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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헛짓140

야생 종려나무 p17-22 의사는 이 말 역시 듣지 못했다. “아, 그래요. 알겠어요. 그래요.” 이제 그는 멈췄다. 계속해서 어두운 바람이 그를 지나쳐 여전히 불고 있었던 것을 보면 그가 움직임에 중단을 둔 적이 없었음을 의식했다. ‘나는 이런 일을 하기에는 나이부터 틀렸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생각했다. ‘내가 스물다섯 살이라면 나는 그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고 내일이나 내년에는 내 처지가 그럴 것이고 그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니까. 그리고 만약 내가 65세였다면,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나는 그 사람이 아니구나, 왜냐하면 그런 일이 가능하기에 내가 너무 늙었다는 것을 알 것이며, 그 사람이 그가 죽은 몸이 아니라는 증거를 사랑과 열정과 생명의 본체에 지니고 있.. 2024. 4. 14.
야생 종려 p10- 그는 그릇을 직접 전달하였고 - 작달막하고 둥글둥글한 남자가 조금 추레하게 말쑥하지 않은 리넨 옷을 입고, 아직 구김살이 진(아직 세탁도 하지 않은 새 것이라) 리넨 냅킨으로 그릇을 덮고서, 서양 협죽도 울타리를 조금 엉성하게 옆걸음으로 지나- 진심이나 동정심이 아닌 의무감에 우러나 수행하며 비타협적인 기독교인 행동의 상징으로 나르는 그릇까지 어색한 온정의 분위기를 풍기며 - 이를 마치 니트로글리세린 폭약이라도 함유된 양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았고 매정한 고양이의 눈 외에 움직이지도 않았다) 내려놓았다. 면도를 하지 않은 퉁퉁한 가면은 바보처럼 환히 웃고 있지만 가면 뒤에 닥터 내부 의사의 눈은 기민하게 아무것도 놓치지 않고 빈틈없이 살펴보며 미소도 짓지 않고 주뼛거리지도 않고 그냥 마른 편이 .. 2024. 4. 14.
야생종려나무 p 3-10 * * * * * 노크 소리가 다시 한 번, 의사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울렸다. 손전등의 빛이 의사 앞에서 갈색으로 물들인 계단을 아래로 자르고 그리고 갈색으로 물들인 은촉이음 벽으로 된 아래쪽 홀로 속으로 새어 들어갔다. 집은 2층짜리이긴 해도 해변 작은 오두막이었고 기름등잔들로, 아니 그의 아내가 저녁 식사 후에 계단 위로 들고 오는 기름등잔 하나로도 충분히 밝았다. 그리고 의사는 파자마가 아니라 긴 셔츠형 잠옷을 입었는데, 이는 자신이 전혀 좋아하는 습성이 배지도 않고 앞으로도 습득하지 못할 것 같은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이유와 같았다. 가끔 고객이 그에게 준 여송연 사이사이로 일요일 간격으로 여송연 세 대를 즐기는데, 비록 해변 별장 오두막을 더불어 그 옆집, 그리고 4.. 2024. 4. 12.
Against the day p121-124 2장 아이슬랜드 원재/날개보 ICELAND SPAR 최상층 선교에서 직접 눈을 부라리며 지켜보는 일 외에도, 랜돌프 세인트 코즈모는 또한 앞에도 고물에도 비행선의 가장 쌍안경으로 망을 보라고 경계를 세워 두었다. 여기, 북극권의 북쪽, 모든 기회의 친구들에게 내려진 상시 훈령은 “익숙하지 않은 창공-운항은 달리 증명되지 않으면 적대적이라고 가정하여야 한다”였다. 일상사 소규모 교전들이 일전을 치루고 있는 바 더 이상 영역 다툼이나 물품이 아니라, 전기-자기적인 정보를 두고 싸웠다. 가장 정확하게 지구를 둘러쌌다고 그 당시까지 알려진 신비로운 수학적 격자의 각 지점에 대한 장-계수들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고 지도화하는 국제적인 경주의 싸움이었다. 대항해 시절은 바다와 지상의 해안 지도, 풍배도風配圖wind.. 2023. 12. 26.
Brideshead revisited 20 Volume 3 /volume 2 실 하나 까딱하면 chapter 1, 내 주제는 기억이다. 전쟁 시간의 어느 우중충한 아침에 날개를 달고 내 주위로 솟구쳐 오르도록 초대한 이가 기억이다. 내 삶을 이루는 이런 기억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과거 외에는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지니지 못 하기 때문이다. 산마르코 성당의 비둘기들처럼 그들은 모든 곳에, 내 발 밑에, 홀로, 짝을 이뤄, 작은 무리들로 모여서 달콤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으쓱대며 걷고, 눈을 깜박대고 그들 목둘레의 부드러운 깃털들을 흔들고 가끔은 횟대에 걸터앉아 쉬고, 가만히 서 있으면, 내 어깨에 앉고 혹은 내 입술 사이에 부러진 비스킷을 쪼아댄다. 그러다 갑자기 오포(午砲)가 발사되고 일순간에 파닥거리는 날갯짓이 휩쓸려.. 2023. 5. 28.
Brideshead Revisited 19 ‘저는 여기서 기다립니다.’ 문지기가 말했다. ‘당신은 이 원주민 친구하고 갑니다.’ 나는 집을 들어섰다. 한 단 아래, 거실로 들어섰다. 나는 축음기, 석유난로, 그리고 그 사이에 젊은 남자를 발견했다. 나중에 내 주위를 둘러보면서 나는 다른 것들, 바닥의 양탄자, 벽에 걸린 자수를 놓은 비단, 조각과 그림이 그려진 천장 기둥 무겁고 천장에서 사슬로 늘어뜨린 장식구멍이 뚫린 무거운 램프 같이 좀 더 기호에 맞는 물건들을 발견하였다. 남포등은 그 자신의 트레이서리 (tracery, 창문의 장식무늬)모양의 부드러운 그림자를 방 주위로 지우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들어서자 이들 세 물건들이, 축음기는 프랑스어로 녹음된 어느 재즈 밴드가 연주하고 있는 그 소음으로, 난로는 그 냄새로 젊은 남자는 그의 늑대 같.. 2023. 5. 28.
Brideshead Revisited 18 chapter 3 /chapter 8 나는 총동맹파업(General Strike, 혹은 제네스트 광산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임금인상을 연대해 벌인 1926년 영국의 총파업) 동안에 1926년 봄에 런던으로 돌아왔다. 파업은 파리에서 중심화제였다. 예전 친구들이 쩔쩔매는 모습에 기뻐 날뛰는 프랑스 사람들은 해협을 건너 온 우리들의 뿌연 관념을 그들 자신의 정확한 용어들로 뒤바꾸어놓고, 혁명이니 내란을 예언을 했다. 매일 저녁 키오스크(잡지 등을 파는 가판대)에서는 파멸의 문구들을 전시를 하였고, 카페에서는 지인들이 반은 조롱으로 ‘허이, 친구. 집이 아니라 여기 나와 있는 게 낫지, 안 그런가?’ 인사를 받다가 급기야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몇몇 친구들은 우리나라가 위험에 처했으며 심각하게 우리.. 2023. 5. 28.
Brideshead Revisited 17 2012 그렇게 그 해가 흘러가고 약혼의 비밀은 줄리아의 친구에게서, 친구의 친구에게로 퍼졌다. 그래서 물 위의/결국 진흙탕에 부딪히는 물결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커져 언론에까지 암시가 나타났다. 그리고 여왕의 시녀로 있던 레이디 로소코먼은 이 일을 엄중하게 물어왔고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다. 그런 뒤 줄리아는 성탄절 성찬식 참석을 거부하였고 1925년 우울한 첫머리에 처음에 나, 그 다음에 샘그라스, 그런 뒤 코델리아에게 배신을 당한 레이디 마치메인은 다시 배신을 발견하고 행동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약혼에 대한 모든 발언을 금지했다. 줄리아와 렉스가 이후로 만나는 일도 금지했으며 6개월간 마치메인 하우스를 닫아걸고 줄리아를 데리고 외국의 친척들을 방문하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이런 위기에도 부인의 .. 2023. 5. 28.
Brideshead Revisited 16 2012-8-19 -------- 그렇게 나는 파리로. 거기서 만들 친구들에게로, 새로 형성한 습관들로 돌아왔다. 나는 더 이상 브라이즈헤드의 이름은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삶은 칼로 베듯이 잘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삼주도 지나지 않아 코델리아가 프랑스화한 수녀원식 필체로 적은 편지를 받았다. ‘사랑하는 찰스 (라고 썼다.) ‘오빠가 가고 나서 전 아주 비참했어요. 저한테 와서 작별인사라고 하고 가지! ‘전 오빠가 한 수치스런 일에 대해 다 들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수치스런 상태에 있다는 말을 하려고 편지를 써요. 저는 윌콕스의 열쇠를 몰래 가져가서 세바스찬에게 위스키를 가져다 줬어요. 그리고 잡혔어요. 오빠는 진짜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끔찍한 꾸지람이 있었죠(지금도 있.. 2023. 5. 28.
brideshead revisited 15 2012-8-17 VOLUME II, Brideshead Deserted 1 장/6장 ‘그리고 우리가 행로의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샘그라스 씨가 말했다. ‘우리는 뒤에서 말이 헐떡이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두 명의 군사가 카라반의 선두로 말을 몰고 가더니 우리를 돌려세우더군요. 장군이 보낸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아슬아슬한 시간에 우리에게 도착을 했죠. 1마일도 안 되는 곳에 한 무리 패거리(band)가 있었어요.’ 그는 말을 멈췄다. 그의 작은 청중들은 조용히 앉아 그가 깊은 인상을 주려고 한 모양인 건 알겠는데 자신들이 정중하게 관심 있는 척 보이고 있는 걸까 의문스러운 모습들이었다. ‘패거리라고요?’ 줄리아가 말했다. ‘어쩌면 좋아!’ 그 말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드디어 레이디 마치메인이 .. 2023. 5. 20.