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운 이삿짐533 minor mood 2019-12-23 page 277 A Minor Mood 단음계 무드 레프티 옆에서 잠을 자는 콘서티나(작은 아코디언처럼 생긴 악기)는 한참 전부터 쌕쌕거리기 시작했다. 한밤중이라, 가로등조차 안개빛 블라인더들을 올렸는데, 콘서티나는 그녀의 숨을 고를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둠 속에 레프티는 그녀의 헝클어진 한숨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콘서티나의 힘겨운 숨쉬기에 잠을 잘 수 없다. 사뭇 걱정스럽다. 그는 글록켄슈피엘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밤중에 잠이 깨어 침대 위 그의 옆 그녀 자리에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던 일, 그런 뒤 잠근 화장실 문 저쪽에서 들리던, 그녀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풀기 없이 두당당거리고, 불협화음을 퉁탕거리며 음계를 오르고 내리는 소리를 곱씹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시작을 하면, .. 2023. 4. 23. 뭘 원하냐고? 2 2019-12-19 하루 저녁 이리저리 조금씩 먹으며 지내는 일은 내가 뉴올리언즈에 있던 믹을 방문하던 시절부터 하던 사사로운 의례였다. 그때 우리는 식당에서 식당으로 도보 여행을 하거나 스페인 이끼로 장식한 전원지대로 차를 몰고, 케이준 음식을 서빙하는 야간영업 화물차 휴게소와 배에서 갓 내린 신선한 굴을 내놓는, 늪 내포 위 들러크로이의 자이데코 점에 갔다. 우리는 알코올과 카페인 사이에 균형이 이뤄진다는 믹의 음양 이론에 따라 럼과 에스프레소를 교대해 마셨다. 새벽 2시가 되자 우리는 급속하게 취해갔다. 우리는 돈을 구두에 숨겼고, 여전히 내 백팩을 나르며, 9번가 아래를 향했다. 거리를 따라 약물들이 봄 공기 속 밤에 피는 꽃들처럼 피어올랐다. 딜러들의 어둑한 장갑이 도전적으로 웅얼거렸다. “이놈.. 2023. 4. 23. 뭔 볼일이냐 1 2019-12-19 Qué Quieres 뭔 볼일이냐? /뭘 원하냐? 내 동생 믹은, 온 나라를 그레이하운드 어메리패스로 건너, 시카고에 멈췄고, 우리가 자랐던 워쉬테노오 거리의 오래된 아파트 건물 앞에 섰다. 정면 밖에, 우리가 이용하던 대로 갈라진, 콘크리트 계단에 느긋하게 서서, 갱 색깔들의 옷을 입은 다섯 명 치코십대들이 그의 방향으로 삐딱하게 쳐다본다. 아마 저들은 사탄 디시플일 수도 있고, 어쩌면 투투이거나, 어쩌면 라 라사일수도 있다. 이 동네의 갱들은 늘 왔다가 간다. 그래피티의 묘지석을 뒤에 남기고. “Qué tú quieres?”“당신 뭘 원하는 거야?”-디시플의 한 명이 그에게 묻는다. 믹은 멤피스로 에둘러 돌아가는 중이다. 멤피스에는 하루도 아파서 일을 거른 적 없는 우리 아버지가 .. 2023. 4. 23. Blue boy 4 2019-12-15 친할머니이신 빅토리아 할머니는 거의 영어를 못했다. 할머니는 낮에는 삯바느질로 집에서 일을 했다. 마이크 할아버지를 사람들이 데려간 뒤에 그녀는 야간에 도심사무실 빌딩의 마룻바닥을 닦는 부업을 얻었다. 아버지는 그 당시에 열한 살이었고, 여섯 아이들 중 맏이였는데, 집안을 책임진 가장으로서 몇 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우유를 나르고, 그런 뒤 신문을 나르고, 그런 뒤 초등학교에 출석하고, 학교 마친 뒤 바로 쿨터 거리의 꽃집으로 향했고, 여기서 저녁 먹을 시간까지 일했다. 마이크가 유폐된 그 첫 해 성탄이브라 가게는 늦게 문을 닫는데 꽃집 주인이 아버지에게 뒤늦게 화환-성탄절 화환이 아니라 장례식 화환- 긴급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환을 어쨌거나 소.. 2023. 4. 23. Blue boy 2 2012-12-13 랠피는 몇 주 뒤에, 귀아스트카에 죽었다. 그 단어는 폴란드어로 “작은 별”이란 뜻이고, 가끔 교구에 성탄절 전날을 이렇게 칭하기도 했다. 자정 미사에 복사가 되기에 너무 어린 아이들은 통로에 줄을 이뤄 막대기에 황금 칠한 별을 나르며 구유로 갔다. 살아있었더라면 랠피는 그들 중에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해 봄에 아마 치렀을 첫 영성체를 위해 일찌감치 사두었던 감청색 정장을 입고 묻혔다. 이 말은 경야의 밤에, 그 이후에, 금요일 밤 교회 지하실 빙고 게임에서 빵가게에서 그리고 정육점에서 피제리아와 타케리아(타코가게)와 미용실과 이용실과 모퉁이 선술집에서 두고두고 아쉬워 오갔다. “그 불쌍한 꼬마 아이는 어째 영성체까지 버티질 못했어,” 누군가는 꼭 그랬다. 그럼 꼭 누군가 “누가.. 2023. 4. 23. Blue boy 1 2019-12-12 page 123 Blue Boy 청색소년 체스터 포스코짐의 어린 동생, 랠피는 청색아기로 태어났다. 그리고 살아나리라 기대 안했는데도 랠피는 기적적으로 자라 청색소년이 되었다. 청색은 그의 청록색 눈 아래 또렷이, 마치 주먹다짐에 말려들었거나 그의 어머니 마스카라를 훔쳐 바른 것처럼, 그림자보다 더 어둡게 번진 자국으로 보였다. 여름에라도 그의 입술은 추워보였다. 처음에 내가 그의 병에 대해 듣기 전 그 아이를 보았을 때 나는 그가 볼펜을 종일 빨고 있었나 생각했다. 그의 손가락 역시 동일한 파란색 잉크로 얼룩져 있었다. 일요일에는 그가 교회에 입고 가는 하얀 셔츠에 그 파름한 색깔이 한층 도드라지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이 멍으로 온통, 술 취한 아버지가 툭하면 두드려 패던 레온 자보.. 2023. 4. 23. 잘하고 있으십니까 2009년 9월 16 잘하지 못한다면 과연 나는 그곳에 머무를 것인가? 머무른다면 단지 잘하고 있기 때문일까? 2023. 4. 23. 아카이브 2009년 2월 15일 가격에 심상치 않게 비쌀 때부터 알아 봤어야 되었다. A3 만한 크기의 총천연색 양장본임을, 무작정 사고 받아 보고서야 깨닫다니 안은 물론 아카이브라고 칭한 만큼 자세하고 섬세한 도록으로 넘쳐나고 있으니 행복한 놀람이었다고 말을 아니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아래 글은 "잉마르 베리만의 열정 중 "초반기"에 관한 내용이다. 당연히 무단... 스물 여덟 쪽이나 되니 함부로 열지 않기를 어린 시절 어린시절의 구렁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린시절의 구렁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것이다”라고 베리만 되풀이해서 이야기했다. 그런 어린시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화니와 알렉산더 이다. 여기서 그는 40년간의 영화를 요약을 의도하고 그의 예술을 거대한 최종적으로 표현하면서 예술가의 기원과 결합하는 상징적.. 2023. 4. 23. 아, 이런 2009 7-30 일상으로 돌아오는 건 쉬운 일이라고 했다. 어차피 떠나지 않은 거였다면. 삶의 반경이 내가 해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밀어 보아도 거기에서 ----------------> 거기. 실망스러운 일이 실망스럽게 끝날 때도 어김없이 실망감이 드는 건, 참. 2023. 4. 23.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2009-1-26 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 "누구누구~씨네"가 들어간 건 이해가 가는 데 형제란 분명 둘 이상을 의미하는 데 꼭 형제~들 이라고 붙이는 건 왜 일까? 열린책들 문고판을 보다가 채록하여야 겠다는 생각에 올려 놓는다 389 - 이등대위의 속마음을 해부하는 것이 그 불행한 사람을 경멸하는 것 아니냐고.- 2023. 4. 23.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5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