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하늘에 불길한 얼룩처럼 떠올랐다. 그렇다고 무정형은 아니었지만, 사실 바로 알아볼 수 있지만 그래도 딱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의장(儀仗)의 모습이었다. 너무나 친숙한데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당혹이 단순한 좌절에서 오싹하게 치고 드는 공포로 바뀌고, 그 복잡성은 거의 순간순간 더욱 깊어지고…그 이름은 힘을 지닌 단어로, 큰 소리로 입 밖에 내어서도 아니 되고, 침묵 속에서도 기억해서는 아니 되는 존재 같았다. 사방에 나쁜 얼음으로 매복이 깔려 있었는데, 잠복하여 숨은 존재들이, 무섭게 모든 업무 교섭들을 따라다녀, 이들 각각은 수학자들이 가끔 용처를 찾는 0으로 수렴하는 무한소 원과 비슷했다. 은회색, 무취, 높은 세계에서 조용히 빠져나온…태양은 구름이 있든 없든 가끔 볼 수 있었지만, 하늘은 파란색이라기보다 중성 밀도 회색에 가까웠다. 곶 밖으로는, 고른 질감의 잎들이 자라, 이 빛 아래서 눈부시게, 그림자조차 없는 녹색으로 빛이 났고, 갑 머리 맨 아래쪽으로는 바다색 짓푸른 바다, 얼음처럼 푸른, 녹유리(綠琉璃)처럼 맑은 바다가 부서지고 있었다.
헌터는 하루 종일 스케치북을 들고 나가, 자신이 지니고 가고 위해, 최대한 많이 적어 내렸다. 그날 밤은 그가 떠나기 전 그와 콘스탄스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즐거운 여행을 비는 작별 파티가 되기를 바랐는데,” 그녀가 말했다. “먹을 게 없네.”
“나르비크에 가면 되지요.”
“늦었어. 자정이 지나면 얼음이 나빠.”
"할머니, 오늘 밤은 그렇게 어둡지 않아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보통 아래 해안에는 뱃사공들이 있어서, 정기 여객선이 야간에 정박 후 다니지 않으면, 승객들을 배로 실어 나르곤 했다. 밤새도록 활기차지 않으나 꾸준하게, 저기 본토 위는 마치 안목 있는 소수에게만 알려진 어둡고 매혹적인 휴양지인 듯 건너가는, 야간교통편이었다. 머지않은 겨울로, 넓은 바다로 인도하는 길은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매끈한 작은 증기선은 좌절감에 성질 난 사냥개들의 억양으로 앞뒤로 진동하며 출렁였고, 항해사들은 떠다니는 유빙 위에서 서로에게 소리를 질렀다. 얼음 속 형광 빛을 내는 무언가가 밤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하지만 오늘 밤 마을은 멜랑콜리 장소였다. 별다른 활동이 눈에 띄지 않았다. 말루스 호의 출항이 임박하면서 모두가 이렇다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듯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모종의 환영식이 진행 중인 듯 사방에서 불빛이 타올랐다. 불면증이 마을을 땀투성이 담요처럼 뒤덮었다. 하찮은 범죄자 갱들이 이따금 몰려다니며, 그저 빤히 노려보는 짓 이상의 죄는 짓지 않았고 지나갔다. 마치 임시 여관 주인처럼, 잠 못 이루는 주민들은 새로 온 사람들을 자기네 객실로 데려와 아무 말 없이 앉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술은 아주 가끔 권하였다. 정금의 소음은 광활한 정적 속에서 잦아들지 않고 멀리까지 퍼지기 때문에 술값은 어둠 속에서 지폐로만 지불되었다.
이 시간대에 문을 연 유일한 식당은 나르비크의 머쉬-잇-어웨이 노던 퀴진(개썰매를 위한 테이크아웃 Mush-It-Away Northern Cuisine)뿐이었다. 이곳은 시간 가리지 않고 붐비고, 대개 문밖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 헌터는 긴 대기 시간을 예상했다. 줄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느려, 15분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잦을 뿐만 아니라, 설령 움직였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 겨우 차지할 ‘공간의 그 일부만’ 조금씩 나아갔다. 마치 기다리는 사람들 중 몇 명은 마치 일부만 있는 것처럼.
기어가는 긴 줄 옆으로, 반대 방향으로는 기차처럼 줄줄이 솥만 한 크기의 바퀴 달린 증기 수송차가 끊임없이 지나가며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메뉴를 알려주었다. 클라우드베리를 곁들여 푹 삶은 블러버(고래, 물개 같은 바다짐승 지방요리), 원하는 요리 스타일의 도둑갈매기 알, 바다코끼리 갈빗살, 스노우 파르페는 물론, 폭넓게 칭송을 받는 특히나 미트 올라프까지 빼놓을 수 없었다. 미트 올라프는 이번 주 특별 요리, 아니 모든 주의 특별 메뉴였으며, 이들이 진열대 뒤에서 군침 흘리는 손님들과 몇 인치 떨어진 곳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충동 조절 능력 부족으로 현지인들이 악명 높다 보니, 이 장치는 단단히 보호되고 있다고 할 수 없었다. 이어지는 간이식사 도난 사건들 외에도, 새치기, 음식 집어던지기, 모욕적 니에미 능멸, 계획도 없는 나르비크 부두 말단까지 잠깐 탈선이 이들 기다림에 재미를 더했다.
소문으로는 절대 잠을 안 잔다는 나르비크는 밤새도록 여일하게 안절부절 가만있지 못하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주방에서 주문들을 내어오고, 돈을 받고, 전반적으로는 북극 특유의 유머로 너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북돋으려 애썼다. “캐나다인이 술집에 들어와서 이러는 거야, ‘아야, 에?’ 유콘에서 두 명의 이탈리아인이 금광을 찾고 있는데, 한 명이 야영지로 달려와서 ‘금을 찾았어!’ 외쳐. 다른 한 명이 ‘에, 팡굴(꺼져, fuck off/이탈리아어), 너하고 그리고 네 엄마도.’ 말하지. 알래스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업 멘트는 뭔지 알아? ‘멍멍’.”
“그 미트 올라프 두어 개 주면 좋겠는데,” 마침내 헌터가 주문했다. “뿌리 콜슬로도 좀 곁들이고, 아, 그리고 미스터리 소스는 따로 주시겠어요?”
그는 겨울이 다가온다는 징조처럼 춥고 사람 안 보이는 한밤중에, 마치 경고도 없이 유사流砂처럼,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끌어당기려고, 의도적인 악의 마냥 품고 있어 위험스러운 얼음판 지역 통과하여 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끊임없이 표류하는 얼음의 이동, 셀 수 없이 많은 변형과 회전, 녹았다가 얼어붙는 과정에서, 이 “북극의 베니스”에 있는 덩어리들의 모양과 크기가 세속적인 베니스와 그 외곽 섬들의 모양과 크기와 똑같아지는 한순간이, 어쩌면 두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형태가 육지가 아니라 일부는 얼음일 것이지만 여러 겹으로 연결된 공간으로 보면, 그 둘은 동일할 것이다. 무라노, 부라노, 산 미켈레, 대운하, 세심하게 공들인 작은 수로 세부 하나하나까지, 그 짧은 순간 동안 한 버전에서 다른 버전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소년 시절 내내 헌터 펜할로우는 이런 운명적인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렸고, 그 순간이 자신의 감각을 벼락처럼 강타하기를 기도하고, 이곳에서 수 마일, 수 년은 떨어진 ‘침묵의 도시’ 그리고 ‘아드리아 해의 여왕’에게로 즉각 옮겨지기를 기도했다. 그는 “깨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무감각한 여행을 마치고 바우어-그뤼네발트 호텔 방에 도착하는 일에 더 비슷하리라. 창문 바로 아래에서는 콘서티나 반주를 곁들여 우렁차게 부르짖는 애끓는 테너 목소리가 있고, 메스트레(베니스 자치구) 뒤로 해가 지고 있고.
하지만 얼음은 언제나 야밤의 꿈결 속으로 스며들었다. 얼어붙은 운하. 얼음의 방호. 매일 밤 얼음으로, 마치 집으로 돌아가듯이 돌아가는 꿈. 얼음처럼 수평으로 뒤로 기대어 드러눕기 위해, 수면 아래로, 자물쇠 없이 곳으로, 깨지지 않는 곳으로, 오랫동안 갈망했던 잠에 들기 위해… 어린 시절과 꿈의 다른 세계로 내려가, 북극곰이 더 이상 쿵쾅거리며 걷고 사냥을 하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양서류의 흰 바다 생물이 되어, 돌고래처럼 우아하게. 얼음 아래에서 헤엄치는 꿈속으로.
그의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 중에, 할머니가 어렸을 때, 어느 날 자매들이 학교에서 학습 주제는 ‘살아있는 생물들’로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나는 얼음을 제안했어. 그들은 나를 수업에서 쫓아냈지.”
아침나절 중반쯤, 콘스탄스는 산꼭대기로 올라가 아래 긴 내리받이와 깎아지른 언덕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미니어처 배가, 한때 그곳에 기다리며 누워 있던, 항구 마루에 아주 가볍디 가벼운 닻줄로 간신히 고정되어, 때로는 떠나고 싶은 마음에 떨리는성싶던 그 작은 배가 마침내 더 에메랄드빛을 내는 바다로, 향기로운 바람, 갑판 위에 걸어둔 해먹을 향해 이미 떠나버린 뒤였다. 이곳에서 바다는 여전히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람은 평소보다 더 차갑지도 않았고, 아마도 내핍의 최소한 성장에, 모든 것이 흰색, 누런색, 회색의 색조를 띠고, 옅은 풀들은 초록과는 격원하게 푸르지 않았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휘었고. 수백만 개 줄기 모두 동일한 각도로 뻗었는데, 어떤 과학 장비로도 그 각도를 측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모든 지평선을, 시간을 들여가며, 남쪽은 마지막으로 아껴두고 찬찬히 바라보았다. 한 줄기 연기도, 바람에 가라앉은 증기 사이렌의 마지막 고동도 없이, 오직 오늘 아침 그녀의 작업대 위에 놓인 작별 편지만. 편지는 주머니에 마치 구겨진 손수건처럼 들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주었지만, 그녀로서는 결코 원래로 되돌리도록 배운 적이 없던 뭔가 끔찍한 마법으로 그 편지가 결국 빈 종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다시는 열어서 읽을 수 없었다.
플리트우드 바이브 씨의 일기에서 발췌 -
‘북극 황홀증’ 같은 건 아니었다. 거기 있던 누구에게든 물어보라. 그들은 상륙했다. 그들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소풍 바구니를 공유했다. 젤리 형태 푸아그라 파테, 트러플 넣은 꿩, 네셀로드 푸딩, 지역 얼음에 프라페한 96년산 샴페인…
우리가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노랫소리였다. 그런 경우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할 의심은 집단적 치매다. 하지만 잔치에 모인 사람 중 누구도 지금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날카롭게 삑삑거리는 낯선 음악의 방향으로 쌍안경으로 한참 훑어본 후에야 우리 중 누군가 얼어붙은 하늘 아래 낮게 자리 잡은 어두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 점은 점점 커지는데, 그에 따라 요령부득 합창곡은 역설적으로 그래도 다행으로 잦아드는 듯했지만 그 노래가 이미 모든 사람의 뇌에 생생히 새겨진 후였다. 대략 1897년경부터 시작되어, 이 노래는 프리드요프 난센과 프레데리크 얄마르 요한센이, 용맹한 <프람(Fram)> 호를 타고 출항한 지 몇 주 만에, 3년간 북극 고요 속으로 떠났던 여정 후에, 그들이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 다시 나타난 것을 기념하던 노래였다. 과학적 객관성을 위해서라도, 이 기록을 여기에 꼭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미쳐버렸어,
난센과 요한센을 두고
모험담을 풀어,
저 강인하고 젊은 자-아-앙대 친구들!
맙소사, 떼거지 일들이
이 용감한 노르웨이인들을
잔뜩 에워싸고 있어.
그들이 구-울-러 다니는 지역 어디이든!
3년 전
프람 호를 타고 떠났지,
이제 돌아왔으니,
인생은 머핀과 잼일뿐!
그들은 모두 바지 속에 개미가 들었는지,
가만 못 있고 들썩들썩, 그리고
난센과 요한센을 위해
그들은 통제 부-우울-능으로 춤을 추고 있어!
마침내 다가온, 우리 위로 맘춰 선 탈것의 거대한 크기에 우리는 얼이 빠졌다. 우리만으로는 그들이 던진 밧줄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마치 밑에서 허둥지둥거리는, 교체 가능한 곤충처럼 보였을 것이다.
“우리는 위험에 처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들에게 거듭 말했다. “사실, 어떤 도움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치명적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과학 장교인 카운터플라이 박사가 큰 소리로 단언했다. 그는 학자 같은 부류로 다른 사람들처럼 수염을 기르고 잔뜩 껴입고 있었고, 그의 눈은 기발한 고글로 가려져 있었는데, 그 렌즈는 알고 봤더니 각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회전이 되는, 니콜 프리즘(빙주석으로 만든 편광 프리즘) 쌍으로 맞춰 들어있었다. “어쩌면 당신들은 너무 가까이라 보지 했을 수도 있겠지만…우리는 80도 위선(緯線)을 통과한 이후로는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반경 수백 마일에 비상 구역으로 선포되었어요. 당신들이 본부를 세우려고 선택한 봉우리 바람 없는 지점은 당신들이 마음속으로 그리던 누나탁(nunatak)이라기엔 너무 모양이 규칙적입니다. 당신들 중 아무도 인공 구조물이리라고 의심하지 못했습니까? 사실, 우연히 이곳에 자리 잡은 게 아니었고, 여러분은 택해도 하필 아주 위험천만한 장소를 택했습니다.”
“아,” 보먼스 박사가 눈을 반짝였다. “당신은 눈(雪)을 뚫고 그 아래 기슭을 내려다볼 수 있나 보군요.”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광선이 있는데, 그리고 광선들이 말입니다, 아무리 완강한 매체라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빛 외의 파장을 쉽사리 인공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누나탁은 에스키모어로 문자 그대로 “땅과 연결된”을 의미하며, 그 외의 지형을 뒤덮고 있는 얼음과 눈의 불모지 위로 솟아오를 만큼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가리킨다. 수호 산신이 있다고 믿어지는 각각 봉우리는 살아있으며, 이 지역 바람에 날려온 모든 지의류, 이끼, 꽃, 곤충, 심지어 새까지도 피난처가 되어주는 방주다. 마지막 빙하기에는 친숙하기도 하고 지금 유명하기도 한 미국의 많은 산들이 당시에는 누나탁 산이었고, 그 넓게 펼쳐진 고대의 얼어붙은 땅 위로 같은 방식으로 솟아올라 얼음이 물러나고 생명이 다시 번성할 때까지 여러 종의 불꽃이 타오르도록 부지했다.
'그외(뻘짓) > Against the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Against the Day p149-156 (0) | 2025.06.01 |
---|---|
Against the Day p140-146 (0) | 2025.05.29 |
Against the Day p129-133 (0) | 2025.05.24 |
against the day p125-129 (0) | 2025.05.18 |
Against the day p121-125 (0) | 202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