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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Against the day

against the day p125-129

by 어정버정 2025. 5. 18.

 

익스페디션(탐험) 증기선을 이사피요르드Isafjörðr에서 간발 차로 가로막지 못하고 소년들은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추격을 계속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매번 배를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때로는 역풍 때문에, 때로는 무선 통신 오류 정보 때문에, 기껏해야 유령 같은/스펙트럼 일반승무원에 지나지 않는, 북극 신화 속 가외 인원의 늦은 귀환으로 항구에서 지연되었다는 이유였다. 이곳에서는 익숙한 이야기였지만 늘 마찬가지로 불안을 야기하였다. 이따금 인컨비니언스 호 승무원 중에서 가외 인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하지만 이는 아침 점호 때 기록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때로 소년선원 중 한 명이, 물론 너무 늦게야, 자신이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어쨌거나 진짜 얼굴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 자신이 아는 얼굴조차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했다.

어느 날, 인컨비니언스호는 거리와 골목길에 밀랍 인형들로 붐비는 작은 정착촌에 도착했다. 주민들이 아주 가만히 굳은 채 머리 위로 기어가는 거대한 기선에 정신을 쏟고 있는 탓이었다.

랜돌프 세인트 코스모는 지상 착륙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이란 걸 명심해.” 그가 조언했다. “이 사람들은 우리를 신이나 그런 부류로 착각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저맘때 동인도 제도 주민들과 같지 않아.”

정말 낙원 아니었어요!” 다비 서클링이 소리쳤다.

배가 도착하고 체결한 후, 소년들은 뭐든 급료 쓸 생각에 들떠 해안으로 몰려갔다.

이거 터키옥인가요?”

"우리는 이걸 파란 상아라고 부릅니다. 잘 간수한 진짜 선사 시대 매머드 뼈로, 훨씬 남쪽에서 보이는 색입힌 본졸린(셀룰로이드로 만든 상아대체품)이 아니에요."

이건

이건 이눅슈크(이누이트족 경계표)의 축소 모형입니다. 이눅슈크는 실제 내륙 멀리 능선에 우뚝 서 있는데, 얼추 사람 모양으로 쌓은 표석입니다. 낯선 사람을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똑바로 계속 가기에 지형지물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은 곳의 길라잡이로 쓰죠.”

제 평범한 나날도 그런데.”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이 복제품들이 그렇게 많이 팔리나 봅니다. 어느 날이든 남부 도시들도 순식간에 황야로 변할 수 있으니까.“

때때로 앞으로 닥칠 어려운 시기 동안, 소년들은 각자가 구입한 불가사의한 축소모형들을 바라보게 되리라. 아마도 결코 볼 수 없을 먼 곳의 바위 배열을 구현하고 있는 이 미니어처로 비록 이 정도나마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세속을 넘어선 진실의 표현을 엿보려고 노력하면서.

 

 

에티엔 루이 말뤼스(ÉTIENNE-LOUIS MALUS) 호는 나폴레옹 시대의 육군 기술자이자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그는 1808년 말, 룩셈부르크 궁전 창문에 반사된 석양을 빙주석(Iceland spar)으로 들여다보다가 편광을 발견했다. 참나무와 철로 제작된 배는 길이 376피트 6인치(116미터)에 달했으며, 대피 공간과 단정 갑판을 갖추고, 두 개의 돛대, 두 개의 화물용 기중기 팔, 그리고 높고 검은 굴뚝 하나를 갖추고 있었다. 수십 개의 송수신 안테나의 당김줄들이 내려와 갑판 곳곳에 설치된 부속품들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물은 마치 얼음을 가르려는 듯 수직의 약간 작은 고물 홀수선으로부터 약간 뒤쪽으로 각이 져 있었다.

배가 북쪽으로 항해해 아이슬란드해안으로, 사람이 사는 얼음 절벽으로 향할 때, 실제로 당직 서지 않거나 잠들지 않은 사람들은 선미에 앉아 낮은 위도가 자신들에게서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만돌린과 작은 마호가니 콘서티나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더 이상의 여자는 없어,

아이슬랜드 여자들 말곤,

더 이상 밤은 없고

추운 밤들 말곤 ,

왜냐면 우리는

돌아올 확신은 없이

영혼을 얼리게 될

바람 속으로 항해해,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렸다. 선장이 다시 미쳤다느니, 얼음 해적들이 고래잡이처럼 말루스호를 사냥하고 다니고, 혹여 잡히면 배 선원들의 처분은 한층 가차없다더라는 둥, 어떤 이들은 요즘 미주리나 과나후아토에서 뽑아내는 원석들보다 더 순수하다는, 헬구스타디르 광산의 전설적인 결정석처럼 순수한 빙주석의 새로운 공급원을 찾기 위한 원정에 나선 것이라고 믿었는데하지만 그건 많고 많은 의심 중 하나일 뿐. 결국 빙주석 관련 원정이 아닐 수도 있었다.

어느 하루 녹색 얼음(에머랄드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의 벽들, 북쪽 황혼에 거의 보이지 않게 벗어나는 하루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배는 푸른빛 곶에 접근했고, 수직 녹색의 얼음 벽들, 물 아주 가까이에 있는 녹색은 향기’, 깊은 부패와 번식의 바다 냄새로도 느껴졌다.

마을과 닿은 갑 바로 건너편 섬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는 사는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겠다는 야망도 없지만, 이제는 전설적인 인물이 된 콘스탄스 펜할로우는 말루스 호의 도착을 지켜보았다. 필요하다면 그녀는 가장 고귀한 존재와 함께 빛나는 빙영(氷映, 극지방 얼음으로 빛이 반사되어 공중이 빛나는 현상) 배경으로 포즈를 취할 수 있었다. 마치 초상화 액자에서 불안하게 몸을 내밀고 있는 듯, 눈은 도움이 아닌 이해를 구하고, 목덜미의 줄들은 티타늄 화이트로 가둘렀고, 비스듬히 돌린 모습은 뒤에서, 얼굴은 겨우 초승달 모양만 내보이고, 빗질한 머리카락와 묵직한 두개골의 본그림자((本影, umbra)가 까맣게 드리워져 있었으며, 황동 그림자는 정감 있게 유리 덮개 없이 책이 꽂힌 열린 책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거기 어느 얼굴의 이미지들만, 이런 궁극적 등쪽 모습만 드리우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손자 헌터는 그녀를 그렸다. 녹색과 노란색의 수천 개 자잘한 꽃무늬가 날염된 헐렁하고 심플한 드레스를 입고 먼지를 통해, 또 다른 기억 속 시골의 먼지를 통해 본 것처럼 서 있었다. 저물어가는 느지막한 날 보이는,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너머 골목에서 바람이나 말을 타고 솟아오르는 자욱한 먼지... 배경에는 목골로 된 집, 여러 각도로 가파른 박공지붕을 덮고, 회색 점판암들이 도마뱀 미늘 모양 겹겹이 쌓아 뒤로 이어져, 지붕이 마치 비에 젖은 듯 빛나고... 지붕들의 황야, 탐험 되지 않은 영역이 일몰을 향하듯 펼쳐져 있고...

여기는 첫 번째 천년기에서 난 이야기가 살아남았다. 도망치던 첫 번째 소규모 무법자 무리가, 아직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어떤 약속에 쫓기지 않고, 등에 도끼를 멘 복수에 혈안인 들만 생각하며 서쪽 방향으로 자멸을 부르듯 쾌활하게, 거의 경솔하게 분방하게 떠났다...하랄드의 이야기들 무자비한 시구르드 왕의 아들은 설명할 수 없는 욕망에 이끌려 북쪽으로 항해하고, 매번 해질녘에 점점 모든 편안과 다정함에서 멀어져 무서운 벼랑 끝으로, 빛이 없는 심연, 긴눙가가프Ginnungagap에 노 저을 거리도 거의 없이 자칫 빠질 데를 지척에, 북단의 어스름에 힐끗 보이는, 수년에 걸쳐 길을 잃은 어부, 약탈자, 신에게 홀려 사로잡힌 도망자들이 전해주던 곳으로 하랄드가 키의 손잡이 향해 몸을 던지자, 선원들은 노를 뒤로 저었고, 운명의 원주가 안개 속에서 그들을 지나 선회했다, 마침 때맞춰 방향을 튼 하랄드 호우르드로우데는 청하지 않은 자비의 순간부터, 그의 등 뒤로 이제 다가온 세상의 끝에, 어쩌면 자신이 바라던 것보다 더 큰 욕망, 그리고 역사와 피에 대한 의무에 굴복하여 욕망을 저버리는 일에 대해 깨달았다. 그 연무 가득한 광대한 곳에서 무언가가 그를 향해 말을 붙였고, 그는 꿈결같이 그 부름에 응답하였고 마지막 순간에 깨어나 몸을 돌렸다. 고대 북유럽인들의 언어로 가프(Gap)”은 이 특정한 틈, 거인 이미르Ymir와 대지, 그리고 그 안의 모든 것을 통해 생겨난 얼음-혼돈을 의미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입, 필멸의 존재가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고, 부르짖고, 다시 부르짖는, 인간의 입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렇게 브레멘의 성직자 아담은 함마부르겐시스 교회사Historia Hammaburgensis Ecclesiæ에서 기술한다.

그리고 이번 현재 원정은, 비록 공식 소관 임무 때문에 긴눙가가프까지 곧장 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저 위 앞둔 안개 속, 그 존재를 감안해야 한다. 어쩌면 신화적 내부면의 반영으로, 언젠가 수공(水空, water-sky)이 어두워지면, 저 앞 저편에 오늘날 이 시대에 세상의 표면을 벗어나 항해하여 다른 환상면(도넛) 형태의 섭리 속으로, 단순한 원반이나 타원체보다 위상학적으로 더 현대적인 율법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했다.

하랄드 호르드로데 시대에 이르러 한때 끔찍했던 공허는 세상 창조와 이미르-아우둠라 시대의 긴박한 드라마가 남긴 증기 같은 잔재, 자투리에 불과하였다. 더 이상 니플헤임의 얼음과 무스펠헤임의 불이 교차하는 곳이 아니라, 재앙 초래 탄생의 잔해일 뿐이다.

펜할로우의 조상들은 얼추 비슷한 탐험을 했을지 몰라도, 모두, 지금까지는 하지 않을 사유들을 찾았다. 심지어 미래에 대한, 특히나 이런 항해에 대한 조상들의 모의한 티도 없지 않았다펜할로우의 돈은 빙주석에서 나왔다. 그들은 북극 전역에 광범위한 매장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17세기 후반에 뢰르포드 만 근처에서 발견한 선원을 통해 그 유명한 이중 굴절 광물이 코펜하겐 도착하는 일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시작된 방해석-러시의 일환으로 펜할로우 첫 선조가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이후로 이 결정의 재벌이 되었다.

보먼스 원정대가 도착했을 때, 콘스탄스의 손자 헌터 펜할로우는 매일같이 본토로 가는 페리를,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몰래 내빼, 이젤과 붓을 내팽개치고, 타고 나갔다. 그는 80초반 위도의 기묘한 억양을 쓰는 과학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기묘한 부둣가 일을 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기억하지도 못할 아주 어릴 적 어느 날, 선원들의 긴 이야기들과 확인되지 않은 기이한 일들이 가득한 남쪽 지역으로 철수했고, 콘스턴스는 무턱대고, 억제하지 못하고, 그가 할 수 있다면, 심지어는 부모님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더라도, 부모님의 본보기를 따르리라는 익히 알면서, 오롯이 그의 집이 되어주었다. 물론 그는 떠날 것이다. 점을 치나 마나, 뻔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사랑을 훼방 놓을 수는 없다. 그는 말루스 호에 몰래 집어타고 보먼스 원정대와 함께 바다로 나갈 것이다. 콘스턴스는 언젠가 어느 배든 타고 꼭 그러리라 알고 또 그렇게 될 거라고 두려워했던 대로였다. 승무원이나 과학자 중 누구도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이런 탐험에서는 신뢰가는 원주민들이, 흔히 마스코트 역할 마냥 따라붙는 일이 관례가 되지 않았던가? 마침내 그가 돌출될 갑을 돌아 멀리 바다로 나갔을 때, 그는 먼저 북쪽으로, 그리고 다시 저위도로 내려가며, 적어도 최초 결정이 가득 채운 동굴이 발견된 이래 이곳 역사의 토대가 된 거대한 침묵의 투쟁이라는 저주를 짊어지고 항진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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