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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뻘짓)/the recognitions, 인식36

the recognitions p41-45 그위온 눈에 문뜩 그 위에 서 있는 돈 펠리페 5세의 돌 방패에 새겨진 여인의 얼굴이 어렴풋이 들어왔다. 조각상은 코없는 얼굴의 오목한 표면에서 시에라 데 과다야마의 하얀 봉우리에서 북쪽까지, 그 아래 도시로 내린 움직이지 않는 추위를 반추하고 있었다. - El aire de Madrid es tan sutil, que mata a un hombre y no apaga a un candil, (마드리드의 공기는 너무 미묘해서 사람을 죽여도 남포등은 끄트리지 않는다),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치명적인 추위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뼛속에 든 골수에서 온몸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것 같았다. 거짓 새벽이 지나고 태양이 하늘에 등장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거기, 지구 테두리에 버려진 의심하지 .. 2024. 6. 22.
the recognitions p38-41 밤에, 그의 창문은 마드리드에서 유일하게 열린 창문이었다. 그의 주변 백만 명이 조금 안 되는 사람들이 바깥 덧문과 내리닫이창들, 안쪽 덧문과 커튼을 닫고 잠그고 빗장을 지른 문 뒤에 동일한 무의식의 형체들로 내리눌린 밤이 지나갈 때까지 숨어 있었다. 그렇게 열어둔 창문을 통해 그는 번개가 치면 깨어났다. 번개 자체가 아니라 번개가 갑자기 없어져서, 번개가 그를 영원한 반의식의 순간에서 깨웠으나, 홀로, 한기에 떨며, 완전히 깨어나, 방금 전까지 모든 것이 빛이었던 곳에서 갑자기 찾아든 어둠에 당혹하는 때, 너무 철저히 한기가 훑고 지나 그 의식이 방 안에 희미하게 보이는 모든 물체까지 확장되는 것 같았고, 그는 창틀에 두드리는 빗줄기처럼 그의 의식을 삼켜 익사시킬 듯이 두드려대며 스미는 공포에 한기가 .. 2024. 6. 21.
A reader's guide to WG's the RECOGNITIONS https://www.williamgaddis.org/recognitions/trguide.shtml A Reader's Guide to William Gaddis's The Recognitions by Steven Moore www.williamgaddis.org 2024. 6. 21.
인식 p35-38 레알 모나스테리오 데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라 오트라 베스Real Monasterio de Nuestra Señora de la Otra Vez 수도원은 소실된 후 14세기에 교황청의 명에 의해 끝장이 났다. 죄책감이 너무나 컸고, 속죄의 조치들이 너무 엄중해서 이를 살아 견뎌낸 이들은 가끔 음식과 잠으로 자신의 육신을 아낀 태완한 수도자들에게 창피를 안기는 근원이 되었다. 포탑 달린 벽, 난간총안, 돌출총안, 망루, 압도적인 로마네스크, 비잔틴 양식 방출 속에서 참혹하게 다채로운 돔과 첨탑, 고딕 양식이 창문 멀리언(중간문설주), 살대들이 마구 날뛰고, 너무 정교해 유리롤 끼울 수 없을 정도로 무늬 장미창이 있는 거대한 수도원이 완성되자 형제들은 이단으로 몰려 재판에 회부되었다. 호모이우시우스(Homo.. 2024. 6. 20.
인식 p32- 35 *단 하나 별자리도 부재하였기에 플레이아데스 성좌를 찾는 그리스 항해사의 불안한 눈에는 밤하늘이 텅 비어 보였을 것이다. 그에게 플레이아데스가 사라진다는 일은 항해 시즌이 종결되었다는 신호가 된다. 플레이아데스는 퍼듀 빅토리호가 아직 바다에 있을 때 졌으나 지금은 아무도 그 성좌를 찾지 않았다. 태양들의 은하계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 태양계는 그렇게 먼 거리에서는 보이지 않게 떠오르고 지리라. 이 별자리가 지면 아즈텍 아메리카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무덤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위한 축하 행사를 시작하였고, 드루이드에게 세계 재건의 가장 엄숙한 신비를 촉발하였고 페르시아에는 모르다드(Mordad/각주)의 달, 그리고 죽음의 천사가 나오게 되었다. 아래에는 별자리 속 형태 맞춰 배열된 별들처럼 고대 .. 2024. 6. 16.
인식 p29-32 카밀라조차 가장무도회를 즐겼다. 그 자체가 현실로 간주 되는 그 중요한 순간에 가면을 벗고/정체를 드러내는 그런 안전한 종류로는 즐거워했건만. 그러나 사이프러스 나무로 둘러싸인 외국 언덕을 올라가는 이 행렬, 신부의 단조로운 성가로 재촉받고, 열넷 십자가의 길(fourteen stations of the Cross/주석)에서 머뭇거리느라 (그녀가 타고 있던 장례식 마차, 바로크 양식의 사탕과자 가판대를 닮은 백마가 끄는 마차도 한몫 거들어) 지연되는데, 그녀 영혼은 부끄럼 잘 타는 낯색을 일그러뜨렸을 지도 모른다. 식별이 되어야 그렇겠지만. ‘스페인 사건Spanish affair’이라고 나중에 그위언 목사가 칭했다. 어쩌다 뱉은 말이 아니라, 삼가며 신중하게 지칭한 명칭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2024.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