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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the recognitions, 인식

인상 p98- 101

by 어정버정 2024. 7. 7.

이제 그는 밤에 그림을 그렸다. 오후에는 옛날 그림을 복원하는 일을 하거나 스케치 하는데, 반쯤 마음은 떠난 열없는 작업에, 해가 질 무렵에 일이 파하였다. 그리고 크리스티앙느는 뼈의 순서를 연상시키는 그리고 그녀가 뒤에 남기는 이목구비의 배열을 담은 종이들 더미에는 마법의 위협을 받지 않고 두려움 없이, 궁금해하지도, 관심도 없이 무심히 길을 떠나, 생 라자르 역을 향해 걸어갔으며, 서두르지 않으나, 도착하기 전에 (그곳은 목적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방해를 안 받는 일이 거의 없이, 다시 내려와서 그녀를 채우고 죽은 부활에 무관심하게 다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가르 생 라자르 기차역 그래서 시작과 끝인 역은, 저녁 환상에 간증으로 직립하여 앞으로 나왔고, 그런 뒤 (부활한 사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과거와 마찬가지로 곧잘 목적지 없는 미래에 증언을 서고서, 창문 뚫린 쓰라린 상처에 먼지를 모았다.

그는 밤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새벽에, 치명적인 질병의 위기를 막 지난 환자에게 회복의 빛처럼 태양이 떠오를 때 즈음에, 열감이 도지면 일을 중단했다. 환자가 느슨해지는 시간, 분들의 손가락 그리고 시간의 차가운 사지를 뻗고서 그날 하루 회복기 부활로 접어들었다.

그가 밖으로 나오면 거리는 금방 씻고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에게 시간은 질병의 연속이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의 끊임없는 반복이며, 곤충의 삶과 죽음처럼 독립적으로 교대로 반복되는 낮과 밤, 혹은 흑과 백, 악과 선처럼 관련이 없었다.

이렇게 일어날 수 있다: 계속 깨어 있다가, 환자는 지쳐서 살아있는 완전 길이를 다 지켜본 시간, 절대적인 것들이 혼란스러워졌다. 어느 날 오후 그는 잠이 들었다가 해질녘에 혼자 깨어났고, 밤새 잠을 잤구나, 밤을 놓쳐버렸고, 여기 새벽이 왔다고 믿었다.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거리는 꽉 찼지만 고르지 않았다. 모든 얼굴에 먹구름이 끼고, 종말을 의심하는 잔재들이 모여들었으며, 완료된 일들에 대한 멜랑콜리아가 감돌았다. 늘 그렇듯 초췌한 와이엇은 그렇게 시작된 하루를 이해할 수 없어 거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경찰관의 시선을 끌어 제지를 당했다.

-Où allez-vous done?어디로 가시는 중인가요 - Chez moi.집으로요 - Vos papiers s'il vous plaît. 신분 서류 부탁드립니다 - Mon passeport?내 여권? , e ne l'ai sur moi, c'est chez moi. 지금 안 가지고 있고 집에 있는데요. - Où habitez vous? 어디에 사시나요? - Vingt-quatre rue de la Bourse.빈트 쿼터 드 라 부르스. - Qu'est-ce que vous faites무슨 일을 하세요? - Je suis peintre.화가예요. - Où done? 어디라고요? - Chez moi.집으로요 - Où habitez vous? 어디 살아요? - Mais 하지만. - Avez vous des moyens? 살 방도는 있고? - . 와이어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지고 있던 프랑을 꺼내 돈을 보여주었다. - Alors그렇다면, 경찰관이 말했다. - íl faut toujours en avoir sur soi, de 1'argent, vous savez. 항상 돈을 조금 지니고 있어야 해요, 뭐 아시겠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그는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갔다. 홀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와이어트가 다가가자 그 인물이 몸을 돌리고, 손을 내밀며 인사말을 웅얼거렸다. - 저는 크레메르라고 합니다, 그가 말했다. - 지난 주 뮤에트 갤러리에서 만났죠.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그는 정확한 영어를 구사했다. 와이어트가 들어오라고 방문을 열었다. 질서정연하고 커다란 빈 벽과 넓은 북쪽 창문이 있었다 - 다음 주에 그림 몇 점을 전시할 예정이죠?

- 일곱 점요, 딱히 이들을 노출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말했다.

- 당신의 작품에 관심이 있습니다.

- , 보신 적이, 있나요?

- 아니, 아니, 거의. 하지만 여기 보이네요. (직립 이젤 쪽으로 몸짓을 했다. 겨우 그린 듯 만듯한 캔버스가 서있었다) - 저거 흥미롭네요. 저는 라 마쿨레에 미술 칼럼을 씁니다. 크레메르의 담배는 그가 등장한 이후 한 번도 입술에서 떼지 않았는데, 엄지손톱만 한 길이까지 타들어갔다. 편안한 자세에, 자신만만한 모습이, 거의 새벽의 방문자답지 않아 보였다. - 다음 주에 아마 당신 그림들을 리뷰하겠지요, 와이어트가 뒤통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자 잠시 멈췄다가 그가 덧붙였다.

- , 그럼... 물론 지금 보고 싶으시다는 거죠?

- 뭘 그런 수고까지, 크레메르가 창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 아뇨, 뮌헨에서 했어요

- 독일에서요 그거 참 애석하네요 그럼 독일 스타일이군요? 독일 인상주의?

- 아뇨, 전혀 달라요 아니 그렇게...

- 모던? 독일 인상주의, 모던?

- 아니, 내 말은 초기 플랑드르의 스타일...

- 반 아이크요

- 하지만 덜한.

- 덜 심각하다고요? , 로제 드 라 파스퇴르?

- 뭐요?

- 당신들 칭하기로는, 로히에르 반 데르 바이든이라 하죠. 독일에서는. 크레메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창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 멤링크 방식으로 그림 하나를 그렸죠. 멤링크의 방식과 아주 비슷하게. 헤르 코펠, 함께 공부했던 선생님이, 코펠 선생님이 이 그림을 헤라르트 다비드의 그림 불의한 재판관 가죽 벗기기와 비교했죠.

- 멤린크, 그럼.

- 하지만 거기서 그림을 잃어버렸어요제가 여기서 한 작업 좀 보여드릴까요?

- 괜한 수고 마세요.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리뷰를 써주고 싶어요.

- 그러시길 바라요. 저한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 그래요. 정말요. 그들은 거의 1분 동안 침묵 속에 서 있었다. - 앉으시겠어요? 와이어트가 마침내 물었다.

크레메르는 그의 말을 들은 기색은 보이지 않고 살짝 어깨만 으쓱했다. 그는 반쯤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봤다. - 화가치고는 아주 은밀한숨은 동네에 사시네요? 그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두워지는 방에서 담배가 꺼졌다. 입술에 난 상처처럼 보였다.

- 특색 없는 환경. 와이어트가 시작했다.

- 하지만 당연히, 크레메르가 끼어들었다. 그의 발치 바닥에 책이 한 권 놓여 있었고, 그는 넓은 한쪽 신발 발끝으로 책을 옮겼다. - 드가 기억하지요, ? 동일하게 사교적인 비감정적인 어조로 그는 말을 이었다. - 드가 말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를 때 품는 마음 자세로 자신의 작품에 접근해야 한다고. ? 그래요.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와이어트에게 다가왔다. - 리뷰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 아주 큰 차이.

- 차이요?

- 당신 그림을 파는 데.

- 그렇다면, 와이어트는 흠집이 난 그 미소에서 눈을 돌려 바닥을 내려다보며 양팔을 뒤로 모아 비틀어 마침내 양쪽 팔꿈치를 붙잡고 말했고, 마르고 지친 그의 얼굴은 생기가 다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 , 그건그건 그림에 달렸죠.

- 물론 그렇지 않아요, 크레메르가 평탄하게 말했다.

- 무슨 뜻이죠? 놀란 얼굴로 와이어트는 말하고, 팔을 내렸다.

- 나는 당신을 크게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 , 맞아요, 하지만...

- 예술 비평은 보수가 아주 나빠요.

- 하지만, 그래서? 뭐요? 얼굴에 주름이 졌다.

- 우리가 파는 작품, 어디 보자, 판매가의 10분의 1을 당신에 내게 보장해 준다면

- 우리? 당신이요? 당신이?

- 아주 좋은 리뷰를 보장해 드리죠. 크레메르의 얼굴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노려보는 와이어트 눈은 녹색으로 변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 놀라셨나요? 크레메르가 물었고, 그의 얼굴은 이제 변하여, 세심하게 계획된 놀란 표정을 짓고, 받아들이라는 조소를 띠었다. 한편 그 앞에 선 와이어트는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다.

- 당신이? 내가 한 작품에, 내가 당신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대신에, 대신에

- 그래요, 생각해 보세요. 크레메르가 문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완전 미친 소리네, 이 제안. 저는 못 받아들입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크레메르가 문을 열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 안에는 거의 빛이 없어, 그림자조차 드리우지 않았다. 둘이 말하는 사이에, 매순간 더욱 불분명해지다가, 크레메르가 문을 열자 미뉴테리(자동분침전등스위치) 전등빛이 모자의 그림자를 문턱 너머로 던졌다. -방해해서 몹시 죄송합니다, 그는 말했다. - 아마 쉬셔야 할 텐데?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

와이어트는 그를 따라 문까지 가서, 외쳤다. - 왜 여기 왔어? 지금? 왜 이런 새벽에 이런 시덥잖은 말로 하러 온 거야?

크레메르는 이미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새벽에?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되물었다. - 아이구, 이것 보시게, 저녁이잖습니까. 저녁 먹을 시간. 그런 뒤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미뉴테리의 불빛이 갑자기 꺼졌고, 와이어트는 문간에 서서 문틀을 꽉 움켜쥐고 있는 사이, 발자국 소리는 어둠 속에서 흔들림 없이 아래로 사라졌다.

II faut toujours en avoir sur soi, de 1'argent, vous savez. 항상 돈을 조금 지니고 있어야 해요, 아시겠죠.

 

Hans Meml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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