 오라버니에게 칼뱅파답게 엄히 충직했다. 그녀는 진정 그리스도인으로서 분개할 기회가 닿는 때면 매양 의무감이 충천했다. 두 가족에게는 홀아비가 아내의 죽음을 별나게 선뜻 받아들이는 일은 분개도 아까운 기가 찬 노릇이었고, 그가 카밀라의 시신을 뉴잉글랜드의 깨끗한 개신교 땅에 안치하기 위해 고향으로 천구하지 않은 행위는 용서가 아예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십자가였고, 그들은 기특한 청교도적 분노를 안고 황폐하고 그들만의 갈보리를 향해 이를 걸머지고 갔다.

일은 이렇게 벌어진다.

초가을에 부부는 스페인으로 항해를 떠났다.

 대체 무슨 작정으로 그들이 거길 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저 모든, 저들 외국인 사이에, 누가 툭 던졌다.

 나라 전체가 또 그런 사람으로 가득한데.

그리고 가톨릭이지. 메이 코모가 투덜거렸고, 그들이 타고난 배의 이름을 되뇌는 일조차 마다하였다. 마치 고모는 그 이름이 예고한 즉각적인 재난을 감지하고. 20년 동안 미리 걱정했던, 단속적인 승리들로 사방의 바다들을 어지럽히는 분쟁을 감지한 것처럼.

그럼에도 그들은 퍼듀 빅토리(Purdue Victory/각주) 호에 승선하여 보스턴 항구에서 출항하였고, 온갖 험한 불상사에 대비했는데, 다만 그들이 남기고 가는 이런 것들, 기독계 법원과 보험 회사가 겸손하게 인신공격식 논쟁을 벌이며, 신의 섭리로, 불가항력으로 정의한, 그런 범위까지 아우르는 우발적인 유별난 재난은 아니었다.

만성절에, 7일간 바다에 나가 여행의 절반을 마치던 날, 하나님은 퍼듀 빅토리 호에 탑승하여 섭리를 펼치셨다. 카밀라는 급성 맹장염에 걸려 앓아 누웠다.

배의 외과 의사는 말쑥하지 않은, 면도도 하지 않은 작은 남자였는데, 그의 옷들은 집합적으로 번진 얼룩, 튀긴 자국, 담배 탄 자리로 배열된 채, 매듭진 끈으로 된 엄청난 그물망을 이루며 그의 주변에 걸려있었다. 그 두툼한 면바지 아래 앞춤에 있는 단추는 원래는 거짓 경제(false economy주석)의 교묘하고 참담한 속임수, 코팅된 판지로 만들어졌으며 많은 세탁 후에도 그들은 벌어진 바지 앞춤 여미는 입구를 따라 줄줄이 배치된 회색 그루터기들로 집요하게 버텼다. 부토니에르(단추에 꽂는 꽃)는 때때로 그의 셔츠 앞부분 공석을 틈타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 꽃잎 역시 종이이기 일쑤였고, 그는 마치 주머니에 꽂은 빗의 등줄기로 맥주잔 꼭대기의 거품을 긁어내고 식탁에서 샐러드 포크 가지로 손톱을 후비며 가다듬는 남자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했다. 그는 카밀라의 증상을 소화불량으로 진단하고 선실에 틀어박혔다. 그게 그날 아침이었다.

오후가 되자 선장이 그를 데리러 왔고, 비명으로 영접을 받는데 그 비명에 오싹하니 공포에 질려 그의 용감한 피마저 굳어버렸다. 아무리 봐도 간질 발작으로 보이는 외과의사를 남겨두고, 선장은 달갑잖은 카밀라 잡무의 직접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는 배의 수술도구 키트를 팔에 끼고 흡연 응접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다시 외과 의사의 현창을 흘깃 들여다보았다. 그곳에서 그는 외과의사가 성호를 긋고 독주가 담긴 잔을 침착하고 안정된 손으로 들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으로 만사해결되었다.

만성절 전야가 일몰을 고즈넉이 무시한 채 저 바다 위에 내려앉았고, 외과 의사가 뒤에서 나와 흔들흔들 먼저-취한 갑판 아래로 쿡쿡 찔려 나타났다. 새로 면도를 하고 깨끗한 식사급사 앞치마를 입은 그는 가만히 있는 여자 위에 자리 잡고 서서 자신의 가슴, , 이마 위에 주마등 같은 십자가들 형상을 그렸다. 그의 굳은살 박힌 손끝에 마술처럼 십자가를 부리고, 키스하고 떨쳐내고서, 일을 시작했다. 연옥에 든 영혼들을 위한 대규모 하소연과 탄원들이 이제 앞에 둔 그리고 뒤로 한 같은 거리 육지에서 봉기하기도 전에, 그는 어떻게 카밀라의 고통도 삶도 끝내버렸다.

후속 심문에서 이 비열한은(나머지 항해를 밧줄에 둘둘 감겨 웅크리고 욥기와 방콕으로 가는 샴 국영 철도 안내서를 읽으며 보냈다) 전혀 외과의사가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시니스테라 씨는 도망자였고, 출항 당시 절박한 임기응변들 중 가장 논리적으로 보였던 방편을 들고, 즉 직접 찍고 발행한 가짜 서류 세트를 지니고 여행을 하였다. (그는 지폐에 쏟을 때처럼 세부까지 챙기며 똑같은 예술적 집중력을 발휘하여, 심지어 구리판 위 왁스 바탕을 치는 렘브란트 제조법을 사용하기도 하며, 이 작업을 했다.) 그는 그 모든 일에 대해 누구보다도 심적으로 괴로워했다. 승산 기회는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그가 만성 전문직에서 야단스럽지 않은 은퇴하여 이베리아의 역사적인 망명하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스크류가 처음 돌면/첫 나사 세게 조우면 모든 빚을 갚을 수 있다고 그는 퍼듀 빅토리 호의 선미에서 (십자가를 그으며) 중얼거렸다. 선미 갑판이 단일 스크류 (엔진)의 날들이 보스톤 물길을 휘저으며 발아래 덜덜 떨렸다. 그리고 항구 자체, 그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을 질색하며, 배의 기적이 울린 후에도 기적을 담고 있다가, 그들이 조용히 움직일 때까지 마지못해 티끌들만치 양보해 내놓았다.

이제 그는 다음 세상에서 자신의 죗값을 온전히 치르게 되리라는 믿음에 (단테의 목격담, 플로린 동전 위조한, 위조 선구자 아다모 다 브레시아(Adamo da Brescia)가 제8지옥 말레볼제(Malebolge)에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수종성 고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도할 정도로 신실한 기독교인 아닌 그 나라 대리인들에, 이번 건은 기필코 지불하게 하리라, 각오 다진 이들을 보고 은멸은 면했구나 적이 안심했다. 미국에서 시니스테라 씨는 위조범이었다. 문초 과정에서 그는 한때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생체 해부 의사를 도왔다는 이유로 의업에 종사했다고 할 수 있노라 짧게 변호를 시도했다. 이것이 실패하자 그는 유대인과 세속적인 허영심에 대해 뚱하게 불평하고, 어떤 비난의 질문에는 답변으로 전도서, 알폰소 리구오리, 교황 비오 9세를 조금씩 인용했다. 먼 나라 대중 신문이 보도한 대로, 그가 미국 20달러 지폐에 있는 앤드류 잭슨의 외모를 자신 닮은 초상화로 대체한 것을 발견한 빈틈없는 연방 요원 때문에 함정에 빠졌다는 뉴스는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니스테라 씨는 이런 쓸데없는 중상모략에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도 비정한 비평가들의 올가미에 사로잡힌 여느 예민한 예술가들처럼 그는 월간 전국 위조 탐지기잡지 제 1페이지에 실린 자신의 작업에 대한 리뷰를 보고 심히 속이 상했다. (“잭슨 초상화의 코는 콧등의 굵은 선으로 인해 구근처럼 보인다 .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레볼제적 치받이 성향의 벽 속에서 그의 타고난 겸허함으로 먹고 살던 익명성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질투심 많은 비평가들이 다시는 감히 그를 그 저작자로 공격하려 들지 않도록, 자신의 작품에 대한 미래 우수성의 표준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그의 손 아래 일어난 죽음에 대한 그의 통회는 진실했고, 그의 참회는 진심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하나님의 손으로 이뤄진 그 사고와 자신의 손에 놓인, 자신의 직종 사이에 아무런 연결을 짓지 못했다. 그는 곧 감옥 공장에서 손으로 철판 새기는, 알고 보니 자동차번호 꼬리표의 작업 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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