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4
콜로라도에서 그들은 농장 별채를 발견했다. 예전에 농장이 도산을 하고 잊혔는데 농가는 화재로 주저앉은 뒤 이 무성한 헛간만 남은 것이다. 메를은 얼기설기 서까래까지 사진사의, 보는 사람에 따라, 연금술사의 물건들로 채워 넣었다-담은 용기들의 범주가 흠집 난 야채 통조림에서 액체류를 담은 혹은 다른 색깔의 가루들이 든 단지나 병들에서 거대한 유약칠한 옹기들까지 이르렀다. 옹기 단지는 50갤런 더 나가는데 비었을 때 들어 올릴 수도 있겠지만 굳이 하고 싶지는 않을 놈들이었다. 조심해서 구부린 유리관과 동관들이 사방에서 뻗어 있었고, 작은 대장간 노爐가 저쪽 한구석에, 옛날 자전거에 고리를 건 발전기, 건식 그리고 습식 배터리 전지들, 버너, 벼리는 화덕, 렌즈들로 널려 지저분한 작업대, 현상용 탱크, 노출계들, 마그네슘 섬광등들, 가스가열식 회전 버니싱 공구, 그리고 메를도 갖고 있는지 거의 잊어버린 다른 기계들로 채웠다. 산딸기덩쿨들이 틈 사이로 기어올랐고, 거미들이 내리받이창에 거미줄로 장식했다. 이른 햇빛이 잘 맞으면 거기 서 있기만 해도 넋이 절로 빠지는 모습들이었다. 얼굴을 들이민 사람들 대부분은 그가 증류소를 꾸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보안관네 부하들은 툭하면 이상한 시간에 들렀다. 때로는 하루가 어떻게 진전되는지에 따라, 메를은 한층 묵직한 과학적 대화를 끄집어내곤 해, 이로 최면을 걸어 늘 그렇듯 실망에 찬 이들을 쫓아버렸다. 어떤 날은 이 방문객들이 다른 쪽으로 극단화되기라도 하듯이, 법률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당신이 여기서 무얼 요리하고 있는지 냄새 맡지 않을 수가 없어서. 산등성이 저 뒤쪽하고 개울 건너, 사실 그렇다고요. 저거 저 니트로 아녜요?”
메를은 오지의 심신상실을 충분히 보고 남은 터라 한 쌍의 눈을 탁자 아래 산탄총에 주시하였다. “거의. 니트로 족에 속하긴 해요. 먼 친척뻘로. 마을을 멀리 피하려고 돈을 들이는 종류.”
“일하다가 그런 건 종종 맞닥뜨리죠.”
“그런 일이라면…”
“일종의 광산 기술자라서. 그만큼 보수가 좋지 않지만 발상은 같아. 리틀 헬카이트을 텔루라이드(텔루르 화합물)로 때려부셔?” 그는 차림새는 단촐하게 벗은 편이었고, 메를 눈에 어떤 화기도 안 지니고 있었다. 때를 잡아 자신을 웹 트래버스Webb Traverse라고 소개말까지 했다.
댈리가 노려보며 들어왔다. 덤불 속 무슨 가벼운 조우로 이런 기분에 빠졌나 보았다. “아이고 아버지, 손님이 계실 줄은 전혀 몰랐어요. 가서 차하고 비스켓이라도 내와야겠어요. 잠깐이면 돼요.”
“하지만 저기,” 경계의 시선을 던지는 웹, “문득 제게 드는 생각d., 여러분 이 순간에 어디 달리 하시던 일에 바쁘지 않나-”
“장광설 늘어놓고, 일주일 할당량을 간신히 하고 그러죠. 여기 알씬거리니, 적법한 궁금증이 동하신 거 알겠어요.” 메를은 야외집회 목회자처럼 장래촉망한 죄인에게 활짝 미소지었다.
웹은 탁자 위에 상점에서 산 수은 단지로 고갯짓을 했다. “저쪽 시금소에서 저런 거 많이 봤는데,” 암구호 답변을 요구하듯 조심스럽게.
“옛사람들은,” 메를 역시 더듬더듬 나아가며, “수은에서 정수가 아닌 것들은 모두 제거한다면, 액체-금속 사항, 윤기, 기름진 느낌, 무게, ‘수은’을 수은답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빼고 나면, 자, 이런 비현실적인 순수한 형체가 남게 된다고 믿곤 했어요. 회분접시로도 담아둘 수 없는, 여기 이런 것은 현무암처럼 칙칙하게 만드는 대단한 물건이 남는다고. 철학적 머큐리, 그렇게들 불렀더랬죠. 야금학 금속들, 주기율표의 분자들, 제조업 목록 중에 어디에도 자리를 찾지 못할 물건, 많은 이들이 진짜 이건 비유적 표현에 가깝다 하긴 하죠. 유명한 철학자의 돌처럼. 진짜 신을 의미한다고 가정하거나, 행복의 비밀 혹은 전지자와의 합일이나 그런. 중국식 가벼운 말.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저기 바깥에 내내 존재했어요, 진짜 물체들이 있지만, 연금술사들은 계속 노력해도 넣기가 쉽지 않을 뿐, 그게 우리 하는 일이죠.”
“‘연금술사 작업. 이 위에서 하고 있는 일이 그거예요? 수은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지금, 제가 계속 마주치는 흥미로운 화합물이 있는데요, 뇌산fulminate이라고 불리던 거 같은데…”
“뒤퐁 폭파뇌관의 기본 구성요소죠, 일상으로 저명한 44구경도 말할 것도 없고. 뇌산은(fulminate silver)도 있어요. ‘기폭성 은’처럼 완전 같다고 할 수 없지만. 기폭성은 깃털로 스치기만 해도 폭파하죠. 기폭성 금, 역시, 입맛이 비싼 물건에 끌리는 편이라면.”
“조제하기 힘든가요?”
“기본적으로 금과 암모니아, 혹은 은과 초석만 있으면 돼요, 혹은 수은광석과 뇌산. 뇌산은 옛날 자살자의 친구, 청산만큼 좋은데, 산소가 하나 붙은 시안화물 족의 족장, 그 연기를 들이시기만 해도 아주 유독하죠.”
웹은 세상과 그 아이러니에 실망이라도 한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메를은 그의 눈 속에서 무방비-암탉 닭장 번뜩임을 본 것도 같았다. “당신 뜻은 금이나, 은, 이런 번쩍거리고 멋진 금속들이, 모든 세상 경제의 기반이다만, 실험실에 한번 들어가 보라. 이것들 산이니 뭐니 조금 갖고 놀다 보면 고성능 폭약을 얻으니 당신 그저 잘못된 시간에 재채기 한 번만 하면 아디오스, 무차초스 (안녕 친구들) 한다는?”
메를은, 이런 말이 어디로 가는 충분히 숙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견 이야기의 명계(冥界)같은 면이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다른 생각도 들겠어요, 철학자의 돌이 있다면, 또한 없으란 법이-”
“조심해요,” 메를이 말했다.
웹이 재미있다는 듯이 응시했다. “당신들이 말하지 않는 금기가?”
“할 수 없는 거죠, 아니 그게 전통이라서.”
“그쪽이 더 쉽겠네요, 내 추측에는.”
“누구에게?”
웹은 그의 어조에 경계심을 알아챘을 수도 있지만 계속 이어갔다. “사람이 혹여 솔깃한 마음이 들 경우…”
“흠, 사람들이 절대 안 한다 누가 그래요?”
“알 수야 없죠,” 한순간의 반추, 그런 뒤, 그 생각을 뒤쫓지 않을 수가 없는 것처럼, “하지만 만약에 이쪽이 신과 구원 그리고 온갖 좋은 구실들의 비유적인 말이라면, 왜 다른 쪽-”
“좋아요, 하지만 객소리는 그만하시고, ‘반-돌(anti-stone)이라고 칩시다.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를 입에 올리기만 해도 말썽에 휘말려요. 분명 평범한 연금술사만큼 그걸 찾아 헤매는 수많은 지옥에 떨어질 영혼들이 아마 있겠죠. 당신은 손에 넣을 것만 같은 힘을 생각해봐요, 왜 성과 청산의 방법이 저항하기 너무 어려운가.”
“당신은 레시스틴resistin이죠, 안 그래요?”
“맞아요.”
“별 뜻은 없었어요.” 웹은 작은 헛간 주위로 별 뜻 없이 눈길을 주었다.
“이건 임시 가옥이에요,” 메를이 설명했다. “저택에 쥐가 끓어서 우리 대리인들이 나가 새로운 집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 코끼리 잠옷에 2센트가 든다면,” 댈리가 끼어들었다. “개미 새끼 씌울 아기 보넷도 살 수 없어요,”
“당신은 수은에 정통하지요? 어디 수은혼합전문가amalgamator 일 해본 적 있어요?”
“가다 가다,” 메를이 조심스레 말했다. “레드빌하고, 두어 군데 다른 데서, 붙어있는 동안에는 재미있었죠, 내세울 만한 경력은 아니긴 하겠지만.”
“리틀 헬카이트에서 수은혼합가를 찾고 있어요. 고도의 위치에서, 그리고 그 훈기를 들이마시면 어떤지 보고서, 현재 사람은 머리에 자신이 대통령이다 생각이 들었댔죠.”
“오, 어디의…?”
“이런 식으로 말해보죠, 그에게 하모니카를 든 이런 아이가 있는데 그가 가는 데는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며 ’대통령 찬가‘를 연주를 해요. 완전 가락이 어긋나서.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기나긴 연설을 버럭 시작하고, 지난 주에 콜로라도 주에 전쟁을 선포했죠. 대체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도 빨리, 하지만 아무도 힘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아요. 이런 미치광이들은 초인간적인 힘들을 가졌다고 말들이 도니까.”
“옳은 말이에요. 그게 텔루라이드 옆 저 위쪽이다, 그 말이죠.”
“멋지부린 작은 마을, 교회들, 학교들, 젊은 아가씨에 유익한 환경이에요.”
댈리가 콧방귀를 꼈다. “전기불이니 뭐니는 내 알 바 아니고, 학교는 전혀 내 입맛에 안 맞는 맥주에요, 미스터, 내 시간 낭비하고 싶었으면 파우터 멍키(powder monkey, 폭약관리자) 일자리나 찾고 있지 않겠어요, 안 그래요?”
“그 사람들이 그런 일도 마련해 줄 걸요.” 웹이 말했다. “하지만 리틀 헬카이트 광산 근처에 내 이름 들먹일 필요는 없어요, 오케이? 제가 저쪽에 지금은 이달의 모범 광부 같은 처지는 아니라서.”
“물론 그러죠,” 메를이 말했다, “연금술 부분도 입에 올리지 않는 한.”
두 남자는 상대가 누구인지 꽤 확신하는 모양, 서로를 쳐다보았다, “광산 기술자들은 고래적 암흑시대에 나온 케케묵은 미신들은 마뜩찮아 하죠,” 메를이 설명하는 체 운을 뗐다. “근대의 야금학처럼 과학에는 근처에도 안 가고.” 그는 숨을 가다듬듯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근대 화학은 거의 같은 시기에 자본주의가 진짜로 꽃피기 시작할 즈음에 연금술을 대체하기 위해 따악 시작이 되어요. 이상하죠? 그건 어떻게 생각해요?”
웹이 동의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마 자본주의가 옛날 마법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결정했나 보죠.” 메를의 주목을 벗어날 의도는 없이 경멸 담아 강세를 주었다. “뭐 하러 그래요? 그들 자신의 마법이 있고, 잘만 하고 있는데, 고마워라, 납을 금으로 바꾸는 대신에, 불쌍한 이들의 땀을 끌어다가 이를 녹색돈다발로 바꿀 수 있는데 그리고 그 납은 법집행 목적들로 아껴두고서.”
“그리고 금과 은은…”
“그들 짐작도 더 저주에 가깝죠, 아마. 금고에 턱하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
“그만해도 알 만해요.”
하지만 웹은 심박동처럼 그의 마음에서 반복되는 웅장한 가능성-반-돌을 안고 말을 타고 멀어졌다. 반-돌Anti-Stone. 폭넓게 숭앙받은 멕시코의 정치 원칙에 화학을 뚫고 조금 나아질 유용한 마법이다. 삶은 이런 산지에서 나름 특이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신선한 뉴스를 안고 온 유창한 말솜씨의 수은 마법사가 숨어 있었구나. 아마도 이런 뉴스 운이 좋으면, 더욱더 얻을지도 모르고, 연방국과 약속, 마몬(재화의 신)의 신전 모두 산산조각이 나는 날이-행군 중인 불쌍한 사람들, 콕시군(콕시, 사회개혁가, 콕시군(Coxey's army)을 이끌고 Washington으로 도보 행진해서 의회에 실업자 구제법의 입법을 청원, 1894) 보다 더 크게, 돌무더기를 뚫고- 훨씬 가까울지. 아니면 그는 리틀 헬카이아트의 현재 수은혼합가처럼-곧 예전 수은혼합가가-될 미친 놈으로 드러나든가. 왜냐면 다음에 웹이 그 길에 오른다면, 그는 “대통령”이 미상불, 메를 라이드아웃으로 대체된 것을 발견할 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해서 메를과 댈리는, 이 일에서 저 일로 굴러다니다 오랜 역마살에서 벗어나, 다음 두어 해 동안 산미겔 카운티에 멈췄다. 나중에 드러난 것처럼, 그 불행한 산지의 역사에서 가장 나쁜 시절에 해당하는 때였다. 최근에 메를에게 ‘사진술’과 ‘연금술’은 똑같은 일-무력한 귀금속에서 빛을 구원해낸다는-에 닿을 수 있는 두 가지 길일 뿐이라는 이상한 느낌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와 댈리의 이 지경까지 긴 여행길은 나태한 표류의 결과가 아니라, 중력처럼 비밀스럽고 긴요한 명령에 더욱 가까울지 몰랐다. 지난 세월 동안 그가 찍었던 사진으로 현상했던 모든 은으로부터 나온 긴요한 명령-마치 은이 살아 있어, 영혼과 목소리를 지닌 것처럼, 그가 은을 두고 일했던 만큼 은도 그를 두고 일을 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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