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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이삿짐533

Brideshead revisited 12 2012-8-6 [5] ‘옥스퍼드가 대표적이야.’ 내가 말했다. ‘새해를 가을에 시작하다니.’ 모든 곳에, 모리돌, 자갈길, 잔디밭에 잎들이 떨어지고 있었고 대학 정원에 모닥불의 연기들이 강의 축축한 박무와 합쳐져 회색 벽들 사이를 떠다녔다. 창포는 반질한 발부리에 깔리고 하나 하나씩 사각 정원을 둘러 등불이 켜지면서 황금빛 불빛들은 흩어져 멀어지고, 새로 가운을 해 입은 새로운 인물들이 아치아래 황혼 사이를 방황하고 이제는 익숙한 종소리가 한 해의 기억들을 이야기하였다. 가을의 기색이 우리를 삼켰다. 마치 유월의 무성하던 시끌벅적함이 내 창문에서 향기를 뿜던 카네이션이 정원 구석마다 들끓고 있는, 축축한 나뭇잎에 자리를 내어주며 죽어버리듯이 우리를 삼켜버렸다. 학기의 첫 번째 일요일 오후였다. ‘나 딱.. 2023. 5. 14.
Brideshead revisited 11 2012-8-5 저녁을 마친 후에 Brideshead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한 30분간 세바스찬을 따로 만나야 되는데. 내일은 하루 종일 바쁠 것 같고, 품평회가 끝나면 바로 가야 되어서. 아버지가 서명해야 되는 서류가 한참 되어요. 세바스찬이 그걸 가지고 가서 설명을 드려야 하고. 코델리아, 넌 침대에 들 시간이다.’ ‘소화 먼저 시켜야지.’ 그녀가 말했다. ‘밤에 이렇게 잔뜩 먹는 일이 안 익숙하다고. 난 그럼 찰스하고 이야기할 테야.’ ‘찰스?’ 세바스찬이 말했다. ‘찰스? 라이더씨. 당신에게, 아이를 맡길 게요.’ ‘같이 가요. 찰스.’ 우리가 따로 되자 아이가 물었다. ‘정말 불가지론자세요?’ ‘너희 가족은 항상 종교에 관해서 이야기 하니?’ ‘항상은 아녜요. 그냥 자연스레 나온 주제에요. 안.. 2023. 5. 14.
The great good place 2012-12-20 대단히 좋은 장소 The Great Good Place, 1900 Henry James I 조지 대인은 눈이 부셔 눈을 떴다. 새로 밝은 날은, 지난 밤 퍼부은 폭우로 씻긴 말간 얼굴로 드높은 기상과, 멋진 각오, 생생한 의도들을 안고 하늘 한 조각도 붙여두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엄청나게 눈부신 재개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늦게까지 자지 않고 일을, 무지하게 밀려있는 일을 끝내려고 했으나 거의 줄어들지 않은 서류철을 둔 채 침대로 갔었다. 그는 이제 어젯밤 멈춘 데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동안 그걸 보고만 있다가 이른 아침 우체부가 한 시간 전에 몰래 넣어둔 깔쭉깔쭉 빽빽한 편지 뭉텅이를, 벌써 체계적인 그의 하인이 격식에 맞게 둥그렇게 그리고 네모지게 배열한 벽난로 옆 .. 2023. 5. 11.
Excellent womne 8장 2012-5-17 8장 그 다음 몇 주 동안에 날이 풀려 갑자기 거의 봄 날씨가 되었다. 매년 있던 윌리엄 칼디코트와의 오찬 약속시간이 다가왔다. 칼디코트는 내 친구 도라의 오빠이다. 이 일은 거의 의례행사 같은 일이었고 도라가, 심지어 윌리엄조차도 ‘무슨 일이 이뤄지지 않을까’하고 바라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 약속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자 우리의 관계는 편안하고 재미없는 사이로 정착이 되어버렸다. 윌리엄이 결혼을 생각하는 종류의 남자가 아니며, 그리고 내가 아주 조금도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언제 처음 깨달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와 함께 택시라도 오르면 나와 따로 떨어져 기쁘기보다는 자리에 앉게 되어 다행이라는 심정을 표현을 해도 당연한 일로 여길 정도였다. 음식이나 음료에 대한.. 2023. 5. 11.
Excellent women 7장 2012-5-15, 16 7 장 나는 공식적으로 그 다음 토요일 오후 자선바자에서 그레이 부인을 소개받았다. 그녀는 한 가판대 뒤에 위니프레드와 같이 있었다. 위니프레드는 아주 기분이 좋아서 생기가 넘쳐보였다. 마치 ‘나하고 친구할래?’라고 물었다가 제안이 받아들여진 어린아이 같았다. 그레이 부인은 내가 처음 잠깐 본대로 깔끔한 외모에 잘 차려 입은 사람이었다. 이제껏 만나 본 사람들을 돌이켜 보건데 성직자의 미망인치고는 너무 잘 차려입지 않았나 싶었다. 그녀의 조용한 성품은 부끄러움보다는 자부심 때문인 것 같았고 그녀의 미소는 무언가 비밀스러웠다. 마치 그녀가 드러내는 것보다 더 많이 보고 생각을 하는 사람 같았다. ‘제가 무엇을 해야할지 말씀해 주세요.’ 그녀가 나와 위니프레드를 불렀다. ‘자선 바자.. 2023. 5. 11.
브라이즈헤드 리비짓티드 10 2012-8-2 하루는 찬장에서 우리는 옻칠한 주석통을 찾았다. 안에는 쓸 만한 상태의 유화물감이 들어 있었다. ‘엄마가 저걸 한핸가 두해 전에 샀어. 누군가 엄마한테 그림으로 그려보려고 할 때만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했거든. 우리는 그걸 두고 엄청 엄말 놀렸지. 엄마는 전혀 그림을 그릴 줄을 몰랐어. 아무리 물감통 안에서 밝은 색이었다고 해도, 엄마가 이걸 섞으면 어떻게 된 게 카키색이 되었거든.’ 팔레트 위에 각양각색으로 마르고, 질척한 물감얼룩들이 이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코델리아에게 항상 붓을 씻어 놓으라고 시켰지. 마침내 우리 모두 항의를 하고 엄마가 두손 들게 만들었어.’ 그 그림들 때문에 우리는 사무실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무실은 열주 쪽으로 열려 있는 작.. 2023. 5. 7.
브라이즈헤드를 되돌아보며 9 2012-7-30 아버지의 반격은 며칠 뒤에 뒤따랐다. 그는 나를 찾아서 ‘조킨스가 여전히 여기 있니?’라고 물었다. ‘아니요, 아버지. 물론 아녜요. 그는 저녁 먹으러 여기 온 거예요.’ ‘오, 나는 그가 우리집에 머물렀으면 했는데. 아주 다재다능한 젊은 친구야. 근데 너는 집에 저녁을 먹을 거냐?’ ‘예.’ ‘난 작은 디너 파티를 열 참이다. 네가 집에서 보내는 단조로운 저녁에 조금 다양성을 줄까하고. 아벨 부인이 아주 바쁘겠다고 생각하지? 아니. 하지만 우리 손님들은 까다로운 사람들이 아니야. 커스버트 경과 레이디 오엄-헤릭이 아마 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 그 뒤에는 약간의 음악회도 생각 중이야. 나는 너를 위해 몇몇 젊은 사람도 초대에 포함했다.’ 아버지 계획에 대한 불길한 예감은 실제로 닥치자 .. 2023. 5. 7.
Brideshead revisited 8 2012-7-28 난 아침을 먹기 위해 빈 브로드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일요일에 자주 발리올 대학 건너편의 다방(teashop)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공기는 주변 첨탑에서 울려나오는 종소리로 가득 찼다. 탁 트인 공간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는 태양은 밤의 공포들을 내쫓고 있었다. 다방은 도서관처럼 조용하였다. 발리올과 트리니티 대학에서 온, 침실 슬리퍼를 신은 몇몇 남자들이 홀로 앉아 있다가 내가 들어가자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일요일자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스크램블드 에그와 젊은 시절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내면 따라오는 그런 열의를 갖고 쓰디 쓴 마말레이드를 먹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자리에 앉았다. 한편 발리올과 트리니티 학생들은 한 명 한 명 값을 치르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느릿느릿.. 2023. 5. 7.
Brideshead Revisited 7 2012-7-19 나는 일찍부터 콜린스와 부활절 휴가를 지내기로 약조를 했었다. 세바스찬이 무슨 조짐이라도 보였으면 아무 죄책감도 없이 내 언약을 깨고 내 이전 친구를 친구 없이 버려두었겠지만, 아무 표식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콜린즈와 나는 라벤나(Ravenna, 이탈리아 북동부 도시)에서 경제적이며 유익한 몇 주를 같이 보냈다. 음산한 바람이 위대한 이들의 무덤 사이로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왔다. 더 따스한 계절을 겨냥해 꾸민 호텔방에서 나는 세바스찬에게 긴 편지를 보냈고 매일같이 그의 답장을 기다리며 우체국으로 들렀다. 각자 다른 곳에서 부친 편지가 두 통이 있었는데 거긴 그 자신에 대한 평범한 뉴스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동떨어진 판타지 같은 스타일로 편지를 썼기 때문에 (‘……엄마하고 수행하던 두 .. 2023. 5. 7.
브라이즈헤드 되돌아보며 6 2016 7-15 4시가 넘어서 우리는 헤어졌다. 안토니 블랑셰가 제일 먼저 갔다. 그는 우리에게 돌아가며 공식적이며 칭찬의 작별 인사를 고했다. 세바스찬에게 그는 ‘나는 피,피,핀 쿠션처럼 미늘이 잔뜩 달린 화살처럼 너한테 딱 달라붙어 있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세바스찬이 당신을 발견하다니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디 숨어 있었어요? 당신 굴까지 파고 들어가서 늙은 담비처럼 당신을 모,몰아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금방 떠났다. 나는 그들과 함께 가기 위해 일어났지만 세바스찬이 말렸다. ‘코엥트로 좀 더 들지.’ 그래서 나는 머물렀고 조금 지나자 그가 ‘식물원(1621년에 설립된 오래된 옥스퍼드대학 식물원)에 가야겠어.’라는 말을 꺼냈다. ‘왜?’ ‘.. 2023.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