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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Bridgeshead Revisited

Brideshead revisited 20

by 어정버정 2023. 5. 28.
 

Volume 3 /volume 2

 

실 하나 까딱하면

 

chapter 1,

 

내 주제는 기억이다. 전쟁 시간의 어느 우중충한 아침에 날개를 달고 내 주위로 솟구쳐 오르도록 초대한 이가 기억이다. 내 삶을 이루는 이런 기억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과거 외에는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지니지 못 하기 때문이다. 산마르코 성당의 비둘기들처럼 그들은 모든 곳에, 내 발 밑에, 홀로, 짝을 이뤄, 작은 무리들로 모여서 달콤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으쓱대며 걷고, 눈을 깜박대고 그들 목둘레의 부드러운 깃털들을 흔들고 가끔은 횟대에 걸터앉아 쉬고, 가만히 서 있으면, 내 어깨에 앉고 혹은 내 입술 사이에 부러진 비스킷을 쪼아댄다. 그러다 갑자기 오포(午砲)가 발사되고 일순간에 파닥거리는 날갯짓이 휩쓸려나가면 포장도로는 벌거벗고 저위 온 하늘은 새들로 소란하다. 전쟁 중 아침 날이 그러하였다.

이런 기억들은 없어서는 안 될 생애 시간의 기념비이며 저당물이다. 인간 영혼에 영감과 같은, 예술의 원천들인 이런 시간들은 수수께끼 같은 면에서, 역사의 주요 시대들과 흡사하다. 수세기동안 만족스럽게 살고, 그 자신들의 변경 뒤에서, 알지 못한 채, 먹고, 자고 자손을 낳고 살아남는데 필수적인 일들을 하며 그 외에는 전혀 하지 않으며 지내는 인류가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동안 세계를 깜짝 놀래키고, 온갖 종류의 범죄를 저지르고, 어쩌면 가장 흉포한 키메라들을 따르고, 극통의 종말을 맞아 스러지지만 새로운 높이로 올라간 기록들과 모든 인류를 위해 쟁취한 새로운 보상들을 뒤에 남긴다. 그러다 그런 시각은 희미해지고, 영혼은 병들고 생존의 일상들이 다시 시작된다.

인간의 영혼은 이런 드물지만, 고전적인 시대들을 즐긴다. 하지만 그들과 동떨어져 우리가 혼자 있거나 유일한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추상과 반영과 위조를 축적한 이 세계와 친분을 맺는다. 감각적인 사람, 경제적인 사람, 이성, 짐승, 기계. 몽유병, 그 밖에 무엇인지는 하늘만이 아는, 우리 속의 형상은 모두, 외부의 눈으로 우리 자신들과 구별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압박을 훨씬 너머, 저항 없이 묵묵히 견디다가 들키지 않고 낙오를 하는, 혹은 골목길로 살짝 비킬 기회를 갖게 되고 멈춰 서서, 자유롭게 숨을 쉬고, 우리의 방위를 잡거나 앞으로 저 멀리 우리의 그림자 멀리 밀어붙이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마침내 그들이 우리를 따라잡으면 그들은 서로들 의뭉스레 힐끗거리며 우리가 결코 나누지 못할 비밀을 지녔다 사실을 알고 있다.

코델리아와 저녁을 보낸 후 죽음 같은 거의 10년 동안 나는 그렇게 표면적으로는 변화와 사건으로 가득한 길을 죽 견뎠지만 그 시간 동안에 결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가끔을 제외하고는. 나는 세바스찬과 우정을 나누던 그 시절에 있던 때처럼 활기를 띄지 못했다. 미약한 활기조차도 점점 더 긴 간격이 멀어졌다. 내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삶이 아니라 젊은 상태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 작업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왜냐면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골랐기 때문에 나날이 실력이 늘었고 하는 일도 좋아했다, 우연히 그 당시에는 누구도 시도하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건축물 화가가 되었다. 나는 항상 건물들을 좋아했다. 인간이 이룬 업적의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완성의 순간에 가장 깨끗하게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의도치 않게, 다른 방식으로, 완벽해지는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 만들고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건물보다 더욱 하찮은 존재로 여겼다. 인간은 오래가고 유익한 집에 세 들어 사는 중요성이 적은 단순한 하숙인이나 전차인 같이 느껴졌다.

위대한 건축 작품보다 나는 세기가 지나면서 조금씩 조용히 자라는 건물들을 더욱 사랑했다. 이런 건물들은 각 세대의 최고를 포착하고 유지하지만 세월의 경과에 따라 예술가의 자존심을 꾸짖고 문외한의 상스러움을 억제하고 서투른 일꾼들 솜씨를 보완한다. 영국에는 그런 건물들이 엄청 많았다. 그리고 장엄한 건물의 마지막 수십 년에 다다르면 영국인들은 이전까지는 당연히 여기던 대상을 처음으로 의식하고 소멸의 순간에 그들의 업적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하였으므로 나의 번영은 내 가치를 훨씬 웃돌았다. 내 작업은 자라나는 내 기술적인 기량, 내 주제에 대한 열의와 대중적 개념과의 독립성을 제외하면 그렇게 권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의 재정적인 슬럼프로 많은 화가들이 일자리가 없었기에 내 성공이 유난히 돋보였으며 실로 이 자체가 쇠퇴의 증상이었다. 물웅덩이가 말라버리면 사람들은 신기루에서 마실 물을 찾았다. 내 첫 번째 전시회 후에 나는 나라 곳곳에서 곧 버려지거나 가치가 떨어지게 될 집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요청이 몰려들었다. 정말 내 도착 발걸음이 경매인보다 단 몇 발자국 앞선 경우가 종종 있어 파멸의 전조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나는 아주 인상적인 세 권의 폴리오(2형판 책), 라이더의 시골대저택(Ryder’s Country Seats), 라이더의 영국식 집, 라이더의 마을과 소읍의 건축물을 발간했으며 각자는 하나에 5기니로 삼천 부씩 팔렸다. 내가 고객의 비위를 못 맞추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와 고객 사이에 어떤 갈등도 없었기 때문이었고 우리는 둘 다 같은 일을 원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가면서 나는 마치메인 하우스의 응접실에서 알고 있었던 무언가를 애석하게 잃었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한두 번 느꼈던, 모든 것이 손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강렬함, 일심전력. 한 마디로 영감을 잃어버렸다.

이런 사그라지는 빛을 찾아 나는 신고전주의 사람들처럼 내 장사의 용구들을 짊어지고 2년 동안 이국 스타일속에서 원기회복을 위해서 해외로 나갔다. 나는 유럽으로 가지 않았다. 거기 보물들은 안전했다. 너무 안전하게 전문가의 보살핌으로 꽁꽁 싸매, 숭배로 빛을 잃었다. 유럽은 기다릴 수 있다. 유럽은 따로 시간이 날 것이다. 이렇게 나는 생각했다. 내 옆에서 이젤을 세우고 내 그림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좋은 호텔에서 한 시간 이상 거리의 모험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부드러운 바람과 느긋한 햇살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그때가 되면 내 늙은 눈으로 독일과 이탈리아를 바라보면 될 것이다. 지금 내게 힘이 있는 동안에 나는 사람들이 머물던 자리를 저버린 곳으로 정글이 오래된 요새를 향해 슬금슬금 되돌아오는 곳으로 야생의 땅으로 갈 것이다.

그에 맞춰 천천히 하지만 쉽지 않은 단계를 밟아 나는 멕시코를 통과해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그러니까 대저택과 홀로부터 변화를 주어 나 자신을 자극도 하고 나도 바로 세워 주리라 믿은 중앙아메리카를 여행했다. 나는 잡초로 둘러싸인 처참한 궁전과 수도원, 마른 꼬투리처럼 돔 지붕에 흡혈박쥐가 매달려 있고, 오직 개미만이 옹송거리며 비옥한 성직자석을 쉼 없이 구멍을 내고 있는 버려진 교회, 어디로도 길이 이어지지 않은 도시들, 학질에 걸린 한 인디언 가족이 비를 잠시 피하고 있는 묘 사이를 영감을 찾아 헤맸다. 거기, 엄청난 고투, 욕지기, 때로는 다소의 위험 속에서 나는 라이더의 라틴 아메리카를 위한 첫 번째 드로잉들을 그렸다. 몇 주마다 한 번씩 돌아와 쉬며, 다시 한 번 무역과 관광지역을 찾아,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내 스케치를 베끼고, 완료한 캔버스들을 불안하게 싸고, 뉴욕의 내 에이전트에게 발송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채비를 하고 작은 수행단과 함께 불모지로 떠났다.

나는 영국과 연락을 계속하려는 애는 전혀 쓰지 않았다. 내 여행일정에 대해서는 지역의 조언을 따랐고 확정된 경로가 없었기에 내 많은 우편물들이 내게 당도하지 못했으며 나머지들은 차곡차곡 한꺼번에 다 읽지 못할 정도로 쌓였는데 나는 그 편지들을 가방에 쑤셔 넣고 읽고 싶은 마음이 내키면 읽곤 하였다. 읽은 때가 방풍 랜턴 옆에 모기장을 치고 해먹에서 흔들거린다거나, 고물 쪽에 앉은 소년들이 한가로이 두둑 따위는 신경 쓰지 말라며 배를 몰고 녹색의 그늘 속에 깊은 물이 우리와 속도를 맞추고, 우리 위에 거대한 나무들이 탑처럼 치솟고, 원숭이들이 숲의 지붕에 핀 꽃들 사이로 머리 높이 햇볕 속에서 꽤액거리는, 카누 중앙에 발을 쭉 뻗고 강 아래로 떠내려가는 때나, 얼음과 주사위가 짤까락거리고 풀은 베고 난 들판에 큰 살쾡이가 묶인 사슬을 가지고 놀고 있는, 외간손님을 극진히 환대하는 목장의 베란다 위에서 같은 이상한 상황인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멀어서 의미가 없는 것 같았고 그들의 문제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동료 여행객들이 아메리카 철도 기차에서 자유롭게 풀어놓은 자신들에 관한 사실들처럼 마음속을 깨끗이 통과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고립되고 낯선 세계에 이렇게 길게 체류해도 나는 변함없이 그대로였고 여전히 내 자신의 작은 부분이 전체인 척 가장을 했다. 나는 열대지역 배경과 보낸 2년간의 경험을 버리고 맨 처음 출발했던 뉴욕으로 돌아왔다. 나는 거둬들인 어획량이 제법 되었다. 그림 열한 점에 오십 개의 기이한 드로잉들, 마침내 런던에 이들을 전시했을 때 그때까지 깔보는 어투로 말을 하던 미술 평론가들이 내 성공을 불러들이겠다는 듯이 내 작품에서 새롭고 더 풍성한 기운이 보인다고 칭송을 하였다. 라이더 화가는 (그들 중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쓴 글이다.) 신선하고 어린 송어처럼 솟아올라 새로운 문화의 피하주사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의 가능성의 앞날 속에서 강력한 면면을 드러낸다.미개의 큰 소용돌이 위에 놓인 확연히 전통적인 수많은 그의 우아함과 학식에 집중을 함으로써 라이더씨는 마침내 그 자신을 발견했다.

고마운 말들이지만 안타깝도다, 단연코 사실이 아니도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 뉴욕까지 건너온 내 아내는 우리 결별의 과실이 내 에이전트의 사무실에 열려있는 것을 보고는 그 일을 이런 말로 요약을 했다. ‘물론, 이들이 완전 뛰어나고 사악한 방식이긴 해도 진짜 상당히 아름다운 건 알겠는데요, 어쩐지 이 그림들이 당신답지 않게 느껴져요.’

 

유럽에서 아내는 미국인으로 때로는 오해를 받았다. 말쑥하고 쾌활하게 옷을 입고 예쁘장한 얼굴에 신기하게도 위생적인 특징이 있어서였다. 미국에서는 그녀는 영국적인 부드러움과 과묵함을 가장하였다. 그녀는 내가 오기 하루 혹은 이틀 전에 도착을 했고 내가 탄 배가 입항을 하자 부두에 나와 있었다.

정말 긴 시간이었어요.’ 서로 만나자 애정을 담아 그녀가 말을 건넸다.

그녀는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그녀는 우리 친구들에게 나라가 적합하지 않고 집에 아들을 두고 있다고 설명을 했었다. 지금은 이제 딸도 있다-라고도 말을 했다. 아내가 뒤에 남는 부가적인 이유로 내가 출발하기 전에 이 일을 두고 말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 편지를 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마침내, 디너파티와 카바레에서 몇 시간을 보낸 후에 늦게, 우리 호텔 침실에 우리들만 남게 되자 말을 했다.

오다가 없어졌나보군. 난 분명하게 당신이 과수원에 있는 수선화들이 꿈이고 아이 보는 여자가 보석이고, 섭정시대 4주식 침대는 괜찮은 물건이라고 하던 말 기억해. 하지만 분명하게 당신 새 아기가 캐롤라인이라고 부르겠다고 한 말 들은 기억이 없어. 아이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어?’

찰스를 따서지요. 물론.’

!’

버사 반 홀트를 대모로 삼았어요. 그녀라면 틀림없이 아이에게 좋은 선물을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뭘 줬을 거 같아요?’

버사 반 홀트는 약은 걸로 유명하지. 뭔데?’

‘15실링 책 토큰요. 존존은 지금 친구가 생겼어요.’

누구?’

당신 아들요. 당신 그 아이도 잊은 건 아니겠죠?’

도대체 왜.’ 내가 말했다. ‘왜 그 아이를 그렇게 불러?’

그건 아이가 직접 고안해낸 제 이름이에요. 귀엽지 않아요? 존존이 지금 친구가 생겼다니까요. 당분간은 더 이상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때요?’

그냥 당신 좋을 대로.’

존존은 당신에 대해 아주 많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라고 매일 밤마다 기도를 해요.’

그녀는 편안해 보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옷을 벗는 동안에 이런 식으로 계속 말을 했다. 그런 뒤 그녀는 화장대에 앉아서 머리카락을 빗어 내렸다. 벗은 등을 내게로 향하고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며 당신이 제 자제력에 감탄을 해줬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자제력?’

제가 난처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전 당신이 떠나고 나서 죽 음탕한 트기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 고통 받았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전 묻지 않기로 결심했고 묻지 않았어요.’

난 괜찮아.’ 내가 말했다.

그녀는 화장대를 떠나 방을 가로질렀다.

불 끌까요?’

좋을 대로. 난 졸리지 않아.’

(‘어디 그럼 얼굴을 재워볼까?’라고 말했다.

익숙한 문구였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문구로 화장을 지우고 기름으로 얼굴을 덮고 머리카락을 머리망에 넣는다는 의미였다.

아니.’ 내가 말했다. 당장은 하지 마.‘

그런 뒤 그녀는 뭐를 원하는지 알아챘다. 그녀는 그것 역시 깔끔하고 위생적인 방식으로 치렀다. 하지만 환영의 미소 속에는 안도감과 승리감이 다 들어있었다. 이후에 서로 떨어져) 우리는 한 두어 야드는 떨어진 트윈 베드에 나란히 누워 담배를 피웠다. 나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4시였다. 하지만 우리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왜냐면 그 도시에는 공기 속에 거주자들이 활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신경증이 공기 중에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당신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찰스.’

그래, 아쉽지만 안 변했어.’

변하기를 원해요?’

그건 그냥 삶의 증거일 뿐이야.’

하지만 당신이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변한 것일 수도 있죠.’

그런 위험이 있군.’

찰스, 당신 날 이제 날 사랑하지 않죠?’

당신이 내가 안 변했다고 말했잖아.’

그래도, 당신 변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네요. 난 안 변했는데.’

그래.’ 내가 말했다. ‘그래, 나도 그건 알겠어.’

당신 오늘 날 만나서 엄청 겁먹었죠?’

조금도.’

내가 그 사이에 다른 사람하고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까 궁금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랬어?’

 

안 그런 거 아시잖아요당신은요?’

아니난 사랑에 빠진 사람 없어.’

아내는 이 대답에 만족한 것 같았다그녀는 6년 전내 처음 전시회를 열 시절에 나와 결혼을 했고 이후로 우리의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사람들은 그녀는 나를 만든’ 사람이라고들 했다하지만 그녀 자신의 공로는 적절한 배경을 내게 제공한 것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그녀는 내 천재성과 나의 예술가적 기질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교활하게 이루어진 일들은 결코 진짜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원칙도 강하게 믿었다.

다시 그녀가 말했다. ‘집에 갈 일이 고대되어요?’ (아버지는 결혼선물로 집 한 채 값을 주었다그리고 나는 아내 집안이 있는 시골에 낡은 목사관을 샀다.) ‘당신에게 놀랄 선물을 준비했어요.’

그래?’

당신을 위해 오래된 헛간을 스튜디오로 개조했어요그러니 아이들이나 머무는 손님들이 있어도 방해도 받을 필요 없어요엠던 (유명한 극장 설계자이자 회사 이름)에게 그 일을 맡겼어요모든 사람들이 아주 잘 되었대요컨트리 라이프(아직도 발간되는 영국 주간지)에 기사로도 실렸죠당신 보라고 그것도 가져왔어요.’

그녀는 내게 그 기사를 보여주었다.건축학적으로 훌륭한 방식의 행복한 예전통적인 재료로 현대적인 필요에 맞춘 조셉 엠던경의 기량 넘치는 적용사진도 몇 장 있었다넓은 오크나무 판지가 흙으로 된 바닥을 덮고 있고 높은중간문설주가 돌로 된 퇴창이 북쪽 벽으로 앉았으며 거대한 목재로 얹은 지붕은 예전에는 어둠으로 구별이 안 갔는데 삭막하게 밝게 불이 켜져 눈에 확 들어왔다기둥사이에 깨끗한 하얀 석회들이 발라져 있어서 마치 마을의 회관 같이 보였다나는 그곳의 냄새가 기억이 났다아마 이는 지금은 없어졌겠지.

나는 그 헛간을 상당히 좋아했는데.’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 거기서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안 그래요?’

그림을 그릴 적에 물어뜯는 파리 구름떼에 둘러싸여 종이를 통째로 그슬리는 태양 아래 쪼그리고 앉아있다 왔는데버스 꼭대기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지교구목사가 휘스트 드라이브하는 장소를 빌려가고 싶어 할 거 같은데.’

당신 할 일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어요전 레이디 앵커리지에게 당신 돌아오는 대로 앵커리지 하우스 일을 할 거라고 약속을 했어요거기 역시 바꿀 거래요아래층은 가게로 꾸미고 위층은 방2칸짜리 플랫으로 바꾼대요찰스당신이 하고 있는 이런 모든 이국적인 작품이 그런 일을 한다고 망칠 거라거나 그런 생각은 않는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글쎄요아주 다르잖아요심술부리지 말아요.’

그건 그냥 문을 닫을 다른 정글이야.’

전 그냥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요조지언 소사이어티가 그 난리법석을 피웠죠하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당신 보이에 대해 쓴 제 편지 받은 적 있어요?’

받았냐고뭐라고 썼는데?’

(보이 멀캐스터는 그녀의 오빠였다.)

오빠 약혼에 관해서요지금은 어차피 문제되지 않아요다 취소되었으니까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엄청 속이 상하셨죠그녀는 지독한 여자였어요부모님들이 마지막에는 그 여자에게 돈을 줘야만 했죠.’

몰라보이에 대해 아무 것도 안 들었어.’

오빠하고 존존은 지금은 엄청난 친구에요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요오빠가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올드 렉토리로 바로 차를 몰고 가요그는 바로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 다른 사람한테는 눈도 안 주고 고함을 질러요. ’내 친구 존존은 어딨나?‘ 그리고 존존이 구르듯이 아래층으로 달려내려오면 같이 나가서 작은 숲으로 들어가 몇 시간이고 놀아요그 두 사람이 서로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해봐요둘은 나이가 똑같다니까요오빠가 그 여자에 대한 할 도리를 일러준 게 진짜 존존이라니까요거짓말 아니고아시겠죠당신 아들은 몹시 예리한 데가 있어요존존은 어머니하고 나하고 이야기를 들었던가 봐요그 다음번에 보이가 오자 아들이 보이 삼촌은 진저리나는 여자애하고 결혼하여 존존을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죠그리고 바로 그날 오빠는 합의금 2천 파운드 요구를 받아들였죠존존은 보이를 아주 엄청나게 존경을 해요그리고 모든 점에서 그를 따라 해요그 둘을 위해 아주 잘된 일이에요.‘

나는 방을 가로질러 다시 한 번 더 라디에이터의 열기를 줄이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나는 얼음물을 조금 마시고 창문을 열었다하지만 예리한 밤공기는 제쳐두고서라도건너편 방에서 라디오에서 연주하고 있는 음악이 흘러들어와나는 창문을 닫고 아내에게로 돌아섰다.

마침내 아내는 졸음에 겨운 목소리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정원은 한 구획 넓이가 되어가요.당신이 심은 회양목 울타리는 작년에 5인치가 자랐어요.나는 테니스장을 정비하려고 런던에서 사람 몇을 불렀어요.지금 이 시점에 최고급 요리사는.’ 우리 아래 도시가 깨어나기 시작하자 우리 둘은 잠이 들었다하지만 그렇게 오래는 아니었다전화가 울리고 양성적인 목소리가 흥겹게 말을 했다. ‘사보이 칼톤 호델입니다굿모닝지금 시간은 여덟시 15분입니다.’

저기요전 모닝콜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닙니다별 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면도를 하고 있자 내 아내가 욕조에서 말을 했다. ‘꼭 옛날 시절 같아요전 더 이상 걱정 안 할래요찰스.’

그래.’

전 혹시 이 2년으로 표가 나게 차이가 날까 엄청 걱정을 했어요이제 우리가 중단했던 지점에서 정확하게 다시 시작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는 면도를 멈췄다.

언제?’ 내가 물었다. ‘언제 우리가 무엇을 중단했는데?’

당신 집을 나갔을 때죠당연히.’

당신은 무언가 다른 걸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고그 시간보다 약간 더 이전?’

찰스그거 다 옛날이야기에요그건 아무것도 아녜요아무 의미가 없어요모든 지났고 잊었어요.’

난 그냥 알고 싶었어.’ 내가 말했다. ‘우리는 내가 외국으로 가던 바로 그날로 우리들로 돌아간다 이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2년 전 우리가 중단했던 바로 그날부터 시작했다아내가 눈물을 흘리던 그날로.

 

내 아내의 온화함과 영국식 과묵함은아주 하얗고 작고 가지런한 아내의 이빨은단정한 분홍빛 손톱은순수한 장난기가 깃든 아내의 여학생 같은 분위기와 여학생 같은 복장은물론 얼핏 멀리서 보면 대량생산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긴 했지만 아내의 현대적인 보석들은항상 웃고 있는상냥한 응대를 받는 미소는나에 대한 존중과 내 이익을 위한 열성은매일 유모에게 전보를 치는 천성 어머니 같은 마음은그러니까 한 마디로 아내의 특유한 매력은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그리하여 떠나던 날 우리 선실에는 셀로판 포장지로 가득하였다과일단 과자책들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그녀가 일주일 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들에게 몰려들었다승무원은 양로원의 수녀들처럼 승객의 중요성을 이런 트로피들의 개수와 가치들로 판단을 하곤 하는데 우리는 그런 면에서 높은 찬탄에서 여행을 시작한 셈이었다.

아내가 배에 오르며 제일 처음 떠오른 생각은 승객 명단에 누가 있을까였다.

아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그녀가 말했다. ‘아주 멋진 여행이 될 거예요우리 오늘 칵테일 파티를 열어요.’

승강구에서 밧줄이 풀리자말자 아내는 전화로 바빴다.

줄리아나 셀리아야셀리아 라이더배에 너 탄 거 알고 엄청 좋았어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니오늘 저녁에 와서 칵테일 마시면서 그 이야기나 나누자.’

줄리아 누구?’

모트럼요그녀를 몇 년간 못 봤어요.’

나 역시도 그랬다사실 내 결혼식이 있던 날 이후로 못 봤다마치메인 하우스의 4개 캔버스를 브라이즈헤드에서 빌려서 같이 걸어 많은 주목을 받았던 특별전시회 이후로는 말다운 말도 나누지 못했다그 그림들이 플라이트가와 마지막 접촉이었다한해 혹은 두해 아주 가까웠던 우리의 삶은 멀어져갔다세바스찬은 내가 알기로는 여전히 해외에 있었다렉스와 줄리아는 가끔씩 전해들은 바로는 서로 행복하지 않았다렉스는 기대만큼 번성하지 않았다그는 정권의 변두리에 머무르며탁월하지만 희미하게 미심쩍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그는 아주 부자들에 둘러싸여 살았으며 그의 연설에는 혁명적인 정책들에 기울고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에게 알랑거리는 듯하였다나는 대화에 오르내리는 모트럼가 이름들을 들었다나는 이따금씩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며 조바심을 내며 페이지를 넘기는 때같이 타틀러(상류사회의 소식과 가십을 전하는 월간지너머로 슬쩍 그들의 얼굴을 훔쳐보았었다하지만 그들과 나 사이는 결딴이 나영국에만 그리고 오로지 거기에만 있는 일들처럼서로 다른 세계로 떨어져 작게 빙글빙글 도는 개인적인 교류의 행성들이 되었다아마도 이런 과정은 물리학에서 완벽한 메타포를 발견할 수 있는데 희미하게 이해를 하는 것이지만 에너지 입자들이 서로 떨어진 자기장 안에서 짝을 이루고 다시 짝을 이루는 방식과 비슷하다이런 것들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손쉬운 메타포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에게는 영국은 이런 작은 친밀한 친구들로 된 단체들이 엄청 많아서줄리아와 나의 경우처럼 런던에 같은 거리에 살며때로는 만나고불과 몇 마일 떨어지기 않은 곳에서 같은 시골의 지평선에 놓여 있고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거나상대방의 성쇠에 살짝 호기심을 보이며혹은 우리가 떨어져 있어야만 하기에 애석함까지 가지기도하고우리 각자가 그냥 전화기를 집어 들어 베개에 기대어 대화를 한다거나이를테면 왕이 침실에서 하는 아침 접견처럼 친밀함을 즐기며 오렌지 주스와 떠오르는 태양의 아침을 맞는다거나 할 수 있겠지만 제각각의 세계의 구심력에 의해 그렇게 하는 일이 제한이 되어사이에 차가운 항성간의 공간이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며 동떨어져 지냈다.

수많은 셀로판지와 리본이 놓인 소파 등에 앉아 쉬고 있던 내 아내는 계속 전화를 하고 승객 명단을 쾌활하게 훑어나가는 작업을 했다.……그래요당연히 그 사람 데려와야죠다정한 사람이라고 들었어요……그래요드디어 찰스를 야생의 세계에서 돌려받았어요멋지지 않아요?……명단에서 당신 이름을 발견하다니 이게 무슨 횡잰가 싶어요복도 많지……우리도 사보이 칼톤에 있었어요.……어떻게 우리가 당신을 놓쳤을까요?…….’ 가끔 몸을 내게 돌리고 진짜로 당신 계속 거기 있나 확인하려고아직 실감이 안 나요.’라고 말을 했다.

나는 밖으로 통하는 위로 올라서 외부로 천천히 강 아래로 내려가는 증기선의 엄청난 크기의 유리케이스 중 하나로 다가갔다거기에 승객들이 서서 미끄러져 지나는 육지를 바라보고 있었다내 아내는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라고 했었다나에게는 이 사람들은 낯선 군중들로만 보였다고별의 감정들은 막 가라앉기 시작하고 있었다전송을 나온 사람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술을 마시고 있던 몇몇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갑판 의자를 차지할까 계획을 짜고 있었다밴드는 알게 모르게 연주를 하고 모두들 개미들처럼 쉼 없이 들썩였다.

나는 배의 홀로 보이는 곳으로 접어들었다마치 기차 객차로 디자인하여 터무니없게 확대한 것처럼화려함은 없이 크기만 컸다아주 얇은 아시리아 동물들이 뛰어놀고 있는 광대한 청동 문들을 지나쳤다문의 장식품이 한번인가 두 번 쯤 사용을 한 듯한 비누 위의 상표처럼 생겼다. 나는 압지색깔의 카펫을 종종걸음 쳤다벽에 그림이 그려진 패널 역시 압지 같았다무난한 담갈색 유치원 작품이었다.그리고 벽 사이는 비스킷 색깔의 나무로 어떤 목수의 기술적인 손놀림이 닿은 흔적은 없이 몇 야드씩 이어지는데모퉁이는 둥그렇게 구부리고보이지 않게 조각조각들은 연결하고 김을 쐬고 압축을 하고 광택을 낸 나무들이었다온 곳의 압지 카펫에 아마 위생적인 기술자가 디자인을 한 것 같은 탁자들이 속을 채운 네모 블록으로앉을 수 있는 네모난 구멍을 가지고 흩어져 있었다아마 덮개천도 압지처럼 보였다홀의 빛이 움푹 들어간 많은 틈새에서 번져 나왔는데아주 고르게 은은히 비쳐 어떤 그림자도 드리우지 않았다장소가 수백의 환풍기로 웅웅거렸고 발아래 거대한 엔진 회전으로 진동을 하였다.

내가 여기 있군정글에서 돌아와폐허에서 돌아와 여기에부는 더 이상 화려하지 않고 힘은 더 이상 위엄이 아닌 곳에 서 있다쿠오모도 세데트 솔라 시비타스(예전에 마치메인 하우스응접실에서 코델리아가 인용을 했던 이 위대한 비가는 과테말라에서 거의 1년 전에 혼혈인으로 된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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