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초대를 받고 우리는 거대한 비행선의 널찍한 조종실로 다닥다닥 끼어들었다. 조종실은 과학 장비들이 빈 데 없이 입방인치마다-어쩌면 다중입방 인치까지 가득 차 있었다. 꼼꼼하게 닦아 윤이 나 북극의 하늘을 반사하는 에보나이트(경질고무) 조종판처럼 우리로서는 판독할 수 없는, 환상적인 유리 외피들과 금선 매듭들 사이에서, 우리는 여기저기 좀 더 평범한 일상적인 물건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쪽으로는 망가닌 저항 상자와 테슬라 코일, 저쪽으로는 르클랑셰 전지(망간 전지)와 솔레노이드(원통) 자석, 그리고 곳곳에 상용등급 구타페르카 수지로 감싼 전선들이 사방으로 달리고 있었다.
내부는 예상보다 천장이 훨씬 높았으며, 선체 격벽들은 위에 걸린 세 개의 프레넬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때문에 잘 구별이 가지 않았다. 각 렌즈 뒤의 덮개는 각기 다른 원색으로 빛나고 있는데, 서로 다른 주파수로 쉬익거리는 감음성-불꽃(sensitive flames)에서 나오는 색이었다. 기묘한 소리들, 복잡한 화음과 불협화음, 공명음, 치찰음, 그리고 두드리는 음이 동시에, 여기서 머나먼 <외부> 어딘가에서 감시를 받으며, 거대한 황동 확성기에서 흘러나왔다. 황동 관들와 밸브 공작물은 미국 행진 악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정교하게 뒤에서 거슬러 올라와 엄청나게 넓은 제어판으로 들어갔으며 제어판 위에는 다양한 계측기들이 정렬되어 있었고, 정교한 브레게 시계 스타일의 화살촉이 달린 지침 바늘은 이탤릭체 숫자의 호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떨렸다. 전기 코일에서 빛나는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 원통 너머로 스며 나왔고, 누구든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의 손이 마치 푸른 분필 가루에 담근 듯이 변했다. 수신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는 폴센의 전자식녹음기는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갈아주는 반짝이는 길다란 강철선을 따라 계속 앞뒤로 움직였다.
“에테르 임펄스(충격량)입니다.” 카운터플라이 박사가 설명하고 있었다. “소용돌이 안정화하기 위해, 아주 작은 맴돌이에도 반응하는 민감한 막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인간 대망막(가끔 태아가 쓰고 나오는 양막), 혹자는 '베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사용합니다.”
“흔희 베일을 쓰고 태어난 아이는 투시력을 갖는다고 믿지 않나요?” 보먼스 박사가 물었다.
“맞습니다. 그리고 베일을 얹은 배는 절대 침몰하지 않을 거라고. 우리 경우로 보면 추락하지도 않겠죠.”
“베일을 얻기 위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음울하게 하급 장교인 서클링 씨가 덧붙였다. “입에 올릴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흥미롭군요. 당신네 베일은 어떻게 얻었습니까?” 이 시점에서 과학 장교 카운터플라이는 특수 광선 발생기가 속도까지 다다라, “누나탁”을, 말하자면 다른 (색채)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진지하게 알렸다. 그는 우리를 인접한 구획으로 안내했는데, 거기에는 반투명 스크린이 다양한 색상과 강도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한 계기판으로 건너가, 판 앞에 앉았다.
“자, 여기 증폭량을 조정해 봅시다…좋습니다. 보이시나요? 반사판을 보세요. 저기, 석영-작업대 바로 아래.”
이상한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 프리즘·거울·현미경 등을 이용하여 베끼는 실물 사생 장치)로 드러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에는 온통 뒤죽박죽 이상한 황록색의 흐릿한 형상이었고, 그 속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천천히 비등沸騰하며 서로 관통하려는, 동시에 감싸는 듯, 쉬지 않고 꿈지럭꿈지럭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하지만 일단 구불거리는 뱀의 최면에 빠지자, 우리는 가시성 구도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연푸른빛의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해, 여기저기서 일련의 명문(銘文)으로 융합이 되는데, 그 글자들은 심지어 익숙한 언어라도 읽을 수 없을 만큼 아주 빠르게 위로 치솟아 휙휙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는 저것들이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비행선 부함장 세인트 코스모 교수가 말했다. “아마도 어떤 신성한 매장지와 관련하여서…무슨 무덤 같은 데 아닐까…”
“께름칙한 언급이군요.” 보먼스 박사가 싱긋 웃었다. “최근 아주 경솔하게 영원한 안식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던 몇몇 이집트학자들이 겪은 불행을 두고 하는 말인 거지요?”
“오히려 신중을 기하는 자세,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존중이랄까요.” 카운터플라이 박사가 대답했다. 그는 기구의 프리즘을 통해 전달되는 상을 가리켰다. 그 상은 마치 아무도 간절히 기다리지 않는 숙명의 여명처럼 점점 더 맑아지고 있었다. 곧바로 우리는 눈을 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부 모습은 여전히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그 ‘형상’은 옆으로 누워 있는 듯한 그 ‘형상은’ 눈의 오달리스크 같았다. 얼마나 큰 기쁨을 선사했는지 너무나 위험한 의문을 제기하긴 해도, 우리 사이에서는,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몽골인종 닮았다”고, 어떤 사람들은 “뱀 같다”고 표현하는 둥, 그 “얼굴” 생김새에 대한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지 않았다. 눈은, 눈이 그렇다고 친다면, 대부분 계속 뜨고 있는데, 시선은 아직 어디를 향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형상이 우리의 호기심을 알아차리고 무시무시한 머리를 스윽 매끄럽게 돌려 정면으로 응시할지도 우리를 모른다는 그 순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것이 “살아 있다”거나 “의식이 있으리라”는 의문은 우리가 그것을 찾아내자는 결정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얼마나 깊은 곳에 묻혀 있을까? 우리는 알고 싶었다. 저 아래까지 죽 눈으로만 되어 있을까, 아니면 일종의 바위 같은 장애물에 부닥치게 될까? 현실적인 문제였다. 강건한 접근. 솔직히 말해서, 우리 통틀어 누구도 몽상가가 아니었고, 악몽을 꾸는 사람-이런 종류의 탐험에는, 미래에는 적어도 한 명은 꼭 참가해야 한다 법적으로 의무화될 그런 존재는 더더욱 아니었다. 관측 장비에서 봤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이미 무언의 두려움에, 묵살했다.
최근 아이슬란드 도서관에서 두 에다(Edda, 13세기 북유럽 신화 시가집)를 원본으로 꼼꼼히 살펴본 해당 학자들은 나중에-너무 늦게-오딘과 최초의 신들의 할아버지, 부리에 비교된다고 넌지시 비쳤다. 부리는 니플헤임의 얼음 속에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얼어붙어 있다가 신화 속 암소 아우둠라가 혀로 핥자 깨어났다. 그렇다면 우리 중 누가 마을축제 마당의 어린아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자신의 얼어붙은 ‘방문 영령’을 위해 이와 유사한 일을 하지 않을 사람 있는가? 어떤 신, 어떤 종족, 어떤 세계가 막 탄생하였을까?
우리 중 등반가들은 그 구조 과정을 크레바스로 내려가는 것만큼이나 힘들지 않다고 기술할 것이다. 거대한 비행선의 승무원들은 하는 한 경고하고 주의를 주었지만, 이제는 초연한 모습이었다. 그들 책무는 경고에서 더 나가지 않는 듯이 보였다. 그들은 유감에 고개를 흔들고, 곤돌라 난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았을 뿐, 우리를 방해하거나 도와주려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용감무쌍하고 순진한 사람들은 갑자기 바람을 떠나, 냄새 없는 눈 벽이 우리 주변으로 솟아오르는 대로, 그 그림자 속으로 내려갔고 우리는 어리석게도 "누나탁"이라고 계속 부르는, 너무나 규칙적인 경사면을 따라 운명을 마중하러 내려갔다. 에스키모들은 때때로 아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우리 일에 속도를 붙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무리를 마주칠 때마다 곧바로 침묵했고, 우리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이동할 때까지 다시 말을 재개하지 않았다. 곧, 우리로서는 해독할 수 없는 어떤 사사로운 일정에 따라 그들은 하나씩 두런두런거리며, 얼음 위로 미끄러져 나가 영원히 누렇게 변한 눈부신 빛 속으로 떠났다.
우리는 유명세와 안락이라는 공동 운명에 굴복하여, 무비판적으로 들뜨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정형화된 감상평들을 주고받았다. “날씨마저 협조적이야.” “우리 모두 계약을 따내서 다행이야.” “바이브네 사람들은 그게 뭐든 간에, 보는 순간 팔아버릴 거야.” 우리는 극지방의 어둠 속에서 고생하며 일했고, 오로라의 끔찍한 주황빛 불꽃이 얼굴에 세차게 두드렸다. 때때로 개들은 미쳐 날뛰어, 뻣뻣하게 굳은 채 공포에 질려 응시하고, 가까이 다가오는 무엇이든 피하거나 물어뜯으려고 했다. 때로는 몇 마일 떨어진 곳 북극곰이나 바다코끼리 있었다거나 실제 이유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도 발견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때때로 개들이 짖어야 하는데 짖지 않았다. 어느 날, 하얀 평원을 넘어 이 지역 출신이 아닌 곰 가죽을 두른 한 인물이 우리를 향해 이상하게, 불길하게 북쪽에서 다가왔다. 도지 플래널릿 씨가 충동적으로 소총에 손을 뻗고 있을 때, 헤이스팅스 스로일 씨였던 것 같은데, 퉁구스어로 큰소리로 외치며, “설마 늙은 마자칸은 아니겠지. 시베리아에서 알던 사람인데.” 덧붙였다.
“걸어서 이 먼 곳까지 왔을 리가 없어요.” 보먼스 박사가 의구심으로 말했다.
“사실, 여기로 그가 날아왔을 가능성이 제일 큽니다. 여기 있으면서 우리를 방문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진짜 의심할 여지 없이, 예니세이 유역에 그의 부족과도 함께 있을 겁니다.”
“당신 영 걱정되는데요, 트로일.”
트로일은 ‘바이로케이션(bilocation,이중존재’이라는 신비에 싸인 무속신앙적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바이로케이션은 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말 그대로 두 곳 이상의 장소에, 종종 멀리 떨어진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저 사람 뭔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북극 히스테리군요,” 원정대의 심리의학 담당관인 골로이 박사가 말했다. “일종의 북유럽 멜랑콜리아인데, 아주 왕왕 자살을 예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자칸은 음식은 사양했지만 차 한 잔과 하바나 시가를 한 대 받아 들었고. 눈을 반쯤 감고 앉아, 트로일의 통역을 받으며 말을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를 해치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떤 점에서 우리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너희 썰매 개들과 다름없이 다른 대안이 없다. 그들이 침범하기로 마음먹은 그 끔찍하고 텅 빈 땅에, 그들에게 인간이 유일한 식량 공급원이다. 우리는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살고 일하는 일이 허용된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만큼 고통받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부드러울 것이고, 꼭 그래야 하는 경우에만 고통을 줄 것이다. 그들이 무기를 꺼내는데, 우리가 전에 본 적 없는 물건들을 꺼내면, 우리는 개처럼 말없이 멍하니 바라봐, 알아보지 못해. 어쩌면 장난감이나 우리를 즐겁게 해 줄 다른 작은 물건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는 침묵에 잠기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곧 잠이 들었다. 자정이 조금 지나서 그는 잠이 깨, 몸을 일으키고 북극의 공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일종의 예언이군요, 그럼?” 보먼스 박사가 물었다.
“우리가 생각하던 예언과는 꽤나 다르군요.” 트로일이 대답했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단순한 능력,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이어지는 단순한 직선인 시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선형적인 방식에 기반하여 내다보는 능력을 말하는데. 기독교식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무속인들은 이를 다르게 봅니다. 무속인의 시간 개념은 단일 차원이 아니라 여러 차원으로 중첩되어 뻗어 나가고, 그 모든 차원은 영원한 하나의 순간에 존재합니다.”
어느새 우리는 개들을 더욱 자세히 지켜보고 있었다. 개들은 종종 비행선 승무원과 함께 이곳으로 날아온, 커다랗다는 점 외에 별 특징 없는 큰 개와 함께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썰매개들은 대개 그 주위에 동그랗게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었는데, 마치 그가 마치 개들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특히 개들을 애먹인 임무는 우리가 그 물건을 얼음 위를 지나 배로 운반하는 데 사용하려고 즉석에 만들었던 썰매를 끄는 일이었다. 마치 개 노동조합이라고 해도 되리라. 아마도 퍼그낙스, 비행선 개 이름이 그랬다, 그 개의 지휘 아래, 바로 그렇게 했다.
우리가 건진 물건을 배로 다시 가져오는 것은 우리의 첫 번째 시련에 불과했다. 물건을 화물칸에 집어넣는 작업은 처음부터 쌍욕이 절로 터져 나왔다. 실패는 또 다른 실패를 낳았다. 잡은 데가 무너지지 않으면, 그러면 크기에 상관없이 어디 굵은 밧줄이 꼼짝없이 잡고 있기 마련이었는데 하지만 그때마다 신비롭게도 물건은 추락으로 인한 파손은 면해… 마치 우리의 최악의 노력에도 살아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졌다. 배 안에 맞춰 넣으려고 애쓰며 치수를 재고 또 재었는데, 그때마다 치수는 계속 달라졌다. 그냥 아주 조금 차이가 아니라 엄청나게 달랐다. 그 물건이 배의 어느 해치도 통과시킬 방법이 없어 보였고, 결국 절단용 토치에 기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물체는 그 모든 내내 우리를 바라보았는데, 나중에 그 물체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할 즈음에 경멸이라는 감정으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그런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인간이나 다른 양안 시각 포식자처럼 “눈”이 아주 바싹 나란히 붙어 그 시선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든 움직이든 오로지 우리 각자 모두에게, 개인적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시 남쪽으로 향했던 여정 역시 기억에 길이 새겼어야 하는 것을. 우리가 불침번을 서며 망보는 일은 빠르게 지나갔고, 강철 볼트로 고정된 목재로 만들어진 통로를 따라 선원의 오카리나 선율이 속삭이는 소리, 아침 식사 때의 커피 냄새, 우리에게 경고하러 왔던 볼록한 비행선의 존재가, 마치 우현 저 멀리 마치 잘못 놓인 달처럼 끈질기게 두둥 따라다니다가, 마침내 마치 우리의 상식은 단념한 듯, 그들은 아주 뜬금없지만은 않게 벵골 불꽃(선명한 청백색의 지속성 불꽃, 해난 신호, 무대 조명용) 예포로 인사하며 작별을 고했다.
우리 중 누가 미래를 직시하고, 필요하다면 반란까지 일으키며 선장에게 그 물건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라고 타진하려고 나섰을까? 마지막 남은 우리의 비열하고 순진한 마음이 배의 종을 멀리 울리고 또 울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세히 예측할 수 없더라도, 우리 가운데, 심지어 가장 고지식한 사람조차도 발 아래, 수면 아래에서 끈기 있게 누워 해동되고 있는 무언가가 끔찍하게 잘못되었고, 곧 더 끔찍하게 잘못될 것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항구로 돌아왔고, 처음으로 금속과 금속이 부딪는 깊은 신음 소리가 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두려움, 불안도 거의 들지 않았다. 다른 거대한 항구와 마찬가지로 이곳 항구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안전과 마찬가지라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치 이윤 추구 ‘상업의 이 모든 비인격적인 운동량들 속에서 눈에 띄지 않으니까. 오고가는 화이트홀 기그(노젓는 작은 배), 빳빳하게 솟은 돛대와 굴뚝, 삭구의 정글, 선하증권, 정례적인 설비 기술자, 잡화상, 보험사, 항만 관리, 항만 노동자들의 출석, 그리고 마침내 박물관에서 파견한 대표단이 우리가 가져온 것을 인도받으러 왔지만, 그들로부터 우리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 채, 무시되었다.
아마도 우리를 벗어나려는 마음에 서두르느라, 그들은 우리처럼 그 물체가 실제로 얼마나 불완전하게 담겨 있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새롭게 발견되었으나 아직 대략적으로만 계산되었을 뿐인 “장(field)”의 화신처럼, 우리의 원죄가 거기에 있었다. 이전 거기 북쪽에서, 평범한 공간에서 그 물체의 무게 분포를 측정하지 못했던, 반복적인 실패, 이는 우리 중 누구라도 잠시 공들여 생각해 보았더라면, 전체의 일부가 필연적으로 감금시설에서 도망쳤다는 강력한 힌트를 얻었을 것이다. 이 얽매이지 않은 부분이 감지되거나 측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 어느 부분도 ’전혀‘ 갇혀 있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동등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자욱한 자기기만과 꿈의 구름 속에서 ’이미 달아나 활개 치는‘ 그것을 고향으로 가져왔다.
그 물체가 탈출할 때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이제 주북부 매타완 주립정신병원 보안 하에 안전하게 피신하여 가장 현대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목소리는 전혀 없었고 오직 쉬익거리는 소리만, 마치 뱀처럼 복수심에 불타는, 매정한 소리였다.”고 그들은 고래고래 악을 썼다. 다른 이들은 세상에는 오래전에 사라진 언어들, 그래도 물론 그들 보고자들은 알아먹는 언어라고 증언했다. “인간 형태의 빛은 너희를 구원하지 못하리라.”라고 추정상 선언했다고 하며, “불꽃은 항상 너희의 운명이었다, 나의 아이들아.”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것‘의 아이들— 이제 와서 잠깐 누구든 각자 참나무와 철문 뒤에서, 그 끔찍한 증인의 조건으로서 그들이 견뎌내는 고행을 겪던 그 불가사리 같은 복도를 헤쳐나가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운명적인 전달 과정에서 제 몫을 해내리라 생각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이 공로와 보상에 대해 분쟁하라고 내버려 두고 당장 수도로 향하는 기차에 오를 생각이었다. 어쨌든 내가 보고해야 할 곳은 워싱턴 주 독립적인 단체였기에, 남쪽으로 가는 여정 동안 그들에게 전달한 최소한 간략본이라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견했다. 헛된 꿈이었다! 공포가 시작되자 병참 기지에 도착하는 것조차 마치 오디세이처럼 될 것이었다.
왜냐면 거리는 광란의 무질서로 난잡하였다. 붉은 주아브식 모자와 바지를 입은 비정규군 부대, 그들이 올라탄 말들은 혼란과 겁에 질려 무력하게 선회를 했다. 이들은 그 불안감이 미미하게라도 증대하면 서로에게 총질을 시작할 뿐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들에게도 총을 쏘기 시작하리라 알았다. 높은 건물의 그림자가 불길에 붉게 물든 불빛 속에 위에서 내리 덮쳤다. 숙녀들, 그리고 제법 되는 신사들도 쉴 새 없이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유일하게 침착함을 보인 노점상들은 알코올과 암모니아 성분이 든 원기회복제, 연기 흡입을 막아주는 기발한 호흡기 헬멧, 비밀 터널, 지하 2층, 그리고 다른 안전 피난처 또한 마을 밖으로 나가는 안전한 길을 표시하려고 꾀했다는 그림 지도를 팔려고 분투했다. 내가 탄 옴니버스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듯했고, 하늘을 배경으로 가만히 머무는, 역 꼭대기의 멀리 깃대는 하늘처럼 닿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신문 파는 아이들은 감탄사 같은 헤드라인이 들쭉날쭉한 도드라진 최신호를 흔들며 앞으로 뒤로 동시에 뛰어다녔다.
마침내 역에 도착해서, 나는 하나같이 찾을 수 있는 외곽행 열차에 어떻게든 올라타려는 시민들 무리에 합류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통제받지 않는 우리 무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일렬로 줄을 서서, 불길하게도 느린 걸음으로 대리석 미로 내부를, 그 미로의 최종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 곳을 디디며 나아갔다. 제복도 입지 않은 감시원들, 겉보기에 때묻은 작업복을 입은 거리의 불량배들이 우리 중 누구도 이미 너무 많아 보이는, 규칙을 어기지 않도록 감시했다. 밖에서는 간헐적으로 총성이 계속 울려 퍼졌다.
머리 위 높은 시계는 휙 움직이고 또 돌며 우리가 얼마나 늦었는지, 얼마나 점점 더 늦어질지 계속해서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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